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언니는 요리사를 고용하는 거지 남편을 찾는 게 아니니까 멀어도 상관없어요.”선우 정아는 웃으며 말했다.“그가 만든 요리가 맛나고 언니가 먹고 질리지만 않으면 그게 최고예요.” 전창빈의 모습을 아직 보지 못했기에 선우 민아는 그를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단지 그의 관청 출신이라는 사실에 조금 놀랐을 뿐이었다. “나도 질리지 않는 요리사가 있었으면 좋겠어... 매번 요리사를 바꾸지 않아도 되고.”선우 민아는 자신의 입맛에 대해 한숨을 쉬며 말했다.“왜 이렇게 까다로운 입맛을 갖게 된 건지 모르겠어.”“언니, 이제 더 이상 디저트 안 드세요?”선우 정아는 언니가 디저트를 더 이상 먹지 않자 물었다.“지금은 안 먹을래, 회의 시간이 다가와서.”선우민아는 시간을 보며 말했다.“곧 회의가 시작하니 넌 집에 돌아가지 말고 나랑 같이 회의실 가자.”“네.”선우 정아은 디저트를 가져가며 말했다.“언니가 더 안 드시면 제가 다 먹을게에요. 제가 보기엔 아주 맛있는것 같아요. 전창빈은 디저트를 잘 만들지 못한다고 했지만 언니가 먹는 것을 보니 그는 아마 꽤 실력이 있는 것 같네요.”선우민아는 웃으며 말했다.“그건 내가 배가 고파서 그런 거지.”“언니가 입맛이 까다롭다고 유명한데 전창빈이 만든 디저트가 맛있지 않으면 절대 먹지 않았을 것일 거요.”선우 민아는 웃으며 대답하지 않았다.사실 그 말이 맞았다. 전창빈이 만든 디저트는 약간 퍽퍽하긴 했지만 맛은 정말 좋았기에 점점 전창빈이 만든 요리가 기대 되였다.생각을 정리한 선우 민아는 핸드폰을 들어 집사에게 전화를 걸었다.“오늘 면접 본 요리사에게 내일 오후에 다시 시험 보러 오라고 말해줘. 내일 저녁에 집에 가서 그가 만든 요리를 먹을 것이니 필요한 재료만 도와주고 나머지는 모두 그가 직접 준비하게 해야되. 그리고 그가 요리하는 걸 지켜봐줘.”집사는 존경의 말을 하며 대답했다.“즉시 전창빈 씨에게 연락드릴게요. 모든 면접자의 전 과정을 우리가 지켜보고 있으니 그들이 허짓으로 준비해도
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내일 어떤 요리를 해야 선우 민아의 입맛을 사로잡고 선우씨 가문의 요리사 자리를 얻을 수 있을지 생각했다.자신이 가장 잘하는 요리를 할가 아니면 덜 자주 하는 요리를 할까 고민했다.천천히 향긋한 차를 음미하며 전창빈은 중간 정도의 수준으로 요리 하기 결정했다. 만약 너무 처음부터 가장 잘하는 요리를 보여버리면 나중에 할 수 있는 게 없어질 것 같았기에 가장 잘하는 요리는 마지막에 남겨두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요리하기를 좋아하는 그는 이미 십여 년을 연구해 왔다. 비록 나이가 젊지만 그가 중간 수준으로 만드는 요리는 보통 사람들에 비하면 맛있는 요리일 것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오늘 만든 디저트도 그가 가장 잘하는 요리가 아니었지만 선우 민아가 그가 만든 디저트를 먹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그렇지 않았다면 선우 민아가 집사보고 그에게 내일 오후에 다시 시험을 볼러 오라는말을 할 수가 없었다.오늘 처음 A시에 도착한 전창빈은 경쟁자가 있는지 알아볼 시간이 없었기에 자신 외에 다른 경쟁자가 있을지 궁금했다. 그러나 만약 있다고 하여도 선우 민아는 한꺼번에 그들한테 복수 시험을 참가시키지 않을 것이다.그때 그의 휴대폰에 형이 보낸 음성 메시지를 받게 되었다.“면접 합격했어?”전창빈은 전화를 걸어 형에게 답했다.“어떻게 됐어?”전창빈은 웃으며 대답했다.“형이 제 요리 실력을 못 믿으세요?”“형은 네가 잘할 거라고 믿어. 하지만 네가 상대하는 건 나 가아니고 선우 민아 이잖아.”전창빈은 대답했다.“아직 그분을 만나보지 못했어요. 방금 도착해서 호텔에서 좀 쉬다가 저녁을 먹고 면접 보러 갔는데 선우씨 가문의 집사와 선우정아 씨밖에 보지 못했어요. 실제 결정을 내리는 선우 민아을 보지도 못하고요.”전태윤은 웃으며 말했다.“자신만만하게 갔는데, 정작 본인은 못 만났다고?”“그게 정상이죠. 누군가나 전 씨 그룹 면접하러 가면 바로 형을 만날 수는 없잖아요? 먼저 아래 관리들과 만나고 단계적으로 올라가야 형을 만날 수 있잖아요.”
전태윤은 웃으며 말했다.“그럼 너의 성공을 기원할게. 빨리 선우 민아를 데리고 우리와 만나길.”전태윤은 약간 불편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아직 멀었어요. 어쨌든 올해 설날에는 혼자 올 것 같아요.”“지금 설날이 다가오니까 올해 네가 사귈 수 있는 건 기대하지 않았어. 내년엔 가능하면 사귈수 있지 않을까? 너의 다른 형들도 이번 년에도 혼자 일거야.”전이혁이 아내를 쫓는 이야기는 철저히 숨겨져 있기에 전태윤도 그의 상황을 잘 알지 못했다.당연 그도 동생들의 사생활을 상관하고 싶지도 않았다. 동생들이 먼저 찾아와서 말하지 않는 한 동생들의 감정적인 일은 묻지 않겠다고 했다.“형이 바쁘니까 방해 안 할게. 무슨 일 있으면 전화해서 얘기하고. 참, 부모님께 안부 전해 드렸어?”동생이 원림 성의 A시에 면접 보러 가면서 민아를 쫓으려는 목적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의 어머니는 동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비록 지금 동의를 했지만 때로는 할머니가 멀리 떨어진 원림성에서 아내 선택했다고 투덜투덜 불평하기도 한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어머니께 말씀드렸어요. 재시험에 성공하면 다시 전화하겠다고요.”“형 먼저 가서 일 보세요. 제 일은 제가 잘 처리할 수 있으니까. 세 살짜리 아이도 아니고... 저는 벌써 스물 몇 살이에요.”전태윤의 친동생으로서 전창빈은 어릴 때부터 큰형의 특별한 보살핌을 받았다.비록 큰형이 그에게 많은 개인적 공간을 주었지만 전위안은 큰형 눈에서는 다 크지 못한 아이라고 생각했다.전태윤은 웃으며 말했다. “알았어. 세 살짜리 아이가 아니야. 어느 새로 스무 살이 넘었네. 그래 너 좀 휴식해 형은 일하러 갈 거니까.”전태윤은 곧 통화를 끝냈다.그는 일이 매우 바쁘다. 매일 시간을 내어 임신한 아내를 돌보기 위해 그는 가능한 낮에 일을 끝내려고 한다. 하지만 전 씨 그룹의 책임자로서 일이 너무 많기에 낮에 시간을 다투어 일분일초를 낭비하지 않더라도 낮에 다 처리할 수 없어 저녁에 될수록 일찍 집에 갈 수밖에 없었다.밤 10
“실례합니다. 안에 혹시 전창빈 씨 계십니까? 저는 전창빈 씨와 같이 선우씨 가문에 면접 보러 갔던 사람입니다.”전창빈은 순간 멈칫했다.‘나랑 같이 면접 보러 갔던 사람?’전창빈은 분명 혼자 택시를 타고 선우씨 가문의 대저택 대문 앞에 도착해 신분을 등록한 후, 집사가 준비한 차를 타고 안으로 들어갔다.선우씨 가문 대저택은 비록 서원 리조트만큼은 아니었지만, 상당히 큰 대지 면적을 차지하고 있었다. 대문에서 저택까지 걸어가려면 꽤 먼 거리였기에 방문객들은 각자 선우씨 가문의 집사가 준비한 차량에 앉아 안으로 들어갔었다.전창빈은 금세 상황을 파악했다. 문 앞에 있는 사람은 그와 같은 차를 탄 사람이 아니라, 그와 같은 면접을 본 경쟁자였다.이미 전창빈에 대해 알고 있다니, 그의 상대는 결코 만만한 사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상대도 선우씨 가문의 셰프 자리를 두고 어지간히 필사적인 모양이었다.전창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문 앞에는 족히 마흔은 넘어 보이는 중년 남성 한 명과 갓 스무 살을 넘긴 듯한 앳된 얼굴의 여자 한 명이 서 있었다.둘이 닮은 걸 보니, 전창빈은 앞에 있는 두 사람이 부녀 관계일 거라고 추측했다.“어떻게 찾아오셨는지?”전창빈을 보자 앳된 여자의 눈빛에 순간 놀라움이 스쳤다. 전창빈의 준수한 외모 때문일까? 아니면 그가 예상보다 너무 젊어서일까? 전창빈은 예리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훑어보더니 시선을 남자 쪽에 고정했다.“아이고, 실례합니다. 저는 송일우라고 합니다. 옆에 이 아이는 제 딸 송지아입니다.”송일우는 예의를 지키며 자신을 소개했다.전창빈은 두 사람에게 번갈아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나눴다.“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그런데 저를 찾아오신 이유가...?”전창빈은 송일우가 어떻게 자신에 대해 알아냈는지 묻지 않았다. 이미 그의 이름은 물론이고 머무는 곳까지 알아냈다는 건 송일우도 인맥이 있는 사람이라는 뜻이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상대가 자신이 관성 전씨 가문의 여섯 번째 도련님이라는 사실만 모른다면
전창빈은 송일우 부녀를 굳이 자신의 방으로 들이고 싶지 않아 다른 곳으로 자리를 옮겨 대화를 이어갈 생각이었다.“그럼,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방에 핸드폰만 좀 챙기겠습니다. 1층 호텔 카페에서 커피 한잔하면서 천천히 이야기 나누시죠.”송일우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러시죠. 좋습니다.”전창빈은 금방 방으로 들어가 핸드폰을 챙겨 나왔다.“가시죠. 커피는 제가 대접하겠습니다.”그는 방문을 닫고 먼저 걸음을 앞으로 옮겼다.송일우 부녀도 전창빈의 뒤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송일우는 따라가면서도 머쓱한 듯 전창빈에게 말했다.“아닙니다. 저희를 대접하다니요. 제가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으니, 당연히 제가 사야죠.”전창빈은 가볍게 웃으며 답했다.“그저 커피 한 잔 인데요 뭘. 사양하지 않으셔도 됩니다.”송일우도 피식 웃었다. 그는 전창빈이 비록 자신보다 어리지만 참 괜찮은 사람인 것 같았다. 하지만 경쟁상대로서 전창빈의 요리 실력은 어느 정도일까?사실, 송일우는 어떻게든 선우씨 가문의 총괄 셰프 자리를 차지하고 싶었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선우씨 가문의 총괄 셰프가 된다는 건 돈과 명예,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송일우는 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요리를 배웠고, 그가 요식업계에 발을 들인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다. 그는 자신의 요리 실력에 대해 나름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송일우의 딸, 송지아 역시 요리에 흥취를 가지며, 어릴 때부터 송일우를 따라 요리를 배워왔다. 그리고 송지아도 앞으로, 본격적으로 요식업에 뛰어들 계획이었다.송일우는 지금 자신의 명성을 널리 알려, 훗날 딸에게 도움이 되기를 바랐다.A시에서 요리를 좀 한다고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버릇처럼 하는 말이 있었다.“아무리 요리 실력이 좋다고 한들, 선우씨 가문 아가씨의 입맛을 만족시켜야지만 그 실력을 인정받았다고 할 수 있어.”까다로운 심사 기준에 걸맞게, 선우씨 가문이 내세운 급여와 복지도 상상 이상으로 어마어마했다.그래서 송일우는 이번 면접
전창빈은 할머니의 말씀이 떠올랐다.“나는 이미 몸의 절반은 무덤에 들여놓은 늙은이야. 하루라도 더 먹을 수 있을 때 먹어야 해. 그러니 너희들은 나를 너무 간섭하려고 하지 말고 먹고 싶은 건 그냥 먹게 놔두렴.”능수능란한 할머니 앞에서 큰형도 꼼짝할 수 없었으니 전창빈 같은 어린 손자들이야 더 말할 것도 없었다.가끔 할머니는 장난스럽게 으스대기도 하셨다.“너희들은 전부 내 손에서 자란 꼬맹이들이야. 모두 내 손바닥 안에 있지. 이 늙은이를 통제하려는 생각은 접어둬. 너희들은 어림도 없어.”전창빈의 물음에 송지아는 기대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좋아요. 그럼, 몇 가지만 주문할게요. 여기 디저트 맛이 궁금하네요.”사실 송지아는 디저트를 무척 좋아했다. 그래서 직접 디저트 가게까지 열었고 지금은 제법 장사도 잘 되고 있었다.전창빈의 세심한 배려는 송지아에게 꽤 좋은 인상을 안겨주었다.송지아는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몇 가지 디저트를 주문했다.웨이터가 떠난 후, 송일우가 먼저 입을 열었다.“오전에 전창빈 씨가 면접 보러 들어갈 때 사실 저도 그 근처에 있었어요. 마침 전창빈 씨가 들어가는 걸 봤죠. 그때 저는 이미 면접을 마치고 나온 참이었거든요.”송일우는 오늘 면접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는 신경이 쓰여 바로 떠나지 못하고 선우씨 가문 대저택 근처를 서성이고 있었다. 그러던 중 마침 전창빈이 면접을 보러 가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송일우는 전창빈의 얼굴을 기억한 후, 전창빈에 대해 세심히 알아보았다. 그러다 전창빈이 자신과 같은 호텔에 묵고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실례를 무릅쓰고 전창빈의 방문을 두드렸다.송일우는 경쟁자로서 전창빈의 실력도 가늠해 볼 겸 전창빈과 이야기를 나누며 또 다른 경쟁 상대에 대한 정보도 얻어 갈 생각이었다.전창빈은 가볍게 미소를 지었다.“그러셨군요. 사실 저도 어떻게 저를 아셨는지 궁금했거든요.”“그런데 송일우 씨 면접 결과는 어떻게 되셨나요?”송일우는 머쓱하게 웃으며 답했다.“아직
전창빈은 송일우의 이야기를 들으며 송일우가 아직 멘탈이 강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전창빈은 이미 수도 없이 좌절을 겪어왔다. 그는 할머니가 음식이 맛이 없다고 하면 다시 만들어와 와야 했고, 할머니가 만족할 때까지 몇 번이고 반복해야 했다.한 번은 할머니가 좋아하는 요리를 만들었는데, 열 번을 다시 만들어도 만족하지 못하셨다. 결국 할머니는 그 음식을 포기해 버렸다.하지만, 전창빈은 그것을 트라우마로 여기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부족함을 깨닫는 계기로 삼았다.‘아직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은 아니였구나...’그렇게 그는 자신을 돌아보며 끊임없이 연구하고 발전해 나갔다. 비록 과정은 고통스러웠지만, 덕분에 오늘의 전창빈이 있을 수 있었다.전창빈은 송일우와 친하지도 않았고, 게다가 경쟁자 사이에 굳이 자신의 경험을 들려 줄 필요도 없었다. 그는 그저 청취자로서 조용히 송일우의 이야기를 들을 뿐이었다.송일우는 자신이 첫 번째 면접에서 받은 평가로 얼마나 큰 충격을 받았으며,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기까지 얼마나 걸렸는지까지, 한참 동안 자신의 경험을 늘어놓았다. “그리고 몇 년이 지나서, 전 두 번째로 면접에 도전했어요.”드디어, 송일우가 두 번째 면접에 관한 이야기를 꺼냈다.“그때 아가씨는 이미 명실상부한 가문의 주인이 되어 있었어요. 정말 대단한 사람이에요. 나이도 어린 여자애가, 그 수많은 속셈을 품고 있는 사람들을 쳐내고 선우씨 가문을 완벽하게 장악했으니까요.”“두 번째 면접은 첫 번째 면접의 충격 때문인지 큰 기대를 하지 않았어요. 처음에는 나름대로 자부하고 있었고, 저의 실력을 능가하는 자가 없을 거라고 착각하고 있었거든요.”“하지만, 이번에는 철저히 준비한 덕에 1차 면접은 무난히 통과했죠. 최종 면접까지는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야 했어요. 지원자가 너무 많기도 했었고, 1차 면접을 통과한 사람들도 꽤 있었거든요.”“최종 면접은 순서대로 진행했는데, 아가씨가 워낙 바쁜 사람이라 매일 집에서 식사할 시간도 없으셨어요. 그러다 보니, 최
전창빈은 말을 마치고 되레 송일우에 물었다.“제 말에 공감하시죠? 송일우 씨도 저와 같은 이유로 이곳에 오신 거잖아요. 도전과 명성을 위해.”송일우는 순간 멈칫하더니 이내 멋쩍은 웃음을 지었다.“맞아요. 선우씨 가문의 셰프가 된다는 건 꽤 상당한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일이니까요.”“저도 전창빈 씨와 같아요. 그리고 저는 선우씨 가문이 내세운 급여 때문이기도 해요. 저는 돈이 필요하거든요.”선우씨 가문이 지급하는 급여 수준은 대기업 고위직과 맞먹었다. 그러기에 전창빈도 충분히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웨이터가 그들이 주문한 커피와 디저트 몇 가지를 들고 왔다.송지아는 먼저 디저트를 맛보았다. 그녀는 천천히 음미하며, 마치 디저트의 속 재료를 분석이라도 하듯 신중한 태도였다.그런 송지아를 보며 전창빈은 그녀가 베이킹을 좋아할 거라고 추측했다. 그것은 전창빈도 계속 그렇게 해왔기 때문이었다. 요식업계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모두 뛰어난 미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녀는 분명 이 호텔에서 먹은 맛있는 디저트를 오직 미각만으로 속 재료를 분석한 후, 돌아가 자신만의 방식으로 연구할 것이었다.“아빠, 여기 디저트 정말 맛있어요. 한번 드셔보세요.”송지아는 송일우에 디저트를 권했다. 그러면서 옆에 있는 전창빈도 챙겼다.“전창빈 씨도 얼른 드셔보세요.”하지만, 전창빈은 정중히 거절했다.“저는 단 걸 좋아하지 않습니다.”단 걸 좋아하지 않으니, 전창빈은 요리 중에서도 디저트에 가장 취약했다.하지만 오늘 오전, 그는 디저트에 자신 없는데도 불구하고 디저트로 1차 면접을 통과했다. 그러니 전창빈은 내일 있을 최종 면접에 더욱 자신이 있었다.그러나, 만약 최종 면접에서 떨어지게 된다면 어떻게 될까?전창빈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그래도 괜찮았다. 그도 송일우처럼 한 번 안 되면 두번이고 세 번이고 다시 도전하며, 어떻게든 선우씨 가문의 대저택에 들어가고 말 것이라고 결심했다. 그래야 가까이에 있으면서 선우민아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알 수 있었으니까.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