Mag-log in“네. 감사합니다.”태헌은 직원에게 답하고 해원에게 왔다.해원은 가방을 고쳐 들었다.“오빠, 이제 가도 돼?”“응. 가자.”직원이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해원도 인사하고 태헌을 따라 걸었다.로비를 가로지르는 동안 태헌에게 인사하는 사람이 둘 있었다. 한 사람은 서류 봉투를 들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가다가 멈췄다.“본부장님, 내일 오전에 올리겠습니다.”“확인하고 얘기하죠.”짧은 대화였다.해원은 옆에서 기다렸다. 남자는 해원에게도 목례하고 지나갔다.태헌은 다시 걸었다. 해원이 옆에 붙자 출입문 쪽을 가리켰다.“이쪽.”두 사람은 나란히 건물을 나왔다.해원은 나오면서 뒤를 돌아보지 않았다. 직원이 자신을 어떻게 봤을지 확인할 필요도 없었다. 조금 전 소개를 들었다면 그저 동생이 오빠를 만나러 온 것이었다.바깥에는 회사 안보다 바람이 있었다.해원은 머리카락이 얼굴로 넘어오자 손으로 걷어냈다. 태헌은 들고 있던 재킷을 다른 손으로 옮겼다.“동생이라고 했어?”“네.”해원은 가방 끈을 붙잡았다.“그럼 뭐라고 해요. 일 때문에 온 것도 아닌데.”“그렇지.”태헌은 웃지 않았다.잘했다고 하지도 않았다. 해원은 그가 별말 없이 받아들이는 게 편하면서도, 조금은 걸렸다.너무 쉬웠다.직원에게 한마디 했고, 아무도 더 묻지 않았다. 태헌은 자신을 데리고 나왔다.해원은 건물 옆으로 이어진 길을 보며 물었다.“차는 어디 있어요?”“지하에. 너 여기 기다리면 가져올게.”태헌이 차
버스가 정류장으로 들어올 때 전화가 왔다.해원은 가방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이 차례로 올라탔다.차태헌.화면에 뜬 이름을 확인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네.”“나 끝났어.”해원은 버스 쪽에서 한 발 비켰다. 기사가 그녀를 보자 고개를 저었다. 문이 닫혔다.“지금 나가세요?”“응. 너는?”“저도 나왔어요.”버스가 출발하며 바람을 일으켰다. 해원은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겼다.전화기 너머에서 서랍 닫히는 소리가 났다. 태헌은 아직 사무실인 모양이었다.“오늘 상담은?”“끝났어요. 오전 건 오후까지 갔지만.”“길었네.”“날짜를 바꾸고 싶으시대요. 근데 원래 날짜도 놓치기는 싫으시고.”해원은 정류장 지붕 아래로 들어갔다. 앉을 자리가 있었지만 서 있었다.“두 날짜를 다 잡아달라고?”“그렇게는 안 된다고 말씀드렸어요. 일단 이번 주 안에 정하시기로 했고요.”“고생했네.”“결정해 주셔야 끝난 거죠.”말하고 나서 해원은 도로를 봤다.방금 보낸 버스는 다음 신호에 걸려 있었다. 타고 전화를 받아도 됐는데, 아예 발을 빼버렸다.태헌의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밖이야?”“정류장이요.”“집에 가는 길?”“네.”대답은 그렇게 했다.해원은 버스 도착 안내판을 올려다봤다. 다음 차까지 십이 분이었다.태헌은 오늘 무슨 말을 하려고 했는지 묻지 않았다. 해원도 질문을 준비하지 않았다. 그런데 통화를 끝내고 집으로 가는 일만
“알아.”태헌은 그렇게만 답하고 차 문을 열었다.해원은 좌석에 놓인 가방을 무릎으로 옮기고 앉았다. 안전벨트를 당겼는데 가방 끈까지 함께 걸렸다. 다시 풀어서 가방을 발밑으로 내렸다.태헌이 운전석에 탔다.차 안에서는 송풍 소리가 먼저 났다. 해원 쪽으로 향해 있던 바람이 셌다. 손을 뻗어 송풍구를 옆으로 돌리자 태헌이 풍량을 줄였다.차가 주차장을 빠져나갔다.해원은 창밖을 봤다.조금 전 둘이 걸었던 공원 입구가 지나갔다. 안내판 앞에는 아무도 없었다. 일곱 시 전에 혼자 서서 읽었던 산책로 지도가 가로등 아래 보였다.그때는 오늘 무슨 말을 들을지만 생각했다.안아달라고 할 줄은 몰랐다.해원은 무릎 위에 놓인 손을 뒤집었다. 손바닥에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았다. 그런데도 재킷을 잡고 있던 모양대로 손가락을 굽혔다가 폈다.제가 그러고 싶었어요.그 말을 하지 않고 차에 탈 수도 있었다.태헌은 설명하라고 하지 않았다. 해원이 먼저 붙잡았으니 모를 리도 없었다.그런데 굳이 말하고 싶었다.신호가 바뀌었다.태헌이 앞차와 간격을 두고 출발했다. 해원은 고개를 돌리지 않은 채 그가 핸들을 잡은 모습을 유리창으로 봤다.문득 닫힌 서재 문이 떠올랐다.잠기지 않았던 문.그날은 나가도 되는지 확인부터 했다.거절하면 계약 위반입니까.아니.해원은 창에서 시선을 거뒀다.그때도 먼저 다가간 건 자신이었다.모르는 사람을 만난 날이 아니었다. 아래층에 엄마가 있었고, 태헌이 누구인지도 이미 알았다.해원은 그 뒤의 기억까지 따라가지 않았다.
태헌이 조수석 문을 열었다. 해원은 가방을 좌석에 내려놓았다. 끈이 바깥으로 늘어져 다시 밀어 넣었다. “타.” 평소처럼 나온 말이었다. 해원은 차에 오르지 않았다. 태헌이 운전석 쪽으로 돌아가려 하자 그의 소매를 잡았다. 재킷 끝이 손안에 들어왔다. 태헌이 돌아섰다. “뭐 두고 왔어?” 해원은 고개를 저었다. 두고 온 것은 없었다. 휴대전화도 가방에 있었고, 공원에서 꺼낸 물건도 없었다. 그런데 잡은 손을 놓으면 이제 정말 집으로 갈 것 같았다. “주인님.” 주차장 건너편에서 차 문 닫히는 소리가 났다. 태헌은 그 자리에 있었다. 해원을 향해 돌아선 채, 소매를 붙잡힌 팔도 그대로 두었다. 해원은 말을 이어야 했다. 오늘 들은 대답에 관해서는 더 할 말이 없었다. 잘못한 일을 다시 꺼내려고 붙잡은 것도 아니었다. “잠깐만요.” 태헌이 기다렸다. 해원은 그의 소매를 내려다봤다. 손가락에 힘이 들어가 천이 구겨져 있었다. 펴주려다가 그만뒀다. “안아주세요.” 말을 하고도 손을 놓지 못했다. 태헌은 열린 차 문을 닫았다. 그러고는 붙잡히지 않은 팔로 해원
분수 뒤쪽 길은 생각보다 좁았다.앞에서 유모차가 오자 해원이 옆으로 비켰다. 태헌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가 유모차가 지나간 뒤 다시 나란히 걸었다.“어제 열한 시쯤 들어갔어요.”해원이 말했다.“일이 늦게 끝났어?”“예식이 밀려서요. 마지막 정리까지 하고 나니까.”오늘 아침에도 구두 안쪽에 발을 넣기가 싫었다. 다른 신발을 꺼냈다가 결국 같은 걸 신고 나왔다. 상담 때 입는 바지에 맞는 게 그것뿐이었다.“다연이는 오늘 운동도 간대요.”“퇴근하고?”“네. 저보고 같이 등록하자는데, 어제 그렇게 서 있고도 운동을 하고 싶은가 봐요.”“너는?”“안 간다고 했죠.”해원은 앞에 놓인 갈림길에서 오른쪽으로 갔다.“그랬더니 그래서 더 해야 된대요. 피곤하다고 하면 체력이 없어서 그런 거고, 안 피곤하다고 하면 할 만하겠네 그러고.”태헌이 웃었다.“빠져나갈 데가 없네.”“그러니까요.”길은 작은 화단을 돌아 다시 분수 쪽으로 이어졌다.해원이 걸음을 늦췄다.“여기 아까 왔던 데죠?”분수 가장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들이 그대로였다. 과자 봉지만 하나 더 늘어 있었다.“그런 것 같은데.”“아시면 말씀을 하시지.”“네가 이쪽으로 가길래.”“저도 처음 와봐요.”회사에서 가까웠지만 안쪽까지 들어와 본 적은 없었다. 해원은 갈림길로 돌아가 이번에는 왼쪽 길을 택했다.태헌이 따라오며 말했다.“오늘 연락 와서 반가웠어.”해원은 그쪽을 보지 않고 걸었다.왼쪽 길에는 운동기구가 몇
마지막 상담은 예약 시간을 이십 분 넘겨 끝났다.해원은 고객이 두고 간 우산을 들고 엘리베이터까지 갔다가 돌아왔다. 신부는 받을 때까지도 자기 우산인 줄 몰랐다.책상에는 상담 기록이 펼쳐져 있었다.날짜 옆에 별표를 하고, 드레스 업체에 전달할 내용을 적었다. 오전에 보낸 견적서에는 아직 답이 없었다. 내일 다시 연락할 일로 옮겼다.다연은 가방을 어깨에 걸친 채 서랍을 뒤지고 있었다.“뭐 찾아?”“이어폰. 분명 넣었는데.”해원은 의자 밑을 봤다. 없었다.“먼저 가. 찾고 갈게.”“나도 아직.”다연이 서랍을 통째로 빼려다 말고 코트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아.”“찾았네.”“서랍 정리하려던 거야.”다연은 서랍을 밀어 넣고 나갔다.해원도 상담 기록을 덮었다.휴대전화를 꺼내 태헌과의 대화창을 열었다. 자판 위에 손가락을 올렸다가, 그대로 썼다.[오늘 잠깐 볼 수 있어요?]보내고 나니 시간이 눈에 들어왔다.여섯 시가 조금 넘었다.태헌에게 저녁 일정이 있을 수도 있었다. 오늘이 어렵다고 하면 다른 날을 정하면 됐다.해원은 서랍을 잠갔다.휴대전화가 울렸다.[응. 어디로 가면 돼?]회사 정문이라고 쓰다가 지웠다. 퇴근하는 직원들이 계속 오가는 곳이었다.[회사 뒤쪽 공원 입구요. 일곱 시 괜찮으세요?][갈게.]해원은 답장을 확인하고 가방을 들었다.밖은 아직 환했다.공원까지는 십 분도 걸리지 않았다. 너무 일찍 나왔다는 걸 알면서도 사무실로 돌아가지는 않았다. 횡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