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우민아는 피식 웃으며 선우민기의 볼을 꼬집으며 말했다.“너... 누나가 그리웠던 거야? 아니면 창빈 형이 그리웠던 거야? 누나가 방금 차에서 내렸는데 벌써 창빈 형부터 묻네.”전창빈은 맨 뒤의 차에서 내렸다. 마침 선우민기가 선우민아에게 묻는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으며 불렀다.“도련님, 저 여기 있어요.”두 형제는 소리를 따라 고개를 돌렸다. 전창빈임을 확인하자마자 바로 선우민아를 떠나 전창빈 앞으로 종종걸음으로 달려갔다.아직 친하지 않아 안아달라고 조르기는 조심스러운 모습이었다.전창빈은 아이들의 마음을 꿰뚫어 보는 듯 웃으며 선우민기를 들어 올려 돌리기 시작했다.선우민기는 깔깔대며 웃었다.전창빈은 선우민기를 한참 만에 내려놓고는 선우민수도 같은 방식으로 돌려주었다. 꼬마 역시 환하게 웃었다.선우민아는 그곳에 서서 전창빈과 두 동생의 모습을 지켜보았다.‘아이들을 잘 달래는군.'두 동생은 전창빈과 그리 친한 사이가 아니었다. 전창빈이 그녀의 전속 요리사로 채용된 지 오래되지 않아 출장까지 함께한 상황이었다.하지만 그의 잘생긴 외모와 뛰어난 요리 실력으로 두 동생을 그의 열성 팬으로 만들어버렸다.강진이 다가왔다.“아가씨, 돌아오셨어요?”공경스럽게 인사한 강진은 전창빈과 두 꼬마의 모습을 보더니 웃으며 말했다.“두 도련님은 매일 누나가 언제 오느냐고 물었어요. 아가씨가 그리우신 줄 알았는데 전창빈 씨의 요리가 그리웠던 모양이네요.”선우민아는 담담하게 대답했다.“요리 실력이 출중하죠. 저조차도 창빈 씨 요리에 질리지 않을 정도인데 입맛이 까다롭지 않은 아이들이 빠져들 만도 하죠.”그녀조차 전창빈의 요리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가 만드는 모든 요리는 색, 향, 맛 모두 조화를 이루어 눈을 즐겁게 할 뿐만 아니라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이번 출장은 그녀에게 가장 수월한 기간이었다. 피곤하기는 했어도 적어도 굶을 염려는 없었으니 말이다.전창빈은 아마 요리의 신이 인간으로 내려온 것일지도 모른다. 선우민아는 전창빈이 젊은 나이에 이렇
하예정이 우빈에게 물었다.“우빈이도 용정이랑 함께 책을 조금씩 베껴 쓰는 건 어때? 글씨 연습도 할 겸. 너희 둘 다 기억력이 좋으니까 많이 쓰면 내용도 자연스럽게 외워질 거고 나중에 분명 도움이 될 거야.”의학을 배워두면 언제든 득이 될 것이다.용정도 우빈을 바라보았다. 친구와 이모의 시선을 받은 우빈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였다.‘친구를 위해 글씨 연습 좀 해주지 뭐.'원림성 A시.어젯밤 내린 눈으로 온 도시가 하얗게 변했다. 선우씨 가문의 넓은 정원에는 두 꼬마가 두툼한 옷을 입고 눈사람을 만들고 있었다.선우씨 가문의 두 아들이었다.선우민기가 만든 눈사람은 크기가 제법 컸다. 다 만든 꼬마는 몇 걸음 물러나 자신의 작품을 감상하더니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사촌 동생 선우민수에게 말했다.“난 눈사람을 다 만들었어. 너는 거북이 만드는 거야?”선우민기는 눈으로 거북이를 만들고 있었다. 한 마리가 아니라 여러 마리를 만들어 놓았는데 꽤 비슷하게 생겼다.“응, 거북이야. 형아, 나랑 같이 거북이 만들래? 한 줄로 만들어서 집 안까지 기어가는 모양으로 만들자.”선우민기는 눈이 반짝이며 동생의 아이디어가 마음에 들었는지 곧바로 거북이 제작에 합류했다.그때 별장의 대문이 열리며 세 대의 차량이 들어왔다.거북이를 만들던 두 꼬마는 동작을 멈추고 똑바로 서서 차들을 바라보았다.“누나다! 누나가 오셨어!”선우민기는 그중 한 대가 누나의 차라는 것을 알아채고는 너무 신나서 제자리에서 팔짝 뛰었다.“누나야! 드디어 누나가 왔어! 창빈 형이 해주는 밥 너무 먹고 싶었어.”선우민수가 소리치며 재빨리 차 쪽으로 달려갔다. 선우민기도 정신을 차리고 뒤따라가며 소리쳤다.“그건 내 누나야! 너무 빨리 가지 마. 내 누나라고!”“내 누나기도 하거든!”선우민수는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선우씨 가문은 한 저택에 여러 가족이 함께 살고 있었지만 한 집안처럼 화목하게 지냈다.선우민아는 분명 선우민수의 누나이기도 했다. 그는 비록 그녀가 무서웠지만 또 무척
예준성은 속으로 중얼거렸다.‘태윤 씨는 처음에는 나한테 조언을 구하더니 제법 빨리 배웠군.'아침 식사 후 모연정과 하예정은 아이들을 데리고 거실에서 놀고 있었고 예준성은 회사로 출근해야 했다. 그는 눈물을 머금은 보물 같은 딸을 모연정에게 맡기며 아내에게 문까지 바래 달라고 조르고서야 겨우 출근했다.모연정은 하예정에게 남편을 향한 불평을 털어놓았다.“아이가 많이 컸는데 아직도 이렇게 집착하다니...”“정말 행복하시겠어요. 이미 자식까지 낳은 사이인데도 아직 첫사랑처럼 지내시잖아요. 준성 씨는 연정 씨를 10년 넘게 그리워하다가 겨우 얻어서 그래요. 들러붙을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모연정의 얼굴이 순간 붉어졌다.김청산이 예훈을 안고 다가왔다.여은진도 두 아들을 데리고 와서 합류했다. 그녀는 모연정을 보면서 말을 건넸다.“이 두 녀석은 눈 뜨자마자 형을 찾아가자며 난리라니까요. 연정 씨, 요즘 회사에 안 나가시는데 저의 두 아이를 연정 씨한테 맡겨도 될까요? 용정과 우빈이랑 신나게 놀게 해주세요. 집에서는 온종일 집만 부수려고 드니 너무 힘들어요.”여은진은 한 번에 두 아들을 낳았지만 딸이 하나도 없어서 속상했다. 모연정처럼 한 번에 아들딸을 다 낳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쌍둥이 형제는 사이가 좋지만 싸우고 물건 빼앗는 건 하루에도 수백 번씩 일어났다.여은진은 정겨울이 김청산이 오자마자 ‘도망간 엄마'가 되어 예훈을 그에게 맡기고 환자 수술을 선택한 심정을 그제야 이해할 것 같았다.모연정이 웃으며 말을 이었다.“도련님은요? 도련님이 한 명 데리고 은진 씨가 다른 한 명 데리고 나눠서 키우면 조용할 텐데.”“떼어놓으면 또 울어요. 갈라놓으면 또 서로를 찾는다니까요. 휴! 같이 있으면 싸우고 떨어지면 또 찾아서 울고.”여은진이 하예정에게 조언을 구했다.“예정 씨, 예정 씨처럼 하나씩 낳는 게 좋아요. 첫째가 유치원 갈 때쯤 둘째를 낳으면 첫째가 커서 동생을 돌봐주면 훨씬 낫거든요. 우리처럼 한 번에 두 아들을 낳으면 정말 힘들어요. 연정
용정의 얼굴이 갑자기 확 굳어졌다. 아침밥이 갑자기 입맛이 완전히 떨어져 버렸다.하지만 내년 여름방학은 아직 반년이나 남았다는 생각이 들자 식욕이 다시 돌아온 듯했다.“예정 씨, 우빈이는 평소에 어떤 수업을 받고 있어요? 내년 여름방학에 두 아이가 함께 놀면서 공부도 같이하면 서로 자극이 될 것 같은데...”예준성이 하예정에게 제안했다.“반년 후의 여름방학에는 제가 동행하기 어려울 것 같아요. 용정이가 관성으로 간다면 모를까.”하예정이 대답했다.그때쯤이면 산후조리는 끝났겠지만 아기가 너무 어려 먼 길을 떠날 수 없을 것이다.용정이를 혼자 보내는 건 너무 큰 책임이라 감당하기 어려웠다. 모연정이 쌍둥이와 함께 용정을 데리고 간다면 가능한 일이다.용정의 법적 보호자는 예준성과 모연정이었다. 여름방학이 되면 쌍둥이도 걸을 수 있게 되어 서원 리조트에 머문다면 정말 북적북적해질 것 같았다.전씨 할머니는 예지연을 무척 좋아하시는데 어쩌면 너무 기뻐 날아다니실지도 모른다.예준성은 웃으며 말했다.“그럴 수도 있겠네요. 산후조리 후에도 아기가 너무 어리면 여행하기 힘드실 텐데 두 아이는 가끔 만나는 정도로 해야겠네요.”그는 모연정이 아이들을 데리고 서원 리조트를 방문하는 것을 언급하지 않았다.전씨 할머니가 그의 보물 같은 딸을 차지할까 봐 걱정하고 있는데 그런 말을 할 리 없었다.하예정이 말을 건넸다.“괜찮아요. 앞으로 기회는 많잖아요.”성소현이 예씨 가문에 시집을 오게 되면 예씨 가문과 전씨 가문의 관계는 더욱 돈독해질 것이며 앞으로 몇 대에 걸쳐 두 가문의 인연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우빈과 용정이가 어릴 때부터 친구처럼, 형제처럼 자란다면 두 가문의 유대도 자연스럽게 이어질 것이다.그들은 예지호보다 두세 살 위였고 예지호가 걷기 시작하면 틀림없이 두 형을 졸졸 따라다니며 함께 자라날 테니 유대감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모연정이 맞장구를 쳤다.“맞아요. 시간도 많은데... 아기가 조금 더 크면 매년 방학마다 만나서 놀게 하면 되죠.”하
“엄마, 이모부가 그렇게 빨리 저랑 이모를 데리러 오지는 않으시겠죠? 아직 놀고 싶은데... 좀 더 있고 싶어요.”용정은 우빈의 말을 듣자마자 친구가 너무 빨리 관성으로 돌아갈까 봐 걱정되어 급히 하예진에게 다가갔다.“아주머니, 우빈이를 너무 빨리 데려가지 마세요. 우빈이랑 더 놀고 싶어요. 아직 다 못 놀았단 말이에요. 저... 저 이제 우빈이랑 싸우지도 않고 장난감을 뺏지도 않을게요. 제발 우빈이를 좀 더 있게 해주세요.”하예진은 웃으며 답했다.“알았어. 우빈이를 일주일 더 있게 해줄게. 그때쯤이면 이모부도 시간이 나서 데리러 가실 거야.”용정은 일주일도 짧게 느껴졌다.“10일은 더 있게 해주실 수 없어요?”“10일이라...”하예진은 날짜를 계산해보고는 말을 이었다.“10일 후면 내가 돌아갈 수 있게 되네. 좋아, 그럼 우빈이를 10일 더 있게 해줄게. 하지만 두 사람 사이좋게 지내야 해. 자꾸 싸우면 안 된다.”“아주머니 최고! 고마워요! 우빈이랑 이제 안 싸울게요. 어차피 우빈이는 저를 못 이기니까요. 그냥 가끔 말다툼 정도로만 할게요.”용정은 말다툼에서 가끔 지기도 했다. 우빈이 져도 울고, 자신이 져도 울었다.지면 억울하고 창피해서 눈물이 나온 모양이다.용정이가 울 때면 김청산은 “사내대장부가 무슨 울음이 그리 많냐?”며 혼내는 장면을 떠올렸다. 하지만 자신은 아직 어린아이인데 왜 사내대장부라고 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그러나 예훈이가 울면 김청산은 “울음소리가 장하다”라며 칭찬하시는데 용정이가 울면 싫어하는데 예훈만을 너무 편애하는 것 같았다.예진 리조트에만 오면 김청산은 예훈만 편애했다.스승님께 찾아가 따지고 싶었다.어린 자신도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고 말이다.하예진은 아들에게 몇 마디 당부하고는 회사에 도착했다며 통화를 끊었다. 하예정은 언니와 할 말이 많았지만 바쁜 모습을 보고는 참았다.“이모, 엄마가 우리 10일 더 놀다 가도 된다고 했어요!”우빈은 너무 좋아서 폴짝 뛰며 하예정에게 말했다.하예정은 다정하
예씨 가문이 A시에서 워낙 권세가 막강하다 보니 그들은 함부로 덤비지 못했다.그 후로 용정과 관련된 어떠한 소식도 예진 리조트에서 얻을 수 없게 되자 또 예씨 가문이 아이를 어딘가로 보냈을 거로 의심은 하고 있었지만 정확한 행방은 알 수 없었다.“그럼 내년 여름방학 때 방학 시간이 더 길어지니까 내가 우빈이를 데리고 너희 집에 가서 함께 신나게 놀게 할게.”하예진이 웃으며 말하자 용정도 기뻐하며 대답했다.“약속 꼭 지키세요! 내년 여름방학에 우빈이를 데리고 와서 저랑 꼭 놀아줘야 해요.”두 아이는 가끔 다투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함께 뛰놀며 즐거워했다. 예진 리조트에는 아이들이 많지만 예지호와 같은 또래들은 아직 너무 어려서 용정과 잘 어울리지 못했다.하여 용정은 항상 우빈이가 와서 놀아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알았어. 꼭 갈게.”하예진이 약속했다.여름방학이 되면 하예정은 출산 기간이라 우빈이를 예씨 가문까지 데리고 가기 어려웠기에 하예진이 직접 아들을 데리고 가려고 했다.그때쯤이면 하예진도 바쁠 때였다. 우빈이를 예진 리조트에 보내는 것이 마치 예씨 가문에 아이를 맡기는 것 같아 그녀는 살짝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하예진은 여름방학이 되면 많은 선물을 준비해 우빈을 데리고 가기로 마음먹었다.“아주머니, 저 먼저 아침 먹을게요. 우빈이랑 계속 이야기하세요. 우빈이가 어제저녁부터 아침에 아주머니랑 영상 통화할 거라고 말했어요. 어젯밤에도 아주머니 영상통화를 기다리다가 늦도록 못 잤대요.”하예진은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녀는 너무 바빠 하예정이 아이를 돌봐주는 것에 의존하다 보니 아들과 통화할 시간이 많지 않았다. 우빈은 울거나 떼쓰지 않고 엄마가 바쁜 것을 이해해주며 깊은 밤까지 기다렸는데도 그마저도 해주지 못했으니... 이 어린 꼬마에게 너무 미안했다.“엄마, 어제는 이모부랑 영상통화를 했어요. 이모께서 엄마가 바쁘시니까 오늘 다시 하자고 했어요. 엄마 푹 쉬라고 하셨어요. 엄마, 맛있게 드시고 잘 쉬어야 해요.”하예진은 부드럽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