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혜는 말을 하면서 두 사람을 데리고 위층으로 올라갔다.유청하 모자는 모두 잠들어 있었다. 이를 본 하예정은 들어가는 이경혜를 막으며 조용히 말을 건넸다.“이모, 편히 쉬게 해요.”이경혜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이고는 방문을 조용히 닫았다.우빈은 조금 실망한 모양이다.그는 동생과 잠시 놀아주려고 했다.1층으로 돌아온 우빈은 소파에 앉아 간식을 조금 먹으면서 홀에서 혼자 놀았다.성씨 가문에도 몇 가지 장난감이 있었다. 이는 우빈이가 평소에 성씨 가문에 놀러 왔을 때 성소현이 사준 장난감이었는데 집에 가져가지 않았다.지금은 새로 산 장난감들이 더 많아졌다. 아마도 어린 동생을 위해 사 온 장난감인 듯하다.우빈은 먼저 놀고 있었다.“이모, 제가 사람 한 분에 관해 물어볼 게 있어요.”이경혜는 조카딸을 바라보며 물었다.“누구? 누구에 관해 물어보려고?”이경혜는 전태윤에게 물어보면 모두 해결될 문제를 자신에게 왜 물어보는지 의아해하며 하예정을 바라보았다.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여자 한 분에 대해 알아보려고요. 태윤 씨는 여자에게 관심 없어서 제가 물어본다고 해도 남편이 또 공을 들여 알아봐야 하잖아요.”이경혜는 담담하게 웃었다.“하긴, 태윤 씨가 너에 대한 감정은 유난히 한결같지. 너희들이 이렇게 행복하고 사는 것처럼 소현과 준하 씨도 행복하게 살아갔으면 좋겠다.”성기현은 줄곤 이경혜의 곁에 남아있기 때문에 그녀는 걱정하지 않았다.그러나 성소현은 멀리 시집가야 했다.예준하는 지금 성소현에게 할 말이 없을 정도로 잘해주고 있었다. 그는 심지어 성소현을 위해 데릴사위로 장가오고 싶을 마음도 있었다.예준하는 일찍 성씨 가문의 저택 옆에 큰 별장을 구매하고는 앞으로 관성에 오래 머물 계획을 하고 있었다. 성소현이 친정으로 돌아가는 길이 더 이상 가까울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기나긴 인생길에서 앞으로 어떤 변화가 있을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었다.“이모, 그런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준하 씨는 분명 소현 언니에게 잘해주실 거예요. 두
이경혜는 한참을 생각한 끝에 입을 열었다.“내가 관성에서 수십 년을 살았거든. 네 이모부에게 시집가면서부터 상류사회에 발을 들여놓았는데 많은 사모님과 재벌가 아가씨들을 알고 있어. 근데 용씨 사모님이라고 들어본 적 없어.”하예정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관성의 사람은 아니라고 했어요. 단지 관성에 조금 머문다고 했고 사업도 모두 외지에 있다고 했어요. 남편도 조용하게 움직이는 편이라서 연회에도 잘 참석하시지 않는다고 하셨어요.”이경혜가 말했다.“그래도 사업하는 사람이라면 사람과 교제하면서 살아야 할 텐데. 관성의 사람이 아닌데 관성에 오랫동안 머물면서 산다고 해도 사람들을 만나면서 살았을 텐데. 난 용씨 가문이라고 들어본 적 없어.”“아마도 재산이 너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상류 사회층에 다다르지 못했을 수도 있어요.”이경혜가 물었다.“근데 이 사람을 조사봐서 뭐 하려고? 무슨 문제라도 있어?”하예정은 용씨 사모님을 알게 된 과정을 이경혜에게 알려주었다.“저는 그 사모님을 볼 때마다 왠지 익숙한 느낌이 들어서 그래요. 왠지 자꾸 여씨 가문의 여운별을 닮았다고 생각하거든. 운초 씨도 많이 닮았다고 했어요. 운초 씨는 여운별과 20년 넘게 자매로 지냈기에 여운별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거든요. 그 용씨 사모님의 몸매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여운별과 비슷하다고 말했어요. 하지만 용씨 사모님은 여운별이 아니란 말이에요. 여운별이 돈이 없어서 늘 운초 씨를 찾아가 돈을 달라고 난리 치고 있거든요. 며칠 전에도 우리 시댁에 가서 돈 달라고 어찌나 난리를 치는지...”이경혜가 말을 건넸다.“몸매도 비슷하고 목소리도 비슷한데 얼굴이 비슷하지 않다고? 여운별 씨가 다시 나타난 것으로 보면 성형하지는 않았을 거고. 성형하면 한동안은 나오지 못하거든. 그럼 말투와 행동은 어땠어?”“부드럽고 단아해요. 말할 때도 잘 웃고. 근데 어딘가 매우 어색하다고 느껴져요. 그렇다고 흠을 잡으려 해도 흠잡을 곳은 없고요.”이경혜가 다시 입을 열었다.“몇 번 만난 사람일 뿐
“아, 있어요. 그런데 어린아이예요. 연정 씨 양자인데 용정이라고 해요. 근데 어린아이일 뿐인데... 참! 생각났어요. 지난번에 연정 씨가 남편이 용정을 데리고 놀러 왔을 때 정남 씨가 태윤 씨에게 말하는 것을 들은 적 있어요. 엄청 대단한 거물이 관성에 나타났는데 재빨리 떠났다고 했어요. 어디에서 왔는지 성씨가 뭔지도 조사하지 못했다고 했어요.”용정의 출신을 떠올리며 하예정은 그녀의 상상력을 발휘했다.“이모, 혹시 그 사람이 관성에 한 번 온 게 아닐까요? 예씨 가문을 이용해 관성에서 수작을 부려 무언가 꾸미려는 게 아닐까요? 그것도 아닌 것 같은데? 무언가를 하려면 A시로 가야 할 텐데요.”만약 용정을 노리고 온 것이라면 관성에서 계략을 꾸면 안 될 텐데 말이다.그리고 만약 지난번에 갑자기 나타난 그 거물이 용정을 노리고 왔다면 진작에 손을 썼을 것이다. 용정의 원수는 예씨 가문도 안중에 두지 않았다.다만 정겨울 뒤에 서 있는 신의 의사 일행을 두려워할 뿐이다.이경혜는 용정의 출신을 알지 못했고 이해하지도 못했기에 이 일을 마음에 두지 않았다.그녀는 하예정에게 말을 건넸다.“이해할 수 없으면 그만둬. 너무 신경 쓰지 마. 여러 번 만난 것은 우연일 수 있지. 정 생각난다면 다음에 또 만났을 때 차라리 연락처를 요구해봐.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면서 천천히 조사해보면 되지 않을까? 그 사모님이 운별 씨와 상관있든 없든 지내다 보면 진실은 결국 드러나게 될 거야. 그런데 꼭 안전에 주의해야 해. 배 속의 아기도 잘 보호하고.”하예정은 고개를 끄덕이며 응했다.“알겠어요. 용씨 사모님이 경호원을 거느리고 다니는 것처럼 저도 경호원들을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안전해요. 저도 싸움할 줄 알고요.”“가장 좋은 방법은 운초 씨가 나서서 허점을 찾는 건데. 용씨 사모님과 여운별 씨가 동일 인물이라면 운초 씨가 그녀의 친동생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가장 쉽게 허점을 찾을 수 있을걸.”“운초 씨의 시력은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어요.”“그래도 허점을 발
이경혜가 웃었다.“맛있지? 호호호...”말하는 사이에 성소현과 예준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언니가 돌아왔나 봐요.”하예정이 말했다.우빈은 성소현이 돌아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안고 미친 듯이 뛰쳐나갔다.그가 넘어질까 봐 걱정된 하예정이 얼른 일어나 따라갔다.이경혜는 따라가지 않고 소파에 앉아 고개를 돌려 하예정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이경혜의 얼굴의 웃음기는 이내 사라졌다. 그녀는 일찍 돌아간 여동생 이경희를 떠올렸다.그녀가 아직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이경혜는 자신의 부모님 모두 살아계신다면 대가족이 함께 떠들썩하게 행복하게 살았을 것이고 동생이 일찍 죽지도, 헤어지지도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했다.여동생이 이 세상에 살아있다면 얼마나 좋을까!‘그 당시 어머니의 특별 비서님은 살아계실지...’이은숙의 특별 비서는 매우 중요한 인물이었다.이경혜가 쓸 수 있는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찾았지만 결국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사람들이 그 노련한 특별 비서에 대해 기억은 없었지만, 이경혜는 여전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녀의 기억으로 그린 초상화가 맞을지도 모른다.이은화는 수십 년 동안 그 특별 비서를 찾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나 찾지 못했다.이은화가 그 비서에 대한 인상이 더 깊을 것이다.게다가 만약 살아있다고 해도 나이가 많아서 그 당시 일어난 일을 기억하고 있을지...이경혜는 마음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견고한 눈빛으로 속으로 돌아가신 엄마에게 말했다.‘엄마, 제가 반드시 엄마 대신 복수할 거예요. 우리 재산도 반드시 전부 되찾을 거에요! 엄마, 하늘나라에서 꼭 우리 예진이가 강성에서 무사히 우리의 모든 것을 되찾도록 도와주세요! 예진이는 엄마 외손녀예요. 그리고 여동생은... 제가 지켜주지 못했어요.’여동생만 생각하면 이경혜는 마음이 무거워진다.밖에 있던 성소현은 그녀를 향해 달려가는 우빈을 안아 들어 올려 두 바퀴 돌았다. 우빈은 기쁘게 웃으며 성소현에게 말했다.“이모! 더 높이 해줘요! 더요!”성소현
예준하가 우빈에게 물었다.“아저씨는 시간이 없어서 이모가 저를 데리러 왔어요. 그리고 아기 보러 왔는데 아기가 잠들어서 지금까지 보지 못했어요.”우빈은 말주변도 좋고 발음도 똑똑했다.예준하는 이 녀석이 용정과 너무 닮았다고 생각했다.모연정이 용정을 금방 입양했을 때 한 살 남짓했을 때였는데 옹알옹알 말도 잘하지 못했으나 지금은 3살이나 되었다. 녀석은 작은 어른처럼 또래 아이들보다 키가 크고 똑똑했다.용정의 기억력이 아주 좋은 점이 가장 의외였다.그러나 예준하가 우빈을 처음 만났을 때 우빈은 너무 어리고 말도 서툴렀다. 그러나 지금은 똑똑한 개구쟁이로 변했다.예준하는 그와 성소현 사이에서 태어난 아기도 우빈과 용정처럼 똑똑하고 영리하기를 바랐다.“아기가 아직 어려서 잠을 많이 자거든. 좀 더 크면 우빈과 잘 놀 수 있을 거야.”우빈이 대답했다.“네, 이모도 그랬어요. 아저씨는 바쁘지 않죠? 제가 매번 이모를 보러 올 때마다 아저씨를 보는 것 같아요.”우빈의 눈에는 전태윤과 노동명 그리고 소정남이 가장 바빠 보였다.노동명은 다리가 여전히 불편해서 휠체어를 타서라도 회사로 일하러 갔다.하예정처럼 아주 바빴다.하지만 예준하는 바쁘지 않아 보였다. 만약 바쁘다면 매번 예준하를 볼 수 없었을 테니까.예준하는 웃으며 말했다.“나도 바쁘거든. 그런데 네 소현 이모가 여기로 혼자 오는 게 걱정돼서 일하던 중간에 여기로 데려다준 거야.”우빈은 작은 얼굴을 쳐들고 순진하게 말했다.“그럼 아저씨도 소현 이모에게 경호원을 보내주세요. 우리 예정 이모도 경호원들이 따라다니거든요. 태윤 이모부가 그렇게 해야만 안심하고 일할 수 했어요. 그리고 우리 이모가 나쁜 사람도 때려눕힐 수 있어요. 엄청 대단한걸요. 저는 우리 이모가 가장 좋아요.”예준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그래. 네 이모는 정말 대단하구나. 소현 이모도 싸움할 줄 아는데 난 여전히 걱정되어서 여기까지 데려다줬어. 겸사겸사 여기에서 밥 먹을 겸.”그러자 우빈은 알겠다는 표정으로 말을 건넸
예준하는 껄껄 웃었다.“그럼, 우리 우빈을 좋아하는 사람이 엄청 많지. 우빈이도 내가 널 좋아해 줄 자리를 남겨 둬야 해. 알았지?”우빈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였다.“걱정하지 마세요. 당연히 남겨두어야죠.”모두가 한바탕 웃었다.막 집에 들어섰을 때, 전태윤의 전화가 걸려왔고 하예정이 이내 받았다.두 사람은 일상적인 이야기를 나누었다.전태윤은 그의 아내가 성씨 가문으로 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예전에는 하예정이 성씨 가문에 올 때면 전태윤도 따라왔지만, 오늘 밤 너무 바빠서 따라오지 않았다.하예정은 친절하게 말했다.“지금 이모 집에서 밥 먹고 이야기 좀 하다가 날이 어두워지면 집으로 돌아갈 예정이에요. 저녁에 술 많이 드시지 말고 따듯하게 입고 나가세요. 오늘 기온이 또 내려간다고 하니까.”요즘 기온이 떨었지만, 비도 내린다고 했다.겨울에 비가 오면 더 춥게 느껴진다.“술은 마시지 않을 거야. 내가 밖에서 찬 바람을 쐴 필요도 없어서 밖에 아무리 추워도 나랑 상관없어.”전태윤은 매일 난방이 있는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고 설령 외출하여 사업을 논의하더라도 따뜻한 관성 호텔에서 일을 보았다.기온이 아무리 내려가도 대표 전태윤에게는 전혀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예정아, 너 매일 밖에서 뛰어다녀야 하는데 옷을 더 입고 다녀. 우빈에게도 두 벌 더 입히고. 오늘 저녁 접대 자리에 동명이와 함께 가거든.”노동명이 바삐 돌아치는 이유가 바로 이 일 때문이었다.하예정이 대답했다.“알았어요. 제가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우빈이도 추워지면 저에게 말할 거예요. 스스로 옷을 찾아서 입을 줄도 알아요.”하예정은 우빈을 위해 이미 따뜻한 옷 한 벌을 입혀주었다.“동명 오빠도 잘 돌봐주세요.”“네가 말하지 않아도 그러려고. 그럼 먼저 밥 먹어. 이따가 내가 동명이 데리러 가야 하니까.”하예정은 그에게 다시 당부한 뒤 통화를 끝냈다.하예정은 휴대전화를 귓가에서 떼어낸 뒤에야 우빈이가 곁에 앉아 그녀가 통화를 하는 모습을 보고 있다는 사실
늙은이는 어린아이와 다름없다고 하더니만, 이럴 때 두고 하는 말인듯하다.전씨 할머니는 장난꾸러기였다.곧 차가 중심 별장 입구에 멈추었다.하예정은 우빈을 도와 작은 가방을 메고 싶었지만, 우빈은 스스로 메겠다고 고집했다.“선생님께서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은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 엄마와 이모도 그렇게 가르쳤어요.”하예정은 웃으며 입을 열었다.“그래, 그래. 내가 그렇게 가르쳤는데도 까먹었네. 맞아. 자기 일은 스스로 해야지.”수많은 사람이 우빈을 사랑해 주었다.하예진 자매는 우빈이가 버릇없이 자랄까 봐 늘 교육을 중시했다.우빈에게 올바른 인생관을 가르쳐 버릇없이 자라지 않도록 말이다.우빈은 자신의 작은 가방을 메고 문이 열리기를 기다렸다가 차에서 내린 후 몸을 돌려 작은 손을 뻗어 하예정을 부축했다.하예정은 우빈의 작은 손을 잡았다. 우빈이가 그녀를 부축하여 차에서 내린 것처럼 시늉했다.“우리 우빈이 최고야.”“이모부께서 저와 이모부는 모두 같은 남자로서 앞으로 엄마와 이모를 보호하고 돌봐주어야 한다고 말씀하셨어요.”하예정은 웃으며 말을 꺼냈다.“다 큰 어른 같네. 우리 우빈이.”하예정의 마음이 따듯해졌다.그녀가 우빈을 친자식처럼 아끼는 것이 헛된 고생이 아니었다.하예정은 전태윤에게 따뜻함을 느꼈다. 그는 우빈에게까지 그녀를 돌봐야 한다고 가르쳤다!우빈은 어릴 때부터 배려심이 많았는데 더 크면 분명 훈남이 될 것이다.장차 어느 집 딸이 복이 있을지 참 기대된다.“오셨어요.”박 집사가 집안에서 마중 나왔다.“집사님, 할머니께서 돌아오셨어요?”하예정이 박 집사에게 물었습니다.“사모님께서 오셨어요. 어르신은 아직 돌아오시지 않으셨거든요.”박 집사는 앞으로 나아가 우빈을 안아 왔다.하예정도 그가 우빈을을 안고 있도록 팔을 내밀었다.“안녕하세요.”우빈은 달콤하게 박 집사에게 인사를 건넸다.박 집사는 웃으며 우빈과 인사를 나누고는 녀석을 안고 하예정을 따라 집 안으로 들어갔다. 박 집사는 걸으면서 목소리를 낮
장소민은 문을 닫지 않고 대답했다.“내가 기분은 안 좋았는데 지금은 많이 나아졌어.”“무슨 일이 생겼어요?”하예정이 관심 있게 물었다.장소민이 먼저 물었다.“물 마실래?”“안 마실래요. 고마워요.”장소민은 다가가서 하예정을 소파에 앉히며 말했다.“큰일은 아니고, 그냥 여섯째 창빈의 일로 네 아빠와 좀 다투었어. 너무 화가 난 나머지 집에서 나왔어.”하예정이 말을 건넸다.“그럼 아버님께서 어머님이 여기로 오신 것을 모르신다는 말씀이세요?”장소민은 쑥스러워하며 말했다.“아직 말하지 않았어. 박 집사한테도 말하지 말라고 했어. 나도 좀 진정하려고.”“아버님께서 걱정하실 텐데. 어머님, 창빈 도련님께 무슨 일이라도 생겼어요? 먼저 아버님께 우리 집에 있다고 메시지 보내세요. 걱정하시며 찾아다니실지도 몰라요.”장소민은 입을 오므리다가 대답했다.“내가 여기로 온 지도 벌써 몇 시간이나 지났는데도 찾아오지 않는데 내 걱정은 아예 안 할지도 몰라.”잠시 후 장소민은 작은 소리로 덧붙였다.“내가 몰래 나왔거든. 내가 외출하는지도 모를걸. 아마 내가 여전히 방에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어.”전현민의 성격으로 장소민을 찾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그러면서 장소민은 전현림에 메시지를 보내 전태윤 집에 왔다고 전했다.전현림이 장소민에 수많은 메시지를 보냈지만, 그녀는 읽기만 했을 뿐 답장하지 않았다.장소민이 전현림에 메시지를 보낸 후에야 하예정은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창빈 도련님이 왜요?”“예정아, 네가 예전에 창빈이가 요리하는 것을 좋아한다고 했잖아. 창빈이가 지금 요리사가 되고 싶어 하지만 난 찬성하지 않았고 네 아빠가 허락했거든. 사람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고 지지해 주시거든.”전씨 가문의 형제들은 전부 요리할 줄 알았다.이것은 전씨 할머니께서 배양해 주신 결과였다. 어르신은 손자마다 전씨 가문의 보호 없이도 스스로 독립할 줄 알고 자신만의 세계를 꾸밀 줄 알아야 한다고 하셨다.형제들은 모두 다재다능하여 만약 어느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
그러나 전창빈은 사업을 확장하거나 삶을 즐길 생각은 하지 않고 먼 길을 떠나 여기까지 와서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로 지원했다.선우민아는 그 이유를 알고 싶었다.전창빈은 솔직하게 대답했다.“도전하려고 왔습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요리를 좋아했고 스승을 모셔 요리 실력을 키우기도 했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여러 구역의 다양한 요리를 연구하며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창업으로 작은 성공을 거두었지만 산 밖에 산이 있고 사람 위에 사람이 있는 법이라고 여기기에 계속 발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님들의 입맛이 바로 저를 발전하게 하는 원동력이니까요.”전창빈은 자신의 요리가 손님들이 맛있다고 생각해야만 요리 실력이 검증된 것으로 생각했다.손님들이 그 요리에 대해 조언을 해주면 그것을 개선해 더 높은 수준의 요리 실력을 갖출 수 있었기 때문이다. 선우민아처럼 까다로운 손님을 만났을 때 그녀의 평가는 전창빈을 더욱 발전하게 할 것이다.선우민아는 그가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에 도전하고 싶어서 온 것임을 직감하고는 잠시 침묵하다가 입을 열었다.“자신이 갑이 되는 것과 남의 밑에서 일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에요. 전이혁 씨는 제대로 고려해보셨나요? 만약 우리 가문에서 요리사로 일한다면 우리 가문만의 가정 요리사가 되어 전국의 다양한 손님을 상대할 기회가 없어요. 아마 전이혁 씨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 수도 있죠.”전창빈은 빙그레 웃으며 선우정아와 시선을 마주치며 대답했다.“아마 큰아가씨님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몇 명 없을 겁니다. 제가 여기서 일하면 전국의 손님을 상대할 수는 없겠지만 큰아가씨께서 싫증 내지 않을 정도로 1년 정도 일할 수 있다면 제 요리 실력도 크게 향상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실력을 키워 앞으로 관성으로 돌아가면 제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에도 손님이 떼구름처럼 몰려들겠죠.”전창빈은 자신의 요리사들을 이끌어 더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전국의 손님들이 고향의 전통 요리와 관성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노
강진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제 경험상으로 보면 전창빈 씨는 합격일 겁니다. 어서 큰아가씨를 뵈러 가세요. 긴장할 필요 없어요. 큰아가씨는 표정이 좀 진지하지만 사실은 매우 좋은 분이십니다.”“감사합니다. 지금 바로 가보겠습니다.”전창빈은 엄격한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았다.선우민아가 아무리 엄격해도 그의 큰형 전태윤보다는 못할 것이다.엄격한 전태윤의 얼굴에 익숙해진 전이혁은 이미 엄격한 사람들에게 면역력이 생겼다.전창빈은 강진을 따라 주방을 나섰다.강진은 전창빈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주방을 나선 후에도 전창빈은 여기저기 둘러보지 않았고 또 선우씨 가문 저택의 호화로움에 놀라지도 않았다.다른 지원자들은 늘 선우씨 저택의 사치스러움에 압도되어 주변을 둘러보지 않을 수 없었던 모양과는 달랐다.강진은 전창빈이 분명 세상 물정을 다 겪어본 사람이거나 굉장한 침착성을 가진 사람일 거로 생각했다.어쨌든 강진은 눈앞의 이 젊은 요리사에게 좋은 인상을 받았다. 아마 내일이면 동료가 될 것 같았다.강진은 전창빈을 데리고 선우민아가 앉은 자리에서 몇 미터 떨어진 곳에 멈추어 섰다. 그는 전창빈에게 잠시 기다리라는 신호를 보낸 후 먼저 나아가 공손히 말했다.“큰아가씨, 전창빈 씨께서 오셨습니다.”선우씨 가족 중 전창빈을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오직 선우정아뿐이었다.다른 사람들은 그때 집에 없어 전창빈을 직접 보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다들 그를 보더니 모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한경주가 남편 선우진혁에게 소곤거렸다.“정말 젊어 보이네요. 우리 민아랑 비슷한 나이 같아요.”선우진혁도 고개를 끄덕였다.“젊네. 보아하니 매우 침착해 보이고. 조금도 긴장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이 없구먼.”“이 요리사분이 매우 잘생겼다는 생각 안 들어요?”선우씨 가문의 둘째 부인, 즉 선우정아의 어머니가 작은 목소리로 시누이에게 말했다.한경주가 웃으며 대답했다.“정말 잘생겼네요.”선우정아도 말을 이었다.“제 말 이제 믿으시죠? 제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가 매우 젊고 잘
선우민기는 입을 삐죽 내밀며 불만이 가득한 표정을 지었다.“민기야, 오늘 저녁 요리 맛있었어?”선우민아가 동생에게 물었다.“맛있어요. 엄청 맛있었어요.”사촌 동생도 따라 말했다.“정말 정말 맛있었어요. 누나, 저 앞으로 매일 누나 집에 와서 밥 먹어도 돼요?”선우민아가 웃으며 대답했다.“오고 싶으면 오렴. 하지만 너랑 민기는 밥 잘 먹어야 해. 놀기만 하면 안 된다?”두 꼬마가 함께 모이면 말 그대로 손오공이 천궁을 뒤집어 놓는 수준이었다.가문의 후손에 남자아이가 둘뿐이라 모두가 그들을 귀여워했다. 선우씨 가문의 누나들이 집에 없을 때면 두 꼬마는 진짜로 지붕조차 뒤집을 기세였다.어르신들이 말릴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 만약 두 꼬마가 지붕을 뜯으려 하면 오히려 사다리를 대줄 정도니까.“알았어요. 저희 꼭 말을 잘 들을게요.”“그래, 너희 둘 밖에 나갈 땐 외투 꼭 입고 나가야 해. 밖이 너무 추워.”두 꼬마는 기쁜 마음으로 손을 잡고 집에서 뛰쳐나갔다.동생들이 모두 놀러 나가자 선우민아가 집사에게 지시했다.“아저씨, 전창빈 씨를 만나게 해줘요.”강진이 공손하게 대답했다.“네. 바로 전창빈 씨를 불러오겠습니다.”선우민아는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고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이동하자 가족들도 모두 따라 일어나 거실 소파에 앉았다.선우민아가 오늘의 최종 면접자를 만나고 싶다고 하자 선우씨 가족들은 바로 그 지원자가 채용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직감했다.확실히 오늘의 저녁 식사는 온 가족을 만족시켰다.선우민아의 입맛이 까다로워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다. 그들은 선우민아 덕분에 항상 최고의 요리사가 준비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비록 그녀만큼 입맛이 까다롭지는 않았지만 요리의 품질을 가리는 안목은 그래도 꽤 좋은 편이다.강진이 미소를 머금으며 주방으로 들어갔고 전창빈이 의자에 앉아 휴대전화를 보고 있는 모습을 보자 그쪽으로 다가갔다.발소리를 들은 전창빈은 휴대전화에서 시선을 떼었고 고개를 들어
원림성 A시.전창빈은 모든 요리를 다 하고는 주방 한구석에 자리를 잡고 휴대전화를 꺼내 뉴스를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그는 결과를 기다려야 했다. 온종일을 바쁘게 보냈다.정확히 말하면 오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지금까지 준비한 모든 것이 전부 오늘 저녁 식사를 마련하기 위함이었다.그리고 저녁이 되어서야 주인공이 돌아왔다.잠시 기다린 후, 전이진이 오후 내내 준비한 요리들이 하나둘씩 하인들에 의해 운반되어 나갔다. 물론 그는 나갈 필요가 없었다.선우민아가 그의 요리를 맛본 후 만족스럽다면 전창빈을 불러낼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통보도 없이 주방에 머물다가 선우씨 가족들이 모두 식사를 마치고 떠나면 집으로 돌아야 한다.비록 전창빈은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한 확신이 있지만 밖이 완전히 어두워졌는데도 선우민아의 면담 요청이 없었다. 그는 겉으로는 여전히 뉴스를 보며 담담해 보였으나 속으로는 조금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다.그는 송일우처럼 세 번이나 도전하는 상황은 원치 않았다. 송일우는 몇 년이나 도전했지만 여전히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지 못했다. 그리고 이번에 실패한 뒤로는 다시 오지 않겠다고 말했다. 자신감을 잃었을 뿐만 아니라 나이도 점점 들어가고 있었던 모양이다.한편 선우씨 가족들이 이미 식사를 마치고 있었다.선우민아도 냅킨으로 입가를 닦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앉아 있던 선우민아의 어머니 한경주가 관심 있게 물었다.“민아야, 이번 지원자가 만든 음식은 어때?”선우민아가 대답하기도 전에 한경주는 계속해서 말했다.“엄마 생각엔 괜찮은 것 같은데 그냥 채용하는 게 어때?”선우민아의 남동생 선우민기는 의자에 털썩 앉아 배를 만지며 말했다.“누나, 나 너무 많이 먹은 것 같아. 이번 요리는 정말 맛있었어. 오랜만에 이렇게 배불리 먹었어.”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선우민기의 배를 가볍게 톡 치며 눈가에 미소를 띠면서 말했다.“너는 굶은 적도 없으면서 왜 이렇게까지 많이 먹었어? 이번만 먹고 다음 끼니는 못 먹을 거로 생각한 건 아니지? 좀 앉아 이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