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도착하셨다고요? 며칠 뒤에 오신다고 하셨잖아요.”“...”“네, 알겠어요.”연재덕을 힐끔 쳐다보던 연미정이 전화를 끊었다.“왜 그래?”연재덕이 물었다.긴장하던 연미정은 연재덕을 보고는 곧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아버님이 돌아오셨어요.”“그래?”연재덕이 고개를 끄덕였다.“얼른 들어가 봐.”“갈 거예요. 하지만 아버지도 같이 가셔야 해요.”연미정이 말을 이었다.“아버님께서 아버지를 만나고 싶다고 하시네요. 오늘요.”연미정의 말에 연재덕의 얼굴이 순간 굳어졌다.“오늘?”“네. 저랑 같이 가요.”연재덕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사실 그 역시 정창호를 마주하고 싶지 않았다.다른 사람 앞에서는 어른이었기에 아무리 연재덕에게 화가 났어도 예의를 지키기 마련이었다.하지만 정창호는 달랐다.물론 사돈 사이였기에 정창호 역시 연재덕과는 선을 지켰었다.하지만 그동안의 일로 정창호가 태도가 어떻게 변했을지는 알 수 없는 일이었다.예전의 연재덕은 정창호 핑계를 대며 연미정에게 겁을 주기도 했었다.하지만 정창호가 돌아온 지금은 오히려 자신이 정창호의 눈치를 봐야 했다.“아버지, 빨리 가요.”연미정이 연재덕을 재촉했다.“아버님이 기다리시겠어요.”연미정이 재촉에 연재덕은 거절할 새도 없이 그녀를 따라 정윤재의 본가로 향해야 했다.두 사람은 나란히 차에 앉아 본가로 출발했다. 연미정은 연재덕에게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연재덕은 어쩔 수 없이 먼저 말을 걸었다.“심씨 가문과의 정력 결혼 때문에 일부러 온 거야?”“그럼요. 윤재는 아버님이 제일 아끼는 손자잖아요. 그러니 당연히 윤재 혼사에 신경을 쓰시겠죠.”보통의 대화처럼 내뱉은 연미정의 말이 연재덕에게는 무겁게 다가왔다.정윤재는 정창호가 제일 아끼는 손자이자 그가 점찍은 그룹의 후계자였다.하지만 연대적은 그동안 정윤재의 외할아버지라는 탈을 쓰고 줄곧 정윤재의 적을 도와주며 정윤재에게 등을 돌렸었다.그러니 정창호가 그 소식을 듣게 된다면 화를 낼 것이 뻔했다.연재덕은 불안
...“이미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해요.”부하의 보고를 들은 연재덕이 찻잔을 내려놓으며 미간을 찌푸렸다.그런 연재덕을 보며 부하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듯 물었다.“원하시는 대로 됐는데 여전히 언짢으신 거예요?”두 사람을 해외에 보내라고 한 것은 분명 연재덕이었다.하지만 이미 일현국으로 향하는 비행기에 탑승했다는 소식을 듣고도 연재덕은 왜 인상을 찌푸리는 걸까?“일이 너무 순조롭게 흘러가는 것 같아서 그래.”연재덕이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잘된 일이지. 하지만 어쩐지 이상해.”‘나도 이미 알고 있는 일을 걔가 모를 수 있어?’하루만 지나면 얼마든지 주범을 찾을 수 있었다.강선우의 짓이라는 걸 알았다면 정윤재는 왜 이렇게 쉽게 강선우가 강운시를 벗어나는 비행기에 탑승하도록 놔두는 걸까?‘최소한 막기라도 해야 할 텐데.’하지만 지금까지 정윤재는... 아무런 움직임도 없었다.그러니 이상한 일이었다.정윤재는 분명 강선우를 절대 가만두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하지만 왜 이번에는 이렇게 조용한 거야?’“아버지, 무슨 얘기 중이셨어요?”고개를 돌린 연재덕은 뒤에 서 있는 연미정을 볼 수 있었다.언제 들어온 것인지 알 수는 없었지만 연미정은 불쾌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부하에게 가보라고 손짓한 연재덕이 다시 찻잔을 들었다.“왜 왔니?”“당연히 아버지와 얘기 좀 나누려고 왔죠.”연재덕 맞은편에 앉은 연미정이 그를 빤히 쳐다보았다.“방금 비행기 탑승이 어쩌고, 너무 순조롭고 어쩌고 하는 것 같던데 또 뭘 하신 거예요?”연재덕은 차 한 모금을 마시고 나서야 입을 열었다.“너와는 상관없는 일이야.”“그래요? 그럼 윤재와 관련된 일이에요?”연미정이 캐물었다.멈칫, 행동을 굳힌 연재덕은 곧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행동하며 말이 없었다.“아버지...”“그만해.”연재덕이 연미정의 말을 잘랐다.“걱정하지 마. 앞으로 윤재를 상대하는 일은 없을 거야.”강선우는 이미 해외로 도망갔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그동안의 부탁을 들어주며
지금 강선우의 최선은 최대한 빨리 강운시를 벗어나 해외로 도망을 가는 것이었다. 그래야만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잡을 수 있었다.비록 이대로 포기해야 한다는 것이 마음이 걸렸지만 이 상황에 더 이상 정진 그룹을 건드리는 건 무리였다.조금의 여지를 남겨둔다면 언젠가는 다시 일어설 수 있었다.“대표님, 얼른 결정을 내리셔야 해요. 더 지체하시면 늦어요.”이를 악문 강선우는 곧바로 방을 나서 고현주의 방문을 두드렸다.잠이 들었던 고현주는 졸음이 가득한 눈으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강선우의 얘기를 들은 고현주는 놀란 마음에 넋을 잃었다.그녀는 눈물을 흘리며 강선우의 가슴을 내리쳤다.“너 미쳤어? 어떻게 그런 물건에 손을 대? 너 죽으려고 작정이라도 한 거야?”“제가 손댄 거 아니에요. 저는 그저 그걸 이용해 정윤재를 무너뜨리려고 그런 거라고요.”강선우의 이마에 힘줄이 불뚝 튀어 올렸다.“엄마, 이제 와서 저를 탓하셔도 소용없어요. 제가 죽기를 바라시는 게 아니면 얼른 강운시를 떠나 해외에 갈 수 있게 해달라고 연재덕에게 부탁해요.”“그래, 그래. 재덕 씨...”고현주가 몸을 떨며 방으로 돌아가 연재덕에게 전화했다.곧 차 한 대가 두 사람이 지내고 있는 별장 앞에 도착했다.차에 탄 강선우가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에게 말했다.“그 인간들도 아직 너의 존재는 모를 거야. 그러니까 넌 강운에 남아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알려줘. 그리고 종업원은 연락 왔어?”“아직요.”강선우의 얼굴이 어두워졌다.“아마 그쪽도 실패했을 거야.”“대표님, 걱정하지 마세요.”남자가 말했다.“그 사람을 만날 땐 지금 이 모습이 아니었어요. 절 눈앞에서 마주친다고 해도 알아보지 못할 거예요.”“그래. 그리고 임건우라는 사람, 최대한 빨리 처리해.”남자의 어깨를 툭툭 두드린 강선우는 고현주의 재촉에 차에 탔다.강운시를 떠나는 고현주는 길에서 잡히기라도 할까 초조하기만 했다.하지만 고현주의 걱정과는 달리 두 사람은 순조롭게 강운을 벗어나 작은 도시에 도착해서 일현
그 사람은 바로 정윤재의 심복인 허도영이었다.“대표님, 그쪽에서 이제 움직임을 멈췄어요.”허도영이 말했다.“아마 물건을 다 숨긴 것 같아요. 하지만 아직 저희가 감시하고 있어 도망가지는 못할 거예요.”허도영이 손에 들린 태블릿 PC를 정윤재에게 건넸다.“공장의 CCTV는 오늘 망가졌어요. 알아봤더니 인위적으로 망가뜨린 것 같아요. 하지만 대표님 분부대로 저희 쪽 사람이 몰래 물건을 넣는 모습을 촬영했어요.”태블릿 PC에서 재생되고 있는 것은 바로 그 영상이었다.영상을 잠깐 보던 정윤재는 귀찮은 듯 태블릿 PC를 다시 허도영에게 돌려주었다.“증거는 이미 충분해. 범인도 우리 손에 있고.”정윤재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걸렸다.“다음 단계 진행해.”허도영이 고개를 끄덕였다.“알겠어요.”늦은 새벽이었지만 강선우는 도무지 잠이 들 수 없었다.술 한 잔을 따라 벌컥 들이켰지만 마음속의 초조함은 여전히 가시지 않았다.오늘 밤 동시에 진행한 두 가지 일을 모두 성공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강선우는 아직 그 어떤 소식도 전해 듣지 못했다.하나라도 성공해야 했다.만약 하나밖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강선우는 차라리 정진 그룹 쪽 일이 잘 마무리되었기를 바랐다.정윤재에게 타격을 입힐 수 있다면 통쾌할 것 같았다.“대표님, 대표님!”이때 갑자기 누군가 문을 세차게 두드렸다.자신만의 환상에 잠겨 있던 강선우는 갑작스러운 소리에 깜짝 놀라 인상을 찌푸렸다.술잔을 내려놓은 강선우가 몸을 일으켜 문을 열었다.문을 두드린 사람은 수염이 덥수룩한 남자였다.그는 잔뜩 당황한 듯 말을 더듬었다.“대, 대표님... 큰일 났어요!”강선우의 심장이 쿵 내려앉았다. 조금 전의 상상으로 들떴던 마음에 차가운 물이 팍 끼얹은 것 같았다.덥석, 상대방의 멱살을 잡아 안으로 끌어들인 강선우가 거칠게 문을 닫았다. 그의 목소리는 숨길 수 없는 다급함이 묻어났다.“뭔데 그래? 똑바로 얘기해. 대체 무슨 일이야. 정진 그룹에서 눈치챈 거야, 아니면 심하온 쪽 일이
“화내지 마.”정윤재가 다정한 목소리로 말했다.“강선우는 이미 자기 무덤을 팠어.”“그게 무슨 말이야?”심하온이 되물었다.“강선우가 또 무슨 짓을 했는데?”“정진 그룹에서 내일 수출할 물건이 있었는데 조금 전 우리 쪽 사람들이 몰래 원래 물건 안에 뭔가를 섞는 사람들을 발견했어.”물론 그들도 누구보다 조심스럽게 움직였다.하지만 정씨 가문의 직원들은 그들보다 더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었다.이상한 움직임을 발견한 후 그들은 곧바로 현장을 검거하는 대신 몰래 그 사람들을 감시하며 곧바로 정윤재에게 보고했다.오늘 밤, 누군가 심하온을 해치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정윤재의 회사에 마저 손을 뻗었다.두 사람에게 검은 손을 뻗은 사람은 아마도 강선우일 것이다.친절하게도 직접 무덤을 파니 정윤재는 강선우의 뜻에 따라줄 생각이었다.심하온이 미간을 찌푸렸다.“만약 오늘 밤 일들이 전부 강선우 짓이라면 이해되지 않는 부분이 있어. 강선우는 대체 어떻게 그런 물건들을 강운시에 가져올 수 있었던 걸까?”강선우의 사람들은 전부 운정에 있었다. 게다가 이제 막 대원 그룹 신제품 출시회의 사건에서 벗어난 상황이었다. 만약 연재덕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강선우는 강운시에 올 수조차 없었다.심하온의 우유에 넣으려던 것은 절대 좋은 약일 리가 없었다. 물론 수출 준비 중인 정진 그룹의 물건에 넣은 더 말할 것도 없었다. 그 두 가지는 모두 금지품일 것이라고 심하온은 판단했다.강선우 혼자의 힘으로 이렇게 짧은 시간 안에 금지품을 강운시에 가져오는 건 무리였다.“누군가 더 있어.”정윤재가 말했다.심하온이 고개를 끄덕였다.‘할아버님일까?’‘그럴 리 없어.’만약 심하온 한 사람에게만 손을 썼다면 연재덕을 의심할 필요가 있었다.하지만 정윤재는 연재덕의 손자였다.게다가 정씨 가문과 연씨 가문은 정략결혼으로 맺어진 가족이었다.그러니 연재덕이 강선우를 돕기 위해 정씨 가문을 해치는 일을 할 리가 없었다.“괜찮아. 넌 걱정 안 해도 돼.”정윤재가 심하온의 머리를 쓰다
사실 그리 대단한 싸움을 한 것도 아니었다. 물론 그 싸움 이후로 서로 적대시한 적도 없었고 오히려 여전히 괜찮은 관계를 유지했었다.하지만 심하온이 심씨 가문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박씨 가문 막내아들의 아내가 불안을 느끼는 것도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아무래도 졸업 후 연락을 자주 한 사이는 아니었기 때문이었다.심하온 본인은 고작 그런 일을 마음에 담아두는 사람이 아니었지만 상대방은 그런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너무 오래전 일이라, 전 진작 잊고 있었어요.”“네, 네.”박씨 가문 막내아들이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이때, 정윤재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이번 파티를 꽤 급하게 주최하신 것 같던데요.”박씨 가문 막내아들이 곧바로 대답했다.“네, 맞아요. 사실 저희는 파티를 열 계획이 없었어요. 하지만 어제 제가 저희 부부 결혼 1주년 기념으로 인별그램을 업로드했더니 지인이 갑자기 DM을 보내더라고요. 1주년이면 파티하는게 좋을 것 같다면서요.”“전에 점을 봤었는데 결혼 1주년에는 성황하게 파티를 열어야 부부 사이가 더 좋아진다고 했다는 말에 급하게 파티를 주최하게 됐어요.”심하온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정윤재에게 말했다.“전에 들은 적이 있어. 박씨 가문 사람들은 이런 걸 잘 믿는대.”게다가 박씨 가문 막내아들은 아무 죄도 없는 사람 같기도 했다.그는 심지어 당장이라도 울 것처럼 울상을 짓고 있었다.본인이 주최한 파티에서 이런 일이 생겼으니 만약 심하온과 정윤재 쪽에서 기어코 그 책임을 물으려고 한다면 박씨 가문의 끝장을 의미했다.하지만 심하온과 정윤재는 무고한 사람에게 화풀이할 만큼 무뢰한은 아니었다. 책임은 당연히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 치러야 했다. 그러니 박씨 가문이 정말 무고하다면 그들에게 화풀이하는 일은 없었다.“지인 누구요?”정윤재가 물었다.곧바로 지인의 이름을 말한 박씨 가문 막내아들은 휴대폰을 꺼내 연락처까지 정윤재에게 알려주었다.정윤재는 경호원에게 이름과 연락처를 저장하라고 지시했다.정윤재와 심하온은 더이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