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서유정은 엘리베이터에서 박수환을 밀고 나오며 말했다.“어쩐지 이 호텔이 너무 비싸더라니. 꽃을 사는 데 비용이 다 들었나 봐요. 그리고 레스토랑 내부가 좀 이상한 것 같아요.”아무래도 너무 화려하게 꾸며진 것 같았다. 식사하는 곳을 굳이 이렇게 화려하게 꾸밀 필요가 있을까?“들어가요.”박수환을 끌고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박현우가 멀지 않은 곳에 앉아 있는 게 보였고 이혜숙과 서민형, 주희정 그리고 송지민 등의 모습도 눈에 들어왔다.서유정은 걸음을 멈추고 이혜숙을 바라보았다.“할머니, 여긴 어쩐 일이세요?”“지민아... 여긴 웬일이야? 연락도 없이...”그녀의 말이 떨어지자마자 휠체어에 앉아 있던 박수환이 벌떡 일어나 주머니에서 반지를 꺼내더니 그녀의 앞에서 무릎을 꿇었다.“유정 씨, 그동안 생각 많이 했어요. 어디서 프러포즈를 할지 당신이 받아줄지 말지... 고민 끝에 가족들과 친구들 앞에서 프러포즈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나랑 결혼해 줄래요?”서유정은 멍하니 그 자리에 서서 박수환이 들고 있는 반지와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그를 번갈아 쳐다보았다.어제 재활 치료를 할 때와는 달리 그는 전혀 다리를 떨고 있지 않았다.“그러니까 다리가 다 회복된 거예요?”“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중요한 건 당신과 남은 생을 함께 보내고 싶다는 거예요. 나랑 결혼해 줄래요?”“잠깐만요. 그게 왜 중요하지 않아요? 이미 다 나았으면서 내 앞에서 연기한 거예요? 또 날 속인 거예요?”...박수환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당신한테 서프라이즈를 해주고 싶어서요.”서유정은 퉁명스럽게 그의 얼굴을 쳐다보았다.‘서프라이즈를 하더라도 굳이 속일 것까지 없잖아...’항상 제멋대로인 이 나쁜 버릇을 고치도록 그를 단단히 혼내줘야 할 것 같았다.이렇게 많은 사람들 앞에서 갑자기 프러포즈를 하니 서프라이즈에 대한 감동보다는 오히려 깜짝 놀랐다.이때, 송지민이 서유정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유정아, 그런 건 신경 쓰지 마. 너 박수환 씨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
박수환은 박현우를 한 번 쳐다보고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오전 훈련을 마치고 박현우가 자리를 뜨려 하는데 박수환이 그를 불러세웠다.“부탁할 게 있어.”그 말에 박현우가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삼촌이 나한테 부탁할 일이 뭐가 있어요?”“유정 씨에 관한 일이야.”“무슨 일인데요?”“유정 씨한테 프러포즈할 생각인데 네 도움이 필요해.”...박수환은 자신의 생각을 말한 뒤 마지막으로 박현우를 쳐다보며 한마디 더 보탰다.“다른 사람은 믿을 수가 없어. 네가 준비해 줘. 절차는 다 생각해 두었으니까 넌 그냥 절차에 따라 준비만 하면 돼.”박현우가 말이 없자 박수환은 눈을 가늘게 뜨고 물었다.“뭐야? 아직도 유정 씨한테 마음이 있는 거야?”“아니에요. 유정 누나가 좋아하는 건 삼촌이에요. 어떻게 딴마음을 품어요? 걱정하지 말아요. 이 일은 나에게 맡겨요.”“그래. 그만 가 봐.”“네.”병원을 나선 후, 박현우는 바로 비서에게 전화를 걸었다.“지금 하고 있는 일 다 제쳐두고 앞으로 며칠 동안은 중요한 일을 처리해야 해.”일주일 후.박현우는 한성시의 최고급 호텔 옥상에서 박수환에게 전화를 걸었다.“삼촌, 준비 다 됐어요. 언제 올 거예요?”“30분 후에 도착할 거야.”전화를 끊은 박수환은 핸드폰을 내려놓고 서유정을 쳐다보았다.“유정 씨, 오늘 저녁은 나가서 먹을까요?”사건 기록을 보고 있던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를 쳐다보았다.“왜 갑자기...”“병원 음식이 질렸어요. 당신이 한성시에 온 지도 두 달이 넘었는데 계속 병원에서 나랑 함께 있으면서 밖에 나간 적도 없잖아요. 우리 나가서 맛있는 거 먹어요.”잠시 망설이던 서유정은 컴퓨터를 껐다.“그래요.”30분 후, 검은색 카이엔이 한성시의 최고급 호텔 입구에서 멈춰 섰다.호텔의 으리으리한 문을 바라보며 서유정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밥 한 끼 먹는데 이런 곳까지 와야 해요?”그녀는 박수환이 그저 아무 식당이나 찾아가는 줄 알았다.이전에 이 레스토랑에 대해 들은
옷을 정리하고 있던 서유정은 흠칫하더니 이내 어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렇게 빨리 자신이 한 말을 번복하게 될 줄은 몰랐다.사실 며칠 지나고 나니까 박수환에 대한 화는 거의 다 풀린 상황이었다. 조금 전, 박수환이 넘어지는 영상을 보고 나니 더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그렇게 똑똑히 기억하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오은화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농담이에요. 얼른 짐 싸세요. 어르신께는 제가 말씀드릴게요.”“네.”다음 날 아침, 서유정은 제일 빠른 비행기를 타고 한성시로 갔다.그녀가 병원에 도착했을 때, 박수환은 병실에 없었다.간호사한테 그가 한창 재활 치료 중이라는 말을 듣고 서유정은 곧장 그곳으로 달려갔다.재활 치료실 안, 박수환은 땀을 뻘뻘 흘리며 난간에 손을 얹고 몸의 중심을 천천히 앞으로 기울였다.걸음을 옮기려고 애를 썼지만 두 다리에 모래주머니를 채운 듯 아무리 애를 써도 움직일 수가 없었다.얼굴이 붉어지고 땀방울이 계속 떨어지는 것을 보고 물리 치료사가 서둘러 입을 열었다.“박 대표님, 너무 조급해하지 마세요. 매일 조금씩 나아지면 되는 겁니다. 다리가 예전처럼 회복되려면 시간이 필요할 거예요.”박수환은 난간을 꽉 잡고 물리 치료사를 올려다보았다.“보통 얼마 정도 걸립니까?”다리만 정상이었다면 바로 연화시로 서유정을 찾아갔을 것이다.그동안 서유정은 박현우에게 그의 상황에 대해 묻는 것 외에는 그에게 전화를 한 적도 문자를 보낸 적도 없었다.분명 아직도 화가 나 있을 것이다.여자가 화냈을 때 바로 달래주지 않으면 점점 더 화가 나서 결국 실망하고 떠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빨리 돌아가지 않으면 서유정이 자신을 용서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그 생각에 박수환은 안색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박수환의 차가운 시선에 물리 치료사는 조금 겁을 먹은 듯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박 대표님처럼 이렇게 열심히 하시면 한 달 정도 걸릴 거예요.”“한 달은 너무 길어요. 뭐 다른 방법 없어요? 보름 안에 회복될 수
“걱정하지 않는다면서 왜 핸드폰만 쳐다보고 있어? 밥도 제대로 먹지 않고.”...안색이 어두워진 서유정을 보며 이혜숙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렇게 걱정되면 한성시로 가. 막지 않을게.”한동안 말이 없던 서유정은 이혜숙을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이렇게 빨리 그 사람을 용서하고 싶지 않아요. 제가 얼마나 애가 탔는데요. 전 박씨 가문의 별장 앞에서 일주일 넘게 서 있었어요.”“그거야 교통사고 때 박 선생이 널 목숨 걸고 지켜주었기 때문에 네가 그런 거잖아. 박 선생이 너에 대한 마음은 진심이야. 그리고 너도 말했다시피 박 선생의 본의는 회복되고 나서 널 찾아오려고 한 것이지 네 마음을 다치게 하려는 게 아니라면서. 박 선생의 입장에서 보면 박 선생도 잘못한 거 없어.”그 말에 서유정은 기분이 언짢아졌다.“할머니, 왜 팔이 밖으로 굽으세요? 할머니 친손녀는 저예요.”“네가 내 친손녀니까 이런 말을 하는 거야. 두 사람이 함께하다 보면 싸울 때도 있는 법이야. 정말 혼자 재활 치료를 하게 그냥 둘 거니?”서유정은 차갑게 콧방귀를 뀌었다.“어차피 그 사람은 처음부터 저한테 이 사실을 알릴 생각도 없었고 재활하는 동안 같이 있어 달라고 한 적도 없어요.”“네가 마음을 그렇게 굳게 먹었다면 나도 더는 할 말 없다.”저녁을 먹고 난 뒤, 침실로 돌아온 서유정은 고민 끝에 박현우에게 문자를 보냈다.[현우 씨, 수환 씨는 좀 어때요?]박현우는 문자 대신 영상을 하나 보내왔다. 영상 속, 박수환은 의료진의 도움을 받아 걷는 연습을 하고 있었다.그는 두 손을 난간에 짚고 몸을 힘겹게 앞으로 옮겼다.얼마 지나지 않아, 콩알만 한 땀방울이 이마에서 떨어지기 시작했고 많이 고통스러운 건지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종점에 거의 다다랐을 때, 갑자기 팔이 미끄러져 바닥에 넘어졌다.그 순간 서유정의 가슴도 철렁 내려앉았다. 그녀는 무의식적으로 핸드폰을 꽉 움켜쥐었다.심호흡을 하던 서유정은 바로 박현우에게 전화를 걸었고 전화는 이내 연결되었다.“네, 누나.”“
서유정은 눈을 내리깔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이제야 알 것 같아요.”말을 마친 그녀는 차 문을 열고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유정 씨, 가지 마요.”박수환은 손을 뻗어 단숨에 그녀를 꽉 끌어안았다.“미안해요. 내가 너무 어리석었어요. 당신한테 상처를 줬다는 거 알아요. 어떻게 하면 날 용서하겠어요? 용서만 해준다면 뭐든지 다 할게요.”“나 좀 놔줘요.”“싫어요. 놓아주면 떠날 거잖아요. 나한테 화가 나서 다시는 날 안 보려고 할 거잖아요.”그 말을 들으면서 어이가 없기도 했고 웃음이 나기도 했다.화를 낼 거라는 걸 모르고 속였단 말인가? 매일 별장 입구에서 기다리고 있는 걸 보고도 모른 척했 때, 그녀가 화를 낼 거라는 생각은 안 들었던 건지...“수환 씨는 날 놀리는 게 재미있어요?”말이 떨어지는 순간, 그녀를 안고 있던 손이 갑자기 굳어졌다.“미안해요... 내가 잘못했어요.”“잘못한 거 알면 이거 놔요.”“싫어요.”쥐 죽은 듯 조용한 차 안에는 두 사람의 숨소리만 들렸다.한참이 지나서야 서유정이 힘없이 입을 열었다.“수환 씨, 나 집에 가고 싶어요.”그동안 일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는 바람에 몸도 마음도 많이 지친 상황이었다.박수환이 진작에 깨어나고도 자신에게 숨긴 사실을 알고 나니 갑자기 피곤함이 몰려왔다. 아무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그냥 푹 쉬고 싶었다.“그래요. 돌아가고 싶으면 나랑 같이 가요.”“아니요.”서유정은 고개를 가로저으며 그를 쳐다보았다.“혼자 갈 거예요. 당신이 그랬잖아요. 회복하는 동안에는 내가 곁에 있는 게 싫다고요. 내가 돌아가면 당신도 마음이 한결 편할 거예요.”“그런 거 아니에요. 유정 씨...”“아무래도 상관없어요. 이만 놔줘요. 너무 힘들어요. 집에 가고 싶어요.”너무 피곤해서 아무런 생각도 하기 싫었고 박수환을 용서할지 말지도 지금은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서유정의 진지한 얼굴을 보고 박수환은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그녀의 뜻을 알아차린 듯 그는 천천히 그녀
집사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그래요. 정말 못 버티겠으면 꼭 돌아가요. 건강이 제일 중요한 겁니다.”“네, 그럴게요.”별장으로 돌아온 집사는 연정미에게 다가갔다.“사모님, 서유정 씨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합니다.”연정미는 옅은 미소를 지었다.“어디 한번 보자고. 서유정의 마음이 더 단호한지 수환이의 마음이 더 단호한지.”비는 점점 더 많이 내렸고 별장 입구의 길가에 물이 고이기 시작했다.서유정은 빗속에서 또 한 시간 넘게 서 있었다. 젖은 옷이 몸에 달라붙었고 춥고 배가 고파서 서 있기가 힘들었다.얼굴이 창백해진 그녀는 몸이 무너질 듯 휘청거리기 시작했다. 언제라도 바닥에 쓰러질 것만 같았다.차에 앉아 있던 박수환은 비를 맞고 있는 그녀를 보며 차 문을 꽉 움켜쥐었다.운전기사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했다.“대표님, 이미 한 시간째입니다. 이러다가 쓰러지실 거예요...”그의 말이 떨어지자 차 안은 한없이 조용해졌다.잠시 후, 박수환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가까이 다가가요.”“네.”운전기사는 바로 차를 몰고 서유정의 옆으로 다가갔다.차 한 대가 옆에 멈춰 선 것을 눈치채고 서유정은 고개를 돌렸다.순간, 그녀의 손에 있던 우산이 바닥에 떨어졌다. 쏟아지는 폭우를 사이에 두고 두 사람은 시선이 마주쳤다. 서유정은 믿을 수 없는 표정을 지으며 멍하니 서 있었다.“유정 씨, 일단 타요.”문이 열리자 서유정은 어안이 벙벙해진 채로 차에 올라탔다.차가 박씨 가문의 별장을 떠나고 나서야 서유정은 조금 정신이 돌아왔다.“언제 깨어났어요? 사모님께서는 당신을 해외에 있는 요양원으로 보냈다고 하셨어요. 당신한테 가고 싶었는데 어디에 있는지 몰라서...”박수환은 수건을 꺼내 젖은 그녀의 머리를 닦아주었다.“내가 나중에 다 설명할 테니까 일단 머리부터 닦아요.”30분 후, 차는 다른 별장으로 들어갔다.단독주택 문 앞에 멈춰 선 뒤, 박수환이 서유정을 향해 입을 열었다.“먼저 들어가 있어요. 비밀번호는 유정 씨의 생일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