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현이 웃으며 말했다.“효진 씨네 부부 참 행복하네요. 신혼여행 갔다가 바로 임신하고요. 축하해요 효진 씨. 임신한 걸 미리 알았다면 올 때 영양제라도 사 오는 건데.”“예정이도 태윤 씨한테 두 분 미리 돌아온 걸 전해 들었어요. 소식 듣자마자 효진 씨가 걱정된다면서 바로 달려오느라 빈손으로 왔네요.”심효진이 재빨리 말했다.“영양제는 됐어요. 제가 집에 도착하기도 전에 이 집안 친척들이 갖은 영양제를 사 와서 깜짝 놀랐잖아요.”대가족이고 서로 관계가 좋다 보니 선물 스케일이 사람을 놀라게 할 따름이다.“아직 임신 초기라 그렇게 몸보신할 필요도 없어요. 하루 세끼 정상대로 먹으면 되니까. 두 사람은 절대 영양제 사 오지 마세요. 제가 부탁드릴게요.”심효진은 두 친구에게 싹싹 빌며 말했다. 그 모습에 다들 실소를 터트렸다.가정부가 과일이랑 디저트를 들고 들어왔고 심효진은 두 친구에게 음식을 권했다.하예정과 성소현도 더는 격식 차릴 것 없이 디저트를 먹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금방 하예정의 고향 집에서 돌아와 허기진 참이라 과일로 배를 채웠다.“효진 씨 입덧해요?”성소현이 컵에 물을 따르고 한 모금 마시더니 궁금한 듯 심효진에게 물었다.“우리 새언니는 아직도 입덧이 심해요. 아마 출산 때까지 토할 것 같아요.”성소현은 매번 새언니가 입덧으로 토할 때마다 엄마는 참 위대하다는 걸 새삼 느끼곤 한다.그녀는 사석에서 오빠에게 꼭 새언니를 잘해주라고, 절대 새언니를 저버리면 안 된다고, 저토록 힘들게 아이를 낳고 키우니 평생 잘해줘야 한다고 당부한다.오빠가 새언니에게 미안할 짓을 하면 그녀가 제일 먼저 오빠를 혼낼 것이다.성소현이 그런 말을 할 때마다 성기현은 그녀의 머리를 살짝 내리친다.그도 그럴 것이 성기현은 아내 사랑이 지극해 웬만해서 그를 뛰어넘을 남편감이 없는데 동생이 아직도 그런 협박을 하고 있으니 어이가 없어 동생의 머리를 내리칠 따름이다.“금방 임신해서 아직은 아무 반응이 없어요. 입덧이 심하지 않았으면 좋겠네요.”심효진도
“그래요. 두 사람 알아서 해요. 내 도움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요.”심효진은 자신이 도울 수 있는 게 돈밖에 없는 것 같아서 내내 미안했다.이에 하예정과 성소현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일단 태교에나 전념해요.”심효진이 말했다.“임신해도 일할 수 있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임신 중에도 출근하는데. 출산할 때까지 회사 다니잖아.”“그건 다른 사람들이고. 넌 달라. 넌 그냥 집에서 얌전히 지내기만 하면 돼.”하예정이 가볍게 웃었다.“정남 씨가 저토록 긴장한 걸 봐서는 너 앞으로 가게 나가보려고 해도 허락하지 않을 기세인데.”“...”심효진은 말을 잇지 못했다.세 여자가 잠시 수다를 떤 후 소정남이 노크했다.그는 문을 열고 쟁반에 죽 한 그릇 담아서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왔다. 안 봐도 심효진에게 먹일 영양죽이겠지.“예정 씨, 태윤이 왔어요. 아래에 있어요.”소정남은 가까이 다가오며 하예정에게 말했다.그는 죽을 침대 머리맡에 내려놓고 성소현에게도 말했다.“소현 씨, 예준하 씨도 소현 씨 데리러 왔어요. 함께 저녁을 하자네요.”세 여자는 그제야 날이 어두워졌다는 걸 알아챘다.“효진아, 잘 쉬고 있어. 우린 이만 가야겠어. 다음에 또 보러 올게.”하예정과 성소현은 각자 사랑하는 사람이 데리러 왔다는 말에 더 머무르지 않았다.두 사람이 나간 후 소정남이 아내에게 말했다.“여보, 이거 엄마가 직접 끓이신 전복죽이야. 안 뜨거우니까 일단 먹고 반 시간 후에 밥 먹자.”심효진이 대답했다.“나 아직 배 안 고파.”“함께 디저트 먹었어?”“아니. 왠지 이젠 단 게 안 당겨.”심효진은 말로는 배가 안 고프다고 하지만 어느덧 죽을 들고 한 입 떠먹었다.시어머니가 그녀를 위해 직접 끓여주신 죽인데 마다할 리가 있을까. 당연히 한 그릇 싹 다 비워야지.“뭐 먹고 싶어? 내가 사 올게.”소정남은 여자가 임신하면 입맛이 바뀐다는 걸 알고 있다.“망고 먹고 싶어. 껍질 발라서 먹기 좋게 자른 거, 그 위에 고춧가루랑 진피가루 솔솔 뿌
“아니야, 아무것도. 방금 장인어른, 장모님께 말씀드렸더니 두 분도 엄청 기뻐하셔.”소정남은 집으로 돌아와서야 장인, 장모께 알리지 못했다는 게 생각났다. 심효진이 친구들과 얘기를 나눌 때 그는 곧바로 장모님께 전화 드려 이 소식을 알렸다.심씨 일가도 당연히 매우 기뻐했다.“엄마, 아빠만 알려주면 됐어. 온 세상에 소문 퍼뜨리려고 하지 마. 임신 초기는 불안정할 때라 일단 3개월이 지나거든 그때 천천히 알려도 돼.”소정남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그도 임신한 첫 석 달은 유산기가 있어 대부분 외부에 알리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다. 너무 일찍 말했다가 유산이라도 하면 모두가 속상할 테니까.부부가 방에서 아기에 관한 얘기를 나눌 때 하예정과 성소현은 아래층으로 내려와 전태윤, 예준하를 맞이했다.최민주가 한창 두 명의 대표님을 반겨주고 있었다.하예정이 내려오자 전태윤은 자리에서 일어나며 최민주에게 말했다.“아줌마, 저희 때문에 번거로우셨죠? 저는 이만 예정이 데리고 가볼게요.”“괜찮아. 번거롭긴, 예정 씨랑 소현 씨가 새아가 보러 와줘서 얼마나 고마운데. 나중에 시간 되면 자주 놀러 와요들.”최민주가 웃으며 답했다. 며느리가 임신한 이상 아들은 아무래도 그녀를 함부로 밖에 내보내지 않을 듯싶었다.그렇다고 종일 집에만 있는 것도 답답하니 하예정과 성소현이 자주 보러 오면 며느리가 두 친구와 얘기를 나눌 수 있다.“네, 꼭 그럴게요.”네 사람은 최민주와 인사한 후 그녀의 배웅을 받으며 소 씨네 별장을 나섰다.전태윤이 경호원을 거느리고 와서 하예정이 그의 차를 타고 본인 차는 경호원들에게 맡겼다.하예정은 차에 탄 후 웃음기가 사라지고 자신의 평평한 배를 어루만지며 전태윤에게 말했다.“우린 효진이네 부부보다 함께한 시간이 더 오래된데 왜 아직도 임신하지 못한 거죠? 효진이는 신혼여행 가서 바로 임신했어요.”전태윤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위로했다.“서두를 것 없어. 천천히 순리에 맡겨. 역술인이 말했잖아. 우린 가을이 돼야 좋은 소식이 있다고
“고향 마을에 영업 지점 만드는 건 어떻게 됐어? 사무실은 임대했고?”전태윤이 화제를 돌렸다.“네. 직원도 구했어요. 다음 주 월요일에 시공 들어가요.”전태윤이 그녀를 칭찬했다.“소현 씨랑 당신 장알못인데 일 처리하는 효율은 끝내주네.”“소현 언니 공로가 커요. 일할 때 화끈하잖아요. 근데 실마리가 조금 잡히니 내게 전부 떠맡기고 나 몰라라 하네요.”“내가 말했지. 소현 씨는 인내심이 부족해. 원래 그런 성격이야. 너라는 듬직한 파트너를 만났으니 다행이지 딴 사람한테 당해도 모른다니까.”할머니는 사람 보는 안목이 역시 탁월하다.성소현이 전태윤에게 대시할 때부터 할머니는 사석에서 손자에게 성소현 같은 여자는 전씨 일가의 사모님이 되기에 부적절하다고 말씀하셨다.다만 할머니의 그 말씀이 없다고 해도 전태윤은 절대 성소현을 좋아할 일이 없다.그와 성기현은 만나면 앙숙인데 어찌 그런 사람의 여동생을 좋아하겠는가.만약 하예정과 결혼하기 전에 그녀가 이경혜의 조카란 걸 알았더라면 할머니가 아무리 부추겨도 전태윤은 절대 그녀와 결혼하지 않았을 것이다.결혼 후에 하예정과 이경혜가 친척 사이란 걸 알게 되었으니 이는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하예정을 위해서라도 성기현과의 관계를 천천히 회복해야만 한다.다행히 성씨 일가에서 하예정 자매를 매우 중시하고 있다.전씨 일가를 겨냥할 때도 하예정을 고려하며 독하게 나오지 않고 어느 정도 여지를 남겨뒀다.그리고 현재 두 기업은 협력 관계가 아니지만 이전처럼 앙숙으로 지내지는 않는다.“하지만 소현 언니는 장점도 많아요. 인맥도 넓고 자원도 풍부하잖아요. 단지 조금 게으르고 사람을 친하기를 꺼릴 뿐이죠.”하예정은 자신이 아직 성소현보다 못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성소현은 출발점에서 그녀보다 훨씬 높게 시작했으니.아무리 열심히 배우고 상류층에 스며들려고 노력해봐도, 서로 속고 속이는 비즈니스 업계에 적응하려 해도 시간이 짧다 보니 여전히 단점이 더 많다.전태윤이 다정하게 말했다.“당신이랑 소현 씨는 참 잘 맞
오래된 부부라서 하예정은 그의 말뜻을 알았다.그녀는 빠르게 기사와 조수석에 앉아있는 경호원을 보았다. 그들은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기사는 운전에 여념이 없었고 경호원은 휴대전화를 보고 있었다.그것은 경호원의 살기 위한 발악이었다.게임을 하거나 영상을 보거나 소설을 보는 것으로 주의력을 분산시키는 것이다. 그러면 도련님과 사모님이 어떤 애정 표현을 하든지 신경 쓰지 않을 수 있었다.하예정이 재빨리 전태윤에게 입을 맞추고서야 전태윤은 그녀를 봐줬다. 그는 낮은 목소리로 강조했다.“내일 출근하기 전까지 네가 써준 고백 편지를 받고 싶어.”“알겠어요.”하예정은 싱긋 웃으며 대답했다.“예준하 씨가 이곳으로 소현 언니를 데리러 올 거예요. 사실 두 사람 꽤 잘 지내고 있어요.”전태윤은 짧게 대답했다.“예준하 씨 당분간 관성을 떠날 거야.”“왜요? 출장 가는 거예요?”예준하는 성소현을 좋아했기에 하예정은 참지 못하고 물었다.“잊었어? 모연정 씨가 이제 곧 출산하잖아. 출산하게 되면 예준하 씨는 삼촌이니까 당연히 조카를 보러 가야지. 병원에 있을 때면 볼 수 있지만 모연정 씨가 퇴원해서 집으로 돌아가 몸조리를 한다면 그곳에 드나들기 좀 그렇잖아. 그래서 미리 돌아가서 며칠 지내려는 거야. 적어도 형수가 퇴원해서 산후조리 한 뒤에야 관성으로 돌아올 거야. 그리고 아기가 만 한 달 채우면 다시 그곳으로 갈 거야.”하예정은 웃으며 말했다.“그렇네요. 그 일을 깜빡했어요.”모연정이 아들 둘을 낳을지, 딸 둘을 낳을지, 아니면 딸 하나 아들 하나 낳을지 알 수 없었다.시간이 지나 모연정이 낳은 아이가 생후 1개월이 된다면 그들도 축하 파티에 참석해야 했다.하예정은 모연정의 좋은 기운을 받고 싶었다.두 부부가 일상적인 얘기를 하고 있을 때 예준하와 성소현은 다른 차를 타고 있어서 대화를 나누기 쉽지 않았다.성씨 그룹 산하의 호텔에 도착한 뒤로 예준하는 예약해 둔 룸에 자리를 잡고 앉은 뒤 성소현에게 말했다.“소현 씨, 나 내일 A시에 갔다 와야
연적이 있는 상황에서 예준하는 관성을 떠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이 떠났다가 다시 돌아오면 성소현이 장연준의 여자친구가 돼 있을까 봐서 말이다.“집안 어른들 얼굴도 봬야죠.”성소현은 이해한다는 얼굴로 말했다.“소현 씨, 나랑 같이 가고 싶은 생각 있어?”예준하가 물었다.그는 성소현과 함께 돌아가 집안 어른들을 뵙고 싶었다.어른들은 관성에 그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알고 있고, 성소현의 사진도 보았으나 실물은 보지 못했다.성소현은 무신경한 성격임에도 예준하의 말 한마디에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우리 아직 정식으로 만나는 것도 아닌데 부모님을 뵙는 건 너무 이른 거 아냐? 우리 엄마... 엄마만 괜찮다면 난 언제든 소현 씨랑 부모님 뵈러 갈 수 있어.”예준하의 눈동자에서 실망이 보였지만 그는 이내 투지를 불태우면서 부드럽게 웃었다.“그날이 너무 늦게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꼭 아주머니께서 날 흡족하게 여기게 할 거야.”노력해도 성소현 어머니의 마음에 들지 못한다면 부모님과 형수님에게 나서달라고 부탁해야만 했다.이때 직원이 꽃다발을 안고 안으로 들어왔다.예준하는 종업원이 들어오자 일어나서 꽃다발을 받았다.그러고는 성소현에게 꽃다발을 주면서 애틋한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봄바람처럼 따뜻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소현 씨, 이건 내가 미리 주문한 거야. 조금 전에 소현 씨 데리러 소현 씨 집에 갔을 때는 쑥스러워서 못 챙겨 갔어.”성소현은 웃는 얼굴로 꽃다발을 받았다.“나 매일 준하 씨에게서 꽃을 받네.”예준하의 꽃 공세는 맹렬했다.그는 매일 몇 송이씩 선물로 줬다.그리고 꽃 외에도 여러 가지 선물을 줬다. 성소현의 환심을 사려고 말이다.성소현은 사랑받는 기분을, 소중히 여겨지는 기분을 느꼈다.달콤하고 행복하고 취할 것만 같았다.“소현 씨 마음에 든다면, 소현 씨가 즐겁다면 난 좋아.”“마음에 들어. 그리고 기뻐. 매일 준하 씨처럼 멋진 남자가 꽃을 선물로 주니까 매일 기분 좋아.”예준하는 손을 뻗어 그녀의 손을 잡았
이경혜는 웃으며 말했다.“그거 정말 좋은 소식이네. 진짜 희소식이야.”“소씨 집안사람들 다 기뻐했어요. 소 이사님은 긴장해서 효진 씨를 보물처럼 대하더라니까요.”이경혜는 웃었다.“그건 당연하지. 정남이는 처음 결혼한 거잖니? 효진이 배 속의 아이는 소씨 집안의 핏줄이고. 그러니까 소씨 집안사람들 다 중요시할 거야.”첫 번째 아이니 기대가 크고 그만큼 중요했다.“예정이는 어때?”이경혜는 예정이가 아직도 임신하지 않은 걸 떠올렸다. 심효진은 허니문 때 임신했으니 하예정이 낙심할까 봐 걱정됐다.성소현은 하예정의 반응을 떠올린 뒤 말했다.“정상이던데요? 엄마, 예정이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예정이 이제 많이 내려놨어요. 순리에 따를 생각이라 조급한 건 아녜요. 그리고 우리도 워낙 바쁘니 아이 일은 신경 쓸 여력이 없을걸요.”예전에 하예정은 그녀와 심효진의 서점만 관리했다 보니 한가해서 임신에 관한 일을 자꾸만 생각했다.집에 한가히 있으면 괜한 생각을 하기 마련이다. 그러니 뭔가 해야 할 일이 있는 게 좋았다. 주의력도 분산시킬 수 있고 돈도 벌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었다.그리고 여자가 결혼한 뒤에 돈을 벌 수 있다면 시댁에 가서도 허리를 꼿꼿이 펼 수 있었다.하예진의 결혼을 통해 성소현도 깨닫는 바가 있었다.남자가 돈을 얼마나 벌든 여자는 경제적으로 독립을 유지하는 것이 좋았다. 자기가 먹여 살리겠다는 남자의 말은 믿을 바가 못 된다. 한동안 먹여 살리면 싫증이 나기 마련이다.남자에게 돈 달라고 손을 내민다면 처음에는 흔쾌히 주다가 불평이 많아지기 시작하고 눈을 흘기면서 욕을 할 수도 있었고, 마지막에는 주지 않으려 할 수도 있었다.물론 모든 남자가 주형인 같은 건 아니다.이 세상에는 그래도 좋은 사람이 더 많았다.“너 대부분 매일 예정이랑 같이 있으니까 혹시라도 예정이가 고민이 있는 것 같으면 네가 옆에서 잘 설득해.”“엄마,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예정이는 내 동생인걸요. 전 예정이가 잘 되길 누구보다도 바라요. 전 예
“엄마, 저 지금 우리 호텔 303호에 있어요.”성소현은 어쩔 수 없이 엄마에게 지금 호텔에 있다고 얘기해야 했다.이경혜는 잠깐 침묵한 뒤 물었다.“너 예준하 씨랑 같이 밥 먹는 거니?”“네.”성소현은 솔직히 인정했다.집안사람들은 그녀와 예준하가 만나는 걸 반대했지만 그녀는 가족 말에 따르지 않았다. 그녀는 예준하와 있으면 즐거웠다. 그리고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즐거움이었다.예준하와 있으면 즐거운데 왜 예준하를 만나면 안 된단 말인가?“저희 막 도착해서 아직 밥은 먹지 않았어요. 저 준하 씨랑 같이 가서 엄마랑 장연준 씨랑 같이 식사할까요?”이경혜는 입술을 깨물다가 말했다.“엄마가 너 찾으러 갈게.”말을 마친 뒤 그녀는 전화를 끊었다.성소현은 휴대전화를 든 채로 예준하를 바라보며 말했다.“엄마가 장연준 씨에게 음식을 대접하는데 우리도 같이 갔으면 해. 잠시 뒤에 우리 엄마 올 테니까 일단 주문하지 말자.”그녀 집안에서 운영하는 호텔이었기에 어떤 음식이 잘 나가는지 성소현은 똑똑히 알고 있었다.예준하는 웃었다.“좋아.”그는 이경혜가 그를 마뜩지 않아 한다는 걸 알았다.장연준은 이경혜가 예준하를 상대하기 위해 찾은 연적이었다. 비록 장씨 집안은 줄곧 겸손했지만 거긴 장소민의 친정이었다. 장연준과 전태윤이 사촌지간이고 장씨 집안과 성씨 집안은 수준이 비슷했다.장연준은 이경혜가 고른 사람이고, 장연준과 성소현이 아는 사이가 되도록 이경혜가 직접 나선 걸 보면 장연준이 아주 우수한 남자라는 건 분명했다.성소현은 예준하가 흔쾌히 동의하자 말을 하려다 말았다.“소현 씨,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해.”예준하가 다정하게 말했다.“우리 엄마가 저러는 걸 보면 아마 나랑 장연준 씨를 이어주려는 것 같아. 난 처음엔 몰랐어. 엄마가 자꾸만 내 앞에서 장연준 씨가 얼마나 훌륭한지 계속 말하더라고. 그리고 조금 전에야 엄마가 그런 생각을 한다는 걸 깨달았어.”예준하는 부드러운 태도로 말했다.“알아. 장연준 씨를 처음 봤을 때, 또 아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