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로맨스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 34화. 지금은 명령해 주세요

Share

34화. 지금은 명령해 주세요

Author: 케사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3 18:38:03

지금은 명령해 주세요

“부탁이야.”

해원은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태헌은 기다렸다.

방금 전까지라면 그 침묵부터 불편했을 것이다. 무슨 대답을 해야 하는지, 상대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하느라 머릿속이 먼저 바빠졌을 테고.

그런데 지금은 아니었다.

대답은 알고 있었다.

싫지 않았다.

오히려 너무 쉽게 고개를 끄덕일 것 같아서 말이 나오지 않았다.

해원은 입술을 한번 다물었다가 열었다.

“그런 부탁은 조금 반칙 아닙니까?”

“뭐가.”

“계약이 끝나면 저보고 정하라고 하셨잖아요.”

“응.”

“그런데 벌써 대답을 받고 싶어 하시니까요.”

태헌이 해원을 봤다.

“대답하라고 안 했는데.”

“그렇게 들렸습니다.”

“그럼 안 해도 돼.”

너무 쉽게 물러났다.

해원은 오히려 할 말을 잃었다.

재촉하지도 않았다. 지금 말하라고 하지도 않았다.

조금 전 부탁이라고 말한 순간부터 정말 그 답은 해원의 것이 된 모양이었다.

“안 있겠다는 뜻은 아닙니다.”

태헌의 표정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

해원은 바로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8화. 너만 와

    “엄마.” 해원의 목소리가 먼저 나왔다. 수경은 대답하지 않았다. 엘리베이터 앞에 선 채 해원과 태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손에는 작은 쇼핑백이 들려 있었다. 방금 전까지 해원의 허리에 있던 태헌의 손은 이미 떨어져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조금 전 장면이 없던 일이 되지는 않았다. 해원은 자기 입술이 아직 뜨거운 것도, 둘 사이가 너무 가까웠던 것도 뒤늦게 의식했다. 태헌이 한 걸음 물러났다. 해원은 그대로 서 있었다. 이미 늦었다. 수경은 전부 봤다. “엄마, 그게…….” 말을 꺼냈지만 뒤가 이어지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 몰랐다. 수경이 천천히 두 사람 쪽으로 걸어왔다. 몇 걸음 오다가 다시 멈췄다. “너희가…….” 말이 끊겼다. 수경은 태헌을 봤다. 그리고 다시 해원을 봤다. “방금…….” 이번에도 끝까지 말하지 못했다. 해원은 엄마 얼굴을 제대로 보기 어려웠다. 차라리 화를 냈으면 덜 무서웠을 것 같았다. 수경은 아직 무슨 표정을 지어야 할지도 모르는 사람처럼 두 사람을 번갈아 보고 있었다.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 수경이 숨을 한번 크게 들이쉬었다. “잠깐만.” 누구에게 하는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수경은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가 바로 내렸다. 다시 해원을 봤다. “내가 잘못 본 거야?” 해원의 입술이 움직였다. 대답은 바로 나오지 않았다. 잘못 봤다고 하면 됐다. 순간적으로 나온 행동이었다고, 오해라고 둘러댈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엄마 얼굴을 보고 있으니 그런 말이 나오지 않았다. 수경이 다시 물었다. “……잘못 본 거 아니지?” 해원은 시선을 내렸다가 다시 들었다. 아주 작게 대답했다. “응.” 수경의 표정이 굳었다. 그 뒤로 또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해원은 수경이 자기를 보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먼저 말을 꺼내지 못했다. 수경이 겨우 입을 열었다. “그럼 너희…….” 이번에도 한 번 멈췄다. “무슨 관계야?” 해원의 가슴이 내려앉았다. 옆에 태헌이 있다는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7화. 이른 도착

    해원이 눈을 떴을 때 태헌은 아직 자고 있었다. 커튼 사이로 들어온 빛이 침대 끝까지 와 있었다. 어제 하루 종일 돌아다니다 늦게 들어왔고, 자정이 가까워서야 잠들었다. 일요일이라 둘 다 오전 일정도 없었다. 해원은 옆으로 누운 채 잠든 태헌을 잠시 보다가 침대에서 조심스럽게 빠져나왔다. 씻고 나온 뒤 냉장고를 열어봤다. 제대로 해먹을 만한 건 별로 없었다. 계란 몇 개와 우유, 식빵이 전부였다. 해원은 식빵을 꺼내다가 결국 배달 앱을 켰다. 한참 메뉴를 보고 있는데 뒤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일어났어요?” 태헌이 머리를 대충 쓸어 넘기며 주방으로 들어왔다. “응.” “뭐 드실래요?” “아무거나.” 해원이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 “그 말 제일 어려운데.” 태헌이 냉장고를 열었다. “먹을 거 없네.” “그래서 보고 있잖아요.” 태헌은 물을 꺼내 한 모금 마시더니 해원 옆에 섰다. “국밥.” “일어나자마자요?” “점심때 다 됐어.” 해원은 메뉴를 바꿔 가까운 식당에서 국밥을 주문했다. 음식이 오는 동안 거실을 조금 정리했다. 어제 벗어둔 옷을 치우고, 소파 위에 놓인 가방도 방으로 옮겼다. 태헌은 식탁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 해원이 물었다. “오늘 진짜 일정 없으세요?” “응.” “회사도요?” “전화 오면 받는 정도.” “그럼 조금 더 있어도 되겠네요.” 태헌이 고개를 들었다. “어머니 세 시에 오신다며.” “네.” “그 전에 갈 거야.” “왜요?” “아침부터 여기 있으면 이상하잖아.” 해원은 잠깐 생각했다. 수경은 태헌이 해원 집에 드나드는 것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지는 않았다. 예전부터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것도 알고 있었고, 식사나 부탁 때문에 들르는 일도 몇 번 있었다. 하지만 일요일에 전날 입었던 옷 그대로 집에서 나오는 모습을 보면 얘기가 달랐다. “그건 그렇네요.” 해원은 별다른 의미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초인종이 울렸다. 배달이 도착했다. 둘은 식탁에 마주 앉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6화. 응 엄마

    사진을 찍고 나온 뒤 둘은 한참을 더 걸었다.해는 조금씩 기울고 있었고, 거리에는 낮보다 사람이 많아졌다. 조금 걷다 보니 카페가 하나 보였다.“들어갈까요, 오빠?”말하고 나서 해원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방금 처음 부른 것도 아닌데, 사람들 사이에서 소리 내 부르니 전혀 다른 말처럼 들렸다.태헌은 안을 한번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둘은 창가 쪽 자리에 앉았다. 해원은 말차 라떼를, 태헌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주문했다. 음료가 나오기 전까지 둘 다 잠깐 휴대전화를 봤다.해원이 먼저 다음 주 일정을 열었다.“다음 주 토요일은 안 될 것 같아요.”태헌이 화면에서 눈을 들었다.“왜.”“회사 행사 있어요. 늦게 끝날 거예요.”“몇 시쯤.”“아홉 시 넘을 것 같아요.”“그럼 일요일.”해원은 일정표를 넘겼다.“일요일은 괜찮아요.”“그럼 그때 보자.”“네.”다음에도 만날지 묻는 사람은 없었다. 언제 만날지만 정했다.해원은 화면을 조금 더 내려보다가 말했다.“목요일도 늦으시죠?”“응.”“해외 쪽 회의 있는 날 아니에요?”태헌이 해원을 봤다.“기억해?”“전에 말씀하셨잖아요.”“맞아.”“그날은 저도 늦어요. 아홉 시쯤.”“그럼 금요일은?”해원이 다시 일정표를 확인했다.“금요일은 괜찮아요.”태헌은 고개를 끄덕였고, 해원도 더 말하지 않았다. 둘은 어느새 다음 주 일정까지 맞춰놓고 있었다.음료가 나왔다. 해원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5화. 오빠도요

    식당을 나온 뒤에도 둘은 어디로 갈지 정하지 않았다.해원이 아까 창밖으로 봤던 소품 가게에 먼저 들어갔다. 특별히 살 건 없었지만 작은 그릇과 향초, 문구류를 천천히 둘러봤다. 태헌은 옆에서 기다리거나 해원이 집어 든 물건을 같이 봤다.해원이 작은 유리잔 하나를 들었다.“예쁘네요.”“사.”“집에 잔 많아요.”“그래도 맘에 들면 사.”해원은 잠깐 들고 있다가 다시 선반에 내려놨다.가게를 나온 뒤에는 바로 옆 디저트 가게에 들렀다. 해원이 마들렌 하나를 샀고, 태헌은 필요 없다고 했다. 해원은 한입 먹다가 남은 걸 반으로 갈라 그의 손에 올려놨다. 태헌은 별말 없이 받아먹고 조금 뒤에 말했다.“괜찮네.”“그렇죠?”둘은 다시 걸었다.주말 오후라 거리는 사람들로 붐볐다. 해원이 사람을 피하려고 태헌 쪽으로 조금 붙자, 태헌은 자연스럽게 해원의 손을 잡았다. 한 번 잡은 손은 사람이 적어진 뒤에도 놓지 않았다.대화는 오래 이어지지 않았다. 눈에 들어오는 가게가 있으면 잠깐 들어갔다 나왔고, 마음에 드는 게 없으면 그냥 다시 걸었다. 해원이 걸음을 늦추면 태헌도 같이 늦췄고, 태헌이 길을 건너려고 방향을 틀면 해원도 별말 없이 따라갔다.한참을 걷다가 해원이 네컷사진 가게 앞에서 멈췄다.입구 옆 벽에는 사람들이 찍고 붙여놓은 사진이 가득했다. 안쪽에는 촬영 부스가 여러 개 나란히 있었고, 막 찍고 나온 커플들이 출력물을 보며 웃고 있었다.태헌이 해원을 봤다.“찍을래?”해원이 조금 의외라는 듯 그를 봤다.“먼저 물어보시네요.”“보고 있었잖아.”해원은 다시 가게 안을 봤다.“찍어요.”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4화. 그렇게 좋아?

    “그래서 어디 가요?”해원이 안전벨트를 매며 물었다.태헌은 차를 출발시키고 나서야 대답했다.“일단 가.”“어디를요.”“가면서 정하지.”해원은 바로 옆을 봤다.“진짜요?”“응.”“주인님이요?”“왜.”“이런 거 제일 싫어하시잖아요. 어디 갈지, 몇 시에 갈지, 얼마나 걸릴지 다 정해놓는 거 좋아하시면서.”태헌이 신호 앞에서 차를 세웠다.“오늘은 안 정했어.”“왜요?”“그냥.”해원은 조금 의심스러운 얼굴로 그를 봤다.“저한테 맡기려고 그러시는 거예요?”“아니.”“그럼 더 이상한데.”태헌이 웃었다.“갈 데 하나는 있어.”“역시.”“근데 거기 갔다가 그다음은 몰라.”해원은 그제야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그 정도면 주인님 기준으로는 엄청난 모험이네요.”“시끄러워.”해원은 웃으며 창밖을 봤다.토요일 낮이라 도로에는 차가 많았다. 둘 다 오전 일정이 없어서 평소보다 늦게 만났고, 점심도 아직 먹지 않은 상태였다. 해원은 어디를 가는지도 모르면서 그냥 집 앞에 내려오라는 말만 듣고 나온 참이었다. 평소 같으면 한두 번 더 물었을 텐데 오늘은 별로 상관없었다.차 안에 음악이 작게 흐르고 있었고, 태헌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해원은 휴대전화를 조금 보다가 금방 화면을 껐다.“멀어요?”“한 삼십 분.”“거기 가서 밥도 먹어요?”“근처에 있겠지.”

  • 낮에는 오빠, 밤에는 주인님   93화. 좋아했네

    “조금만 더.” 해원은 태헌을 올려다봤다. “얼마나요?” “조금.” “그게 몇 분인데요.” 태헌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허벅지를 감고 있는 로프 위로 손바닥을 천천히 움직였다. 조금 전까지 팽팽하게 힘이 들어가 있던 다리는 이제 완전히 풀려 있었다. 손이 닿아도 해원은 더 이상 피하려 하지 않았다. “주인님.” “왜.” “이거 생각보다 힘들어요.” “알아.” “아시면서 안 풀어주시고.” 해원은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좋으세요?” 태헌의 대답은 이번에도 빨랐다. “응.” “그렇게 좋으세요?” “많이.” 해원은 입술을 깨물었다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진짜 솔직하시네요.” 태헌이 해원의 허리를 감싸 조금 더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 묶인 다리가 그의 몸에 닿았다. 조금 전처럼 긴장해서 버티는 힘은 없었다. 해원은 그냥 몸을 맡긴 채 그의 어깨에 기대었다. 한동안 둘 다 말하지 않았다. 태헌의 손은 허벅지 위에 그대로 있었다. 가끔 엄지로 로프 사이의 피부를 쓸어주거나, 눌린 자리를 확인하듯 손끝을 움직였다. 해원은 그 손길을 느끼며 가만히 있다가 말했다. “저 지금 되게 이상하게 생겼죠.” “아니.” “거울로 다 봤거든요.”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