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오자마자 우빈이가 하예정의 볼에 뽀뽀하는 걸 보더니 아니 글쎄 세 살짜리 애와 질투하고 있었다.전태윤은 아이를 안고 먼저 방에 돌아가며 얘기했다.“이모부 하고 싶은 말이 뭔데요?”아이가 궁금한 듯 물었다.이어서 이모부의 장편 연설이 시작됐다.아이는 마냥 한심할 따름이었다.이모부가 한 말을 대부분 알아듣지 못했고 유일하게 캐치한 한 가지는 바로 우빈이도 남자기에 이모에게 자꾸 뽀뽀하면 안 된다는 뜻이었다.다만 이모인데 대체 왜?이모는 우빈에게 뽀뽀할 수 있는데 왜?결국 아이는 어른들의 세계가 참 복잡하다는 결론밖에 못 지었다.전태윤이 아이에게 한 말은 하예정을 어이없게 할 따름이었다. 그녀는 마지못해 남편에게 말했다.“여보, 우빈이 데리고 올라가서 씻어요.”“그래.”전태윤은 아이를 안고 위층으로 올라가며 계속 말을 이었다.“오늘 밤엔 이모부가 씻겨줄 거야.”“우빈이 장난감 가지고 가서 씻을 거예요.”“물총 챙겨.”“네.”어른과 아이가 사이좋게 조건을 상의하며 위층으로 올라갔다.이때 하예진이 동생에게 말했다.“제부 저러면 우빈이 버릇 나빠져.”“아니야. 많이 예뻐해도 원칙은 있어. 그냥 예뻐해 주는 건 아니야. 언니가 애 교육을 잘 시켜서 응석받이로 크지 않았어. 해야 할 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잘 알아.”우빈은 지금 만인의 사랑을 한몸에 받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성씨 일가와 전씨 일가 모두 아이를 지극정성으로 살핀다.“너한테 할 얘기 있어.”하예정이 언니를 쳐다봤다.“동명 씨 어머님이 아까 밤에 잠깐 만나자고 해서 얘기 나누고 왔어.”동생 앞에서 하예진은 굳이 뭘 숨길 필요가 없다.하예정은 무슨 일이 생기면 그녀와 상의하고 그녀의 의견을 묻는다.언니인 그녀도 마찬가지이다.“사모님이 몇백억짜리 수표를 쥐여주며 언니더러 동명 씨 멀리 떠나래?”하예진이 째려보자 그녀가 웃었다.“드라마에서 자주 나오길래.”하예정은 언니가 윤미라와 만났다고 하여 절대 손해 볼 거란 걱정은 없다.“사모님이 많은 얘기
“예정아, 이래서 우린 자매인가 봐. 나도 똑같이 반박했어. 왜 내가 떠나야 하냐고, 왜 내가 희생해야 하냐고 되물었어.”“언니, 피하는 것만이 정답은 아니야. 지금 있는 그 거리에서 이사하지 마. 가게를 연 지도 한동안 됐고 이제 겨우 단골이 쌓여가는데 지금 이사하면 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해.”“언니 마음만 잘 단속하고 동명 씨한테 넘어가지만 않으면 동명 씨가 아무리 애써도 소용없어. 만약 사모님 요구대로 우빈이 데리고 관성을 떠났는데 동명 씨가 평생 언니를 잊지 못하고 여생을 언니네 모자만 찾는 일에 전념하면 어떡할 거야?”“한동안 구애했고 아무런 대답도 못 들었어. 게다가 사모님이 계속 설득하고 말리고 계시니 시간이 지나면 포기하고 마음 접을 거야. 그땐 언니도 훨씬 홀가분해질 거고.”하예진도 똑같은 생각이었다.떠난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동생도 같은 뜻이니 가게를 옮기지도 않고 관성을 떠날 일은 더더욱 없다.본인의 마음은 본인이 꼭 잘 단속할 테니까.동생에게 털어놓고 동생의 의견도 들으니 하예진은 더는 사모님과의 대화를 마음에 새겨두지 않았다.애쓰고 싶다면 윤미라 스스로 애쓰면 될 일이다.어차피 하예진은 이미 윤미라에게 맹세했다. 윤미라가 반대하는 한 절대 노씨 일가에 시집갈 일이 없다고 말이다. 설사 윤미라가 허락한다고 해도 하예진은 반드시 노씨 일가에 시집간다는 보장이 없다.“먼저 갈게. 내일 또 가게 문 열어야 해.”하예진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동생에게 말했다.“언니, 너무 늦었어. 그냥 여기서 자.”“이 길은 이젠 너무 익숙해졌어. 더 늦어도 혼자 운전해 갈 수 있어. 나 또 새벽에 일어나야 해서 너랑 제부 쉬는 데 방해돼. 특히 제부는 업무가 다망한데 제대로 휴식하지 못하면 다음 날 어떻게 일하라고 그래.”하예진은 동생의 호의를 완곡하게 거절했다.한사코 동생네 집에서 밤을 지새우지 않겠다고 하니 하예정도 어쩔 수 없이 언니를 배웅했다.“우빈이 어느 유치원 보낼지는 정했어?”하예정이 조카 유치원에 관해 묻자 하
“알았어. 그럼 바로 태윤 씨한테 전할게.”하예정은 우빈의 학비 문제로 언니와 다투지 않았다.언니가 우빈을 관성 유치원에 보내겠다고만 하면 된다. 언니도 학비쯤은 부담할 수 있으니까.하예진의 말대로 우빈은 그녀의 아들이니 당연히 엄마가 학비를 부담해야 한다.만약 언니인 하예진이 학비를 부담할 능력이 못 된다면 아이를 관성 유치원에 보낼 생각도 없을 것이다.하예정은 언니를 너무 잘 안다.그녀가 지금 전씨 일가의 사모님이 되어 차고 넘치는 게 돈이라지만 언니는 끝까지 동생에게 돈 얘기를 언급하지 않고 스스로 해결할 것이다.하예진은 동생에게 돈 얘기를 꺼냈다가 자신 때문에 동생이 시댁에서 지위가 흔들릴까 봐 늘 걱정이다.하예정도 돈만 받고 가족들의 일을 해결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상대의 고민을 해결해주는 것보다 상대에게 스스로 해결할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더 나으니까.“예정아, 고마워들. 너희 부부 덕분에 우빈이가 좋은 유치원에 들어갈 수 있겠어.”하예진은 동생 부부에게 너무 감격스러웠다.“언니, 또 이런 말 하면 나 진짜 화낼 거야. 언니가 없으면 난 무슨 지경이 됐을지도 몰라. 우린 친자매야. 서로 의지하며 살아온 자매라고. 우빈이도 내가 키워온 아이라 친자식이나 다름없어. 아이의 교육 문제에서 나도 언니만큼 중시해. 우리가 능력이 없고 조건이 안 될 땐 좋은 학교를 바라보며 한숨만 쉬었지만 이젠 능력도 있고 기회도 생겼으니 당연히 제일 좋은 곳으로 보내야지, 안 그래?”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알았어. 이젠 그런 겉치레의 말은 안 할게. 늦었어, 너도 얼른 들어가서 자. 마중 나올 필요 없어. 처음 오는 것도 아니고, 이젠 이곳이 내 집 같아.”“언니는 말로만 자기 집 같다면서 몸이 나으니 가장 먼저 월세방으로 돌아갔잖아. 새집 사준다고 해도 기어코 싫다고 하고.”하예정이 투덜댔다.“나 혼자 살 수 있어. 네 마음만 받을게. 차 사는 것도 마찬가지야. 내가 쓸 일이 생기면 당연히 혼자 가서 뽑아. 너희한테 받을 필요 없어.
아이가 고개를 끄덕이자 하예정은 얼른 바닥에 내려놓고 손을 잡은 채 방으로 돌아갔다.전태윤은 이제 막 위층에서 내려오며 이모와 조카를 보더니 활짝 웃었다.“녀석 빨리도 도망치네. 옷 갈아입히자마자 토끼보다 더 빨리 도망쳐. 처형은 갔어?”“네, 갔어요.”곧이어 부부가 소파에 앉았다.우빈은 두 사람 앞에서 혼자 장난감을 놀았다.“여보, 우빈이 유치원 말인데 언니가 당신더러 도와 달라요. 우빈이를 관성 유치원으로 보낼 수 있으면 그렇게 해줘요. 돈은 얼마가 필요하면 그때 가서 언니한테 말해주면 돼요. 언니가 비용을 부담하겠대요.”“내가 도울 수 없다면 말을 꺼내지도 않았어. 나한테 맡겨. 우빈이는 무조건 관성 유치원으로 보낼 거야. 비용도 신경 쓰지 마. 설사 비용이 생긴다고 해도 내가 대신 내면 돼. 학비는...”전태윤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하예정이 덥석 가로챘다.“언니가 우빈이는 제 아들이니 학비는 반드시 자신이 부담하겠대요. 엄마로서의 책임이래요 이건. 언니도 학비를 감당할 수 있으니 우빈이를 제일 좋은 유치원에 보내겠다고 하는 거예요. 우리가 언니랑 학비로 다투면 분명 우빈이를 관성 유치원에 안 보내려고 할 거예요. 여보, 당신이 내준 미션 나 너무 어려워요.”전태윤은 처형의 성격을 되새기며 말했다.“그래, 우리도 다투지 말자. 처형께 드리는 별장은 무조건 드릴 거야. 시간 날 때 집 보러 다니자 우리. 인테리어 다 된 거로 봐. 처형이 또다시 인테리어에 신경 쓸 필요 없게.”“그래요.”하예정은 남편에게도 오늘 밤 윤미라가 하예진을 만난 일을 알렸다.이에 전태윤은 전혀 의외가 아니라는 반응이었다.만약 전씨 일가와 성씨 일가가 없었다면 윤미라의 성격상 일찌감치 하예진을 관성에서 내쫓아버렸을 것이다.“처형과 동명의 일은 두 사람 보고 알아서 하라고 해. 사모님이 강압적으로 처형을 대하지만 않으면 우리도 끼어들지 말자.”하예정이 고개를 끄덕였다.하예진은 홀로 월세방에 돌아오다가 의외로 전남편 주형인이 집 문 앞에 서 있는 걸 발견
병원에서 나온 후 주형인은 서현주와 함께 다른 백화점으로 가서 그녀가 사고 싶은 물건을 샀다.집에 돌아왔지만 줄곧 노동명과 우빈이가 친하게 지내던 장면이 떠올라 기분이 잡쳤다. 노동명이 진짜 아들을 뺏어가고 아빠 노릇을 할까 봐 걱정됐다.서현주가 잠든 후 그는 몰래 집에서 나와 간식거리와 장난감을 사서 바로 전 아내의 집으로 달려왔다.하예진의 마음은 되돌릴 생각이 없다.엎어진 물은 다시 담을 수 없으니 그와 하예진은 이번 생에 더는 불가능하다.하지만 아들은 그의 핏줄인데 어찌 전처에게 대시하는 남자와 그토록 친밀하게 지낸단 말인가? 노동명은 이젠 우빈의 아빠 자리를 심각하게 위협하고 있다.“당신 아내 뱃속의 아이는 괜찮지?”하예진이 차분하게 물었다.주형인은 난감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응, 괜찮아.”“우빈이는 먹을 것도, 장난감도 부족하지 않아. 이렇게 많이 사 올 필요 없어.”“알아 부족하지 않은걸. 하지만 이건 아빠로서의 내 마음이야. 예진아, 내가 떠나고 우빈이 실망하지 않았어?”주형인은 아들에게 미안했다.전에는 아들과 함께한 시간이 너무 적었다.그때 마침 서현주와 불타는 사랑을 할 때라 모든 신경이 그녀에게 꽂혔다.이혼한 후에도 아들과 함께한 횟수가 손꼽힐 만큼 적었다.“조금 실망했는데 금방 나아졌어.”주형인은 아들이 자신이 떠난 것 때문에 실망했다고 하자 조금은 마음이 놓였다. 적어도 아들은 친아빠인 그를 신경 쓰고 있으니까.하예진은 전남편에게 온수 한 잔 따랐다.주형인은 잠시 침묵한 후 하예진을 바라보며 떠보듯이 물었다.“예진아, 너랑 동명 씨...”“왜?”하예진이 되물었다.“아니야, 아무것도. 난 왠지 너랑 동명 씨가 안 어울리는 것 같아서. 네가 재혼하는 걸 말리진 않는데 우빈의 친엄마로서 재혼한다면 아이도 데리고 가야 하잖아. 만약 불행한 결혼을 해서 내 아들이 상처받으면 어떡할까 두려워. 그래서 이렇게 얘기하는 거야.”주형인은 자신의 질투에 핑계를 둘러댔다.“예진아, 꼭 생각 잘하고 결정해야 해.
임신 전에도 시댁 식구들이 우빈을 관심하는 걸 꺼렸는데 이젠 임신까지 했으니 더 질색한다.서현주를 언급하자 주형인은 역시나 좌불안석이었다.그는 곧장 자리를 떠났다.전남편을 보낸 후 하예진은 문을 닫고 안으로 잠그며 마음속으로 은은한 쾌감이 들었다.전남편이 재혼하고 난리법석인 나날을 보내서일까?한편 그녀와 우빈은 점점 더 나은 삶을 보내고 있다. 이게 바로 전남편에 대한 최고의 복수이다.그렇게 밤이 지나가고 또 새로운 하루가 시작되었다.이어진 며칠 동안 하예정이나 하예진이나 전부 바삐 보냈다.노동명은 여전히 매일 아침 하루 토스트에 와서 아침을 먹고 하예진에게 꽃과 갖은 선물 공세를 했다. 하예진이 받지 않아도 그는 매일 견지했다.전태윤은 우빈을 성공적으로 관성 유치원에 등록시켰다. 9월이면 우빈은 관성 유치원으로 다닐 수 있다.날도 점점 무더워지고 곧장 6월에 접어들었다.관성의 6월은 그야말로 찜통더위였다.신혼여행 중이던 소정남, 심효진 부부는 이런 무더운 6월에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소정남은 아내와 신혼을 더 즐기려고 일부러 전태윤에게 신혼 휴가를 두 달이나 받았다.신혼여행을 떠날 때 이들 부부는 밖에서 두 달 동안 실컷 놀다가 돌아오겠다고 했는데 한 달이 지나자마자 집에 돌아왔다.부부가 미리 신혼여행을 마치고 돌아왔다는 소식에 하예정은 바로 수상한 조짐이 들었다. 그녀가 소식을 접했을 때 마침 성소현도 본가에서 돌아와 이참에 두 자매가 함께 소씨 일가로 방문했다.소씨 일가에 도착하니 심효진이 침대에 누워있다는 말을 들었다. 이에 두 자매는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화들짝 놀랐다.“아줌마, 저 올라가서 효진이 볼게요.”하예정은 초조한 마음에 친구에게 무슨 일이 생겼는지 알고 싶어 최민주와 더는 격식을 차릴 새도 없이, 의자에 얼마 앉아있지도 않고 바로 위층에 올라가려 했다.이에 최민주가 웃으며 말했다.“그래, 가정부랑 함께 올라가 봐.”소정남도 위층에 있었다.최민주는 가정부에게 분부하여 하예정과 성소현을 위
“처음 석 달은 각별히 조심해야 해. 여행하고 싶으면 나중에 애 낳고 나가 놀자. 네가 싫증 날 때까지 함께 놀게. 맹세해.”소정남은 아내에게 다짐했다.현재는 모든 중심을 그녀 뱃속의 아기에게 두어야 한다.심효진이 건강하고 이제 막 임신했다고는 하지만 조심해서 나쁠 건 없다. 소정남은 감히 소홀히 할 수 없어 아내가 임신한 걸 알자마자 모든 여행 일정을 스톱하고 부랴부랴 집으로 돌아왔다.심지어 큰형에게 가정용 개인비행기를 빌려서 말이다.소지훈도 제수의 임신 소식을 매우 중시하며 소정남의 전화를 받자마자 그들 부부에게 개인비행기를 보내서 집까지 데려왔다.소정남은 그들 세대 중에서 가장 먼저 결혼한 사람이고 심효진 뱃속의 아이도 소씨 일가의 첫 후대이니 그녀의 임신 소식은 온 가족을 흥분케 했다. 부부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수많은 친척들이 영양제를 보내왔다.일부 연장자 친척들은 아이가 태어난 후 사용할 생활용품까지 한가득 사 보냈다.다들 이토록 심효진의 아이를 중시하는데 소정남이 긴장을 늦출 수 있을까?“아이가 태어나면 또 애를 두고 나갈 순 없다고 여행을 마다할 거면서! 얼른 가서 예정이, 소현 언니 문 좀 열어줘.”심효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소정남이 재빨리 그녀를 말렸다.“누워있어. 금방 열어줄게.”소정남은 아내가 침대에서 내려올까 봐 얼른 가서 문을 열었다.“정남 씨.”소정남을 본 하예정과 성소현은 이구동성으로 그에게 인사했다.“예정 씨, 소현 씨, 오셨어요. 효진이 방에서 쉬고 있어요.”소정남은 웃으며 길을 내주었다. 두 여자가 방으로 들어갈 때 그는 나지막이 하예정을 불렀다.하예정은 걸음을 멈추고 그를 바라봤다.“예정 씨, 저 대신 효진이 꼭 좀 잘 봐주세요. 침대에서 내려오면 안 돼요. 우리 몇 시간 동안 비행기 타고 이제 막 돌아와서 많이 피곤할 거예요. 효진이가 얌전히 있지 못하고 자꾸 침대에서 내려오려고 해서 걱정이네요.”하예정이 웃으며 답했다.“알았어요. 제가 대신 잘 돌볼게요. 함부로 나다니지 않게 잘
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효진 씨네 부부 참 행복하네요. 신혼여행 갔다가 바로 임신하고요. 축하해요 효진 씨. 임신한 걸 미리 알았다면 올 때 영양제라도 사 오는 건데.”“예정이도 태윤 씨한테 두 분 미리 돌아온 걸 전해 들었어요. 소식 듣자마자 효진 씨가 걱정된다면서 바로 달려오느라 빈손으로 왔네요.”심효진이 재빨리 말했다.“영양제는 됐어요. 제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 집안 친척들이 갖은 영양제를 사 와서 깜짝 놀랐잖아요.”대가족이고 서로 관계가 좋다 보니 선물 스케일이 사람을 놀라게 할 따름이다.“아직 임신 초기라 그렇게 몸보신할 필요도 없어요. 하루 세끼 정상대로 먹으면 되니까. 두 사람은 절대 영양제 사 오지 마세요. 제가 부탁드릴게요.”심효진은 두 친구에게 싹싹 빌며 말했다. 그 모습에 다들 실소를 터트렸다.가정부가 과일이랑 디저트를 들고 들어왔고 심효진은 두 친구에게 음식을 권했다.하예정과 성소현도 더는 격식 차릴 것 없이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금방 하예정의 고향 집에서 돌아와 허기진 참이라 과일로 배를 채웠다.“효진 씨 입덧해요?”성소현이 컵에 물을 따르고 한 모금 마시더니 궁금한 듯 심효진에게 물었다.“우리 새언니는 아직도 입덧이 심해요. 아마 출산 때까지 토할 것 같아요.”성소현은 매번 새언니가 입덧으로 토할 때마다 엄마는 참 위대하다는 걸 새삼 느끼곤 한다.그녀는 사석에서 오빠에게 꼭 새언니를 잘해주라고, 절대 새언니를 저버리면 안 된다고, 저토록 힘들게 아이를 낳고 키우니 평생 잘해줘야 한다고 당부한다.오빠가 새언니에게 미안할 짓을 하면 그녀가 제일 먼저 오빠를 혼낼 것이다.성소현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성기현은 그녀의 머리를 살짝 내리친다.그도 그럴 것이 성기현은 아내 사랑이 지극해 웬만해서 그를 뛰어넘을 남편감이 없는데 동생이 아직도 그런 협박을 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어 동생의 머리를 내리칠 따름이다.“금방 임신해서 아직은 아무 반응이 없어요. 입덧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심효진도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