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엄마는 연세가 많으신데 여전히 사업에 많은 정력을 쏟아붓고 있지. 윤미한테 돈을 들여 후계자로 배양하고 계시지만 나한테만 돈을 아끼셔. 아빠도 지금 연세가 있지만 내 건강은 여전히 좋아. 하지만 그래도 나도 돈이 필요한걸. 아내로서 해야 할 책임도 하지 않으면서도 내가 여자를 만나면 안 된다고 하셔.”정군호는 술을 마셔서 그런지, 이윤정과 두 사람만 있어서 그런지 이은화에 대한 불만을 한꺼번에 쏟아냈다.이윤정은 정군호의 괴로워하고 분노하는 표정을 보더니 저도 모르게 자리에 앉아 정군호와 함께 술 한잔했다.그녀는 마음속 깊이 여전히 정군호를 동정했다.아래층 연회는 시끌벅적했다. 하지만 정군호는 데릴사위라는 신분으로 수많은 남자가 범할법한 잘못을 저질렀다는 이유만으로 위층에 숨어서 사람을 만날 엄두조차 내지 못했다.아래층의 모든 사람은 여전히 연회에서 식사하고 있었지만 편하게 먹지 못했다.주로 귀한 손님이 세 명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그들도 이은화가 왜 가족 연회를 벌이려는지 알 수 없었기에 현장의 분위기도 가라앉았다.“예진아, 그럼 무슨 사업에 투자할 거야?”이은화가 관심 있게 물었다.그러나 마음속으로 하예진의 투자 사업에 걸림돌을 던져 하예진의 사업이 싹트지 못하게 처음부터 막으려 했다.하예진이 강성에서 자리를 잡게 하면 안 되니까... 그녀가 강성에서 부자가 되는 것은 더더욱 불가능할 것이다.가문의 친척들도 하예진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이은화도 잘 알고 있다. 그들은 하예진을 이용해 이은화와 싸우게 하거나 혹은 진심으로 하예진을 지지할 수도 있을 것이다.“아직은 모르지만 일단 지켜봐야죠. 요즘은 사업이 잘 안 되기 때문에 항상 잘 살피고 결정해야 해요.”하예진은 진실을 말하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이은화가 뭐라고 말할 수 없게 만들었다.이은화가 말을 이었다.“맞아. 요즘 장사가 너무 어려워. 우리 이씨 그룹도 갈수록 장사가 안되고 있거든. 우리뿐만 아니라 고씨 그룹도 아마 업적이 조금 떨어졌을걸.”이은화가 말하며 고현 쳐다보았다
현장에 있던 사람들도 고현과 전호영이 하예진의 편을 들어주고 있다는 점을 눈치챘다.그들은 하예진이 얼마나 능력이 있는지 들어본 적이 없지만, 하예진의 뒤에 서 있는 몇몇 대가문에 대해 너무 잘 알고 있다.그리고 하예진의 친동생은 전씨 가문의 큰 사모님이었기에 하예진에게 투자해 줄 돈은 부족하지 않았다.하예진이 용기와 안목이 훌륭하기만 하면 자금이 부족할까 봐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이은화에게 눌렸던 능력 있는 사람들은 점점 그들만의 꿍꿍이를 꾸미기 시작했다.하예진이 웃으며 대답했다.“저는 돈이 되는 사업이라면 뭐든지 관심이 있어요. 고 대표님, 내일 혹시 시간 되시는지요? 제가 한번 찾아뵙겠습니다.”고현이 말을 이었다.“오세요. 저야 언제든지 편하죠.”전호영은 곁에서 질투하며 말했다.“고현 씨가 우리 누나에게 이렇게 잘해주니 제가 질투 나네요. 제가 갈 때마다 고현 씨는 너무 바쁘다고 저와 말할 겨를도 없다고 하더니, 누나가 찾아간다고 하니 언제든지 편하다고 말하는 거예요?”고현은 곁눈질하며 대답했다.“저와 예진 씨가 마음이 잘 맞아서 그래요.”이윤미도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저도 예진 씨랑 잘 맞는 것 같은데, 고 대표님만 괜찮으시다면 저도 따라가도 될까요?”“윤미 씨가 오신다면 제가 시간이 없어도 짜내야죠. 다른 사람이라면 저는 그럴 시간이 없을걸요.”이씨 가문에서 고현은 이윤미의 체면만 세워주고 싶었다.고현은 줄곧 이윤미에 대해 좋은 인상을 받았기 때문에 이윤미와 고빈을 맺어주려 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아무런 감정도 느끼지 못했다.고빈은 이씨 가문의 데릴사위가 되고 싶지 않다는 핑계를 둘러댔다.사실 그는 이윤미에게 설레는 감정을 느끼지 못했다.감정이라는 것은 서로가 상대방에게 설레는 느낌을 받아야 행복한 사랑을 이룰 수 있는 법이다.오랜 시간 끝에 사랑이 키워진다고들 하지만 누구나 다 성공할 수는 없을 것이다.이윤미가 웃으면서 말했다.“제 손에도 프로젝트가 있는데 저는 지금 엄청 좋게 보고 있어요
조윤이 넘어진 모습을 본 정일범은 다가가서 그녀를 일으켜 세웠다.조윤은 정일범의 손을 덥석 잡더니 놀라면서 말했다.“여보, 얼른 가서 아버님과 윤정이를 보세요. 두 사람... 두 사람이... 차마 말을 못 꺼내겠어요. 얼른 가서 직접 보세요.”그 말을 들은 정일범은 두 사람에게 무슨 일이 생긴 줄 알고 몸을 돌려 위층으로 달려갔다.정일범 형제와 이윤미도 뒤를 따라 올라갔다.결국, 이은화도 올라갔다.원래 떠나려던 하예진 일행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위층을 바라보고 있었다.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조윤을 저렇게 놀라게 했단 말인가!“형수님, 아버님과 윤정에게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김여희와 박수아 조윤을 둘러싸고 궁금한 듯한 표정으로 물었다.조윤의 얼굴이 붉어지며 우물쭈물 말을 잇지 못하다가 급기야 김여희 일행의 귀에 대고 무언가 속삭였다.순간 김여희와 박수아의 안색이 어두워지더니 재빨리 위층으로 뛰어 올라갔다.그 좋은 연극을 그녀들은 놓칠 수 없었다.곧 위층에서 이씨 가문 사람들의 고함과 물건이 깨지는 소리가 들려왔다.이 순간, 이씨 가문의 사람들뿐만 아니라 하예진 일행도 호기심을 감추지 못했다.“무슨 일이 생겼는지 제가 올라가 볼게요. 혹시 도울 일이라도 있는지.”전호영은 뻔뻔스럽게 도와주러 간다는 핑계로 이씨 가문의 몇몇 사람들과 함께 위층으로 올라가 보았다.하예진도 이씨 가문의 일원으로서 위층으로 올라가 그녀의 관심을 표현하고자 전호영의 뒤를 따라갔다.5분도 채 안 되어 전호영이 쏜살같이 아래층으로 내려왔다.그와 함께 올라갔던 가문의 사람들도 함께 당황한 표정으로 내려왔다.전호영은 고현을 끌고 고개를 돌려 소리쳤다.“예진 누나, 우리 얼른 가요.”하예진은 난처한 표정으로 계단을 내려오더니 곧장 집 밖으로 나가면서 대답했다.“가요. 빨리 가요. 못 보겠네요.”어떤 사람들은 도망치듯 밖으로 나갔고 어떤 사람은 친절하게 모두에게 돌아가라고 소리쳤다.“모두 집으로 돌아가세요. 얼른요.”이 피바람에 휩쓸리지 않도록 모두에
이씨 가문의 집사 진숙녀는 위층에서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아직도 모르는 눈치였다.이은화가 자리에 없기에 진숙녀는 이은화 대신 손님을 문밖까지 배웅하고 있었다.진숙녀는 하예진의 말을 이은화에게 전하겠다고 연신 고개를 끄덕이면서 대답했다.하예진은 고현의 차에 탔고 그녀의 경호원들은 고현의 경호원들은 몇 대의 차 안에 비집어 들어가 앉았고 하예진의 차는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을 운전하게 하여 그녀를 뒤따라 가게 했다.지금 이 시각, 전호영도 하예진이 너무 부러웠지만 질투할 때가 아니라는 점을 알고 있었기에 일단 이씨 가문 저택을 떠나려고 했다.방금 위층에서 본 장면도 전호영이 제아무리 뻔뻔하고 견식이 넓다고 해도 그 두 사람이 그렇고 그런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다.그들이 위층으로 올라갈 때 그 두 사람은 침대에서 여전히 바쁘게 운동하고 있었다.차가 이씨 가문의 저택을 떠난 후, 고현은 비로소 궁금해하면서 하예진에게 물었다.“언니와 호영 씨가 위층으로 올라가서 대체 무엇을 보셨어요? 이 대표님 남편분에게 또 무슨 사고라고 생긴 거예요?”하예진이 대답했다.“네, 사고 났어요. 그것도 엄청나게 큰 사고요. 오늘 밤에 이씨 가문으로 올 때도 조용하지 않을 것으로 짐작했지만 그토록 자극적인 장면을 볼 줄은 몰랐어요.”그 장면을 처음 보았을 때 하예진의 본능적인 반응은 눈을 더럽히지 않기 위해 몸을 돌리는 것이었다.하예진은 지금 생각해보니 정상적인 일이 아니라고 여겼다. 정군호는 이은화의 남편으로서 얼마 전에 바람을 피우다가 이은화에게 잡혀 폭행까지 당해 오늘의 연회에도 감히 참석하지 못했다.겨우 며칠 지나지 않아 났는데 정군호가 또 바람을 피웠다.그것도 바람피우는 상대가 이윤정이었다.이윤정은 이씨 가문의 옛날 집사의 딸이다. 그녀와 이윤미가 바뀌었기 때문에 이은화 부부는 진실도 모른 채 줄곧 이윤정을 친딸로 여기며 키웠다.정군호가 아무리 파렴치해도 이윤정을 건드리지 않을 것이다.하지만 그 둘은 침대에서 함께 운동했다.하예진은 두 사람이
“윤정 씨가 올려간 요리에 문제가 생겼는데 누가 꾸몄을까요? 윤정 씨인가요? 아니면 이모할아버지인가요? 누가 손을 쓰든 간에 그 계략은 참으로 악랄하고 지독하네요!”하예진은 말을 마치고 한참을 생각해보더니 스스로를 비방하며 계속해서 말했다.“그 사람들과 비교하면 저는 독하지도 악랄하지도 않네요.”만약 가주 자리에 오르기 위해 이런 수단을 써야 한다면 하예진은 결코 해내지 못할 것이다.그녀는 차라리 이은화의 자리를 이윤미에게 양보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고현은 깊이 생각에 잠기다가 다시 말을 꺼냈다.“그 두 사람은 아닐 거예요. 이 대표님도 아닐 거고, 우리는 더더욱 의심하지 않을 거예요. 우리는 연회 기간 내내 이은화의 시선 안에서 움직였어요. 이씨 가문의 친척들은 그럴 용기가 더더욱 없을 거고요. 윤미 씨의 담으로 보면 그럴 가능성은 있어요. 그런데 제가 윤미 씨에 대해 알고 있는 바로는 그녀는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계신 분이에요. 이런 비열한 수단으로 윤정 씨를 상대하지 않을 거란 말이에요. 어쨌든 정군호 씨는 윤미 씨의 친아버지인걸요.”하예진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저도 윤미 씨가 아니라고 생각해요. 저는 윤미 씨와 접촉한 적이 별로 없지만 그래도 그분은 그런 사람이 아닌 것 같아요. 만약 윤미 씨가 그런 비열한 수단을 쓰고 싶었으면 진작에 썼을 것이라고 믿어요. 오늘 밤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잖아요.”“맞아요. 이씨 가문의 몇몇 친척들도 그 장면을 목격했어요. 그들은 누구보다도 빠르게 뛰쳐나갔지만, 이모할머니께서 분노에 휩싸이는 바람에 그 사람들이 누군지 기억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그분들도 이모할머니께서 자신을 기억하고 보복하는 게 두려워서 뛰쳐나갔을 거예요.”하예진은 그 사람들의 모습을 기억했다.고현도 고개를 끄덕였다.“네. 이 대표님의 성격은 모질어요. 집안의 추악함을 밖으로 드러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이라 그 몇몇 사람들이 똑똑히 보지 못했다면 살길이 있을 텐데. 만약 누군지 똑똑히 보았다면 아마도 목숨이 위
하예진이 말을 건넸다.“제 생각에는 사모님 세 분이 꾸민 음모일 가능성이 커요. 어떻게 수를 썼는지 모르지만... 그냥 우리의 추측일 뿐이에요. 대체 누가 진범인지 우리가 알 필요 없는걸요. 아마 그 진범의 실체를 드러내놓지도 않을걸요.”이은화는 기필코 이 일이 알려지게 하지 않을 것이다. 그녀는 지금 충격과 분노에 휩싸여 미처 진실을 가릴 겨를이 없었다.나중에 이은화가 정신을 차리게 되면 바로 처리 할 것이다.현장을 본 몇몇 친척들도 빨리 도망가긴 했지만 사실 도망갈 수 없다. 이은화가 조사하기만 하면 누가 위층으로 올라갔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하예진은 내일 이은화가 가장 먼저 그녀를 찾아갈 것이라고 여겼다.그녀에게 외부에 소문내서는 안 된다고 신신당부할 것이고 누가 꾸민 짓인지도 직접 조사할 것이다.나중에 조윤 일행이 이혼을 당했는지, 집에서 쫓겨났는지 눈여겨보면 바로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윤정 씨는 조만간 이씨 가문을 떠나야 할 것 같네요.”고현이 한마디 했다.고현은 이윤정을 매우 싫어했다.이윤정이 그녀를 연모하고 매달리는 것이 싫은 것이 아니라 이윤정을 처음 본 순간부터 싫어했다.이윤정이 그녀를 사랑하든 말든 상관없었다.“정군호도 좋은 결과는 없을 거예요. 요즘 일어난 일들에 관해 이 대표님이 어찌 용서할 수 있겠어요? 설령 정군호 씨도 계략에 걸렸을지라도 이 대표님은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조만간 이씨 가문의 상황도 많이 변할 것 같네요.”펑!갑자기 큰 소리가 뒤에서 들려왔다.고현은 하던 말을 멈추었다.고현과 하예진은 고개를 돌렸다.고현의 경호원들의 차를 뒤따르던 검은 차가 대형 화물차에 의해 추돌당한 것이었다!화물차의 속도가 매우 빨랐다.그 검은 차는 경호원들의 차에 부딪혀 반대편 도로로 넘어지면서 네 바퀴가 하늘을 향했다.“차 세워!”고현은 낮은 목소리로 명령했다.운전기사는 급히 속도를 줄여 길가에 차를 세웠다.모든 차량이 길가에 차를 멈추었다.그 화물차도 멈췄다. 화물차 운전기사는 큰 문제는
그 말을 듣고 있던 하예진의 안색이 바로 어두워졌다. 그녀는 이 사건이 이은화가 꾸민 음모라고 생각했다.하예진은 이은화가 의외의 사고로 위장하여 자신을 죽이려 했다고 추측했다.그녀는 이은화가 아무것도 하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연회에서 조용하고 식사했고 음식에도 독이 없었다. 하여 하예진은 이은화가 호텔에 돌아오는 길에 자신의 차에 수를 써서 교통사고를 당할까 봐 고현의 차에 탔다.이은화의 목적은 하예진이었기에 고현의 차를 건드리지 않았고 또 감히 건드리지도 못할 것이다. 하여 고현의 차에 앉는 것이 가장 안전했다.하예진의 경호원들은 전씨 가문과 성씨 가문 그리고 노씨 가문이 그녀에게 배정해준 가장 실력 있는 경호원들이었기 때문에 하혜정도 그 경호원들의 생명을 보장해야 했다.그래서 하예진은 그녀의 경호원들을 향해 윙크하며 술을 마셨으니 운전하면 안 된다고 말하며 고현의 경호원 차에 비집어 올라타게 했고 이씨 가문의 진숙녀에게 부탁하여 이씨 가문의 경호원들을 그녀의 차를 몰고 호텔로 가도록 했다.지금 부딪힌 차는 마침 전호영이 하예진에게 안배해 준 차였다.차가 뒤집힌 뒤로 빠르게 불이 붙는 바람에 누구에게도 구조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그 차는 현장에서 부서지고 사람도 즉시 사망했다.하예진을 겨냥하여 꾸민 일이 틀림없다.만약 오늘 밤 전호영과 고현을 따라오게 하지 않았다면 하예진은 아마 죽음을 면치 못했을 것이다.설마 이은숙도 이렇게 죽었던 건가!전호영은 나지막이 말했다.“이씨 집안의 그 경호원이 불에 타 죽었어요. 우리가 구조할 기회조차 없었거든요. 불길이 너무 세고 불이 붙는 속도도 너무 빨랐거든요. 누나, 우리 일단 돌아가서 얘기해요. 여기에서 얘기하기가 불편해요.”이은화가 하예진을 저녁 식사에 초대했을 때, 전호영과 하예진은 이 연회가 그들을 해칠 연회일 것으로 추측하고 있었다. 이씨 가문의 저택을 떠나면 무사할 줄 알았지만 결국 길에서 이런 사고를 당할 줄은 몰랐다.정군호와 이윤정의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하예진은 아마
“엄마, 사고일 거예요. 윤정이가 우리 아버지를 유혹할 리가 없잖아요.”이윤미가 한마디 했다. 그녀는 이윤정 대신 사정하는 게 아니라 자신을 의심하지 말라는 의미에서 꺼낸 말이다.물론 이 일은 이윤미가 꾸민 일이 아니다.하지만 그녀는 알고 있다.조윤 일행이 무슨 짓을 꾸미고 있는지 이윤미는 전부 알고 있었다.이윤미는 이윤정을 일깨워주지 않고 사건이 터지도록 내버려 두었을 뿐이다.머리를 쓰지 않아도 이 사건은 이윤정의 뜻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고 정군호 또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을 것이 뻔했다.정군호가 바람을 피우는 상대가 젊고 예쁘다고는 하지만 그는 절대로 친딸처럼 키운 이윤정에게 그런 생각을 품지 않을 것이다.정군호는 친딸 이윤미가 이씨 가문으로 돌아왔는데도 여전히 이윤정을 가장 아껴주었다.친딸 이윤미에게 정이 가지 않았다.정군호는 심지어 이윤정을 도와 이윤미를 괴롭혔다.그러나 지금 이 두 사람은 함께 있었고 그 장면도 이은화가 목격하게 되었으니 두 사람의 후과는 아마 처참할 것이다.이은화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내 말 안 들려? 이윤정을 내 던져! 다시는 안 보고 싶어! 당장! 얼른 깨워! 윤정이는 더는 우리 가문의 딸이 아니라고! 윤정이는 내 딸도 아니잖아. 이씨 성을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니까 얼른 꺼지라고 해!”이은화는 이윤정이 정군호를 꼬셨다고 의심하시는 게 아니다.하지만 20년 넘게 아꼈던 수양딸과 자신의 곁은 지켜주던 남편 정군호가 침대에서 뒹굴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을 뿐이다.이은화는 누가 옳은지 그른지 상관없이 다시는 이윤정을 보고 싶지 않았고 예전처럼 이윤정이 그녀 앞에서 알른거리는 것을 내버려 둘 자신이 없었다.그리고 정군호도...이은호의 눈가에는 깊은 원한이 솟구쳐 올랐다. 그녀는 정군호를 폐인으로 만들어 다시는 여자를 건드릴 수 없게 하고 싶었다.“엄마, 화내지 마마세요. 제가 금방 처리할 테니까 화내지 마세요.”이윤미는 어머니의 마음을 달래고 있었다.이윤정을 처리해야 했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