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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197화

Author: 고능비
정군호는 말문이 막혔는지 입만 달싹였다.

그에게도 마땅히 쓸 만한 돈이 없었다.

이은화가 살아 있을 때는 그의 손에 쥐고 있는 돈은 언제나 10만 원을 넘지 못했다.

자식들이 큰 뒤에야 틈틈이 자식들에게 손을 벌려 한동안 주머니가 넉넉했었다.

그 돈으로 밖에서 흥청망청하며 제멋대로 지내기도 했지만 결국 그 많은 돈도 금세 사라져 버렸다.

저축은커녕 모으는 법조차 몰랐기 때문이다.

평생 쓰는 데만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의 이름으로 된 가게도, 집도 아무것도 없었다.

고향 집조차 이은화가 마련해 준 것이었는데 그 등기부등본에는 그의 이름이 아니라 세 아들의 이름만 올라와 있었다.

이은화가 생전 재산을 철저하게 관리해 온 탓이었다.

이은화가 세상을 떠난 뒤에는 정일범 형제가 그에게 생활비를 보탰다.

한 달에 각자 수천만 원씩 건네니 총 수억 원이 들어왔다.

그 덕에 정군호는 고향에서 부족함 없는 생활을 누렸고 생활비 일부를 조금씩 모으기는 했다.

하지만 그렇게 모은 돈이라 해도 사실 얼마 되지 않았다.

다 합쳐 봐야 겨우 1억 원밖에 없었다.

세 아들에게 최고 변호사를 붙여 주려면 정군호가 손에 쥔 그 돈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너희 손에 정말 돈이 그렇게도 없냐? 은화가 살아 있을 때는 매달 용돈 챙겨 주기도 했고 너희 친정도 형편이 괜찮잖아. 결혼할 때 받은 혼수 같은 건 다 어디로 갔어? 각자 4억씩만 내도 8억이나 되는데 그 정도면 되는 거 아니냐? 모자라면 너희 자식들에게도 조금씩 내라고 해. 은화가 남겨준 재산을 푼푼하게 받았잖아. 감옥에 들어가야 할 사람이 누군지 알아? 애들 친아버지야. 자식 돈으로 아버지를 구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

박수아는 당황해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아버님, 그건 정말 안 돼요. 저희 손에도 여윳돈이 있는 게 아니에요. 2천만 원 정도라면 어떻게든 마련해 보겠지만, 4억 원은 당장 준비할 수 없어요. 우리 친정이 겉으로 보기엔 괜찮아 보여도 저도 오빠들이 있는 집안이라 제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에요. 결혼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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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96화

    말은 그렇게 했어도 침대에 누워 통증을 견디던 이윤미는 끝내 눈시울이 붉어지면서 눈물을 흘렸다.그때 방윤림이 들어와 그녀가 울고 있는 모습을 보더니 곧장 다가와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휴지를 집어 들어 살며시 눈물을 닦아 주었다.그는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그런 사람들 때문에 우실 필요 없어요. 아가씨한테는 아무 가치도 없는 사람들이잖아요.”이윤미는 몸을 일으켜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윤림 씨, 나... 정말 윤림 씨밖에 없어요.”방윤림은 그녀를 꼭 끌어안으며 조용히 말했다.“아가씨, 저는 언제든 곁에 있을 거예요. 무슨 일이 생기든, 세상이 무너지는 순간이 오더라도 제가 버티고 있을 거니까요. 속상하면 그냥 우세요.”그 눈물은 결국 오래 붙잡고 있던 마지막 정까지 스스로 끊어내는 순간이었다.이윤미는 그날 마음껏 울었다.정말 마지막이었다.이제 그녀와 정씨 집안은 서로 등 돌리고 각자의 길을 갈 뿐이었다.한편 정군호는 둘째 아들 집으로 가서 셋째 며느리까지 불러 모았다.그는 두 며느리를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너희들도 다 알고 있지? 너희 남편이 윤미를 다치게 한 건 맞지만 크게 다친 것도 아니고 그냥 조금 스친 거야. 그건 그저 형제끼리 다투다가 생긴 일이지 무슨 큰 범죄는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가장 좋은 변호사를 선임해서 최대한 형량을 줄여야 해.”두 며느리는 서로 얼굴만 바라보았다.결국 둘째 며느리 김여희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아버님, 이 일은 좋게 끝날 수가 없을 것 같아요. 그런 일까지 벌어졌는데 윤미가 용서할 리가 없죠. 아무리 좋은 변호사를 찾는다고 해도 결과가 달라지지는 않을 거예요.”상황을 모두 알게 된 두 며느리는 남편을 불쌍하게 여길 마음이 조금도 생기지 않았다. 밖에서 여자를 끼고 다니며 가정을 외면한 건 남편이었기에 그 대가를 치르게 된 것뿐이라고 생각했다.정일범 형제가 몇 년 감옥에 있어도 그녀들과 아이들이 사는 데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이은화가 아이들 앞으로 챙겨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9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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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은 억만장자   제4194화

    방윤림은 얼굴을 맞고도 손을 놓지 않았다.이윤미는 그 장면을 본 순간 얼굴이 바로 굳어졌다.그리고 차갑게 아버지를 향해 입을 열었다.“아버지, 정말 무릎 꿇고 싶으시면 병원 대문에 나가서 무릎 꿇으세요. 지나가는 사람들 다 들리게 말하세요. 딸이 불효자식이라고, 아들들이 딸을 죽이려고까지 했는데 딸이 용서해 주지 않는다고, 그래서 딸을 압박하려고 무릎 꿇는다고 그대로 떠들어 보세요. 제가 용서할지 직접 시험해 보시라고요.”정군호는 그 말에 몸부림을 멈췄다.방윤림을 때린 뒤라 더 위축된 탓도 있었다.혹시나 이윤미가 방윤림을 위해 자신에게도 똑같이 돌려주려 하는 건 아닐지 그런 두려움이 스쳤다.다행히 그녀는 분노가 치밀었지만 직접 손을 대지는 않았다.정군호는 갑자기 울기 시작했다.“윤미야...”그는 속상하게 울고 있었다.방윤림이 손을 놓자 그는 흐느낌을 삼키지도 못한 채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윤미야, 나도 이제 늙었어. 일자리도 없고 부모님도 다 돌아가셨어. 그리고 네 엄마도 이 세상에 없어서 곁에 남은 사람은 네 오빠들 셋뿐이야. 네가 그 세 아들 죄다 감옥에 넣어 버리면 난 어떻게 살아? 누가 아버지를 먹여 살리냐고...”정군호는 어깨까지 들썩이며 처절하게 울었다.“네가 한 번만 봐주면 내가 셋 다 데리고 시골로 내려갈게. 네 엄마 재산도 이제 안 건드린다고 전부 약속할게. 유언대로 네 몫은 다 네 거야. 난 그냥 너희 오빠들만 좀 빼내고 싶어... 네가 앞으로 먹고살 길이 그 애들밖에 없잖아. 내가 잘못했지. 아비 노릇도 못 하고 너한테 따뜻하게 대해 준 적도 없고... 그래도 우린 혈육이잖아. 네 몸에도 우리 정씨 집안의 피가 흐르는데 그거 하나만 봐서라도 네 오빠들 한 번만 살려 줘라. 응? 그래, 네 오빠들이 미친 짓 한 건 맞아. 이렇게까지 한 건 너무했지. 나도 크게 실망했어. 근데 너 지금 이렇게 살아 있잖아. 병원비 좀 물리고 정신적인 보상 좀 받아내면 되는 거 아니겠냐? 감옥만은 보내지 말아줘. 응? 제발 그러지 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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