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를 마친 후, 전태윤은 경호원에게 하예정과 우빈을 집에 데려다 줘라고 하고 그는 계속 일하러 갔다.집에 돌아온 우빈은 피아노 연습을 한 후 그림을 그렸다.하예정은 소파에 앉아 보석 잡지를 읽고 있었다. 그녀는 보석 산업에 투자할 계획이었다. 모연정도 보석 산업에 투자하여 이미 수익을 내기 시작했으며 대부분은 그녀의 친어머니가 디자인해 주신 것이다.하예정은 보석을 디자인할 줄 모르지만, 성소현은 할 줄 알았다.성소현은 예전에 자신이 보석을 디자인하고 보석 가게를 열고 싶다고 말했다.단지 예전의 그녀는 전태윤을 쫓느라 바빠서 돈을 버는 데 신경 쓰지 않았고 집에서 그녀가 가장 사랑받기에 쓸 돈이 부족하지 않았다. 매달 가족들이 그녀에게 주는 용돈만으로도 보통 사람들은 평생 벌 수없는 돈이었다.나중에 하예정은 채소 회사에 투자하고, 성소연은 보석 사업을 잠시 접었다.이제 그녀들은 돈을 벌었기에 다른 프로젝트에 투자하고 싶어 성소연은 보석 사업에 다시 눈을 돌렸다.여성들이 보석을 좋아하는 것은 결코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다. 그녀들의 보석 디자인이 좋고 가짜를 팔지 않는다면 장사가 나쁘지 않을 것이었다.링링링...전화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하예정은 잡지를 닫고 휴대폰전화를 들어 전화번호를 보았는데 언니이자 인차 전화를 받았다.“언니 일 끝났어요?”“응, 그 사업을 합의하고 내일 계약을 체결할 거야 방금 그들에게 음식을 대접했어.지금 회사에 돌아와 시간이 좀 있으니 너한테 전화했어.”하예정은 매우 마음이 아파하며 말했다. “언니, 너무 피곤하지 말고 많이 쉬세요.”“언니는 알고 있어. 보통 밤 10시 30분이 지나면 나는 돌아가서 쉬어.”건강은 혁명의 밑천이다. 하예진은 당장 사업을 시작하고 크게 하고 싶지만, 몸을 상하게 할 수는 없었다.아들은 아직 어리기에 그녀는 아무 일도 없어야 하였다.“언니는 최대한 밤 11시 30분 전에 쉬세요. 너무 많은 밤을 새우지 말고요. 거래가 성사되면 됐어요. 언니가 또 다른 거래를 성사한 것을
하지만, 이윤미가 이은화의 친딸이라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만약 이은화가 전임 가주를 살해한 게 확실하다면 이윤미는 하예정 일가 사람들과 원수 관계로 지내야 할 게 뻔했다.하예진은 잠시 침묵 후, 입을 열었다.“우빈이는?”“그림 그리고 있어. 집에 오자마자 피아노 연습 좀 하고, 지금은 그림 그리고 있어.”“유치원에서 숙제 안 내줬어?”하예정은 웃으며 대답했다.“무슨 숙제야, 지금 그 나이에 숙제라고 해봤자 1분이면 끝낼 수 있어. 그냥 연필로 동그라미랑 선 몇 개 긋는 게 전부야. 아직 우빈이 나이에는 유치원에서 노는 게 주된 활동이니까.”사실, 우빈이가 글자를 배우는 건 하예정이 따로 내준 숙제였다.비록, 아이들이 유치원에서는 노는 게 전부라고 하지만 관성에서 최고라고 하는 유치원은 아이들은 달랐다. 아이들은 대부분 부잣집 자제들이었고, 장차 가업을 이어받을 후계자들이었다. 그래서 다들 별도로 개인 가정교사를 두고 있었다.우빈이 반 친구들만 봐도, 글자를 모르는 아이가 없었고, 비록 어린아이들이지만 하나같이 다재다능했다.하예정은 조카가 다른 아이들에 뒤처질까, 꾸준히 조카에게 글씨 쓰기를 비롯해 피아노, 바둑, 시 쓰기와 그림을 배우도록 숙제를 내주었다.다행인 건, 우빈이도 그런 것들에 흥취를 느끼며 잘 따라주고 있었다. 특히 타고난 예술 감각으로 그림에 뛰어난 소질을 보여 미술 선생님도 창의성이 뛰어나다고 칭찬할 정도였다.“우빈이 바꿔줄까?”하예정이 물었다.“지금 말고, 조금 있다가 불러줘. 그런데 너 아까 나한테 할 말 있다고 하지 않았어?”“별거 아니야. 그냥 형부 잘 지키라고 말하려고 했어. 요즘 우빈이가 노씨 그룹에 들르는 걸 좋아하거든. 오늘도 유치원 끝나고 노씨 그룹에 들렀는데, 마침 형부도 프로젝트로 태윤 씨한테 볼 일이 있다고 해서 우리랑 같이 전씨 그룹에 갔어.”하예정은 하예진에게 오늘 있은 일을 말해주었다.“출발하려고 나오는데 장 대표를 만났어. 그런데 장 대표가 형부를 보는 눈빛이 심상치 않더
“나도 형부가 그럴 리 없다고 믿어. 형부한테는 오직 언니뿐이야.”하예진은 웃으며 말했다.“그러니까 네가 미리 나를 걱정할 필요 없어. 정말 다른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건 나와 동명 씨 관계를 확인해 보는 좋은 계기가 될 테니까.”“예정아, 너도 굳이 나를 대신해서 감시할 필요는 없어. 그냥 흘러가는 대로 놔두면 돼. 만약 장 대표한테 동명 씨를 빼앗긴다고 해도 나는 할 말이 없어. 하지만 장 대표가 빼앗지 못한다면 언젠가는 나를 찾아올지도 모르지.”하예진은 이미 라이벌을 상대해 본 전적이 있었다. 그녀는 자신의 눈에 모래알 하나 들어가는 것조차 용납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전 남편 주형인이 비서와 바람났을 때도 하예진은 매달리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먼저 이혼을 요구했었다. 그녀는 주형인이 이미 마음이 떠나 그녀에게는 인색하면서도 내연녀에게는 아낌없이 퍼주는 모습을 보며 미련 없이 떠나기로 결심했었다.결과적으로 그녀에게 이혼이 나쁜 선택만은 아니었다. 지금 그녀는 이렇게 잘 살고 있지 않은가. 비록, 하예정의 도움을 많이 받았지만, 설령 동생이 없다고 해도 하예진은 어떻게든 잘 이겨냈을 것이었다.하예진은 이혼의 아픔을 겪은 후 더욱 깨달았다. 여자는 결혼 전이든 후든, 남편한테 의지할 생각만 말고 반드시 자기만의 커리어가 있어 경제적으로 자립해야 한다는 것을.그리고, 여자는 온전히 가정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사회와 단절된 채 남편에게만 의지하다 보면 이혼할 때도 불리한 위치에 있어 양육권조차 제대로 주장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었다.사랑은 이제 하예진의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앞으로 소중히 여겨야 할 것은 오직 사업과 가족뿐이었다.“응, 난 그냥 상황만 지켜볼게. 그러다 혹시나 장 대표가 언니를 찾아갈 조짐이 보인다면, 그때는 장 대표가 언니를 찾아가서 괴롭히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미리 손 써야지.”동생의 말에 하예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괜찮은 남자 주위에는 언제나 여자가
우빈이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이모, 강아지는 이제 살이 빠져서 그렇게 뚱뚱하지 않아요. 고양이만 뚱뚱해요.”하예정의 애완동물들은 숙희 이모가 신경 써서 조절해 줬지만, 고양이는 몰래 간식을 훔쳐 먹곤 했다.“우리 마침 날씬해진 강아지도 볼 겸 나가서 산책할까?”하예정은 그림을 내려놓은 후, 조카의 손을 잡고 같이 마당으로 산책을 나섰다.전태윤의 별장은 워낙 넓어 정원에서만 산책해도 꽤 오랜 시간 걸렸다.그리고 마침, 우빈이도 자주 들락거리고 하예정도 임신한 덕분에 전태윤은 아이들을 위해 정원 한쪽을 놀이터로 개조했다. 비록, 정원에 있는 놀이터라 리조트에 있는 놀이공원만큼 크지는 않았지만, 두세 명이 놀기에는 충분한 공간이었다.하예정과 우빈이가 집에서 나서자,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며 달려왔다. 우빈이도 하예정의 손을 뿌리치고 강아지에 달려갔다. 그리고 금세 강아지와 함께 바닥을 뒹굴며 장난을 쳤다.우빈이는 강아지 위에 올라가 말이라도 탄 듯한 자세를 취했다. 강아지도 거부하지 않고 우빈이가 자기 등에 올라타도록 했다. 하지만 우빈이가 떨어질까 봐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제자리에 서 있기만 했다.그 모습이 어찌나 사랑스러운지, 하예정은 미소를 머금고 바라보았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손을 배 위에 올렸다.“아가야, 건강하게 자라서 우리 내년에 다 같이 만나자. 그리고 우빈이처럼 똑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로 태어나렴. 절대 네 아빠의 무뚝뚝한 성격은 닮지 마. 네 아빠는 엄마한테만 다정할 뿐이지, 다른 사람 앞에서는 말수가 없거든.”하예정은 아이가 자신을 닮아 밝고 활기찬 성격이기를 바랐다. 물론, 전태윤의 남자다운 기세와 잘생긴 외모까지 닮아 준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었다....밤 9시, 장 대표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왔다.그녀는 가족과 함께 큰 별장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하지만 남편이 떠난 뒤로 집 안에는 늘 적막감으로 감돌았다. 하루 종일 밖에서 바쁘게 일하고 돌아왔지만 정작 집에서도 대화를 나눌 상대가 없었다.
장 대표는 주차 후, 하이힐로 갈아신고 가방을 챙겨 차에서 내렸다.“엄마!”아들은 달려와 그녀를 와락 끌어안으며 애틋하게 말했다.“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모자가 얼굴을 마주할 수 있는 시간도 아침과 밤뿐이었다. 낮에는 장 대표가 바쁜 업무로 인해 집에 올 수 없었고, 아이는 시부모님과 보모가 보살폈다.아들은 속이 깊어 쉽게 내색하지는 않았지만, 마음속에는 서운함이 남아 있었다. 아빠를 잃은 후, 엄마도 점점 멀어져 가는 것 같았다. 엄마는 항상 바빴고, 같이 놀러 간지도 이미 오래전이었다. 주말에 학교는 쉬었지만, 엄마는 고객을 접대하거나, 골프를 치고, 각종 연회에 참석하며 여전히 바쁜 일정 속에서 살고 있었다. 장 대표는 작고 가냘픈 아들을 끌어안으니 가슴이 아려왔다.아들은 아홉 살이 다 되었지만, 키는 여전히 일곱 살짜리 아이처럼 작았다. 장 대표는 자신이 사업에 매달리느라 아들에게 충분히 신경을 쓰지 못한 탓이라며 자책했다.장 대표는 하예진처럼 아들을 잘 돌봐줄 좋은 동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예진은 든든한 동생이 있었기에 안심하고 사업을 할 수 있었지만, 장 대표는 아니었다. 그녀의 친정 식구들은 오히려 도움이 되기는커녕, 그녀가 떠난 남편의 사업을 물려받자, 어떻게든 재산을 뜯어낼 생각밖에 없었다.비록, 장 대표의 친정도 부유한 편이었지만 그들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어떻게든 그녀를 이용하려 들었고, 그녀의 시댁마저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재벌가의 갈등이란, 결국 다 비슷한 법. 하지만 전씨 가문은 특별했다. 관성 명문 가문들 사이에서 전씨 가문만큼 깔끔하고 평온한 집안은 드물었다.그것은 모두 전씨 할머니 덕분이었다. 전씨 할머니는 집안을 엄하게 다스렸고, 자손 교육은 물론, 며느리와 손주며느리 전부 그녀의 안목이었으며, 고를 때 가장 중시하는 것은 인품이었다.전씨 가문의 남자들은 철저히 할머니의 가르침을 따랐다. 덕분에 하늘도 그들을 축복했는지, 그들이 맞이한 아내들은 모두 현모양처에, 외모까지 훌륭했다.훌륭한 며
“고등학교에 올라가면 해외로 유학 보내줄게. 국내는 경쟁이 너무 치열하잖아.”장 대표는 아들이 고등학교에 들어가기 전까지는 도저히 아들과 떨어져 지낼 수 없었다. 비록, 그녀는 지금도 바쁜 업무로 아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아침저녁으로 얼굴을 볼 수 있었다.시부모님도 손자를 무척 아꼈다. 아들이 세상을 떠난 후, 손자는 그들에게 살아갈 이유이자 유일한 버팀목이었다. 만약 손자가 없었다면 그들은 그 시간을 견뎌낼 수 없었을 것이었다.“엄마, 숙제 하고 나서 할아버지께 봐달라고 했어요. 2점짜리 문제 하나 틀리고 나머지는 다 맞았어요. 나 많이 늘었죠?”“앞으로 엄마가 실망하지 않도록 더 열심히 공부할게요.”아이도 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엄마까지 자신에게 얼마나 큰 기대를 안고 있는지 알고 있었다.비록, 아이는 타고나지는 못했지만 스스로 학업에 의지를 가지고 남들보다 몇 배는 더 노력했다. 덕분에 성적은 꾸준히 올라가고 있었다.“그래, 정말 많이 늘었네. 아주 잘했어. 할머니, 할아버지는 주무셔?”장 대표는 아들에게 시부모님의 안부를 물었다.“아니요. 엄마 올 때까지 기다리고 계셨어요.”장 대표는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시댁의 가업을 안정적으로 이끌며 시부모님의 마음속에 든든한 기둥으로 자리 잡고 있었다.시부모님은 장 대표가 아직 젊으니 재혼을 권하기도 했다. 다만, 조건이 있었다. 시부모님은 그녀가 그 집에 친딸처럼 있으면서 사위를 집에 들이길 원했다. 그렇게 되면 집안에 건장한 남자가 있어 친척들도 함부로 그들의 재산을 넘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또한 재혼을 하더라도 부부재산계약을 체결해야 했고, 시댁의 재산은 남편이 될 사람이 절대 건드릴 수 없도록 서명을 받아야 했다.그리고, 시부모님은 남편이 될 사람에게 회사에 자리도 마련해 주고, 달마다 생활비도 지원해 줄 테니 회사의 지분과 그들의 재산은 절대 넘보지 말라고 했었다.그야말로 장 대표에게 배우자가 아닌 동반자를 찾으라는 뜻이었다.장 대표는 정중히 시부님의 제
장 대표가 집안에 들어서자, 거실에서 기다리고 있던 시부모님은 소파에서 일어나 그녀를 맞이했다.시어머니는 따듯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월아, 잘 다녀왔니?”장 대표의 본명은 장월이었다.“네, 어머님. 잘 다녀왔어요.”장월은 아무리 피곤해도 집에 돌아와 시부모님과 아들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졌다. 그녀는 가족들이 건강하기만 하다면 아무리 힘들어도 버틸 수 있었다.“배고프지? 너 먹이려고 사골국 좀 끓였어. 지금 갖다줄 테니 따뜻할 때 얼른 먹어.”“요즘 많이 바쁘지? 매일 저녁 피곤에 찌든 얼굴로 들어오고, 살도 많이 빠진 것 같아 내가 다 안쓰러워. 네 남편이 일찍 떠난 탓에 네가 이렇게 고생이 많구나...”짧은 생을 마감한 외동아들 생각에 시어머니는 눈가가 붉어졌다. 시어머니는 아들이 세상을 떠난 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아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미어졌다.장월도 외동아들을 키우고 있는 엄마였다. 그녀는 아들이 그저 가벼운 감기로 미열이라도 나면 가슴이 조마조마하고 숨이 막혀왔었다. 그녀는 차라리 자신이 아들을 대신해서 아프기를 바랐다.눈에 넣어도 안 아플 외동아들인데, 장월은 노년에 접어들자마자 아들을 잃는다는 건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기에 장월은 시부모님의 슬픔을 깊이 이해할 수 있었다.“네. 그럼 한 그릇만 부탁할게요.”장월은 시어머니의 정성을 외면하고 싶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금방 접대를 마치고 돌아와 배가 고프지 않았다. 그래도 시어머니의 정성을 보아 국 한 그릇 정도는 더 먹을 수 있었다.장월은 시아버지께도 인사를 건넨 후 하녀에게 가방을 맡겼고, 하녀는 조심스레 가방을 정리해 놓았다.아들은 장월의 무릎 위에 앉았고, 장월도 자연스럽게 아들을 안아 올렸다.“아버님, 어머님. 앞으로 저 기다리지 마시고 일찍 쉬세요. 아들, 너도 엄마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야지.”“싫어요. 엄마 돌아오면 잘 거예요. 엄마는 낮에는 집에 없으니까, 제가 기다리지 않으면 볼 수 없잖아요.”장월은 아들의 투정 섞인 목소
장월은 사업으로 바쁘게 보내면서도 결코 돈을 허투루 쓰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올케언니는 돈을 펑펑 쓰면서 여유롭고 편안한 삶을 누리고 있었다. 친정 부모는 아들과 며느리는 끔찍이 챙기면서 정작 힘겹게 고생하는 친딸은 눈에 보이지 않았다. 딸의 등골을 빼먹으며 아들 며느리에게 잘해주는 부모를 과연 가족이라고 할 수 있을까?아들은 몸을 돌려 장월을 꼭 껴안으며 애교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엄마, 미안해할 필요 없어요. 난 엄마가 나를 위해 이렇게까지 힘들게 일하고 있는 거 다 알아요. 내가 더 열심히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될게요. 그리고 나중에 엄마가 힘들지 않도록 내가 엄마를 든든하게 지켜줄 거예요.”철이 든 아들의 말에 장월은 뭉클 해났다. 그녀는 가냘픈 아들을 꼭 껴안으며 말했다.“우리 아들 기특하네. 엄마는 네가 건강하게 잘 자라주는 것만으로도 만족해. 공부는...이미 많이 나아졌는걸, 지금처럼만 해도 엄마는 아주 기쁘단다.”모두 알고 있듯, 모든 아이가 공부에 재능이 있는 건 아니었다. 어떤 아이는 머리가 똑똑하지만, 공부에는 뜻이 없어 공부 성적이 늘 하위권인 경우도 있었다. 그렇다고 아이를 머리가 나쁘다거나 공부에 가망이 없다고 단정 지을 순 없었다. 그들은 단지 공부보다는 삶의 다른 부분에서 더 큰 재능을 보일 뿐이었다.장월은 아들이 가업을 지켜낼 능력만 있기를 바랄 뿐, 특별히 뛰어난 인재가 되는 것까지는 바라지 않았다.“엄마, 난 더 나아질 거예요.”“그래. 엄마는 아들을 믿어. 하지만 무엇보다 건강이 첫째야. 편식하지 말고, 알았지? 네 또래 친구들은 너보다 키도 크고 튼튼하잖아. 군것질을 줄이고 밥을 제대로 먹어야지. 사람은 밥심으로 자라는 거야. 그래야 키도 크고 튼튼해질 수 있어. ”사실, 아들은 입이 무척이나 까다로웠다.아들은 입을 삐죽거렸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그때, 시어머니가 사골국을 내왔다.“고마워요, 어머님.”장월은 아들을 옆으로 내려놓고 조심스레 국을 받아 들었다. 국은 생각보다 뜨거웠고,
“할머니, 제가 뭐가 똑똑해요, 전 진짜 멍청해요. 할머니야말로 대단하신 분이죠.”전이혁은 할머니께 아부하는 멘트를 던졌다.하지만 그것이 단순히 아부라고 할 수 없는 게, 할머니는 정말 대단한 인물이었다. 남들이 보기엔 전씨 가문 자손들은 이미 충분히 뛰어난 사람이었지만 그래도 할머니의 손바닥 안에서 벗어날 수는 없었다. 할머니는 마치 삼장법사였고 자손들은 손오공 같은 존재로 손오공이 아무리 강해도 삼장법사 앞에선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할머니, 저 진짜 꼼수 같은 거 부리지 않아요.”“그건 네 사정이고. 어떻게 하든 네 마음대로 해. 할머니는 이미 너에게 신붓감을 골라줬고, 대시하든 포기하든 그것 역시 너에게 달린 일이야. 1년이면 충분히 생각할 시간을 줬다고 생각한다.”“하지만 한 가지 경고할게. 지금까지 우리 전씨 가문에는 일편단심인 남자만 있었을 뿐 양다리를 걸치는 남자는 없었어. 네가 전씨 가문의 가풍을 망가뜨리는 일은 없었으면 한다.”전이혁은 최대한 얼굴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알겠어요, 할머니. 저 이제 운전해야 해요. 도착해서 또 이야기 나눠요.”“그래, 운전 조심하고.”할머니는 전이혁에게 안전을 당부하고 전화를 끊었다.전화를 끊은 뒤, 할머니는 곧장 양씨 아저씨에게 전화를 걸었다.“양 집사, 내 생선은?”할머니는 자신이 잡은 생선을 혹시 다른 사람이 먹을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양씨 아저씨는 웃으며 대답했다.“어르신께서 구운 생선은 냄새가 정말 좋아요. 아무도 어르신의 생선을 뺏어 먹으려 하지 않으니 안심하세요.”그들 몇몇 자식들 따라 직원 숙소에서 지내는 할머니들은 전씨 할머니가 좋은 분인 걸 알고 함께 수다도 떨고 낚시도 하지만 전씨 가문의 중심인 전씨 할머니의 권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러니 그들은 전씨 할머니의 물건을 건드리는 일은 없었다. 혹시나 건드렸다가 이곳에서 일하는 자식들에게 피해를 줄 수도 있었으니까.서원 리조트의 모든 직원은 훌륭한 대우와 복지를 받고 있었다. 산기슭에 지어진 숙소는 혼자인
두 사람은 함께 아침을 먹은 후, 방을 나섰다.그러자 집사는 전태윤이 다음에 올 때 묵을 수 있도록 스위트룸을 원래 상태로 정리하기 시작했다.도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서 다시 잠을 청했다.전이혁은 할머니에게 전화를 걸었고, 할머니가 전화를 받자 물었다.“할머니, 지금 어디 계세요?”“리조트에 있어. 무슨 일이야? 할머니 보고 싶어? 그렇다면 와서 할머니랑 같이 밥 한 끼 먹자.”그러더니 할머니는 한 마디 덧붙였다.“지금 생선이 막 익었어. 냄새 진짜 좋다.”전이혁은 의아해하며 물었다.“아침부터 생선 구워 드세요?”“너한테 말한 거 아니야. 친구들이랑 얘기 중이었어. 아침부터 생선 구우면 안 돼? 그리고 지금 아침도 아니잖아. 아홉 시도 넘었네, 해가 중천에 뜨려고 하고 있어.”“오늘 날씨도 풀렸고, 할머니는 친구들이랑 낚시 갔다가 지금은 잡은 생선 구워 먹고 있어. 소풍하는 느낌이라 꽤 괜찮아.”전이혁은 그 모습이 쉽게 그려졌다. 산 아래에는 맑은 시냇물이 흐르고 있었고 물 아래에는 물고기와 새우들이 헤엄치고 있었다.할머니는 가끔 몇몇 직원들의 어머니들과 함께 낚시하곤 했었다. 냇가에는 큰 나무 한 그루 있었는데 그 아래에는 돌로 된 테이블이 몇 개 있어 할머니의 한마디면 집사는 바비큐 그릴을 가져와 그들이 직접 구워 먹을 수 있도록 해주었다.할머니가 말하길, 그들은 먹는 것보다는 굽는 과정을 더 즐겼다. 비록 직원이 구워줄 수도 있었지만, 그들은 다른 사람이 구워주는 건 맛이 없다며 투덜대기도 했었다. 그리고 그들은 다 먹지 못할 때면 남은 건 직원들에게 나눠주기도 했었다.서원 리조트의 직원들은 모두 알고 있었다. 할머니는 권위를 내세우며 직원들에게 막 대하지 않고 옆집 할머니처럼 따뜻하게 대해준다는 사실을.“할머니, 생선 더 잡아서 구워주세요. 저 지금 갈게요.”전이혁은 결심한 듯 할머니에게 진실을 털어놓으러 갈 생각이었다.“네가 와서 직접 잡아. 손질까지 하면 할머니가 구워줄게.”그러더니 할머니는 전이혁에게 물었다.“
“여긴 호텔 맞고, 당연히 아영 씨가 묵던 방일 수가 없죠. 어제 아영 씨가 취해서 방에 데려다줬는데 눕자마자 토하더라고요. 침대랑 바닥까지 모두 엉망이 돼서 어쩔 수 없이 다른 방으로 옮겼어요.”전이혁은 다시 자리에 앉더니 도아영에게 말했다.“아영 씨 술 취하면 정말 감당하기 힘들어요. 앞으로 술 좀 줄이는 게 좋을 것 같네요.”도아영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입을 뗐다.“제가 전이혁 씨랑 함께 많이 마신 건 알겠는데 그 뒤로는 기억이 하나도 안 나네요. 그런데 그 술 진짜 맛있었어요. 제가 해주시로 돌아갈 때 한 박스만 챙겨줘요. 기분 안 좋을 때 집에서 한두 잔 마시려고요.”“아영 씨가 그 정도로 술이 부족하진 않을 텐데요?”전이혁은 도아영의 집에 좋은 술이 부족할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그는 도아영의 말이 전혀 믿기지 않았다.“맞아요. 술이 부족한 건 아니에요. 하지만 전이혁 씨가 준 술은 부족하죠.”전이혁은 잠시 말문이 막혔다.“그래요. 아영 씨가 돌아갈 때 한 박스 챙겨줄게요. 그리고 관성 특산물도 좀 챙길 테니 같이 가져가요. 어찌 되었든 먼 길 왔는데 헛걸음하게 하면 안 되니까요.”도아영은 웃으며 대답했다.“맞아요. 헛걸음하게 만들면 안 되죠.”그러더니 그녀는 전이혁의 옆으로 다가가 소파에 기대어 앉았다.“전이혁 씨, 여기 꿀 있어요? 머리가 아파서 그러는데 저 꿀물 좀 타 주면 안 돼요?”“아까는 참을 만하다면서요?”전이혁은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자리에서 일어났다.“일단 세수 좀 하고요. 그리고 타 줄게요. 아영 씨도 세수해요.”“목욕할 거면 아영 씨 방에 가서 해요. 여긴 우리 형이 자주 묵는 스위트룸인데, 아영 씨니까 형이 허락한 거지, 다른 사람이었으면 형수님이 부탁해도 절대 안 된다고 했을 거예요.”전이혁의 큰형과 형수님은 도아영이 할머니께서 정해준 자신의 신붓감이라는 걸 알고,이미 도아영을 가족이나 다름없이 생각하고 있었다.어젯밤, 전이혁이 그런 말을 했을 때 도아영은 살짝 기분이 상했었다. 하지만
전이혁은 얼른 도아영을 부축하더니 살짝 귀찮다는 듯이 물었다.“아영 씨, 또 왜 그래요?”“저... 화장실... ”도아영은 눈이 풀린 채 말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화장실 가고 싶어요?”도아영은 비틀거리며 제대로 걷기도 힘든 상태였고 전이혁의 표정은 점점 굳어지기 시작했다. 도아영을 혼자 화장실에 가게 둘 수도 없고 그렇다고 남자인 자신이 부축해서 데려가는 것도 난감한 일이었다.도아영은 고개를 끄덕이더니 비틀거리며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전이혁은 급히 그녀를 부축하며 다시 한번 물었다.“혼자 괜찮겠어요?”도아영은 묵묵부답이었다. 그녀는 이미 지금 곁에 있는 사람이 누군지도 모를 정도로 심하게 취해 있었다.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전이혁은 어쩔 수 없이 그녀를 부축해 화장실로 데려가야 했다. 전이혁은 가면서도 입으로는 끊임없이 투덜거렸다.그는 도아영을 화장실로 들여보내고 도망치듯 밖으로 뛰어나왔다.전이혁은 도아영이 나올 때까지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10분이 넘도록 나오지 않았고, 노크를 해도 아무 반응이 없었다. 결국, 전이혁은 걱정된 마음에 문을 살짝 열어 안을 들여다봤지만 무슨 일인지 도아영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어? 어디 간 거야?’전이혁은 의심스러운 마음에 문을 활짝 열고 들어가 보았다. 그 결과, 도아영은 화장실 문 옆 벽에 기대어 앉아 있었다. 그러니 문틈 사이로 도아영이 보이지 않았던 것이었다.“이 여자 진짜!”도아영의 모습을 보자, 전이혁은 앞으로 절대 그녀에게 술을 많이 마시게 하지 않으리라고 결심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전이혁은 앞으로 자신이 도아영과 함께 밥을 먹게 된다면 그녀에게 술을 마시지 못하게 할 생각이었다. 자신 말고는 도아영이 다른 누구와 함께 얼마나 마시든, 그건 전이혁이 상관할 바가 아니었다.전이혁은 안으로 들어가 도아영을 안고 나온 뒤, 그녀를 침대에 눕혔다.그는 원래 방으로 돌아가 쉴 예정이었지만, 도아영의 상태를 보아하니 도저히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결국 그날 저녁,
한편 호텔에서 도아영을 돌보던 전이혁은 전창빈의 메시지를 확인하더니 단독으로 그에게 음성 메시지로 물었다.[너 그 먼 곳까지 가서 가정 요리사를 하려고?]전창빈은 소파에 앉아 답장을 보냈다.[안 될 건 없지? 선우씨 가문의 가정 요리사 자리는 도전적이잖아. 내가 합격할 수 있을지 시험해 보고 싶었어. 다행히도 형 동생이 모든 경쟁자를 물리쳤지 뭐야. 난관을 하나둘씩 돌파했어.]전이혁이 회답했다.[요리사 하나 뽑는 걸 대통령 선거처럼 하는구먼. 얼마나 있을 계획이야? 설날도 얼마 안 남았는데 명절에는 안 오려고?]전창빈이 답장했다.[설날에는 아마 못 갈 것 같아. 여기 주인이 날 해고하면 그때나 갈 수는 있겠는지.]전이혁이 피식 웃었다.[네 실력으로는 해고당할 리가 없잖아. 네가 주인을 해고하는 게 더 말이 되겠다. 이해가 안 가. 왜 그 먼 곳까지 가려고 한 거야? 넌 사업도 있는데... 어디서 요리하든 다 마찬가지일 텐데 굳이 몇천 리나 떨어진 곳까지 갈 필요가 있나? 거기 추울 텐데 너 괜찮겠어?]전창빈이 대답했다.[우리 추위를 못 타본 것도 아니고. 형도 할머니에 의해 눈이 수북이 쌓인 산으로 버려지지 않았어? 내 얘긴 그만하고... 형은 어때? 우리 미래의 형수님께 구애하기 시작했어?]‘난 벌써 움직이고 있는데 형이 아직도 움직이지 않는다면... 내가 나중에 민아 씨와 함께 할머니께 인사를 드리러 갈 때 형은 대체 어쩌려고?’전창빈은 속으로 생각했다.전씨 할머니의 지팡이가 전창빈의 등짝을 때리지 않는다면 해가 서쪽에 뜨는 거나 다름없을 것이다.[말도 마라. 정말 귀찮아. 큰형수님이 오늘 저녁에 우리한테 밥 사주셨어.]전창빈이 웃으며 회답했다.[하하! 괴로웠겠네.][내 말이. 할머니께서 나에게 정해주신 그 여자분이 큰형수님을 찾아가 하소연했더니 큰형수님이 우리 두 사람에게 밥을 사주신 거 있지.][형이 우리 형수님한테 무슨 짓이라도 했어?][아직 너의 형수님이 아니거든!]전이혁은 전창빈의 호칭을 정정했다. 그는 도아영과
“저는 앞으로 큰아가씨의 평가에 근거해서 요리 방법을 조정해 나갈 거예요. 그렇게 해야만 실력을 키울 수 있을 테니까요. 제가 만드는 모든 요리를 큰아가씨께서 만족해하시면 제가 여기에서 졸업할 수 있겠네요.”강진은 웃으며 대답했다.“그렇게 되면 큰아가씨께서 당신을 놓아주지 않을걸요.”‘평생 선우민아 씨를 위해 요리해 드리는 건 기쁜 일이지.'이 말을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전창빈은 꾹 참았다. 이런 말은 입 밖에 내지 않는 게 좋을 것이다.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내면 오해를 살 수 있으니까. 설령 전창빈이 선우민아에게 애정 공세를 하는 것이 두 번째 목표라고 해도 이런 생각을 드러내서는 절대로 안 된다.선우민아가 가업을 운영한다는 건 그녀가 매우 유능한 인물이라는 증거다. 이렇게 강한 강한 여성은 쉽게 넘볼 수 없는 상대이다.전호영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는 너무 힘들어서 하예정의 도움을 받은 끝에야 지름길을 택할 수 있었고 고현의 마음을 얻었다.강진은 그 말이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걸 깨닫고는 서둘러 화제를 돌렸다.“전창빈 씨, 오늘 오후 내내 바쁘셨는데 일찍 쉬세요. 내일 아침 큰아가씨를 위해 아침식사를 준비해야 합니다. 가장 일찍 아침을 드시는 분은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입니다. 민기 도련님은 학교에 가야 해서 일찍 식사하시고 큰아가씨는 매일 민기 도련님을 학교에 데려다주신 후 회사에 가시니까 두 분은 늘 함께 식사하시는 편이에요. 하여 아침 7시쯤이면 큰아가씨와 민기 도련님의 아침을 준비하시면 됩니다. 다른 분들의 아침은 9시 이후에 준비하시면 돼요.”전창빈이 말을 건넸다.“그 시간대면 아침과 점심을 함께 드시는 거네요.”“어르신과 사모님은 그렇죠. 점심 무렵에 일어나셨다가 식사 후에는 외출하셔서 저녁에야 돌아오세요. 때로는 안 오시기도 하는데, 그럴 땐 제가 미리 알려드릴게요. 안 오시는 날은 창빈 씨가 쉬는 거나 마찬가지죠. 그냥 자신의 배만 채우시면 돼요.”여기에서는 사실상 선우민아 자매만 아침을 먹는 셈이다.“큰아
동생 선우정아가 어이없어하는 모습을 보며 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었다.“알았어. 지금은 네가 전창빈 씨를 좋아하지 않는다 치더라도 앞으로 어떻게 될진 모르는 일이니까. 앞으로 매일 여기 와서 식사해. 전창빈 씨와 접촉할 기회도 많아져야 그에 대해 더 잘 알게 될 거 아니야. 만약 그가 정말 괜찮은 사람이라면 거리가 멀어도 너희 부모님께서도 어쩔 수 없이 동의하실 거야. 혹은 전창빈 씨에게 우리 지역에서 사업을 하게 하고 여기서 집을 사도록 하든가.”선우정아는 또 벙어리가 되어버렸다.선우민아가 이렇게 말하는 걸 보니 선우정아는 앞으로는 감히 그 집에 밥 먹으러 가기도 어려울 것 같다고 여겼다.선우민아가 자꾸 자신이 전창빈을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지 않는가.전창빈은 미래의 아내는 지금 미래 처제가 자기를 좋아한다고 오해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전이혁은 강진을 따라 숙소로 돌아갔다. 강진은 웃으며 축하의 말을 전했다.“전창빈 씨, 이제 우리는 동료가 되었군요. 오래 함께 일했으면 좋겠습니다.”선우씨 가문의 여러 집안이 같은 대저택 안에서 함께 살고 있었지만 집안마다 독립된 공간이 있었다.선우민아의 요리사는 자주 교체되는 편이었기에 강진 역시 1년 정도는 함께 일할 사람을 원했다.요리사와 친해지기도 전에 퇴직하는 경우가 너무 많았다.전창빈도 웃으며 말을 이었다.“저도 집사님과 오래 함께 일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제가 요리들을 더 연구해서 큰아가씨께서 제 요리만 먹고 싶어 하도록 해야겠네요.”“큰아가씨께서 창빈 씨 요리만 고집하게 만들면 정말 대단한 거예요. 요리 대회에 나가면 ‘요리의 신'이라는 칭호를 받을 수 있을 만큼요.”선우민아의 입맛을 사로잡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전창빈은 웃으며 말했다.“‘요리의 신' 같은 건 관심 없어요. 저는 단지 제 요리 실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서 손님들을 만족시키고 싶을 뿐이죠.”전창빈은 그가 고용한 요리사들에게는 항상 조언을 해주곤 한다. 본인이 잘 배워야 현재 이끌고 있는 요리사들도
선우민아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저런 사업을 가진 사람을 네가 정말 좋아한다면 작은아버지와 숙모도 반대하지 않으실 거야. 다만 전창빈 씨가 관성 사람이라 우리랑 거리가 너무 멀어. 작은아버지와 숙모는 네가 먼 곳으로 시집가는 걸 아쉬워할 수도 있을 거야.”선우정아는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언니! 제가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요? 저는 정말 그런 마음 없단 말이에요. 오히려 저는 그분이 언니랑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요. 우리 자매 일곱 명 중 언니가 맏이라 당연히 언니가 먼저 시집가야죠. 제가 언니를 앞지를 순 없잖아요.”착각인지 정말 본 건지, 선우정아는 전창빈이 선우민아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특별한 시선이 느껴졌다.그리고 전창빈은 사실 정말로 선우민아를 위해 온 거였다.아니, 정확히는 선우민아의 까다로운 입맛을 만족시켜주기 위해 온 것이다. 그녀를 만족시킬 수 있다면 다른 손님들도 분명히 만족시킬 수 있을 테니까.선우정아는 생각했다. 선우민아처럼 입맛이 까다로운 사람은 많지 않을 거라고.선우민아는 손을 뻗어 동생의 볼을 살짝 꼬집으며 말했다.“우리 나이 차이도 얼마 안 나잖아. 게다가 사촌 자매이기도 하기 때문에 네가 나보다 먼저 시집간다고 해도 전혀 문제가 안 되거든. 나는 당분간 시집갈 생각 없어. 만약 고려한다 해도 이 지역의 사람일 거야. 생각해봐, 민기와 민수는 아직 몇 살밖에 안 됐는데 애들이 커서 사업을 이어받을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0년은 더 기다려야 되잖아. 이 20년 동안 우리 자매는 계속 회사를 떠받쳐야 해. 만약 우리가 먼 곳으로 시집가면, 누가 회사를 이끌겠어? 셋째와 넷째에게 그런 능력이 있는지 지켜봐야 할 거야 아니야.”셋째 동생과 넷째 동생도 이제 성인이 되어 사업을 배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거대한 가업을 떠받칠 능력이 되지 못했다.하여 선우민아는 자연스레 먼 곳으로 시집갈 생각이 없었다. 시집을 간다 해도 A시의 남자에게 시집갈 것이다. 그래야 시집가서도 친정 회사를 계속 관리할 수 있으니까.앞으로 선우민기
전창빈이 말했다.“행동으로 보여드리죠.”선우정아는 눈썹을 치켜들며 웃었다.“전이혁 씨는 정말 자신만만하신가 봐요.”선우민아는 선우정아를 한 번 흘겨보더니 전창빈에게 물었다.“그럼 언제부터 출근 가능하세요?”“이 자리를 위해 온 만큼 언제든지 가능합니다.”선우민아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그럼 내일부터 정식으로 출근하세요. 강 집사님께서 이미 숙소를 준비해 뒀을 테고 월급은 내일부터 계산됩니다. 한 달의 수습 기간이 있고 수습 기간 중 급여는 일당으로 지급됩니다. 공짜로 일을 시키진 않을 거예요.“누구든 마찬가지로 하루 일하면 하루 급여를 계산해 주었다.“집사님께서 어제 이미 숙소를 준비해 주셨습니다. 급여는 어떻게 계산되든 상관없습니다. 전 도전을 위해 온 거지 월급을 위해 온 게 아니니까요.”전이혁은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다. 아내만 부족할 뿐...“좋아요. 지금은 숙소로 가서 쉬세요. 우리 집에서의 하루 세끼 준비 시간은 집사님께서 알려주실 거예요. 아침을 제외한 점심과 저녁 식사 준비 시간은 변함없어요.”선우씨 가문의 사람들 아침 식사는 각자 일어나는 시간이 다르기 때문에 딱히 정해진 시간이 없었다.전창빈이 대답했다.“알겠습니다. 집사님께 여쭤보겠습니다.”그는 다시 모두에게 고개를 끄덕인 뒤 자리를 떠났다.전창빈이 떠나자 선우민아도 일어서서 가족들에게 말했다.“저는 아직 처리할 일이 있어서 나가봐야 할 것 같아요. 민기한테는 주말에 데리고 나가주겠다고 전해주세요.”선우민기는 그녀보다 스무 살이나 어렸기 때문에 남동생을 아들처럼 키웠다.선우민기는 선우민아를 무서워하면서도 잘 따랐다.선우정아도 그녀의 언니를 따라 일어섰다.“저도 일 보러 갈게요.”한경주가 딸에게 당부했다.“접대할 때 술 너무 많이 마시지 마. 몸에 해로워.”“엄마,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5년 전의 제가 아닌걸요.”선우민아는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회사를 막 이어받았을 때 그녀는 많은 사람에게 괴롭힘을 당했다. 그땐 위엄도, 경험도 없었고 회사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