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다음 분.”
그가 옆으로 이동했다. 소예만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옆에 있던 동료가 팔을 건드렸다. “왜 그래요?” “네?” “얼굴이 왜 그렇게 하얘졌어요?” “아니에요.” “대표랑 아는 사이예요?” 소예는 너무 빠르게 대답했다. “아니요.” 그 순간. 몇 걸음 떨어진 곳에 있던 시안이 고개를 돌렸다. 정확히 소예를 바라봤다. 입가가 아주 미세하게 움직였다. 웃은 건 아니었다. 그런데 소예는 알았다. 저 표정. 신시안이 기분 나쁠 때 짓던 표정이었다. 회의가 끝난 뒤 소예는 화장실로 향했다. 세면대 앞에서 찬물을 틀었다. 손에 물을 받아 얼굴을 눌렀다. “미쳤어.” 왜 여기야. 왜 지금 나타난 건데. 휴대폰을 꺼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연락할 사람도 없었다. 둘이 결혼했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가족과 가까운 몇 사람 정도. 회사에는 아무도 몰랐다. 소예는 이혼 후 이직했고, 시안은 해외로 떠났다. 결혼생활 자체도 길지 않았다. 그래서 가능했다. 모르는 척하면 된다. 회사에서는 대표와 직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소예는 거울 속 자신의 얼굴을 보며 천천히 숨을 골랐다. “괜찮아.” 이미 끝난 사람이었다. 세 해 전에. 완전히. 자리로 돌아왔을 때 동료가 기다렸다는 듯 다가왔다. “소예 씨.” “왜요?” “대표실에서 찾는데요?” 소예의 발이 멈췄다. “누구를요?” 동료가 이상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누구긴 누구예요. 소예 씨요.” “저를 왜요?” “저야 모르죠. 비서실에서 전화 왔어요.” 소예는 입술을 깨물었다. 설마. 첫날부터? “프로젝트 때문이겠죠.” 동료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아까 대표가 브랜드 쪽 관심 있어 보이던데.” 소예는 대답하지 않았다. 노트북 옆에 있던 자료를 챙겼다. 그래. 일 때문이다. 당연히 일 때문이어야 했다. 대표실은 최상층에 있었다. 엘리베이터 숫자가 올라갈수록 심장이 더 빠르게 뛰었다. 딩. 문이 열렸다. 비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은소예 대리님 맞으시죠?” “네.” “대표님 기다리고 계십니다.” 문이 열렸다. 소예는 안으로 들어갔다. “부르셨습니까, 대표님?” 시안은 창가에 서 있었다. 문이 닫히자 그가 천천히 돌아섰다. 아까 직원들 앞에서 보이던 얼굴은 사라져 있었다. “앉아.” “업무 관련이면 서서 듣겠습니다.” 시안이 한쪽 눈썹을 올렸다. “여전히 말 안 듣네.” “대표님.” “왜.” 소예는 단호하게 말했다. “회사입니다.”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시안이 천천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한 걸음. 두 걸음. 소예는 물러서지 않았다. 시안이 바로 앞에서 멈췄다. “그래.” 그가 낮게 말했다. “회사네.” “그러니까 앞으로 회사에서는—” “모르는 사이인 척하자?” “네.” “이미 그러고 있잖아.” 소예는 입을 다물었다. “아까도 처음 뵙는다고 했고.” “그럼 됐네요.” 소예가 몸을 돌렸다. “업무 얘기가 아니라면 돌아가겠습니다.” “은소예.” 발이 멈췄다. 세 해 만이었다. 그가 대표가 아니라 신시안으로 자신의 이름을 부른 건. “왜 여기 있는지 안 궁금해?” 소예는 돌아보지 않았다. “안 궁금합니다.” “나는 궁금했는데.” “뭐가요?” “네가 어디서 사는지.” 소예의 손끝이 굳었다. “어디서 일하는지.” 시안의 목소리가 뒤에서 이어졌다. “누구 만나고 있는지.” 소예가 천천히 돌아섰다. “무슨 뜻이에요?” 시안이 그녀를 똑바로 바라봤다. “말 그대로.” “설마 나 때문에 이 회사에 온 거라고 말하려는 건 아니죠?” 그가 대답하지 않았다. 그 침묵이 오히려 대답처럼 느껴졌다. 소예의 얼굴이 차갑게 굳었다. “신시안.” 처음으로 그의 이름을 불렀다. “우리 이혼했어.” 시안의 시선이 흔들리지 않았다. “알아.” “다시는 보지 말자고 했고.” “그것도 알아.” “그럼 왜 이래?” 잠시 뒤 시안이 말했다. “그 말.” “뭐?” “다시는 보지 말자고 한 사람.” 그가 한 걸음 가까이 다가왔다. “너였어.” 소예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시안이 아주 낮게 덧붙였다. “나는 동의한 적 없어.”“이번에는 네가 도망가게 둘 생각도 없고.”
은소예는 신시안을 똑바로 바라봤다. “무슨 뜻이야?” “말 그대로.” “우린 3년 전에 끝났어.” “넌 그렇게 생각했겠지.” 시안은 아무렇지 않게 책상 쪽으로 돌아섰다. “대표님.” 소예가 일부러 호칭을 바꿨다. “업무 얘기 아니면 나가겠습니다.” “업무 얘기 맞아.” 그가 서류 한 장을 내밀었다. “이번 신규 프로젝트. 네가 담당해.” 소예는 서류를 받아 들었다가 표정이 굳었다. 대표 직속 프로젝트였다. “왜 하필 저예요?” “실력 있어서.” “다른 사람도 많잖아요.” 시안이 시선을 들었다. “은소예 대리.” 이번에는 완벽한 대표의 목소리였다. “사적인 감정으로 업무 거절하는 겁니까?” 소예는 입술을 깨물었다. 정말 얄미운 남자였다. 세 해 전에도 그랬다. 자기가 원하는 순간에는 반드시 상대가 거절하기 어렵게 만들었다. “알겠습니다.” 소예가 서류를 챙겼다. “그럼 업무로만 뵙겠습니다.” 문을 열기 직전, 뒤에서 시안의 목소리가 들렸다. “소예야.” 그녀의 손이 멈췄다. “회사에서는 그렇게 부르지 마.” “둘만 있잖아.” 소예가 천천히 돌아봤다. 시안은 여전히 그녀만 보고 있었다. “다른 남자 만나?” 뜬금없는 질문이었다. “그걸 왜 대표님이 궁금해하시죠?” “전남편이니까.” “전남편은 남이야.” 잠시 침묵이 흘렀다. 시안의 표정이 아주 조금 굳었다. “그 말.” 그가 낮게 말했다. “생각보다 기분 나쁘네.” 소예는 대답하지 않고 대표실을 나왔다. 문이 닫힌 뒤에야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그런데 손에 들린 프로젝트 서류 첫 장에 적힌 문장이 눈에 들어왔다. 총괄 책임자: 대표이사 신시안. 소예는 그대로 멈춰 섰다. 이 프로젝트가 끝날 때까지. 매일 저 남자와 마주쳐야 했다.새벽 다섯 시 오십 분.삐삐삐.조용한 객실에 알람 소리가 울렸다.은소예는 이불 속에서 손을 뻗었다.탁.휴대폰 화면을 눌렀지만 알람은 멈추지 않았다.“아…….”그녀는 겨우 눈을 떴다.그런데 이상했다.옆자리가 비어 있었다.“신시안?”대답이 없었다.소예는 몸을 일으켰다.욕실 문도 열려 있었고, 거실에도 불이 꺼져 있었다.협탁 위에는 시안의 휴대폰만 놓여 있었다.알람은 바로 그 휴대폰에서 울리고 있었다.소예는 알람을 끄고 시간을 확인했다.오전 다섯 시 오십일 분.“어디 갔지?”그녀는 슬리퍼를 신고 거실로 나왔다.테라스 문은 닫혀 있었다.소파 위에는 시안이 어젯밤 입었던 얇은 겉옷이 놓여 있었다.그런데 현관에 있던 운동화가 보이지 않았다.소예는 눈을 가늘게 떴다.“설마 혼자 나갔어?”새벽 여섯 시.소예는 급하게 세수를 마치고 편한 바지와 후드 집업을 걸쳤다.객실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새벽 공기가 얼굴에 닿았다.잔디밭에는 이슬이 맺혀 있었고, 숙소 사이로 희미한 안개가 흘렀다.멀리 호수 쪽에서는 새소리가 들렸다.소예는 산책로를 따라 걸었다.“신시안!”조금 작은 목소리로 불렀다.아직 잠든 투숙객들이 많을 시간이었기 때문이다.그때 호수 방향에서 익숙한 사람이 보였다.시안이었다.그는 산책로 옆 나무 데크에 서 있었다.그런데 혼자가 아니었다.작은 강아지 한 마리가 그의 발치에서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소예는 걸음을 멈췄다.“뭐야?”시안은 쪼그려 앉아 강아지에게 손등을 내밀고 있었다.강아지는 그의 손 냄새를 맡더니 다시 꼬리를 흔들었다.“신시안!”소예가 다가가자 시안이 고개를 들었다.“여보?”“여기서 뭐 해?”“일어났어?”“당신이 없어졌잖아.”시안은 시계를 확인했다.“벌써 여섯 시네.”소예는 허리에 손을 얹었다.“알람은 맞춰놓고 혼자 나가면 어떡해?”시안이 미안한 듯 웃었다.“잠깐 호수 상태만 보고 오려고 했어.”“그런데?”그때 강아지가 소예의 운동화 앞으로 다가왔다.킁킁.소예
토요일 오전 열 시.은소예는 침실 바닥에 작은 여행 가방을 펼쳐놓았다.그 안에는 편한 옷 두 벌과 속옷, 세면도구가 차곡차곡 들어 있었다.신시안은 방문에 기대어 그 모습을 지켜봤다.“여보.”“응?”“우리 오늘 외박해?”소예는 티셔츠를 접으며 대답했다.“응.”“그런데 왜 나한테는 옷만 챙기라고 했어?”“내가 나머지는 다 준비했으니까.”시안은 자신의 여행 가방을 내려다봤다.“운동복도 챙기라고 했잖아.”“맞아.”“수영복도.”“응.”“슬리퍼까지.”소예가 고개를 들었다.“다 챙겼어?”“응. 근데 이 정도면 힌트가 너무 많은 거 아니야?”소예는 웃었다.“그럼 어디 가는지 맞혀봐.”“호텔?”“비슷해.”“리조트?”“그것도 비슷해.”시안은 팔짱을 꼈다.“캠핑장은 아니겠네.”“왜?”“수영복까지 챙기라고 했으니까.”소예는 여행 가방 지퍼를 닫았다.“캠핑장에도 수영장 있는 데 많거든?”“그럼 캠핑장이야?”“비밀.”시안이 웃음을 터뜨렸다.“당신, 일부러 헷갈리게 하는 거지?”“응.”소예는 가방 손잡이를 잡고 일어났다.“오늘은 내가 운전할게.”오전 열한 시 삼십 분.차는 도심을 벗어나 나무가 우거진 도로로 들어섰다.시안은 조수석에서 창밖을 바라봤다.“이쪽으로는 처음 와보네.”“나도.”“그런데 어떻게 찾았어?”“검색하다가.”소예는 내비게이션 안내에 따라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었다.잠시 후 넓은 주차장과 낮은 건물들이 나타났다.건물 뒤편으로는 푸른 잔디밭이 펼쳐져 있었다.시안은 입구에 적힌 글자를 읽었다.레이크 포레스트 스테이그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안내가 붙어 있었다.독립형 숙소 · 실내 수영장 · 야외 바비큐 · 산책로“아.”시안이 고개를 끄덕였다.“여기였구나.”소예는 차를 주차하며 웃었다.“어때?”“좋은데?”“아직 안 들어가 봤잖아.”“벌써 분위기가 좋잖아.”소예는 안전벨트를 풀었다.“그럼 내려보실까요, 손님?”시안도 웃으며 차에서 내렸다.체크인 시간까지는 조금 여유가
금요일 오후 여섯 시 십 분.은소예는 마지막으로 컴퓨터 화면을 확인한 뒤 저장 버튼을 눌렀다.이번 주 업무가 모두 끝났다.“드디어 금요일이다.”소예는 의자에 등을 기대며 팔을 쭉 뻗었다.그때 휴대폰이 울렸다.신시안: 오늘 저녁 약속 있어?소예는 바로 답장을 보냈다.은소예: 없는데? 왜?신시안: 퇴근하고 같이 갈 곳이 있어.은소예: 또 비밀이야?신시안: 이번에는 조금 특별해.소예는 웃음을 터뜨렸다.지난 주말 가죽공예 수업을 몰래 예약했던 남편이었다.그런데 이번에도 목적지를 알려주지 않았다.은소예: 힌트 하나.신시안: 운동화 신고 와.소예는 자신의 발을 내려다봤다.오늘 신고 온 것은 굽이 낮은 구두였다.은소예: 나 구두인데?신시안: 차에 운동화 있어.소예는 눈을 크게 떴다.“언제 챙겨놨대?”오후 여섯 시 사십 분.지하 주차장에 내려온 소예는 시안의 차를 발견했다.조수석 문을 열자 발밑에 작은 신발 가방이 놓여 있었다.“진짜 있네?”운전석에 앉아 있던 시안이 웃었다.“사이즈 맞는지 확인해봐.”소예는 가방을 열었다.안에는 그녀가 평소 주말에 신던 운동화가 들어 있었다.“이거 집에서 가져온 거야?”“응. 아침에.”“나는 전혀 몰랐는데.”“당신 씻는 동안 챙겼어.”소예는 구두를 벗고 운동화로 갈아 신었다.“대체 어딜 가려고?”시안은 안전벨트를 매며 대답했다.“가보면 알아.”“당신 요즘 비밀이 너무 많아.”“좋은 비밀이잖아.”소예는 웃으며 안전벨트를 맸다.“일단 믿어볼게.”차는 도심을 벗어나 조금 한적한 도로로 들어섰다.창밖으로 낮은 건물과 작은 공원들이 지나갔다.소예는 휴대폰 지도를 확인하지 않았다.대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거렸다.시안이 웃으며 물었다.“기분 좋아?”“응. 금요일이잖아.”“그것 때문이야?”“당신이 어디 데려가는지도 궁금하고.”시안은 신호등 앞에서 차를 멈췄다.“오늘은 당신이 좋아할지 조금 걱정되긴 해.”소예가 고개를 돌렸다.“왜?”“해본
월요일 오전 일곱 시 사십 분.은소예는 식탁에 앉아 토스트에 딸기잼을 바르고 있었다.맞은편에 앉은 신시안은 주말에 직접 만든 갈색 카드지갑을 살펴보고 있었다.“아직도 보고 있어?”소예가 웃으며 물었다.“응. 카드 넣는 위치를 바꾸고 있어.”“벌써 세 번째 아니야?”“자주 쓰는 카드를 앞쪽에 넣으려고.”소예는 커피잔을 내려놓았다.“그렇게 마음에 들어?”시안이 카드지갑을 들어 보였다.“당신이 만들어줬잖아.”“그래도.”“가볍고 좋네. 정장 주머니에도 잘 들어가고.”소예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토스트를 베어 물었다.그녀의 가방에도 시안이 만들어준 남색 카드지갑이 들어 있었다.두 사람은 토요일 가죽공예 수업에서 서로의 카드지갑을 만들어 선물했다.일요일에는 집에서 쉬면서 카드지갑의 가죽 보호제를 바르고, 실밥이 튀어나온 곳이 없는지도 확인했다.시안은 카드지갑을 정장 안주머니에 넣었다.“어때?”소예가 고개를 끄덕였다.“잘 어울려.”“오늘부터 이걸로 바꿔 써야겠다.”“잃어버리면 안 돼.”“알았어.”소예는 장난스럽게 손가락을 들어 보였다.“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거니까.”시안이 웃었다.“그건 확실하지.”오전 열 시 십 분.NEXT ONE 본사.시안은 대표실에 들어와 재킷을 벗어 의자에 걸었다.그리고 책상 위에 휴대폰과 카드지갑을 내려놓았다.잠시 후 공차연이 서류를 들고 들어왔다.“대표님, 오전에 요청하신 자료입니다.”“고마워요. 여기 두세요.”차연은 서류를 내려놓다가 갈색 카드지갑을 발견했다.“어? 대표님, 지갑 바꾸셨어요?”시안이 고개를 들었다.“네. 주말에 새로 생겼어요.”“예쁘네요. 가죽 색깔도 좋고요.”시안은 카드지갑을 집어 들었다.“아내가 직접 만들어줬어요.”차연의 표정이 밝아졌다.“직접요?”“네. 가죽공예 수업에서요.”“와, 본부장님 손재주 좋으시네요.”시안이 웃었다.“저도 하나 만들어줬는데, 제 것보다 훨씬 잘 만들었어요.”차연은 카드지갑을 조금 더 살펴봤다.“바느질도 직접 하신
토요일 오전 아홉 시 삼십 분.은소예는 주방에서 토스트를 굽고 있었다.식탁 위에는 전날 신시안이 직접 만든 노란 꽃다발이 놓여 있었다.꽃병에 꽂힌 거베라가 아침 햇살을 받아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여보, 커피 마실 거야?”소예가 물었다.거실에서 신문을 읽던 시안이 대답했다.“응. 따뜻한 걸로.”“알았어.”소예는 커피머신에 컵을 올려놓았다.그때 식탁 위에 놓인 시안의 휴대폰이 울렸다.지이잉.화면에 메시지 알림이 나타났다.소예는 무심코 시선을 돌렸다가 고개를 갸웃했다.[수상한 토요일 모임]발신자는 단체 채팅방이었다.소예는 웃음을 터뜨렸다.“신시안!”“응?”“당신 휴대폰에 수상한 모임이 있네?”시안이 신문을 내려놓았다.“뭐?”“수상한 토요일 모임.”시안은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아, 그거.”“진짜 이름이 그거야?”“응.”“대체 무슨 모임인데?”시안이 주방으로 다가왔다.“대학교 친구들 모임.”“강현욱 씨도 있어?”“당연하지.”소예는 토스트를 접시에 옮겼다.“이름을 누가 지었어?”“현욱이가.”“역시.”시안이 웃었다.“왜 역시야?”“그분이면 충분히 그럴 것 같아서.”아침 식사를 하던 중 시안이 메시지를 확인했다.“현욱이가 오늘 보자는데.”소예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오늘?”“응. 오후에 시간 되는 사람들끼리 만나자고.”“갑자기?”“원래 가끔 그래.”소예는 토스트를 한입 베어 물었다.“어디서 만나는데?”“아직 장소 정하는 중이야.”시안은 채팅방에 답장을 보냈다.잠시 후 휴대폰이 연달아 울렸다.소예가 웃었다.“반응 빠르네.”“토요일 아침부터 다들 할 일이 없나 봐.”“당신도 지금 답장하고 있잖아.”시안이 웃음을 터뜨렸다.“그러네.”그때 새로운 메시지가 도착했다.시안은 화면을 보다가 표정이 묘해졌다.소예가 물었다.“무슨 일인데?”“현욱이가 당신도 데려오래.”“나도?”“응. 지난번에 만나서 재밌었다고.”소예는 반가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좋지.”“괜찮겠어
토요일 오전 아홉 시.은소예는 침대에서 일어나 커튼을 걷었다.창밖으로 햇살이 쏟아졌다.평소 같으면 조금 더 늦잠을 잘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신시안이 먼저 일어나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다.주방에서는 달걀 굽는 소리가 들렸다.“여보, 벌써 일어났어?”소예가 주방으로 나오자 시안이 고개를 돌렸다.“응. 잘 잤어?”“응. 근데 당신 오늘 왜 이렇게 일찍 일어났어?”“오늘 나갈 데가 있어서.”소예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다가 멈췄다.“어디?”“열한 시까지 가야 해.”“누구 만나?”시안이 접시에 달걀프라이를 옮겼다.“사람을 만나긴 하지.”“누구?”“선생님.”소예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선생님?”시안은 웃으며 식탁에 접시를 내려놓았다.“당신이 지난번에 이번에는 내가 배울 거 골라도 되냐고 했을 때 좋다고 했잖아.”소예는 그제야 기억났다.금요일 저녁, 두 사람이 함께 꽃다발 만들기 수업을 들었던 날이었다.시안은 다음에 배울 것을 자신이 골라보겠다고 했었다.“설마 벌써 예약했어?”“응. 어제.”“뭔데?”“오늘 가면 알아.”소예는 의자에 앉으며 그를 바라봤다.“힌트 하나만 줘.”시안이 토스트를 건넸다.“손을 많이 쓰는 수업.”“손?”“응.”“도자기는 이미 했잖아.”“그거랑 달라.”“꽃도 했고.”“꽃도 아니야.”소예는 잠시 생각하다가 웃었다.“혹시 요리?”시안은 커피잔을 내려놓았다.“그건 비밀.”“아, 궁금해!”오전 열 시 삼십 분.두 사람은 차를 타고 집을 나섰다.시안이 운전대를 잡았고 소예는 조수석에서 창밖을 바라봤다.“멀어?”“삼십 분 정도.”“준비물은?”“없어. 다 준비해주신대.”소예는 휴대폰을 꺼내 검색하려다가 내려놓았다.“오늘은 안 찾아볼래.”시안이 웃었다.“웬일이야?”“당신이 골랐으니까 끝까지 기다려보려고.”“그럼 도착해서도 마음에 안 들면 어떡해?”소예는 그를 바라봤다.“그럴 리가.”“아직 뭔지도 모르잖아.”“당신이 내가 좋아할 만한 걸 골랐겠지.”시안은 잠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