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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413화

Author: 고능비
용태호는 잠시 침묵하더니 말했다.

“그 제안 괜찮다. 너와 몸매, 목소리가 비슷한 사람을 찾아 네 얼굴과 똑같은 인피 가면을 만들어볼게.”

“두 사람의 의심만 풀리면 돼요.”

여운별이 대답했다. 그녀는 마치 자신의 정체성을 빼앗기는 기분이 들었는지 가짜 여운별이 자주 눈에 띄는 것이 달갑지 않았다.

용태호는 여운별의 속마음을 꿰뚫고 있었다.

“걱정하지 마. 내가 알아서 잘 처리할 테니. 이제 돌아가서 잘 쉬어. 네 몸은 네 거다. 아끼든 말든 네 선택이지만.”

이 말 뒤에는 숨은 위협이 깔려 있었다. 아직은 쓸모있는 사람이니 목숨을 소중히 여기라는 뜻이다. 유산 때문에 몸이 너무 허하여 그의 일을 망치면 안 되었으니까.

“바둑판의 바둑알이 쓸모없어지면... 죽음뿐이야. 무슨 말인지 알지?”

용태호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을 덧붙였지만 여운별의 등골에는 식은땀이 흘렀다. 그녀는 속으로는 용태호를 원망했지만 감히 드러내지 못했다.

‘내가 유산하게 된 진짜 원인은 누구 때문이야? 바로 너잖아! 다음부터는 피임조치 없이는 절대 할 생각하지마!'

여운별은 쉽게 굴복하지 않겠다고 마음속으로 굳게 다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잊어버린 듯했다. 예전에 어떤 발버둥을 쳐도, 어떤 저항을 해도 용태호에게 짓밟혔던 그 날들을. 그의 뜻에 따르지 않으면 협박을 당하고 또 몸까지도... 여운초는 애초에 저항 자체가 불가능했다.

“태호 씨, 걱정하지 마세요. 잘 쉴게요.”

여운별은 자신의 몸 상태가 괜찮다고 생각했지만 가끔 어지러움을 느꼈다. 그녀를 돌봐주는 산후조리사는 적어도 15일은 침대에서 쉬어야 한다고 내내 강조했지만 그녀는 끝끝내 듣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나돌아다니면 산후병 남는다는 경고도 무시한 채 여운별은 다시 길을 나섰다.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건 다 여운초와 하예정 때문이야!'

그러나 그 두 사람은 잘만 살고 있었다. 여운초는 분노가 치밀어올라 갑자기 소리쳤다.

“여씨 가문의 저택에 갈 거예요. 여운별의 신분으로!”

경호원들은 무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기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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