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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372화

Author: 고능비
하예진이 끼어들지만 않았다면 이윤정도 죽지 않았을 것이다.

이윤정의 죽음이 하예진 때문만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어머니나 여동생을 탓할 수는 없으니 하예진에게 이 모든 원한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하예진의 뒤에는 세 가문이 있지만 그것 또한 다 관성의 명문가들이다. 이곳은 강성이니 정일범이 조심스레 움직인다면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것이다.

이윤미는 정일범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게 사무실을 나섰다. 차에 타자마자 방윤림이 조사 보고서를 가져왔다.

결과를 확인한 이윤미는 아무렇지 않게 담담하게 운전하고 회사를 떠났다.

몇 분 후, 방윤림이 전화를 걸었다.

이윤미는 길가에 차를 세우고 방윤림의 전화를 받았다.

“아가씨, 하예진 씨가 교통사고가 난 건 정일범 씨가 계획한 겁니다.”

방윤림이 이윤미에게 보여준 조사 보고서에는 이미 증거가 충분했다.

“보고서를 봤어요. 나도 그렇게 생각해요.”

이윤미가 이어서 얘기했다.

“머리가 멍청한 걸 티 내는 것도 아니고. 그렇게 하는 사람이 요새 어디 있어요. 사고사로 위장하고 싶으면 차 한 대만 쓸 것이지. 실수할까 봐 차를 두 대나 쓰다니. 하예진이 정말 멍청이인 줄 아는 건가?”

이윤미는 정일범의 행동에 어이가 없었다.

정일범의 머리는 야심을 따라가지 못하는 편이었다.

그런 사람이 가주의 자리를 탐내다니.

만약 이씨 그룹이 정일범에게 넘어간다면 아마 얼마 가지 않아 망해버릴 것이다.

“지금 하예진을 만나러 가고 있어요. 하예진은 분명 큰오빠를 의심하고 있을 거예요. 조사도 했을 거고. 전호영과 고현도 곧 휴가를 끝내고 여기로 올 텐데...”

전호영은 고현과 휴가를 가면서 고씨 그룹의 일을 고빈 더러 처리하라고 했다.

방윤림은 이윤미가 전호영이 강성으로 와 이윤미에게 시비를 걸까 봐 걱정하는 줄 알고 얘기했다.

“두 분이 돌아온다고 해도 아가씨한테는 무슨 짓을 못 할 겁니다. 아가씨가 한 일도 아닌데요, 뭘.”

“나는 그렇다고 쳐도, 나와 고씨 그룹의 협업이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서 문제예요. 고빈은 너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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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윤미는 하예진을 배웅하며 나갔다. 하예진의 놀림을 받았지만 이윤미는 얼굴 하나 붉히지 않았다.“방 비서님은 로맨틱한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저도 그런 센스는 없는 것 같아요. 아직 잠시 그런 관계가 아니에요.”하예진이 꾸지람했다.“방 비서님의 딸을 낳고 싶다고 말씀하시면서도 망설이시는 모양이네요. 하지만 윤미 씨의 마음을 진정으로 이해해주고 윤미 씨의 친아버지와 같은 남자가 아닌 다른 이를 찾는 건 힘들 거예요. 당신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데릴사윗감을 찾기도 쉽지 않을 테고요. 방 비서님이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생각해요. 두 사람이 함께하든 말든 그는 항상 윤미 씨 곁을 지킬 거잖아요. 당신은 눈이 높고 가치관도 특별하니 다른 남자는 눈에 들어오지도 않을 텐데...”이윤미는 과거 고현을 좋아한 적이 있었다.그러나 고현은 여자라 자신의 남동생 고빈과 이윤미를 엮어보려 했지만 두 사람 전부 상대방에게 남녀 간의 감정을 느끼지 못해 포기해야 했다.이윤미가 잠시 침묵하다가 말을 이었다.“우리 사이의 일이 끝나면 그때 생각해보죠. 지금은 결혼이나 아이 낳을 생각할 여유가 없어요.”하예진은 앞으로 걸으면서 말했다.“그렇긴 해요. 서두를 필요 없죠. 우리 일도 곧 진실이 드러나게 될 것 같아요.”한성근도 찾았으니 곧 드러날 것이다.두 사람은 서로 말을 하지 않았다.마지막에 누가 죽고 누가 승리할지 아무도 알 수 없는 일이다.엘리베이터에 올라탄 하예진이 문득 물었다.“만약... 저의 외할머니가 정말 이 가주님께 해를 당하셨다면 정말로 떠날 수 있겠어요?”이윤미는 단호하게 답했다.“우리 엄마의 소행이라는 증거가 있다면 마땅히 벌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제가 숨겨주지도, 부인하지도 않을 거예요. 엄마를 위해 모두와 목숨을 걸고 싸우지도 않을 거고요. 이씨 가문의 모든 것은 돌려드릴 거예요. 저는 방 비서님만 데리고 갈 거예요. 방 비서님은 두 주인을 섬기지 않기 때문에 이씨 가문에 남겨봤자 소용없을 테니까요.”하예진이 이윤미를 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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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복수에 대한 집념이 오늘날까지 버티게 한 것일지도 모른다.이윤미가 입을 열었다.“그러게요. 어르신께서 지금까지 살아계신 것을 보면 건강은 괜찮으신 모양이네요. 그분들은 일단 선발되면 악마 같은 훈련을 받아 체질이 보통 사람보다 강하다던데. 100세가 넘어도 별문제 없을 거예요. 그러고 보니 엄마도 먼 길을 떠나신 것을 보면 그 비서분의 소식을 알고 계셔서였군요. 비서분은 지금 안전하신가요? 엄마께서 그분을 찾아가시면 좋은 결과가 없을 텐데.”이윤미는 이은화를 너무 잘 알고 있었다.하예진이 안심시키듯 말했다.“그건 걱정 안 하셔도 돼요. 지금 아주 안전하세요.”한성근은 성씨 가문의 저택에서 편히 지내고 계셨다. 게다가 전설적인 고수들도 함께 관성에 있으니 이은화가 살의를 품어도 쉽게 손댈 수 없을 것이다.이은화가 관성에 손을 뻗지 않은 건 아니었다. 여씨 가문의 차녀 여운별을 자신의 바둑알로 키우려 했지만 하예정 일행이 먼저 의심하고 발견해버려 포기해야 했다.이은화가 관성에 손을 뻗칠 때마다 그 손은 잘려나갔다. 하여 그녀도 관성에서는 큰일을 이루기 어렵다는 점을 뼈저리게 알고 있을 것이다.이윤미가 안도하며 말했다.“다행이네요. 정말 다행이에요.”두 사람 사이에는 말이 오가지 않았고 순간 침묵이 흘렀다.따르릉!이윤미의 핸드폰이 울렸다.조용하던 공간을 깨뜨린 전화벨 소리였다. 핸드폰을 꺼내 전화를 확인했는데 방윤림에게서 걸려온 전화였다.방윤림이 벌써 와서 자신을 데리러 온 건가 생각하며 하예진의 앞에서 전화를 받았다.“아가씨, 가주님께서 돌아오셨습니다. 방금 공항에 도착하셨는데 아가씨께서 지금 돌아오시면 가주님보다 먼저 도착하실 수 있을 겁니다.”이윤미가 눈살을 찌푸렸다.“이렇게 빨리요? 아까 전화했을 때는 언제 돌아오실지 몰랐다면서요.”순간 이윤미는 이은화가 이렇게 갑작스레 들이닥치는 것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알겠어요. 곧 돌아갈게요.”이윤미는 그다지 서두르지 않았다. 그녀의 회사가 시내까지는 멀지 않기에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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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사장은 하예진이 온 이유는 모르지만 그래도 조심스럽게 그녀를 맞이했다.“일이 지체되어서 좀 늦었어요.”이윤미는 낮은 목소리로 정 사장에게 설명하며 VIP 룸으로 들어갔다.룸에 들어서니 하예진과 그녀의 경호원들이 앉아 있는 모습이 보였다. 모두의 앞에는 차 한 잔이 놓여 있었지만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듯했다.이윤미가 들어오자 하예진이 웃으며 말을 건넸다.“너무 바쁠 줄 알았으면 만나지 말고 전화로 얘기할 걸 그랬어요.”이윤미도 웃으며 답했다.“계획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고... 바로 출발하려는데 큰오빠가 올라오더니 서류에 사인해 달라고 하시면서 이것저것 잡담을 늘어놓으셨어요. 그리고 우리 엄마와도 통화하다 보니 이렇게 늦어졌어요. 오래 기다리게 해서 정말 미안해요.”“괜찮아요. 저도 오래 기다리지 않았어요.”하예진은 일어나 이윤미가 가까이 오길 기다렸다가 두 사람은 다시 소파에 앉았다.정 사장이 이윤미에게 차를 따랐고 이윤미는 그제야 그에게 업무 보러 가보라고 지시했다.하예진도 자신의 경호원들에게 밖에서 기다리라고 요구했다.곧 VIP 룸에는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이윤미가 말을 건넸다.“제 사무실에서 얘기할까요?”“여기도 괜찮아요. 5층은 사람이 많지 않고 조용한데요. 게다가 제 경호원들도 밖에서 지키고 있어 아무나 접근할 수 없어서 좋아요. 우리가 논의하는 건 권력 다툼 같은 것이 아니라 그냥 윤미 씨 오빠의 최근 상황에 대해 알고 싶은 것뿐이잖아요.”멀리까지 와서 만난 이유는 단지 두 사람이 사적으로 만난다는 사실을 너무 많은 사람이 알게 되는 것이 싫어서였다.이윤미는 더는 장소를 옮기자는 얘기를 꺼내지 않았고 방윤림이 보낸 증거 자료를 하예진에게 카톡으로 보내주었다.“우리 큰오빠는 최근에 이 일로 바쁘게 보내긴 하지만 직접 나서지 않아서 증거를 찾기가 어려웠어요.”하예진은 자료를 받아 놓을 뿐 바로 보지 않았고 빙그레 웃으며 말을 건넸다.“다른 사람에게는 어려운 일이지만 윤미 씨에게는 밥 먹는 것보다 쉬운 일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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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3374화

    아무리 이윤미가 이씨 가문의 전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 해도, 회사 경영진 입장에서 이런 전쟁은 피할 수 없는 것이었다.비즈니스 전장에서는 모두가 서로의 적이니까.이윤미가 홀로 창업한 후 여기까지 오면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제치고 올라왔을까. 경쟁에서 뒤처진 사람들은 어쩔 수 없이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죽고 만다.이 세계는 적자생존의 나라다.방윤림이 얘기했다.“제가 더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만약 정말 이경혜 씨가 그 비서를 찾았다면 아마 바로 데리고 올 겁니다.”전임 가주가 현임 가주에게 살해당한 것이라면, 이경혜는 참지 않고 복수하려고 들 것이다.공소시효가 지나 이은화를 법적으로 처리하지 못하겠지만, 가주의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것쯤은 가능했다.그러니 이은화와 연줄이 있는 사람들은 거의 다 가주 자리를 갖지 못할 것이다.어쩌면 이경혜가 이은화와 그녀의 가족을 다 죽여버리려고 할지도 모른다.그 생각에 방윤림이 얘기했다.“아가씨, 아니면 퇴로를 먼저 살펴볼까요?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이경혜 씨와 전씨 가문에서 복수하려고 한다면 아가씨도 위험해질 겁니다.”관성의 사람들의 화는 이윤미에게까지 닿을 것이다.이윤미가 얘기했다.“나를 가만두지 않을 거라는 건 이미 예상한 바예요. 그래봤자 나를 죽이진 않을 겁니다. 그저 강성에서 내쫓겠죠. 솔직히 얘기하면 나도 여기 있는 게 싫어요. 난 사촌 언니한테 얘기했어요. 큰이모의 죽음이 어머니와 연관 있다는 증거만 있다면 난 깔끔하게 사라져주겠다고요.”방윤림은 더 말하지 않았다.하지만 그는 속으로 이윤미를 위한 퇴로를 준비해두어야겠다고 생각했다.이윤미가 가주가 될 수 있든지 없든지, 방윤림이 이윤미를 모시기 시작한 순간부터 방윤림의 인생은 이윤미의 것이니까 말이다.이윤미가 가는 곳에, 방윤림 또한 함께할 것이다.만약 이윤미가 강성을 떠나고 이씨 가문을 떠난다면 이윤미는 이씨 가문의 제약을 받을 필요 없었다. 그러면 두 사람은 자연스럽게 사랑을 하고 아이를 낳고 평범한 일상을 보낼 수 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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