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씨 가문 별장 대문 앞에 세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다.선두에 선 그 차의 운전사는 경적을 울렸다.곧 집사가 나왔다.집사는 먼저 문을 열고 차창 앞으로 다가갔고 운전사가 제때 차창을 내리눌렀다.“누구를 찾으세요?”집사는 차 뒷좌석의 사람을 보았다. 늙은 여자가 앉아있었지만, 집사가 여태껏 본 적 없는 모르는 사람이었다.집사는 만난 적이 없는 사람을 감히 별장 안으로 쉽게 들여보내지 못했다.그러자 운전기사가 대답했다.“우리 가주님께서 성씨 가문의 큰 사모님께서 출산하셨다는 소식을 듣고 특별히 이곳으로 축하드리러 왔어요. 우리 집 가주의 성씨는 이씨 성입니다.”이씨 성이라고?집사는 조금 더 분명히 묻고 싶었지만, 갑자기 이윤미가 이씨 성을 가진 사람이라는 사실이 기억났고 집사도 무언가 깨달은 듯 다시 입을 열었다.“잠시만 기다리세요. 제가 들어가서 우리 사모님께 말씀드릴게요.”운전사가 고개를 돌려 이은화를 보았고 이은화가 고개를 살짝 끄덕이자 운전사가 알았다고 대답했다.집사는 몸을 돌려 들어갔다.몇 분 후, 집사가 나왔다.집사는 별장의 문을 열어 이은화의 차가 별장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집사의 도움으로 이은화의 차량은 주차장에 잘 주차되었다. 이은화가 곧 차에서 내렸고 그녀의 경호원들도 뒤를 따랐다.“선물을 들여보내고 바로 나와. 내가 여기서 기다릴게.”이은화가 경호원들에게 엄숙한 어조로 지시를 내렸다.경호원들도 공손하게 대답했다.집사가 이은화 일행을 집안으로 모셨다.이은화는 급하게 방에 들어오지 않고 성씨 가문의 정원 환경을 둘러보다가 한참 후에야 집사를 따라갔다.화장한 덕에 이은화의 늙은 얼굴을 어느 정도 가릴 수 있었고 그녀의 얼굴에 쓰인 불쾌함도 잘 감추었다. 그러나 집사는 그 표정을 포착하지 못했다.이은화는 이경혜가 직접 마중 나오지 않아 조금 불쾌했다. 이은화는 자신이 귀한 손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게다가 그녀는 이경혜보다 나이가 많은 선배이기도 했다.비록 이은화는 이경혜가 자신의 조카딸이라고 백
이은화도 이경혜를 보면서 자신의 맏언니의 그림자를 찾으려고 애썼다. 듬직하고 세련된 분위기가 맏언니를 닮았다는 것 빼고는 외모는 별로 안 닮았다. 하지만 형부를 많이 닮았다.그렇게 두 사람은 서로를 유심히 살펴보면서 그 누구도 나서서 먼저 말을 걸지 않았다.한참 후에야 이경혜가 담담하게 말을 건넸다.“앉으세요.”이은화는 몇 걸음 앞으로 다가가 이경혜의 앞에서 멈추어 섰고 이경혜에게 나지막이 말을 건넸다.“우리 형부를 많이 닮았네. 어렸을 적 넌 네 아빠를 많이 닮았고 네 동생이 우리 맏언니를 많이 닮았는데.”“무슨 뜻이죠?”이경혜가 냉랭하게 물었다.이은화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너도 이미 많이 알고 있다는 걸 나도 알아. 강성에서 돌아다니는 헛소문을 너도 모를 리가 없겠지.”전씨 가문의 셋째 도련님은 강성에 오랫동안 머무르고 있었다.다들 이씨 가문 전임 가주의 두 딸이 관성에 있다고 말하고 있었다.그녀의 친딸까지 몰래 관성에 와서 그 일에 관해 조사했다.이은화도 그녀가 관성에 온 지 보름 만에 알아낼 수 있는 모든 것을 전부 알아냈다.주로 관성에서 이씨 성을 가지 사람이 많지 않았기에 연령대가 이은화의 조카딸에게 맞는 사람은 이경혜뿐이었다.게다가 이경혜의 젊은 시절의 위대한 업적으로 놓고 봐도 이은화는 의심할 필요 없이 이경혜가 바로 그녀의 조카딸이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업계에서 장사하는 이경혜의 야무진 모습에는 맏언니의 그림자가 보였다.그 당시, 맏언니가 아이를 낳고 나서도 몸을 가누지도 못한 채 회사와 가족 일로 바삐 돌아쳐 이은화에게 부분적인 일을 맡기지 않았더라면 맏언니와 여동생을 쓰러뜨리고 가주 자리에 앉을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이경혜는 여전히 담담한 태도로 말했다.“알죠. 사람들은 모두 말하죠. 저와 제 여동생을 제외한 제 가족들이 모두 당신 손에 죽었다고. 그리고 제 이모도 당신 손에 죽었죠.”이은화의 표정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 그녀는 소파 앞으로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그리고 경호원들에게 그녀가 가져온
성문철이 차를 끓여왔다.이경혜는 이은화에게 차 한 잔을 따라주었고 그 찻잔을 이은화 앞에 놓으며 반짝이는 눈빛으로 이은화를 바라보며 말했다.“이제 우리가 나타났으니 그럼 이씨 가문의 가주 자리를 우리에게 양보할 겁니까?”이경혜의 여동생은 죽었지만, 이경혜는 여전히 살아 있었고 또 두 자매가 모두 딸을 낳았다.이씨 가문의 규칙에 따르면, 이경혜의 딸은 이씨 성을 따서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를 계승해야 하지만 성소현이 원하지 않으면 이경혜의 여동생의 후손이 그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이은화는 이경혜가 이런 물음을 물어볼 줄은 몰랐다.두 사람은 수십 년 동안 만나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야 다시 만났지만, 조카는 이은화와 이야기할 때 항상 말속에 가시 달린 말을 내뱉었고 이은화의 말을 한마디도 믿지 않았다.이은화도 조카가 믿을 것을 기대하지도 않았다.이은화는 관성에 있는 이경혜의 전설도 낱낱이 조사했다.하지만 이은화는 여전히 이경혜가 그렇게 예리하게 말을 내뱉을 줄 몰랐다.이은화는 잠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랐다.이경혜는 똑바로 앉아 이은화를 빤히 쳐다보면서 입꼬리를 위로 약간 올렸다. 마치 이은화의 허위를 풍자하는 듯한 표정으로 말이다.이은화는 속으로 화가 나기 시작했다. 맏언니와 여동생을 꺾어버리고 가주 자리에 오른 뒤로 아무도 감히 이런 태도로 그녀에게 말하지 못했고 모두 공손한 태도로 이은화를 대했다.다른 사람의 존중과 공손함에 익숙해진 이은화는 이경혜에게 이런 소리 없는 수모를 겪었기에 화를 내지 않는 것이 이상했다. 그렇다고 대놓고 화를 내지 못했다.이곳은 성씨 가문의 저택이었다. 그것도 관성이었다. 이씨 가문의 땅이 아니었기에 이은화는 아무리 화가 나도 참아야 했다.“지난 수십 년 동안 이 가주님께서 우리 자매를 찾으셨다고 하셨는데 제 생각에도 사실인 것 같아요. 하지만 이 가주님께서 우리 자매를 찾아 잘 보살피려고 하는지 아니면 아예 뿌리를 뽑고 싶은지 누가 알겠어요.”“경혜야!“이은화는 낮고 묵직한 소리로 말했다.이은
“네 여동생이... 잘 지내지 못한 것도 난 정말 마음이 아파. 내가 소용없어서 너희들을 이제야 겨우 찾았어. 좀 더 일찍 찾았더라면, 너의 여동생도 그렇게 비참하게 살지 않았을 건데. 그러면 하예진 자매도 기댈 곳도 생겼을 텐데.”“경혜야, 수십 년 전과 지금은 다르잖아. 잘 생각해 봐. 예전에는 사람을 찾기가 너무 어려웠어. 휴대전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먼 길을 떠나는 것도 엄청 어려웠고. 게다가 카메라도 얼마 없었어. 인터넷도 안 되는 시대라서 사람을 찾기가 정말 어려웠어.”이경혜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이은화가 연기하는 것을 지켜만 보고 있었다.이은화의 말이 끝나자 이경혜가 그제야 말을 이었다.“제 엄마가 돌아가시지 않았다면 제가 우리 엄마의 장녀로서 이씨 가문의 주인 자리를 이어받아야 할 겁니다. 그 자리를 이어받을 사람이 이모도 이윤정도 아닌 저라고요. 참, 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혈육도 아니죠? 이모도 정말 대단하세요. 딸이 바뀐 줄도 모르고 이십여 년을 키우시다니.”이은화의 안색은 더 안 좋아졌다. 그러나 이경혜에게 화를 내지는 않았다. 그저 후회스러운듯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윤미가 태어났을 때 집안에 일이 복잡했어. 내가 어쩔 수 없이 약한 몸을 이끌고 집안일을 처리해야 했기에 윤미를 소홀히 대한거지. 그래서 전 집사에게 기회가 주어진 거고.”“그 뒤로 다시 아기를 보았을 때 아기가 좀 달라진 것 같았는데 며칠 못 봐서 모양이 변했나 싶었어. 갓 태어난 아기들이 다 똑같게 생겼으니 더는 의심하지도 않은 거지. 그런데 정말 전 집사가 그런 말도 안 되는 일을 꾸미게 될 줄은 정말 상상도 못 했어.”“가장 노릇을 하는 것도 엄청 힘들어. 곳곳에 모두 신경을 써야 하거든. 우리 언니가 살아계셨을 때 너를 후계자로 삼아 키운 것도 가족 모두가 인정하는 일이었는데...”이은화는 그 찻물로 목을 추긴 후 계속 말을 이었다.“언니에게 사고가 생겼고 여동생도 따라서 떠났던 그 시절은 정말 우리 이씨 가문의 가장 어두운 기간이었어.
이은화는 할 말이 없었다.하예진도 함께 교육하라고 말했다.이은화는 절대 허락할 수 없었다.그녀는 이미 집주인 자리를 굳건히 지켜왔고 그녀가 일할 수 없게 되면 틀림없이 친딸에게 집주인 자리를 물려줄 것이다. 이윤미는 이은화의 핏줄이었기 때문에 이윤정과 달리 하나를 가르쳐주면 두 개를 알았다.이윤미는 교활했다. 돼지 분장을 한 호랑이였기에 지금 강성의 사람들 모두 그 계집애에게 속고 있었다.다들 이윤미가 연약하고 만만하다고 생각했다.이윤미가 시골에서 자라 시야가 넓지 못해 이씨 가문으로 돌아온다 해도 능력이 없어서 성과를 얻는다고 해도 모두 그녀 팀원들의 덕분이라고 여겼다.겉으로 이은화가 친딸에 대한 태도가 항상 안 좋게 보였고 여전히 이윤정이라는 양녀를 더 아낀듯했다.이윤정이 자신의 친딸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이은화는 재빨리 마음을 가다듬고 이윤미라는 친딸을 받아들였다.이윤미가 그녀의 곁에서 자라지 않았고 또 이은화도 나이도 많아 몇 년만 더 버티고 퇴직해야 했다. 보편적으로 가주들은 아무리 건강해도 80세 이전에 은퇴했다. 늙을수록 혼란스러워지고 의사결정 또한 대가족의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윤미가 빨리 모든 것을 익히게 하려고, 이윤미가 돼지로 분장한 호랑이라는 것을 발견한 이은화는 친딸을 협조해 함께 연기하게 되었다.그녀는 언니와 여동생을 죽이고 비로소 가주 자리에 올랐고 또 수십 년을 거쳐 후계자를 길러냈는데 다시 이 모든 것을 언니의 후손에게 물려주라고 하면 그녀는 분명 동의하지 않을 것이다.이은화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는 모습을 보더니 이경혜는 또 “호호”웃었다. 그 웃음소리는 이은화의 귀를 푹푹 찌르는 것만 같았다.그녀의 이 조카는 어렸을 때 매우 대단했다. 그녀의 맏언니다운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십 년 후에 다시 만나도 여전히 대단했다.이경혜는 자신의 딸을 떠올렸다. 이윤미가 이윤정보다 더 자질이 있다고 해도 이경혜와는 비교할 수조차 없었다.이경혜는 성씨 가문에 시집간 후 시아버지와 남편의 신
적을 놓치면 자신을 해치는 거나 다름없다.“우리 집에 보양식이 부족하지는 않아요.”이경혜는 부드러운 어조로 말을 건넸다.“네 집에 보양식이 부족하지 않다는 것도 난 잘 알아. 그런데 이 물건들은 내 마음을 대표하는걸. 우라 수십 년을 서로 못 봤잖아. 이젠 내가 널 찾게 되었으니 앞으로 우라 자주 만나자.”“얼마 전부터 확인하러 오고 싶었지만, 항상 시간이 없었어. 이번 전 대표님 결혼식에 참석하러 오는 김에 네가 내 조카딸이라는 것을 확인했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이은화는 이 말을 내뱉을 때 아주 부드럽고 자애로운 말투로 말했다.이경혜는 여전히 담담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수십 년 동안 만나지 못한 둘째 이모에 대해 열정을 가질 수 없었고 심지어 가족 상봉에 대한 설렘도 찾아볼 수 없었다.“예정이가 전씨 가문에 시집갈 수 있다니 너무 좋은 소식이야.”이경혜가 무뚝뚝하게 앉아만 있는 것을 본 이은화는 스스로 화제를 찾아야 했다.“네 여동생도 이제 저승에서 편히 쉴 수 있을 거야. 두 딸이 지금 매우 잘 지내고 있으니 말이야. 우리도 어른으로서도 안심할 수 있고.”전태윤의 결혼식에 참석했을 때 이은화는 하예정에게서 큰 언니의 그림자를 찾으려고 했지만, 하예정은 큰 언니와 닮지 않았다고 느꼈다. 오히려 꽃을 뿌리던 우빈이가 그녀의 맏언니와 아주 비슷하다고 느꼈다.당시 이은화는 요행을 바라면서 하예정이 맏언니의 후손이 아니기를 바랐지만 수소문하고 사실을 확인한 그녀는 결국 실망하고 말았다.이경혜가 바로 그녀의 큰 조카였다.그리고 하예정 자매는 맏언니의 후손이었다.하예정은 관성의 갑부 전씨 가문에 시집갔고 이경혜는 성씨 가문의 사모님으로 살고 있었다. 관성에서는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이 가장 큰 가문이었다. 만약 두 가문이 서로 손을 맞잡는다면 이씨 가문은 아마도 패배하고 말 것이다.심사숙고 끝에 이은화는 결국 성씨 가문을 방문하여 허심탄회하게 조카딸과 관계를 인정하려 했다.그 깊은 원한은 수십 년이 흘렀는데 누가 맏언니를 죽였다는
“다른 일이 없으시면 돌아가세요. 제가 병원에 가서 손자를 보러 가야 하거든요.”이경혜는 이은화와 이제는 말을 나누기 귀찮아 몸을 일으켜 손님을 배웅할 준비를 했다.이은화가 아무리 뻔뻔해도 이제는 남아있지 못할 것이다.이은화는 그녀가 성씨 가문으로 오면 이경혜가 따뜻하게 맞이할 것으로 생각했다.하지만 자신이 한 일을 생각하더니 이경혜가 그녀를 쫓아내지 않으면 다행으로 여겨야 한다는 생각을 하더니 또 이내 마음이 풀렸다.하지만 이경혜와 하예진 자매는 이은화와 보통 친척들처럼 지낼 수 없었다.그들은 은화가 살인자라고 마음속으로 확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이은화가 일어나며 말했다.“며칠 후 강성으로 돌아갈 거야. 경혜야, 손자가 한 달 되는 날에 나한테 전화해. 내가 축하주 마시러 올게.”“얼른 가요.”이경혜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이은화는 이경혜를 유심히 들여다보고는 또 성문철에게 고개를 끄덕였다.그녀의 조카사위도 집에서 정군호 같은 위치에 있을 것이다. 그녀들 이씨 가문의 여자들은 모두 성격이 무척 강했다.성문철이 아내를 도와 이은화가 가져온 수많은 선물을 전부 이은화에게 돌려주었다.“이 선물들은 네 며느리가 몸보신하라고 가져온 거야. 우리가 몇십 년 동안 만나지 못해서 감정이 없긴 하지만 우리 모두 같은 핏줄이 흐르고 있는데 한 가족이나 다름없어. 내가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영양제들을 선물한 거니 거절하지 마.”“감사해요. 우리 집에는 영양제들이 부족하지 않거든요. 가져가세요. 아니면 제가 쓰레기 처분할 겁니다.”이경혜는 자신의 며느리를 이은화가 보내준 영양제들을 먹게 하지 않을 것이다.이은화는 아무 말도 잇지 못했다.이경혜는 이은화에게 어떠한 체면도 세워주지 않았다.이은화는 심호흡을 하며 자신에게 화를 내지 말라고 설득하며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썼고 이내 이경혜에게 말했다.“이 물건은 내가 너희 집으로 가져온 선물이니 네가 처리하고 싶은 대로 해.”이은화는 몸을 돌려 성큼성큼 걸어갔다.이경혜 부부는 물건을 든 채로 그녀
“그래.”성문철은 직접 이은화가 보낸 물건을 밖에 있는 큰 쓰레기통에 버렸다.이경혜는 소현이네 새 별장에 갔다. 그 별장은 성소현의 미래 신혼집으로 될 곳이다.이경혜가 들어왔다는 노동자의 말에 예준하와 성소현은 뒤 정원에서 이경혜를 마중 나왔다. 두 사람은 방금 뒤 정원에서 노동자들이 일하는 것을 보고 있었다.“엄마.”“아주머니.”두 사람은 이경혜에게 인사했다.성소현은 어머니 곁으로 다가가 다정하게 팔짱을 끼며 눈웃음 지으며 말했다.“엄마, 드디어 오셨네요.”이경혜는 딸의 이마를 쿡 찌르며 말했다.“이제 좋아?”예씨 가문이 입장을 밝히고 게다가 소지훈이 끼어드는 바람에 이경혜는 드디어 예준하가 딸과 함께 하는 것을 허락했다.두 사람은 언제든지 결혼해도 된다.이경혜는 더는 두 사람 사이를 반대하지 않았다.예준하는 관성에 집이 두 채 있었다. 이 별장은 그들 성씨 가문의 옆집에 있었다. 예준하가 오랫동안 관성에서 일해야 하거니와 성소현도 결혼 후 여전히 관성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되면 이경혜도 딸을 자주 볼 수 있어서 그야말로 일거양득이었다.성소현은 자라면서 두 남자를 좋아했는데 한 명은 전태윤이고 다른 한 명은 예준하였다.전태윤은 성소현을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은 또 하예정의 남편으로 되었고 부부의 감정도 매우 좋았으며 하예정이 임신했기 때문에 성소현은 더는 그에게 매달리지 않았다.이경혜는 딸이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있어 다행으로 여겼다.전태윤이 결혼한 것을 알고는 즉시 그 감정에서 빠져나와 더는 전태윤에게 매달리지 않았다.전태윤과 함께하지 못한 딸이 평생 결혼하지 않을까 봐 이경혜는 무척 걱정했다.딸이 평생 홀로 사는 것과 예씨 가문으로 시집가는 것을 동의한다는 것, 이경혜는 틀림없이 후자를 선택할 것이다.“너무 좋아요! 정말 좋아요! 좀 이따가 새언니에게 밥 가져다드릴 때 나도 불러줘요. 저도 그 아기가 너무 보고 싶어요.”이경혜도 흐뭇하게 웃었다.“우리가 저녁에 갈 필요가 없다고 했어. 장모님이 음식을 가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