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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38화

Author: 고성하
정윤재의 말투가 어딘가 음산하게 느껴졌다.

심하온은 갑자기 몸을 날려 그의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그럼 질투하지 마.”

입술에 남은 미묘한 통증을 느끼며 정윤재는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라이벌이 보낸 선물인데 질투도 하지 말라니, 참으로 당당하네.’

그래도 그는 무턱대고 트집 잡는 사람은 아니었다.

심하온이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퇴원했으니, 정민재가 친척 자격으로 축하 선물을 보낸 것뿐이다.

심씨 가문에서도 거절할 명분이 없으니 이 일로 심하온을 탓할 수는 없었다.

다만 그는 이 선물이 그녀의 마음 한편에 계속 남아 있는 건 원치 않았다.

차라리 자기 앞에서 바로 열어버리는 게 낫다는 생각이었다.

도대체 정민재가 어떤 그림을 보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럼 연다?”

심하온이 웃으며 물었다.

정윤재는 가볍게 헛기침을 했다.

“열어.”

겉 포장을 벗기자, 곧 정교한 그림 한 점이 두 사람 앞에 펼쳐졌다.

심하온도, 정윤재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그림 속 인물은 심하온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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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의 아내   제1020화

    정윤재는 손을 놓았다.손끝은 아직도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심하온의 왼손에 들린 칼을 바라보았다. 차가운 손잡이는 그녀의 손바닥에 남아 있는 마지막 온기마저 얼려버릴 듯했다.병실 안은 가습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수증기 소리까지 들릴 정도로 고요했다. 심하온은 뒤돌아보지 않은 채 창밖만 바라보고 있었다. 비는 강운시의 스카이라인을 잿빛으로 번져놓았고, 그녀의 눈동자에는 꺼지지 않는 붉은빛이 타오르고 있었다. 그 모습은 마치 덫에 몰린 짐승 같았다.그는 몸을 돌려 문을 밀었다.나무문이 가볍게 흔들리며 ‘달칵’ 소리를 냈고, 그 소리와 함께 죽음 같은 정적이 등 뒤에 갇혔다.복도의 조명은 창백했다. 센서등이 그의 걸음에 맞춰 차례로 켜졌다. 허도영은 엘리베이터 앞에 서 있다가 막 입을 열려 했지만, 정윤재에게서 풍기는 살기 어린 기세에 눌려 말을 삼켰다.정윤재는 곧장 테라스로 걸어가 창문을 밀어 열었다.축축하고 차가운 밤바람이 빗방울을 머금은 채 밀려들어 와, 그의 옷깃에 밴 피비린내와 소독약 냄새를 흩트렸다. 그는 담배 한 개비를 꺼냈지만 불은 붙이지 않았다. 대신 손가락 끝으로 몇 번이고 비벼댔다. 담뱃종이는 구겨졌고, 갈라진 틈 사이로 담뱃잎이 새어 나왔다.웅웅...안주머니 속 휴대전화가 두 번 진동했다. 진동은 약했지만, 이상하게도 그의 가슴을 답답하게 울렸다.차가운 화면 빛이 그의 얼굴을 비췄다. 또다시 추적할 수 없는 해외 발신 ‘없는 번호’였다.문자에는 단 한 마디만 적혀 있었다.[하온이는 노을을 보고 있고, 너는 바닷속을 보고 있어.]정윤재는 숨이 턱 막혔다. 손끝이 휴대전화기 화면을 세게 눌러 거의 유리가 깨질 듯했다.노을, 바닷속.이 다섯 글자는 무딘 칼처럼, 그가 감히 떠올리지 못하던 오래된 상처를 거세게 후벼 팠다. 그는 공해의 그 날 밤을 떠올렸다. 칠흑 같은 바닷물이 폐 속으로 밀려들고 고막이 터질 듯 울리던 순간, 손가락 사이로 남아 있던 것은 기포 한 줄기뿐이었다. 그것은 그녀가 가라앉을 때 남

  • 내 남편의 아내   제1019화

    심하온은 순간 숨이 멎었다.“정윤택, 도대체 뭘 원하는 거야?”“후후, 심하온, 그렇게 화내지 마.”상대는 느긋하게 웃었다.“여사님이 저승에서 보고 있다면, 가장 사랑하던 딸이 자신이 죽기 전에 남긴 진실조차 마주할 용기가 없다는 사실에 얼마나 슬퍼하겠어?”그 목소리에는 고양이가 쥐를 희롱하는 듯한 잔인함이 담겨 있었다.“일기장은 내 손에 있어. 오늘 오후 3시에 남쪽 교외 폐화학공장으로 와. 기억해. 내가 만나고 싶은 사람은 심하온 단 한 사람뿐이야. 만약 정 대표의 머리카락 한 올이라도 내 반경 1㎞ 안에 나타난다면, 그 세 장의 일기장은 남쪽 교외 폐허 속 한 줌 재가 될 거야.”“네가 감히!”정윤재가 낮게 으르렁거렸다. 두 눈의 핏발이 더욱 짙어졌다.“정 대표, 직접 시험해 봐. 내 라이터가 빠를지, 네가 숨겨 놓은 감시망이 빠를지.”뚝.전화가 끊어졌다. 정윤재는 휴대전화를 바닥에 내던졌다. 화면은 산산이 조각나며 부서졌다.그는 고개를 돌려 심하온을 노려보았다. 그 눈빛에는 이전에 없던 난폭함과 공포가 뒤섞여 있었다.“안 돼.”그는 한 글자 한 글자 힘주어 말했다. 마치 폐부에서 짜내는 경고 같았다.“난 갈 거야.”심하온은 차분하게 그의 시선을 받아쳤다.“심하온! 저건 함정이야! 공민규를 그렇게 만든 놈이면 거기에도 폭탄을 묻어 두고 네가 뛰어들기만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어.”그는 성큼 다가와 양손으로 그녀의 어깨를 움켜쥐었다. 힘이 너무 강해 뼈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심하온은 통증을 참아냈다. 눈가가 붉어졌지만 물러서지 않았다.“윤재 씨는 몰라. 엄마가 내 눈앞에서 죽었을 때도 손에 그 일기장을 꼭 쥐고 있었어.”그녀는 손을 들어 미세하게 떨리는 정윤재의 손등을 덮었다.“내가 가지 않으면 난 평생 어젯밤 그 지하 감옥에 갇힌 채 살아가게 될 거야. 영원히 빠져나오지 못할 거야.”정윤재는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그는 그녀의 눈 속에서 거의 자멸에 가까운 결의를 보았다. 그는 심하온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 내 남편의 아내   제1018화

    병실 안, 심전도 모니터가 규칙적으로 울리고 있었다. 그 소리는 팽팽하게 긴장된 신경을 계속 두드렸다.심하온은 침대 머리맡에 기대어 앉았다. 오른손 엄지와 검지 사이에는 하얀 붕대가 여러 겹 감겨 있었지만 그 아래에서 배어 나오는 희미한 혈흔은 완전히 가려지지 않았다.허벅지의 상처는 마취가 풀리면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촘촘하고 날카로운 통증이 파도처럼 밀려왔다.너무도 선명한 고통이었다.그래서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어젯밤 지하궁전에서 있었던 일은 꿈이 아니라는 것을.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베개 옆에 놓인 구겨진 복사본 한 장을 바라보았다.시선은 세 글자에 꽂혀 있었다.[정윤택.]“15년 전...”그녀의 목소리는 연기에 그을린 듯 쉬어 있었다.“엄마가 세상을 떠난 해에 당세혁은 비행기 추락 사고를 당했어. 그리고 이 신탁은...”잠시 멈춘 그녀의 손끝이 종이를 뚫을 듯 눌렀다.“3년 전에 정윤택 명의로 넘어갔어.”그녀는 고개를 들고 정윤재를 바라보았다.“윤재 씨, 이 시간대가 너무 정확해서 소름 끼치지 않아?”정윤재는 검은 셔츠 소매를 아무렇게나 팔뚝까지 걷은 채 병실 한쪽 안락의자에 앉아 있었다.평소의 고고한 품격은 온데간데없이, 뼛속 깊이 가라앉은 음울함만 남았다.그는 손가락 사이에 라이터를 끼운 채 ‘딸깍딸깍’ 계속해서 열고 닫기를 반복했다.불꽃은 잠깐 켜졌다가 꺼지며, 그의 눈동자 속에 흔들리는 그림자를 드리웠다.“3년 전이면...”그가 입을 열었다. 목소리는 냉동고에서 막 꺼낸 것처럼 차가웠다.“정진 그룹의 실권을 완전히 장악하고, 그 늙다리들을 전부 밀어낸 해야.”심하온은 차갑게 웃었다. 하지만 위장에서 갑자기 치고 올라오는 통증 때문에 몸을 조금 웅크렸다.“엄마를 미끼로 쓰다니. 계산은 정말 정확했네.”그녀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 그 순간 눈빛은 칼날처럼 날카로워졌다.“공민규 같은 미친놈은 결국 정윤택의 손에 들린 숫돌에 불과했어.”정윤재는 자리에서 일어나 창가로 걸어갔다.“공씨 가문은 이

  • 내 남편의 아내   제1017화

    그녀가 아직도 사람을 받아칠 힘이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순간, 정윤재는 목구멍까지 올라와 있던 심장을 겨우 제자리로 내려놓을 수 있었다.그는 손을 들어 그녀의 뺨을 만지려 했다. 하지만 허공에서 멈췄다.자신에게 밴 흉포한 기운이 이제 막 겨우 이어 붙인 도자기 같은 그녀를 다치게 할까 두려웠다.“심하온, 넌 정말 미쳤어.”그는 이를 악물었다. 목소리는 얼음처럼 차가웠지만 눈은 금방이라도 피가 떨어질 듯 붉어졌다.“공민규를 찌르면 안 됐어? 왜 네 허벅지를 찔렀는데? 그 칼이 2센티만 더 빗나갔어도 넌 그 자리에서 끝장이었어!”심하온은 힘겹게 입꼬리를 올렸다. 눈빛에는 냉혹할 정도로 선명한 이성이 담겨 있었다.“나 자신을 그렇게라도 찔러서 정신을 깨지 않았으면... 그 찰나의 순간을 어떻게 잡았겠어?”그녀는 숨을 한 번 고르며 위장에서 밀려오는 은근한 통증을 참아냈다.“공민규 같은 인간은 뼛속까지 이기적인 소유욕으로 가득 차 있어. 내가 자해하는 걸 봐야만 아주 잠깐이라도 죄책감과 충격을 느끼게 되거든.”그녀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윤재 씨, 이건 심리전이야. 당신처럼 정면 돌파밖에 모르는 사람은 이해 못 하지.”“내가 이해를 못 한다고?”정윤재는 화가 나서 오히려 웃음이 나왔다.그는 갑자기 몸을 숙여 자신의 이마를 그녀의 이마에 맞댔다.“심하온, 잘 들어.”그의 목소리는 낮고 단호했다.“앞으로 또 이런 식으로 자해해서 적 하나 잡겠다고 네 몸을 망가뜨리는 짓 하면, 난 진짜 쇠사슬을 만들어서 널 본가에 가둬 버릴 거야. 어디도 못 가게.”“윤재 씨는 못 해.”심하온은 그의 몸이 미세하게 떨리는 것을 느꼈다.그리고 마음속 가장 부드러운 부분이 무너져 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그녀는 다치지 않은 왼손을 들어 그의 옷깃을 살짝 잡았다.“한 가지 부탁이 있어...”그녀가 낮게 말했다.“공민규가 말했던 ‘당세혁’에 대한 기록을 전부 조사해 줘. 그 사람 말로는 그게 그림자의 이름이래.”정윤재의 움직임이 멈췄다.그의 눈빛

  • 내 남편의 아내   제1016화

    정윤재는 자신이 어떻게 심하온을 안고 그 지하실을 빠져나왔는지 기억하지 못했다.기억은 구급차의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와 심하온의 손바닥에 묻어 있던 끈적하고 따뜻한 혈흔 사이에서 끊겼다.병원으로 향하는 내내 그는 그녀의 손을 꽉 붙잡고 있었다. 의료진이 몇 번이나 놓으라고 말했지만 끝내 손을 떼지 않았다.품 안에서 한 사람의 생명이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을 지켜보는 공포, 그것은 무딘 칼처럼 그의 모든 이성을 천천히 갈아 부수고 있었다.수술실 문이 눈앞에서 무겁게 닫히고, ‘수술 중’ 이라는 표시등이 켜진 뒤에야 그는 마치 척추가 뽑혀 나간 사람처럼 힘없이 복도 의자에 주저앉았다.강운시 사립병원 최상층, 복도 전체는 통제된 상태였다. 천장의 차가운 백색 조명이 수직으로 쏟아져 내리며, 바닥 위에 생기라고는 전혀 없는 창백한 빛을 드리우고 있었다.정윤재는 응급실 밖 복도 벤치에 앉아 있었다. 두 손은 깍지를 낀 채였고, 손가락 사이에는 아직도 씻어내지 못한 검붉은 혈흔이 남아 있었다.그것은 심하온의 피이기도 했고, 공민규의 피이기도 했다. 이제는 마른 피부 위에서 짙은 적갈색 딱지로 굳어 있었다.허도영은 깨끗한 롱코트 한 벌을 들고 다가왔다. 걸음은 최대한 조심스럽게 하며, 금방이라도 폭발할 수 있는 맹수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듯했다.“대표님, 심하온 씨 상처 봉합이 끝났습니다.”허도영이 긴장감이 배어 있는 목소리로 낮게 말했다.“허벅지에 난 상처가 깊긴 하지만 동맥은 건드리지 않았대요. 문제는 위경련이 너무 심했고, 장시간 산소 부족 상태에 고열까지 겹쳤다는 거예요. 의사 선생님 말씀으로는... 앞으로 24시간은 더 경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해요.”정윤재는 코트를 받지 않고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원래도 깊고 차가운 그의 두 눈에는 가느다란 실핏줄이 빽빽하게 서 있었다.눈동자 깊은 곳에서는 사람을 섬뜩하게 만드는 흉포한 기운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공민규는?”“아래층 특실 병동에 있어요. 손목 힘줄이 끊어져서 양손은 당분간 못 쓰게 됐대요.

  • 내 남편의 아내   제1015화

    “심하온!”공민규는 포효하며 곧바로 반대 손으로 그녀의 뺨을 세게 후려쳤다.심하온의 얼굴이 옆으로 꺾였고, 입가에는 곧바로 검붉은 피가 배어 나왔다. 관성 때문에 그녀의 몸은 침대 기둥에 세게 부딪혔다. 가라앉았던 위장의 통증도 다시 몰려왔다.하지만 그녀는 웃고 있었다.심하온은 이를 악물고 세상이 빙글빙글 도는 어지럼증을 견뎌냈다. 그 집요한 독기는 공민규조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공포를 안겨 주었다.“너 같은 인간은... 우리 엄마를 입에 올릴 자격도 없어.”콰앙!무거운 강철 문이 귀를 찢는 듯한 굉음을 내며, 지하실 전체가 함께 흔들리는 듯했다.지향성 폭파였다.정윤재가 시야에 들어왔을 때, 심하온은 공민규에게 목이 졸린 채 침대 머리맡에 눌려 있었다.공민규의 손등에서는 피가 흘러내리고 있었다. 극도의 분노와 절망 때문에 그의 얼굴은 원래 모습을 알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그러졌다.“공민규, 하온이를 풀어줘!”정윤재의 목소리는 마치 지옥 깊은 곳의 자갈을 갈아 만든 듯 거칠고 차가웠다.그는 문 앞에 서 있었다. 검은 셔츠는 땀과 누군가의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심하온이 공민규의 손안에 있었기 때문에 그는 총을 쏘지 않았다. 단 한 발의 유탄이라도 빗나간다면 그 대가는 그가 감당할 수 없는 것이었다.“정 대표, 역시 늦었군.”공민규는 차갑게 웃었다. 극심한 통증 때문에 오른손이 미세하게 떨렸지만 그는 여전히 심하온의 목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힘이 너무 강해 그녀의 얼굴은 이미 푸르게 질려 가고 있었다.“봐. 하온이는 지금 내 품 안에 있어.”공민규는 어떤 편집증적인 환상에 빠진 사람처럼 행동했다. 그는 고개를 숙여 심하온의 머리카락에 입을 맞추었다. 그 다정한 어조는 역겨울 정도였다.“하온아, 저 사람에게 말해 줘. 넌 여기를 좋아한다고.”심하온은 폐 속의 공기가 조금씩 빠져나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그녀는 정윤재를 바라보았다.상업 세계에서는 냉혹하게 결단을 내리고, 정씨 가문 저택에서는 모든 것을 계산하던 그 남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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