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테트라 가문의 저택에 도착한 레인의 부모님은 그가 부모님이 자리를 비운 동안 내가 자신과 함께 있어 주겠다고 넌지시 말하자 너무 놀라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나 역시 너무 놀라 말을 할 수 없었다. 부탁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은근한 요구에 가까웠다. 단호한 주장. 그것도 아주 섹시한 주장. 나는 도저히 거절할 수 없었다.
레인은 부모님과 나를 공항까지 차로 데려다주었다. 나는 어쩐지 불편한 마음으로 조수석에 앉아 있었고, 가끔 백미러를 통해 그의 어머니에게서 죽일 듯한 눈빛을 받고 있었다. 그녀는 나에게 실수하지 말라고, 일을 망치지 말라고, 무엇보다 애초에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잊지 말라고 말하고 있었다. 그녀의 살기 어린 시선은 확실히 효과가 있었다. 레인과 함께 저택으로 돌아가는 것에 대해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으니까. 마침내 그녀의 눈으로 하는 괴롭힘이 끝났다. 나에게는 그녀보다 훨씬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레인이 트럭을 제대로 주차하기도 전에 나는 서둘러 안전벨트를 풀었다. 그가 시동을 끄자마자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서둘러 차에서 뛰어내렸다. 부모님 앞에서 그가 아까 했던 행동을 또 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나는 그의 아버지가 나에게 관심을 갖기를 원했고, 그의 어머니가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기를 바랐다. 다행히 레인은 내가 서둘러 내린 이유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는 트럭 뒤쪽으로 걸어가 부모님의 가방을 꺼내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램프 운영 직원 한 명이 우리에게 다가왔고, 손수레를 끌고 있었다. 간단히 인사를 나눈 뒤 그는 부모님의 가방을 손수레에 싣기 시작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는 일을 끝내고 두 분을 비행기 탑승을 위해 안내할 준비를 마쳤다. 나는 조용히 같은 자리에 서서 그 가족이 각자 할 일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그 가족의 일원이 아니었고, 솔직히 말하면 나도 그 가족의 일원이 되고 싶지 않았다. 남편과 자도록 누군가에게 돈을 주는 어머니, 실제로 아내를 배신할 남편, 그리고 그 모든 일을 전혀 모르는 아들. 그들은 완벽하게 가식적인 가족이었다. “그럼,” 차이나가 사랑에 빠진 신혼부부처럼 남편의 팔에 자신의 팔을 감으며 말했다. “너희 둘 잘 지내고,” 그녀는 내 옆에 서기 위해 걸어오는 레인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우리가 없는 동안 이상한 짓은 하지 말고.” 그녀는 엄중하게 경고하고 있었고, 나는 그녀가 레인에게 말하는 것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나는 레인이 작게 웃는 소리를 들었다. “네, 어머니.” 그가 중얼거렸다. “얌전히 놀게요.” 하지만 그의 말투는 전혀 그렇지 않을 것처럼 들렸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우리를, 특히 나를, 매섭게 한 번 노려본 뒤 남편에게 몸을 돌렸다. 그의 눈은 틀림없이 처음부터 내게 향해 있었다. “가요, 여보.” 그의 첫 반응은 작게 흥얼거리는 소리였다. “둘 다 잘 지내.” 그는 헛기침을 한 뒤 말했다. “두 분도 잘 다녀오세요, 아빠.” 작별 인사가 오가는 동안 나는 어색하게 서서 나도 뭔가 말해야 하는 건지, 그렇다면 뭐라고 말하는 게 맞는지 고민했다. 잠시 혼자 갈등한 끝에 나는 긴장한 손짓과 그보다 더 긴장한 미소를 짓는 것으로 대신하기로 했다. 데이비드는 마지막으로 나와 눈을 마주친 뒤 등을 돌렸다. 레인과 나는 그의 부모님이 무사히 공항 문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말없이 서 있었다. “이제 좀 재미있게 놀아보자.” 그가 불쑥 말했다. 내가 반응할 틈도 없이 그는 조수석 문을 열고 내 손을 잡은 다음 사실상 나를 트럭 안으로 밀어 넣었다. 물론 꽤 부드럽게였다. 나는 여전히 혼란스러워 몸을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는데, 그는 문을 닫고 운전석으로 재빨리 돌아가 올라탔다. 갑자기 에너지가 넘쳐나는 그의 모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났다. 그가 시동을 거는 모습을 활짝 웃으며 바라보다가 더는 내 생각을 참을 수 없었다. “무슨 일이야?” 그는 더 크게 미소 지으며 차를 도로로 몰고 나갔다. 그러고는 신이 난 눈빛으로 나를 돌아보았다. “우리 둘을 위한 파티를 열 거야.” 그가 선언했다. 내 턱이 그대로 떨어질 듯 벌어졌다. --- 저택은 젊은 성인들로 가득했고, 모두가 신나게 놀 준비가 되어 있었다. 잘생긴 사람, 예쁜 사람, 외로운 사람, 못생긴 사람, 심지어 사람들의 비위를 맞추는 사람까지 온갖 유형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각각의 무리에 색깔이 하나씩 있다면, 저택 안은 마치 무지개 같았다. 어떻게 했는지 레인은 나이 든 테스 아주머니를 포함한 모든 하녀들을 집으로 돌려보내는 데 성공했다. 우리는 집을 우리끼리 차지했고, 집은 빠르게 엉망진창이 되어가고 있었다. 말할 것도 없이 대마초와 술의 지독한 냄새가 공기 중에 퍼지고 있었다. 음악은 너무 커서 사람들이 서로의 말을 들으려면 소리를 질러야 했다. 상대방이 무슨 말을 했는지 듣지 못하더라도, 그냥 바보 같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이면 상대는 자신이 이해했다고 생각할 터였다. 나는 어떤 종류의 군중과도 어울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고, 특히 파티에 모인 사람들과는 더더욱 그랬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이 대부분 모여 있는 거실에서 완전히 떨어져 있었다. 술과 대마초 냄새도 견딜 수 없었다. 나는 한 번도 그런 것을 해본 적이 없었고 지금 시작할 생각도 없었다. “오 마이 갓, 예에에스.” 흥분한 여자아이들이 내는 큰 비명과 함께 그것이 내가 부엌에 들어갔을 때 처음 들은 소리였다. 한 무리의 여자아이들에게서 나온 소리였다. 나는 재빨리 머릿속으로 숫자를 세어 그들이 다섯 명이라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들은 모두 짧은 드레스에 하이힐과 화장을 하고 있었다. 전형적인 파티 복장이었다. 나는 재빨리 더 이상 부엌에 있고 싶지 않다고 판단하고 돌아서서 나가려 했다. “야.” 뒤에서 들린 목소리에 나는 그대로 얼어붙었다. “너 같은 얼간이가 어떻게 이 파티에 들어온 거야?” 그들 모두가 크고 조롱하는 듯한 여자아이 특유의 웃음을 터뜨렸다. 나는 그들에게 절대로 돌아서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러면 상황만 더 나빠질 게 뻔했다. 그냥 가, 레이야. 나는 속으로 나 자신에게 말했다. 그리고 다시 움직이려고 했다. “야, 너!” 나는 단호한 말투와 날카로운 목소리로 보아 다른 여자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귀먹었어?” 그녀가 쏘아붙였다. “얘가 너한테 말하는 거 안 보여?” 나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무엇을 해야 할지 완전히 모르고 있었다. 그들과 맞서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었다. 그들은 술에 취했거나, 약에 취했거나, 아니면 둘 다인 사나운 여자 다섯 명이었다. 나를 두들겨 패는 것은 그들에게 아주 쉬운 일이 될 터였다. 내게 남은 선택지는 도망치거나 사과하는 것뿐이었다. 나는 천천히 그들을 향해 몸을 돌리며 한 명씩 재빨리 흘끗 바라보았다. 그들은 아주 예뻤고, 부유하기까지 했다. 나는 상대가 되지 않았다. “미안해.” 나는 속삭였다. 그들의 굳은 얼굴은 순식간에 밝아졌다. 마치 배고픈 애완동물이 가장 좋아하는 간식을 막 받은 것처럼.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아까 그 못된 여자가 말했다. 목소리와 외모를 보니 그녀는 분명 아시아계였다. “레인을 찾아.” 그녀는 말을 시작하다가 멈췄다. “레인이 누군지는 알아?”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녀도 함께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찾아서 우리한테 위스키 한 병 가져와.” 그녀는 비어 있는 잔을 내게 내보였다. 잔을 채워야 한다는 뜻이었다. 나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인 뒤 돌아서서 나왔다. 내가 그들에게 그 위스키를 가져다줄 리는 절대로 없었다. 하지만 레인을 찾기는 해야 했다. 내가 마지막으로 그를 본 것은 집 안 발코니에 서 있을 때였다. 한 손은 그날 밤의 DJ인 어떤 남자의 어깨 위에 얹혀 있었고, 다른 손에는 위스키 한 병이 들려 있었다. 나는 계단을 올라가면서 서로의 얼굴에 입을 갖다 대고 서로의 옷 속에 손을 넣고 있는 뻔뻔한 커플들을 보지 않으려고 눈을 가리다시피 했다. 마침내 계단 꼭대기에 도착했지만 레인은 여전히 보이지 않았다. 나는 DJ였던 젊은 남자에게 물어볼까, 아니면 방을 하나씩 뒤져볼까 고민했다. 결국 후자를 선택하고 첫 번째 문을 열었다. 나는 두 여자와 한 남자가 가장 불편한 방식으로 서로의 몸을 만지고 있는 방 안으로 그대로 들이닥쳤다. 그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나를 향해 소리를 지르는 것이었다. “미안해.” 나는 중얼거리며 즉시 문을 닫았다. 이제 나머지 문들을 여는 것이 무서워졌다. 내 눈이 얼마나 더 견딜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바로 그때 한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나는 발걸음을 재촉해 그의 방으로 향했다. 그곳에 도착해 문손잡이를 눌러 문을 열었다. 잠겨 있었다. 몇 번이고 다시 시도했지만 들어갈 수 없었다. 계속 시도하는 동안 반대편에서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나는 내가 제대로 듣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손잡이를 만지작거리던 것을 멈췄다. 나는 복도 안쪽에 있었기 때문에 음악은 아래층만큼 크지 않았다. 나는 그대로 얼어붙은 채 확실히 소리를 듣고 있었다. 나는 조용히 문에 귀를 댔다. 소리를 제대로 듣자 눈이 커졌다. 다른 무엇으로도 착각할 수 없는 소리였다. 한 가지 행동에서만 나올 수 있는 신음 소리. 바로 섹스였다. 나는 귀를 문에 계속 붙인 채 그것이 레인의 목소리라고 스스로를 설득하려 했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확신할 수 없었고, 점점 역겨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문에서 몸을 떼어냈고, 배 밑바닥에서 분노가 끓어오르기 시작했다. 내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들 한가운데에 나를 내버려두고 웬 낯선 여자와 섹스를 하다니, 그에게 그럴 배짱이 있다니. 생각하면 할수록 점점 더 화가 났다. 나는 복도를 성큼성큼 걸어 파티가 열리는 곳으로 향했다. 너무 화가 나서 뭔가 과격한 일을 해야 했다. 나는 생각하지 않고 행동할 생각이었다. 그가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면 나도 그래야 했다. 계단 꼭대기에 도착한 나는 내가 과격한 행동의 상대가 될 사람을 찾기 위해 양쪽을 살폈다. 시야 한쪽에서 약간 취한 DJ가 눈에 들어왔다. 그는 한 손에 병을 들고 있었고 다른 손으로는 음악에 맞춰 몸을 흔들고 있었다. 나는 잠깐 생각했다. 파티였다. 나는 그를 다시 볼 일이 없을 터였다. 그는 술에 취해 있었고 아마 나를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다. 완벽하게 과격한 행동이었다. 나는 주먹을 꽉 쥔 채 마음을 굳히고 그에게 다가갔다.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는 그를 빙 돌려 세운 뒤 내 입술을 그의 입술에 세게 갖다 댔다. 곧바로 역겨운 알코올 맛이 내 입안으로 밀려 들어왔다. 온몸이 부르르 떨렸지만 나는 계속하기로 마음먹었다. 나는 눈을 감고 억지로 이 순간을 즐기려 했지만 즐겁지 않았다. 그 역시 상황을 더 나아지게 만들지 못했다. 그는 키스를 정말 못했다. 그가 술에 취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내가 키스할 사람을 잘못 고른 건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이미 내 행동을 후회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강한 힘이 그를 내게서 떼어냈다. “그녀한테서 떨어져, 이 자식!” 주먹이 날아오기 전에 내가 들은 다음 말은 그것이었다.내 눈은 거실 전체를 훑었다. 그곳은 내가 예전에 살던 아파트 전체 크기와 같았고, 아니, 아주 조금 더 큰 것 같기도 했다. 둘러보던 중 내 눈에 예전 집에 있던 안락의자가 들어왔다.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물건이었다. 그 외의 모든 것은 새것이었다. 안락의자가 연한 갈색이었기 때문에 다른 소파들도 같은 색을 사용하고 있었다. 커다란 TV 앞에는 긴 소파가 놓여 있었고, 두 개의 1인용 소파는 내 예전 소파를 포함해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나는 또한 거실 끝부분에 유리창으로 된 벽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 창들은 자연광을 안으로 들여보내 미색으로 칠해진 벽의 아름다움을 한층 돋보이게 했다. 정말 아름다웠다.오른쪽을 보니 주방이 있었다. 한눈에 봐도 흰색을 테마로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고, 거실의 페인트와도 잘 어울렸다. 위쪽 벽에 걸려 있는 손잡이 없는 수납장과 바닥에 붙어 있는 하부장들은 모두 흰색이었다. 바닥 수납장 위에 놓인 대리석 상판은 회색빛을 띠고 있었다. 그 색은 양문형 냉장고부터 전자레인지, 식기세척기, 오븐을 비롯한 수많은 주방 가전과도 어울렸다. 완벽하게 기능하는 주방이었다. 나는 그저 마음에 쏙 들었다.“그럼 네가 아파트에 익숙해지도록 나는 자리를 비켜줄게.”데이비드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가 아직 그곳에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했다. 나는 옆에 있는 그를 돌아보았다.“나 약속된 미팅이 있어서, 한…”그는 잠시 말을 멈추고 왼쪽 손목에 차고 있는 롤렉스를 바라보았다. 1초 후, 다시 내 눈을 바라보았다.“한 시간 후에.”나는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눈을 바라보며 미소 지었다.“이 아파트 정말 멋져요.”나는 마지막 단어에 힘을 주며 속삭였다. 그는 소리를 죽여 웃었다.“정말 고마워요, 데이비드.”나는 몸을 기울여
“걸어서 갈 수 있겠어요, 아니면 휠체어를 요청할까요?”“휠체어로 부탁해요.”나는 낮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나는 멀쩡하게 걸을 수 있었지만, 그냥 휠체어에 실려 나가기로 했다. 그러지 말아야 할 이유가 대체 뭐가 있겠는가?“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나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고, 데이비드는 방에서 급히 나갔다. 그는 나를 병원에서 데려가기 위해 왔다. 내 새 집은 마침내 모든 준비가 끝나 있었다. 내 옷과 다른 소지품들을 예전 아파트에서 옮기는 것까지, 모든 것이 준비되어 있었다.데이비드는 내가 예전 아파트가 있는 지역에 가까이 가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겠다는 입장이 아주 확고했다. 내 물건을 가지러 가는 것조차 안 된다고 했다. 그래서 그는 집을 알아봐 주던 남자에게 내 모든 물건을 새 집으로 옮기라고 지시했다. 물론 그것들을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정리할 예정이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나’는 데이비드가 나와 함께 살도록 고용한 새 가정부를 의미했다.“자, 갑니다.”데이비드는 두 명의 간호사와 의사를 뒤에 데리고 방으로 들어왔다. 간호사 중 한 명이 자신의 앞에서 휠체어를 밀고 있었다. 나는 입술에 미소를 지으며 그들이 내게 건넨 미소에 답했다.“제가 도와드릴까요?”내가 일어나려고 하자 간호사 중 한 명이 물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곧바로 내 곁으로 달려왔다. 공중에 늘어뜨려져 있던 내 팔을 잡은 그녀는 아주 조심스럽게 내가 일어설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나는 비행기에서 ‘취급주의’라고 적힌 상자라도 된 기분이었다.내 팔을 단단히 잡은 간호사는 뒤에서 다른 간호사가 잡고 있던 휠체어에 나를 천천히 앉혔다. 나는 다리를 발판 위에 올려놓고 밀려나기를 기다렸다. 예상대로 오래 기다리지 않았다. 독특한 병원 냄새를 머금은 바람이 머리카락 사이를 스쳐 지나갔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프로젝트를 함께 진행하면서도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내 평생 해본 일 중 단연코 가장 어려운 일이었지만, 나는 해냈다. 내 미친 천재 같은 두뇌가 결국 해냈다.내가 직접 집을 보러 다닐 수 없었기 때문에, 데이비드는 누군가에게 내가 새 아파트에서 원하는 것들을 물어보게 한 뒤, 내 취향에 맞는 집을 찾도록 했다. 내가 언급한 몇 가지는 아름다운 주방, 침실 두 개와 그중 적어도 하나에는 욕조가 있는 것, 안나의 새 병원과 가까운 위치였고, 나는 여전히 아파트를 원했다. 계단을 오르거나 엘리베이터를 이용해야 하는 것이 좋았기 때문이다. 나는 몇 가지 세부 사항을 더 나열했지만, 그것들이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주요 조건들이었다.데이비드 역시 내가 예전 아파트로 돌아가는 것을 원하지 않았기 때문에, 새 집이 준비될 때까지 병원에 머물라고 고집했다. 그것은 곧 나를 위해 집을 알아보고 있는 불쌍한 젊은 남자에게 가해지는 압박이 커졌다는 뜻이기도 했다. 그는 꽤 귀여웠다. 나는 우리가 단둘이 있을 때 그가 나에게 추파를 던졌다고 확신할 수 있었고, 물론 나도 망설임 없이 그에게 똑같이 추파를 던졌다.그 일이 진행되는 동안, 레인은 케이티의 일을 처리하고 있었다. 집을 알아보기 시작한 지 하루 후, 다행히도 아버지가 병원을 떠난 직후에 그는 내게 찾아와 그녀를 잡기 위한 우리의 계획을 어떻게 진행할지 지시를 받았다.“그러니까 잘 들어.”나는 그의 집중한 눈을 바라보며 흥분을 숨기려고 애쓰면서 말을 시작했다.“케이티는 너를 사랑해. 그것도 희망이 없을 정도로, 위험할 정도로 너를 사랑하고 있어.”“그 정보가 정말 중요한 거야, 레이야?”“아니, 그냥 너 약 올리고 싶어서.”나는 낄낄거리다가 결국 크게 웃음을 터뜨렸고, 그는 눈을 굴렸다. 내가 스스로 만족하고 나자 진정했다
데이비드는 나를 담당하는 의사를 찾겠다며 자리를 비웠다. 그가 자리를 비운 사이, 몇 분 후 그의 아들이 우아하게 내 방으로 들어왔다. 그 순간, 내 심장이 멎는 것 같았다. 이렇게 빨리 그를 보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그가 나를 향해 미소를 짓자 나도 억지로 미소를 지었다.“안녕, 아름다운 사람.”그는 내게 가까이 다가와 속삭이더니 몸을 기울여 내 이마에 입을 맞췄다.내 눈은 문으로 재빨리 향했다. 그의 아버지가 언제라도 들어올까 봐 두려웠다.“머리는 어때?”그가 묻는 동시에 내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쓰다듬기 시작했다. 손길이 이어질 때마다 내 불안은 커졌다. 속이 뒤틀렸고, 동시에 배 속 깊은 곳에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데이비드가 곧 들어올 것이라고 알려주는 듯한 느낌이었다.“무슨 일이야, 레이야?”걱정스러운 그의 말투에 내 눈이 다시 그에게 향했다.“불안해 보이는데.”“아무것도 아니야.”나는 희미하게 미소를 지으며 억지로 대답했다.“그냥…”나는 헛기침을 하며 다시 문을 힐끗 바라봤다.“머리를 쓰다듬는 게 조금 불편해서.”“아, 물론이지.”그는 쑥스러운 웃음을 흘리며 곧바로 손을 거두었다.“미안해.”그는 방 안에 있는 유일한 의자에 앉아 내 침대 옆으로 가까이 끌어당겼다. 그는 내 손을 잡아 침대 위에 올려놓은 채 눈을 들어 내 눈을 바라보았다. 내 눈은 문을 바라보고 싶어 안달이 났지만, 레인의 눈이 내 눈에서 떨어지지 않았고 나는 어떤 식으로든 의심을 살 만한 행동을 하고 싶지 않았다.바로 그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그쪽을 바라보지도 않았다. 곧바로 기침하는 척하며, 누가 들어오는지에 정신이 팔린 레
레인은 내가 퇴원해도 된다는 허가를 받을 때까지 내 곁에 있겠다고 고집했지만, 내가 가장 안도했던 것은 우주가 그에게 긴급 수업을 보내주었다는 것이었다. 그 일 때문에 그는 마지못해하면서도 결국 자리를 떠나야 했다.그가 떠나기 전에 나는 안나에게 연락하고 싶다고 거짓말했고, 내 휴대전화는 정체를 알 수 없는 공격자에게 빼앗겼기 때문에 새 휴대전화를 얻을 완벽한 핑계가 되었다. 레인이 돌아오기까지 몇 시간밖에 없었고, 그 전에 데이비드와 이야기해야 했기 때문에 기다리는 시간이 고통스러울 정도로 길게 느껴졌다. 결국 새 휴대전화가 도착했다. 아이폰 15 프로였다. 부모님이 사고로 돌아가신 후부터 사용해오던 7+보다 훨씬 좋은 기종이었다.나는 망설이지 않고 새 휴대전화의 포장을 뜯었고, 잠시 그 아름다움을 감상했다. 아마도 내가 손가락을 대본 기기 중 가장 세련된 기기였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내 것이었다. 나는 전원을 켜자마자 곧장 카메라 앱으로 들어갔다. 셀카 카메라를 켰을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내 머리를 감싸고 있는 흰 천이었다.내 앞의 화면에 시선을 둔 채, 손가락을 머리로 가져갔다. 하얀 천의 작고 보이지 않는 섬유가 내 손가락 끝을 스쳤다. 솜처럼 느껴졌다. 부드럽고 편안한 느낌이었다. 내 눈에 붕대의 오른쪽 끝부분에 희미한 붉은 얼룩이 들어왔다.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그것이 내 피 때문에 생긴 것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내 손가락으로 그 얼룩을 따라가며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누군가 내가 이렇게까지 미쳐버릴 거라고 말했다면, 나는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단칼에 부정했을 것이다. 내 생각들은 나 자신을 무섭게 했다. 가끔은 내가 어떻게 그런 생각들을 떠올릴 수 있었는지 의문이 들기도 했다. 그것은 내 정신이 온전한지 의심하게 만들었지만, 나는 이미 너무 멀리 와버려서 돌아갈 수 없었다.바로 그때 나는 애초에 왜 휴대전화를 부탁했는지 떠올랐다. 나는 병원
나는 레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과 약간의 분노를 띤 채 벌떡 일어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나는 충격적인 반응을 예상했지만, 이렇게까지 과장된 반응일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레이야,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어?!”나는 그의 목소리에서 애써 감정을 억누르려는 것이 느껴졌지만, 결국 그의 입에서 나온 목소리는 정말 크게 울려 퍼졌다. 그의 반응은 이 배를 그녀가 원하는 방향으로 몰고 가는 일이 얼마나 어려울지를 보여주고 있었다. 나는 최대한 조심스럽게 움직여야 했다.“케이티가 너를 정확히 좋아하는 건 아니라는 건 알아…”“그녀는 나를 싫어하는 정도가 아니야. 날 미워하고, 나를 협박했어.”그는 짧게 숨을 내쉰 뒤 눈을 굴렸다.“마치 그녀가 흉악범이라도 되는 것처럼 말하네.”“그날 그녀가 내 아파트에 왔을 때 네가 봤어야 해.”나는 반박하며 목소리를 차분하게 유지하려 애썼다.“그날 그녀가 나한테 했던 말을 전부 진심으로 했다는 걸 알 수 있었어.”레인은 고개를 저으며 시작했다. 자신의 머릿속이 내 제안에 단 한순간이라도 생각할 기회를 주는 것조차 거부하는 듯했다. 나는 천천히 내 안에서 차오르는 짜증을 억누르려고 했다. 한편으로는 그가 아직도 그녀에게 약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닌지 의문이 들기까지 했다.“봐, 나 케이티를 알아.”그의 목소리의 속도가 속삭임으로 줄어들었다.“너한테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나 그녀와 사귀었어.”짧은 분노가 파도처럼 나를 휩쓸고 지나갔다.“1년 동안.”그가 계속했다.나는 무례하게 말을 끊을 뻔했지만 꾹 참았다.“그녀에게 약간 극단적인 면이 있기는 했지만, 그렇다고 그게 그녀를 지배하게 내버려두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