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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화

Auteur: 월야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09 20:37:32
오후 다섯 시가 조금 넘었을 무렵, 수행비서가 회의실로 들어와 백림유통의 수정 자료가 도착했다고 보고했다.

도원인베스트먼트와 백림유통이 공동으로 추진 중인 유통망 개선안이었다. 매장별 물류비와 온라인 판촉비를 조정하는 과정에서 일부 거래처의 공급 조건을 다시 확인해야 했고, 이건은 최종 수정안을 직접 검토하기로 한 상태였다.

“백림 쪽에서는 누가 옵니까?”

“한지아 과장입니다. 여섯 시까지 오기로 했습니다.”

서류를 넘기던 이건의 손이 잠시 멈췄다가 다시 움직였다.

“회의실 준비해 두세요. 오래 걸릴 내용은 아닙니다.”

수정된 공급 조건과 몇 가지 수치만 확인하면 끝날 일이었다. 담당 임원에게 맡겨도 충분했지만, 지난번 회의에서 지아가 직접 설명했던 내용과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이건이 확인하는 편이 효율적이기도 했다.

그는 보고서 첫 장을 넘기다가 작성자 이름을 확인했다.

한지아.

최근 백림유통에서 올라오는 자료에는 그녀의 이름이 자주 보였다. 지아가 작성한 보고서는 군더더기가 없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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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77화

    “이번 달에 바로 반영할 수 있는 절감액과 다음 분기 이후 검토할 금액을 분리했습니다. 이렇게 수정하면 투자 집행 일정 자체를 늦추지 않고도 계획을 유지할 수 있습니다.”이건은 지아를 바라보았다.그녀는 누구를 비난하지 않았다. 서라의 실수를 들춰 망신을 주는 대신 문제가 발생한 지점과 해결 방법을 차례로 제시했다.현우는 얼굴을 붉힌 채 서류를 내려다보았다.***회의가 끝난 뒤 백현우는 먼저 이건에게 다가왔다.“진 대표님, 오늘은 내부적으로 자료 정리가 조금 미흡했습니다. 직원들 사이에 소통이 잘 안 된 부분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이건은 서류철을 덮었다.“소통 문제로만 보기는 어렵겠습니다. 원본에 있던 중요한 조건이 최종본에서 빠졌으니까요.”현우의 얼굴이 굳었다.“그 부분은 제가 다시 확인하겠습니다.”“작성자와 검토자, 최종 승인자를 명확하게 표시해 주십시오. 그리고 앞으로 한 과장님의 분석 자료가 수정될 경우 변경 사유를 남기세요.”현우는 어색하게 웃었다.“물론입니다. 제가 집에서도 잘 이야기해서…….”“백 대표님.”이건이 말을 끊었다.현우가 움찔했다.“업무 문제는 회사에서 처리하십시오.”이건은 그를 똑바로 바라보았다.“한 과장님이 백 대표님의 아내라는 사실이 업무상 책임이나 권한을 바꾸지는 않습니다.”현우의 얼굴이 붉어졌다.이건은 더 말하지 않았다.조금 떨어진 곳에서 서라가 눈가를 훔치고 있었다. 현우는 그녀를 발견하자 곧바로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두드리며 무언가를 속삭였다.이건은 그 모습을 차갑게 바라보았다.아내에게는 공개적으로 모욕을 주면서 다른 여자에게는 저토록 다정했다.그 순간 이건은 지아가 저 남자의 아내라는 사실이 다시 견디기 어려워졌다.그녀가 저런 남자의 집으로 돌아간다는 것.퇴근 후에도 같은 공간에서 그의 말을 듣고, 그의 기분을 살피며 살아간다는 것.이건은 턱을 굳게 다물었다.자신에게는 지아의 사생활에 관여할 권리가 없었다. 그런데도 그 권리가 백현우에게 있다는 사실이 지독하게 거슬렸다.

  •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76화

    “과장님, 그렇게 말씀하시면 제가 일부러 잘못된 숫자를 넣은 것처럼 들리잖아요.”그녀는 현우를 바라보며 목소리를 낮췄다.“대표님, 저 정말 열심히 했는데…… 제가 괜히 나섰나 봐요. 과장님이 이렇게 싫어하실 줄 알았으면 처음부터 손대지 말 걸 그랬어요.”현우는 즉시 서라의 팔을 잡았다.“서라 씨가 뭘 잘못했다고 그래. 울지 마.”그는 지아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한 과장, 지금 뭐 하는 짓이야? 후배 직원이 밤새워 일했으면 고맙다고는 못할망정 투자사 앞에서 망신을 줘?”서라는 현우의 손목을 붙잡고 작게 고개를 저었다.“대표님, 그만하세요. 저 때문에 과장님이 혼나시는 거 싫어요.”그러면서도 눈물을 머금은 채 현우에게 몸을 기댔다.현우는 그녀의 어깨를 감싸며 달랬다.“괜찮아. 서라 씨 잘못 아니야. 내가 다 알아.”이건의 시선이 그 손에 꽂혔다.지아는 바로 옆에 앉아 있었다.그런데 현우는 아내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의 어깨를 감싸고 있었다.그것도 지아를 모욕하면서.이건은 순간 자리에서 일어나고 싶었다.저 손을 치우라고.당장 그 여자에게서 떨어지라고.아내 앞에서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알고는 있느냐고 묻고 싶었다.그의 손이 테이블 가장자리를 움켜쥐었다. 손등 위로 핏줄이 선명하게 솟았다.“백현우 대표.”이건의 목소리가 회의실을 갈랐다.현우가 놀라 고개를 돌렸다.이건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났다.“지금 뭐 하시는 겁니까?”“예?”“투자사와의 공식 회의 자리입니다. 직원의 감정을 달래는 일보다 잘못된 수치를 확인하는 게 먼저 아닙니까?”현우의 얼굴이 붉어졌다.“서라 씨가 너무 당황해서 제가 잠깐…….”“그 직원이 당황한 이유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 과장님 때문이 아니고요.”이건은 서라를 바라보았다.“민서라 씨. 울어서 해결될 문제라면 투자 검토가 참 쉬웠겠군요.”서라의 눈물이 멈칫했다.“저는 그런 뜻이 아니라…….”“그럼 자료로 설명하세요. 직접 수정한 보고서라면 근거를 알고 계셔야겠죠

  •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75화

    “한 과장, 투자사 대표님이 먼저 와 계신데 담당자가 이렇게 들어오면 어떡해? 시간 관리부터 제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니야?”지아는 벽에 걸린 시계를 한 번 확인했다. 아직 회의 시작까지 몇 분이 남아 있었다.“회의 시작 전까지 도착했고, 요청하신 자료도 준비했습니다.”“말대꾸하지 말고 앉아. 서라 씨는 어제도 늦게까지 남아서 보고서를 정리했어. 한 과장도 그런 책임감은 좀 배워야지.”서라가 얼른 손을 내저었다.“대표님, 그러지 마세요. 과장님도 바쁘셨을 텐데요. 저는 그냥 대표님께 도움이 되고 싶어서 한 거예요.”말은 지아를 감싸는 듯했지만 서라는 현우의 팔꿈치에 손을 얹으며 눈을 맞췄다.“그래도 대표님이 옆에서 챙겨 주시니까 힘든 줄도 몰랐어요.”현우는 그녀의 손을 피하지 않았다.“그러니까 내가 서라 씨를 높이 평가하는 거야.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하잖아.”이건은 지아를 바라보았다.지아는 아무 말 없이 자리에 앉아 자료를 펼쳤다. 표정은 차분했지만 서류철을 붙잡은 손끝이 희게 질려 있었다.이건의 시선이 천천히 현우에게 돌아갔다.아내가 보는 앞에서 다른 여자와 저토록 노골적으로 친밀하게 구는 남자.그 여자를 칭찬하기 위해 아내를 공개적으로 깎아내리는 남자.그런 남자가 지아의 남편이었다.이건은 손에 쥔 만년필을 세게 움켜쥐었다.딱.손아귀에서 짧은 파열음이 났다. 만년필 뚜껑에 금이 가 있었다.작은 소리에 비서가 놀라 그를 바라보았다.이건은 부러진 펜을 내려놓았다.“백 대표님.”그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현우가 황급히 몸을 돌렸다.“예, 진 대표님.”“오늘 회의가 직원들의 충성심을 평가하는 자리입니까?”현우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졌다.“그런 뜻은 아닙니다만…….”“그렇다면 업무와 관계없는 평가는 그만하시죠. 도원은 누가 대표님 곁에서 늦게까지 시간을 보냈는지 확인하러 온 게 아닙니다.”회의실이 조용해졌다.서라가 현우의 팔에서 손을 떼었다.이건은 두 사람을 차례로 바라보았다.“누가 실제로 일을 했는지 확

  •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74화

    물류 계약별 운송단가 비교표, 물동량 변동에 따른 비용 시뮬레이션, 계약 조건별 절감 가능액까지 모두 그녀가 작성한 자료였다.반면 최종본에서는 분석 과정이 삭제되었고, 대표이사가 직접 절감 방안을 수립한 것처럼 문구가 바뀌어 있었다.이건은 화면을 내려다보았다.남편이라는 자리가 아내의 성과까지 빼앗을 권리를 주는 것인가.손에 쥔 만년필이 손가락 사이에서 느리게 돌아갔다. 그는 펜을 내려놓으려다 자신이 지나치게 세게 쥐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백림유통에 연락하세요. 작성 책임자와 수정 승인자를 다음 실무회의에 참석시키라고 하세요.”“백 대표님께 직접 전달하겠습니다.”“그리고 이번 보고서는 승인하지 않겠습니다. 원본과 수정본의 차이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비서가 나간 뒤에도 이건은 화면을 닫지 않았다.수정 이력에 낯선 이름 하나가 남아 있었다.민서라.한지아가 원본을 제출한 다음 날 오전, 그녀가 주요 문구를 수정한 기록이었다.이건은 그 이름을 한동안 바라보았다.백현우는 아내가 작성한 보고서에서 이름을 지워 놓고도 자신 앞에서는 좋은 남편인 척 웃었다.그 웃음이 다시 떠오르자 이건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다음 실무회의가 열리는 날, 백림유통 회의실은 아침부터 분주했다.이건이 들어섰을 때 현우는 이미 자리에 앉아 있었다. 그의 옆에는 연한 분홍빛 블라우스와 몸에 맞게 재단된 치마를 입은 젊은 여자가 서류를 정리하고 있었다.민서라는 이건을 발견하자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입가에는 환한 웃음을 띠었지만, 시선은 그가 자신을 얼마나 오래 바라보는지 살피듯 머물렀다.“안녕하세요, 진 대표님. 전략기획팀 민서라예요. 오늘은 제가 직접 자료를 준비했어요.”서라는 서류철을 건네면서 필요 이상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손목에서 달콤한 향수 냄새가 풍겼다.“대표님처럼 꼼꼼하신 분 앞에서 발표하려니 어젯밤에 잠도 제대로 못 잤어요. 혹시 실수하더라도 너무 무섭게 보지 말아 주세요.”말끝에 가벼운 웃음이 섞였다.

  •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73화

    한지아가 회의실을 떠난 뒤에도 이건은 한동안 자리를 뜨지 않았다.맞은편에는 그녀가 앉았던 의자가 조금 뒤로 밀려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손도 대지 않은 물잔이 남아 있었다. 이건은 손목시계를 다시 차며 방금 끝난 회의를 떠올렸다.처음에는 투자 자료를 확인할 생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는 지아가 설명을 마치고 일어설까 봐 다음 질문을 찾고 있었다. 이미 답을 알고 있는 항목까지 다시 물으며 그녀를 붙잡아 둔 것은 투자자로서도, 대표로서도 합리적인 행동이 아니었다.그런데 후회는 들지 않았다.오히려 마음에 걸리는 것은 다른 쪽이었다.백현우.그 남자가 지아를 아내라고 부르던 목소리였다. 자신에게는 지나치게 공손하면서도 지아의 능력을 이야기할 때면 당연하다는 듯 깎아내리던 태도까지 선명하게 떠올랐다.이건은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철을 집어 들었다. 현우가 지아를 자신의 소유물처럼 이야기하던 순간, 그는 하마터면 투자와 관계없는 말을 꺼낼 뻔했다.남편이라는 게 그렇게 대단한 권리인가.이건은 입술을 굳게 다물었다.남의 부부관계에 끼어들 이유는 없었다. 더욱이 지아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한 적도 없었다. 그런데도 현우가 그녀를 함부로 대하는 모습을 다시 보게 된다면, 이번처럼 침착하게 앉아 있을 자신이 없었다.회의실을 나서자 복도 끝에서 기다리던 비서가 다가왔다.“대표님, 백림유통 측에서 수정된 투자 집행계획서를 내일까지 보내겠다고 합니다.”“한 과장님이 작성하는 겁니까?”“전략기획팀에서 취합한다고 들었습니다. 최종 결재는 백현우 대표가 할 예정이고요.”이건은 걸음을 멈췄다.“원본과 최종본을 모두 확인할 수 있도록 요청하세요. 특히 한 과장님이 작성한 분석 자료는 최초 제출본부터 수정 이력까지 빠짐없이 받겠습니다.”비서가 태블릿에 지시사항을 기록했다.“알겠습니다. 다음 주 현장 점검은 실무진에게 맡기셔도 됩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참석하실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그 일정은 그대로 두세요. 그리고 백림유통에서 한 과장님의 담당 업무를 변

  • 내 남편이 나를 팔았고, 그 남자가 나를 샀다   72화

    잠시 후 복도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회의실 문이 열렸다.백현우가 먼저 들어왔고, 그 뒤로 재무담당 임원과 한지아가 따라왔다.이건은 현우와 인사를 나눈 뒤 지아를 바라보았다.“한 과장님, 이쪽에 앉으시면 됩니다.”지아는 자신의 이름표를 확인하고 잠시 놀란 표정을 지었다.“제가 이 자리에 앉는 건가요?”“오늘은 한 과장님께 직접 확인할 내용이 많습니다.”“아, 네. 알겠습니다.”지아는 의자를 당겨 앉아 노트북을 열었다.이건은 그녀가 자료를 준비하는 모습을 잠시 바라보다 자리에 앉았다.현우가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는 것이 보였다.이건은 그 시선을 알아차렸지만 굳이 반응하지 않았다.회의가 시작되자 지아는 준비한 자료를 차분하게 설명했다.이건은 필요한 부분에서 질문했고, 그녀가 대답하는 동안에는 말을 끊지 않았다.그러다 현우가 중간에 끼어들었다.“그 부분은 제가 보충 설명하겠습니다. 한 과장이 아직 사업 전체의 방향까지는 충분히 파악하지 못해서…….”“잠시만요.”이건이 고개를 들었다.“지금은 한 과장님의 설명을 듣고 있습니다.”“아니, 그래도 제가 대표로서 전체적인 방향을…….”“그 부분은 다음 안건에서 듣겠습니다.”이건은 다시 지아를 바라보았다.“계속하시죠.”지아는 잠깐 숨을 고른 뒤 다음 자료로 넘어갔다.“네. 이 부분은 기존 운송 계약을 유지할 경우와 조건을 재협상할 경우 발생하는 비용 차이를 비교한 내용입니다.”이건은 그녀의 설명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현우가 다시 말을 꺼내려 하자 이건은 손에 쥔 펜을 내려놓았다.“백 대표님, 전체 사업 방향에 관한 의견은 마지막에 따로 듣겠습니다. 지금은 실무 자료부터 확인하죠.”현우는 못마땅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지만 더 이상 끼어들지 않았다.회의가 끝날 무렵, 현우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진 대표님, 오늘도 좋은 의견 감사합니다. 한 과장, 자료 챙겨서 먼저 내려가 있어.”지아가 노트북을 닫으려는 순간 이건이 입을 열었다.“한 과장님은 잠시 남으시죠.”현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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