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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50화

작가: 고능비
“이혁이만 말을 안 듣더라. 꼬불꼬불 길을 좋아하면 모든 길을 에돌아 가게 내버려 둬. 인생 회의감 느낄 때까지 말이야. 허허!”

전씨 할머니의 말끝엔 노골적인 희열이 묻어났다.‘노인 말을 안 들으면 코가 납작해진다'라는 건 변하지 않는 진리이다. 대부분 손자는 말을 잘 듣는데 가끔 하나쯤은 개구쟁이가 있어야 재미가 있는 법 아닌가.

전태윤과 하예정은 서로를 바라보았다. 전태윤은 슬쩍 아내의 손을 잡으며 마음속으로 안도했다.

‘다행히도 난 할머니의 말을 듣고 예정이를 맞이했어. 안 그랬으면 할머니께서 어떤 방식으로 나를 혼내줬을지... 휴.'

운전기사와 세 사람만 차에 올라탄 타이밍을 노려 하예정이 확인하듯 물었다.

“할머니. 이혁 도련님께서 좋아하는 그 여자가 바로 할머니께서 점해주신 도아영이에요?”

할머니는 눈살을 찌푸리며 흐뭇하게 웃었다.

“이미 눈치챘으면서 왜 묻느냐? 하지만 입 밖에 내지는 마. 저 멍청한 놈이 내가 ‘후회하지 마라', ‘길이 험난해도 도움을 청하지 말라'고 계속 강조했는데도 전혀 알아채지 못했으니. 어휴... 저런 자식은 고생 좀 해봐야 해.”

하예정이 웃으며 말했다.

“저도 눈치채지 못했는데 태윤 씨가 분석해주니까 완전히 납득이 가더군요.”

“태윤이가 가장 똑똑하네. 할머니 마음마저 꿰뚫어 보고.”

전씨 할머니는 장손을 칭찬했다.

“하지만 아영이가 어떻게 저 도련님이 좋아하는 여자일 수 있죠? 제가 듣기엔 성격도 전혀 다르다고 했는데. 도련님의 말에 따르면 그분은 시건방진 액션 여주인공 같대요. 반면 아영이는 완전히 교양 있는 집안의 따님이고요.”

전씨 할머니는 빙그레 웃으며 대답했다.

“스승이 출중하니 제자도 뛰어날 수밖에. 할머니가 이리저리 뛰며 며느리들을 찾은 데는 다 이유가 있느니라. 성격도 잘 맞아야지만 우리 전씨 가문의 인맥과 지위를 정상에 올려줄 수 있는 여인들이야. 물론 ‘쇠를 두드리려면 몽둥이가 단단해야 하듯' 우리 가문의 아이들부터 잘 자라야 하지. 능력이 없는데 유능한 친척들만 많으면 오히려 재앙이니라. 그런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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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67화

    “아가씨.”경호원이 고개를 돌려 그녀를 불렀다.이윤미는 눈을 뜨며 조용히 말했다.“차 세우세요. 하지만 내리지는 마세요. 저쪽에서 움직임이 보일 때만, 정말 피할 수 없을 때만 내리세요. 그리고 무엇보다 자기 몸부터 지키세요.”“아가씨.”“저도 제 몸 잘 챙겨요. 걱정하지 마세요. 저는 쉽게 죽을 사람이 아니에요. 앞으로 살아갈 날도 많고 아직 시작도 못 한 좋은 날들이 많은데 제가 왜 죽겠어요.”이윤미는 미소를 띠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에는 서늘한 슬픔이 깔려 있었다.남매 사이가 결국 이 지경까지 이르렀다고 생각하니 그들의 인연이 얼마나 가벼웠는지 새삼 실감 날 뿐이었다.이윤미는 태어나자마자 뒤바뀐 탓에 잘못된 집에서 자라며 굶고, 헐벗고, 사랑을 받아본 적도 없었다.친부모에게 돌아갔을 때는 이제라도 제자리를 찾은 거라 믿었지만 그 기대는 허망하게 무너졌다.이처럼 많은 가족이 있음에도 그녀는 언제나 혼자였다.정작 그녀를 진심으로 걱정하고 챙겨 준 사람은 방윤림과 하예진 일행이었다.경호원들은 이윤미가 오늘 밤 벌어질 일을 이미 각오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그들은 말없이 그녀의 지시를 받아들였다.“뒤쪽 화물차가 따라붙으면 바로 내릴 준비 하세요.”상대가 일부러 브레이크가 고장 난 척 달려들면, 앞뒤로 대형 화물차에 끼이기라도 한다면 살아남기 힘들 터였다.이윤미는 오늘 누구도 죽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다칠 사람은 자신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앞길을 막아선 화물차 운전사는 마치 차량에 문제가 생긴 것처럼 보이도록 일부러 엔진 상태를 점검하는 시늉을 하고 있었다.이윤미 일행의 차가 멈춰 섰지만 정일범 쪽 사람들은 바로 움직이지 않았다.뒤에서 쫓아오는 화물차가 아직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히 움직이면 이윤미가 그대로 차를 돌려 빠져나갈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몇 분 뒤, 뒤편에서 달려오던 대형 화물차가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그 순간, 이윤미가 먼저 문을 열고 내렸다.경호원들과 운전기사도 곧바로 빠져나왔다.그들은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66화

    앞좌석에 앉아 있던 경호원이 고개를 돌려 이윤미에게 보고했다.이윤미는 담담하게 지시했다.“속도 좀 올리세요. 그냥 뒤따라오게 두세요. 앞길에 굽은 곳이 많아서 화물차가 속도를 내면 코너에서 쉽게 사고가 날 수 있거든요.”뒤에서 바싹 붙어오는 화물차는 정민혁 형제일지도 모른다.‘대체 얼마나 줬길래 저렇게까지 목숨을 내걸고 사고를 내려고 달려드는 건지...’이윤미는 한숨만 터져 나왔다.운전기사는 이윤미의 말에 곧바로 속도를 올렸다.뒤따르던 화물차도 덩달아 속도를 높였다.얼마 지나지 않아 굽잇길이 많은 구간에 접어들었다.굽은 길이 잦고 내리막까지 이어지는 구간이라 속도를 내기엔 특히 위험한 곳이었다.화물차를 운전하는 사람은 죽을 각오까지 할 마음은 없었는지 앞에 급한 굽잇길이 보이자 본능적으로 속도를 줄였다.그 사이 이윤미의 차는 이미 저 멀리 사라지고 없었다.그는 급히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세운 뒤 전민혁에게 전화를 걸었다.운전하던 사람은 정민혁이 아닌 다른 남자였는데 이 남자는 그가 끌어들인 사람일 뿐이었다.전화가 연결되자 그는 바로 보고했다.“들이받지는 못했습니다. 저쪽 차가 작고 빠른 데다 길도 굽은 곳이 많아서요. 제 차는 화물차라 너무 밟으면 뒤집힐 것 같아서 속도를 더 낼 수가 없었거든요. 지금은 놓쳤습니다. 앞에서 기다리시는 분이 잘 살펴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정민혁은 정일군과 정일호와 함께 앞길에서 사람들을 데리고 대기 중이었다.“놓칠 리가 없어요. 집으로 가려면 이 길 하나뿐이니까. 당신은 계속 뒤에서 몰고 쫓아와요. 우리가 앞을 막고 있으면 설령 들이받지 못하더라도 앞뒤가 막히면 돌아갈 데가 없을 거예요. 차에서 내리기만 하면 그다음부터는 우리한테 맡겨요.”정일군과 정일호는 여러 사람을 데리고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반면 이윤미 곁에는 경호원 네 명뿐이었다.아무리 네 사람이 뛰어난 실력이라 해도 많은 인원을 상대로 막아내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게다가 저쪽은 모두 흉기를 들고 있었다.그들은 오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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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63화

    하예진과 우빈은 여전히 통화를 이어가고 있었다.두 사람은 무슨 얘기가 그리 많은지 끝도 없이 서로에게 말을 건넸다.그 시각, 이윤미는 아직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다.하예진과 헤어진 뒤 바로 집으로 들어가겠다고 말했지만 발길은 쇼핑몰로 향했다.아직 시간이 일렀기에 도로에도 차가 많았다.이런 때 움직일 만큼 어리석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정일범 형제의 계략에 맞추려면 지금 귀가할 수는 없었다.밤이 충분히 깊어질 때까지 시간을 흘려보내고 사람들 시선이 줄어드는 늦은 시각에 집으로 들어가야 했다.그래야 그들이 움직일 여지가 생기기 때문이다.그때 방윤림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윤미 씨의 양오빠 두 분과 친오빠 세 분이 집으로 돌아가는 길목에 미리 숨어 있습니다.]이윤미의 차가 나타나기만 하면 그대로 들이받을 예정이었다.현장에서 그녀의 숨이 끊어지면 가장 좋고 그렇지 않으면 납치해 갈 계획이었다.정일범은 개발되지 않은 외진 바닷가에서 기다리고 있었다.그들의 계획은 이윤미를 그곳에서 살해하고 시신을 조각낸 뒤 바다에 내던지려고 했다.바닷속 큰 물고기들이 남은 조각들을 삼켜 버릴 테니까.남매라는 이름만 공유했을 뿐 피붙이라고 부르기도 아까운 이들이었다.그들이 꾸민 짓은 소름이 돋을 만큼 잔혹했다.그런 자들은 차라리 감옥에서 늙어 갈 때까지 나오지 못해야 한다.세상에 더는 어떤 해도 끼치지 못하도록.그리고 방윤림은 그들이 갇히기만 하면 감옥 안에서 “특별한”대우도 받게 해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그들이 살아서 다시 세상에 나오지 않기를 바란다면 방법은 언제든 있었다.하지만 이윤미는 방윤림에게 답장하지 않았다.오늘 밤 일이 어떻게 끝나는지 지켜본 뒤에 결정하고 싶었다.마지막 순간에 오빠들이 마음을 돌려 그녀에게 해를 입히지 않는다면 살려 둘 수도 있었다.그러나 끝까지 달려들어 달려든다면 감옥에서 죽을 때까지 나오지 못하게 해야 했다.이윤미는 경호원 몇 명과 함께 거리를 걸었다.그녀는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을 몇 벌 고르고 방윤림에게 줄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62화

    우빈은 아직 엄마가 돌봐야 하는 어린아이였다.노동명이 난감한 표정으로 말했다.“그럼 여름방학에 오자. 방학은 길잖아. 두 달이면 오래 놀 수 있잖아. 나중에 유치원 졸업하고 강성으로 전학해서 초등학교 다니게 되면 그때 엄마를 매일 볼 수 있을 거야. 아저씨 일도 강성 쪽으로 옮길 거라서 우리 셋이 한집에서 지낼 수 있어.”노씨 그룹은 강성에도 사업이 있었지만 규모는 크지 않았다.하예진이 앞으로 강성에 머물게 되자 노동명은 강성 쪽 투자를 크게 늘렸고 새로운 시장을 넓히려면 대표인 그가 직접 지켜봐야 했고 그러면 자연스럽게 아내와 아이들 곁에도 머물 수 있었다.우빈은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알았어요.”그러고는 바로 화면 속 엄마에게로 시선을 돌렸다.“엄마! 아직 제 질문에 대답 안 했잖아요.”하예진이 부드럽게 웃었다.“오늘은 일이 생각보다 일찍 끝나서 밤늦게까지 약속이 없었어. 지금 집으로 가는 중이야. 너도 곧 잘 시간이니까 그 전에 먼저 전화한 거야. 우빈아, 엄마 보고 싶었어?”“네! 우빈이도 엄마 너무 보고 싶었어요! 조금 있다가 우리 새집 영상 하나 찍어서 이모한테 보내 줄 수 있어요? 저도 보고 싶어요.”우빈은 새집 이야기는 이미 하예정에게 들은 적 있었다. 엄마가 이제 호텔이 아니라 강성에 마련된 새집에서 지낸다는 것, 그 집이 아주 넓어서 혼자 뛰어다녀도 심심할 틈이 없을 만큼 공간이 많다는 것도 전부 전해 들었다.그래서 이 꼬마는 하루라도 빨리 가보고 싶었다.여름방학이 되면 용정도 강성으로 놀러 오게 하여 자기 집에서 머물게 해주고 싶었다.우빈은 용정네 집에 가면 늘 용정 집에서 지내는데 용정이가 강성에 오면 호텔에 묵어야 하는 점이 늘 미안했다.하지만 지금은 달랐다. 우빈에게도 집이 여러 곳이 있었고 집마다 방도 충분했기에 친구가 찾아오면 언제든 편하게 머물게 해줄 수 있었다.어린 우빈이가 이렇게 많은 생각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울 따름이다.하예진이 웃으며 말했다.“그래, 내일 아침에 엄마가 아침 운동하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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