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두 사람은 마음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목소리도 속삭이듯 낮아져 거의 숨소리만 들릴 정도였다."아기가 크면 분명 잘생길 거예요.""그럼요. 우리 연희를 봐요. 누나가 저렇게 예쁜데 동생도 분명 훤칠할 거예요."두 사람은 한동안 창문에 바짝 붙어 아기를 들여다보았다.허민정은 휴대폰으로 사진도 몇 장 찍었다.작고 여린 새 생명을 바라보기만 해도 눈시울이 뜨거워졌다.피로 이어진 핏줄이란 건 참 신기하고 특별했다.한 세대 한 세대 이어져 가는 모습을 보니 마음속 가장 여린 곳을 건드린 듯했다.허민정은 허설아를 낳던 때가 떠올랐다.신생아실에는 오래 머물 수도 없었고 두 사람 모두 허설아도 걱정되었기에 이내 병실을 떠났다.복도로 나와 걷던 허민정이 웃으며 말했다."아기가 설아 갓 태어났을 때와 닮았어요. 그때 시어머니가 아들을 낳아야 한다고 얼마나 성화를 부렸는지 몰라요. 딸이라는 말을 듣자마자 얼굴이 굳더니 그냥 가 버렸죠."박희수는 기가 막힌다는 듯 혀를 찼다."건영시에 어떻게 그런 노인네가 있었어요?"허민정이 시원하게 웃었다."권호성 어르신도 다르지 않았잖아요. 늘 대를 이어야 한다고 했으니까요.""설아를 낳을 때 나도 나이가 적지 않았어요. 결혼하고도 일에 매진하느라 아이는 낳고 싶지 않았거든요."허민정의 얼굴에 그리움이 어렸다."설아를 낳고 나니 내 인생이 치유되는 것 같았어요. 처음으로 나를 필요로 하는, 나만 필요로 하는 존재가 생겼으니까요. 참 신기하죠.""사실 예전에는 결혼도 하고 싶지 않았어요. 결혼이나 연애나 다를 게 없다고 생각했거든요."박희수도 따라 웃었다."그럼 설아 아버님은 계속 다 받아 주셨나 봐요?""맞아요. 나중에 설아를 오냐오냐 키운 것처럼요."연동근이 세상을 떠난 뒤로 그 이름을 입에 올리는 사람은 누구나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정말 좋은 사람이었다.온화하고 다정하다는 말이 누구보다 잘 어울렸다.그래서 연동근이 세상을 떠난 뒤 사람들은 모두 안타까워했다.허민정은 처음에 연동근을 따
규칙적이면서도 너무나 익숙한 통증이었다.권지헌은 그 말에 벌떡 일어나 의사를 불렀다.의료진이 침착하게 커튼을 쳤다.잠시 검사를 마친 의료진이 허설아를 바라보았다."양수가 터졌어요. 바로 수술실을 잡겠습니다.""네."권지헌이 허설아의 손을 꽉 잡았다.한 번 겪어 본 적 있는 허설아는 그리 긴장하지 않았다.오히려 권지헌의 손바닥에 땀이 흥건했다.맞잡은 손이 축축할 정도였다."자기야, 괜찮아?"권지헌의 목소리가 살짝 잠겨 있었다.출산에 관한 자료를 미리 많이 찾아봤지만 막상 닥치니 긴장감을 감출 수 없었다.허설아가 고개를 끄덕였다."괜찮아. 통증이 그렇게 심하지는 않아."권지헌이 의사를 바라보았다."저도 수술실에 들어가도 되나요?"잔뜩 긴장한 권지헌을 보던 의사도 웃었다."권하지 않습니다."제왕절개도 엄연한 수술이고 자연분만이라 해도 병원에서는 보호자의 분만 참관을 그리 권장하지 않았다.예전에 남편이 굳이 들어가겠다고 고집했다가 수술 장면이 너무 끔찍해 받아들이지 못한 사례가 있었다.부부 사이가 틀어지거나 심지어 이혼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나중에는 병원에 배상을 요구하는 사람까지 생겼다.그 뒤로 병원은 가급적 분만 참관을 권하지 않았다.허설아도 권지헌이 수술실에 들어오는 걸 원하지 않았다.수술 장면을 보면 권지헌이 더 걱정할 게 오히려 두려웠다.미리 준비했던 계획대로 허설아는 빠르게 수술실에 들어갔다.권지헌은 수술실 앞을 서성였다.옆 수술실 앞에도 무거운 표정의 남자들이 기다리고 있었다.그중 한 사람이 애써 너스레를 떨었다."우리 집사람은 첫 출산은 아니에요. 첫애 때가 진짜 긴장됐죠."옆에 있던 사람이 맞받아쳤다."처음이 아니어도 문제가 생길 수 있잖아요."긴장하지 않는다던 남자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흥건했다.권지헌의 시선은 내내 수술실 문에 고정되어 있었다.박희수와 허민정이 다급히 달려왔다."어떻게 됐어? 들어간 지 얼마나 됐어?""20분이요.""네 아빠는 연희 데리러 갔어. 이따 올 거야."
병원에 연락해서 바로 가야 하는 건 아닌지도 몇 번이나 물었다.권지헌이 이렇게 긴장하는 모습을 보다 못한 허설아는 아예 며칠 일찍 입원해 버렸다."며칠 있다 돌아올 거야. 그때는 엄마 배가 훨씬 작아져 있을 거야.""그럼 내 남동생이나 여동생도 같이 오는 거야?""맞아."연희가 곰곰이 생각하더니 말했다."그럼 남동생이면 좋겠어."임신 기간 내내 사람을 만날 때마다 다들 경험이나 짐작으로 허설아 배 속 아이가 아들일지 딸일지 한마디씩 보탰다.어느새 하나의 습관이 되어 있었다.연희도 가끔 아이의 성별 얘기를 했었다.허설아가 차분하게 물었다."왜?""서준이 같은 동생이면 좋을 것 같아서. 난 여동생하고 지내 본 적이 없어서 여동생이 어떤지 몰라. 그래도 엄마가 낳은 동생이면 나는 다 좋아."연희는 휴대폰을 끌어안고 화면 가까이 다가와 허설아와 볼을 맞대고 입을 맞춘 뒤에야 아쉬운 듯 영상 통화를 끊었다.허설아는 미국의 의료팀 몇 곳에 더 연락해 보았다.허설아의 기억으로 권지민은 있는 곳은 전에 자신이 머물던 도시인 듯했다.그곳에서 손꼽히는 병원이 한 군데 있는데 연동근의 담당 의사를 찾던 시절 여러 의료팀에 연락한 적이 있었다.마침 폐부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의료진들도 찾을 수 있었다.허설아는 연락처를 모두 권지민에게 넘겨주었다.허설아가 걱정하는 걸 본 권지헌이 나섰다."내가 연락할게. 권씨 집안이 그쪽에 투자한 의료 회사도 몇 곳 있어. 지민이도 그렇게 멍청하지는 않고."권지헌은 허설아의 손에서 휴대폰을 가져갔다.이런 일까지 너무 마음 쓰지 않았으면 했다.하지만 그게 허설아의 천성이라는 것도 누구보다 잘 알았다.권지헌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가능하다면 허설아가 평생 오직 자기만 바라봐 주길 바랐다.하지만 불가능한 일이었다.두 사람 사이에 얽힌 수많은 인연은 실처럼 엮이고 엮여 커다란 그물이 되어 두 사람을 감싸고 있었다.지금의 두 사람은 떼려야 뗄 수 없이 단단히 이어져 있었다.이제는 헤어질 수도 없었다.이
자기 자신에게까지 질투하는 남자는 허설아도 처음이었다.열여덟 살은 두 사람이 처음 만난 나이였다.지금의 허설아가 그때의 권지헌을 만났다면 아마 한 번쯤은 더 눈길을 주었을 것이다.그때 마음을 사로잡은 사람이라면 지금도 마찬가지일 테니까.그런데도 권지헌은 집요하게 물고 늘어졌다."그러니까 지금 10대의 나를 만나면 설렐 수도 있다는 거야?""그러는 너는? 그때의 나를 만나면 설레지 않을 것 같아?"권지헌이 고개를 저었다."그때의 내가 그때의 너를 좋아했으니까 지금의 내가 지금의 너를 사랑하는 거야. 이 순서는 바뀔 수 없어."어느 한순간이라도 어긋났다면 지금의 두 사람도 없었을 것이다.권지헌은 이것만큼은 단호했다.지금의 자신이야말로 지금의 허설아에게 가장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굳게 믿었다.허설아는 질문 하나에 생각이 어디까지 뻗는 거냐며 웃었다.그때 박시연에게서 영상 통화가 걸려 왔다.요즘 연희는 병원에 오지 않고 대신 매일 영상 통화로 허설아와 이야기를 나누었다."엄마, 지민 삼촌이 그림책하고 장난감을 보내 줬어. 답례로 내가 뭘 주면 좋을까?""연희야, 지민 삼촌이 언제 연락했어?""얼마 전에 삼촌이 외국에 간다고 어린이집에 나 보러 왔었어. 그 뒤에 할머니한테 삼촌이 좀 외로워 보인다고 했더니 삼촌 연락처를 추가하게 해 줬어.""우리 가끔 장난감 얘기를 나눠."박시연이 옆에서 거들었다."아가씨가 지민 도련님하고 연락할 때 저도 옆에 있었는데 평범한 얘기들뿐이었어요."권지민은 이상한 말을 한 적이 없었다.오히려 연희를 바르게 가르치며 영어 발음을 바로잡아 주기도 했다.박시연이 보기에는 지극히 평범한 삼촌과 조카 사이였다.허설아가 물었다."자주 연락해요?""아주 가끔이에요. 한 달에 한 번쯤이요."허설아는 고개를 끄덕였다.박시연이 굳이 보고하지 않은 걸 보면 연락 횟수나 대화 내용도 문제 될 게 없는 모양이었다."그럼 삼촌이 보낸 건 소독해서 쓰자. 연희는 답례로 뭘 주고 싶어?""얼마 전에 그림을 하나 그렸
예전에 아프리카 초원에 머무는 동안 고아현과 촬영팀은 야생동물들과 먹고 자다시피 하며 여러 가지 병을 앓았었다.이번에도 방심한 사이 또 감염되고 말았다.공교롭게도 고아현이 있던 곳이 권지민이 머무는 도시와 가까웠고 팀원들이 고아현의 연락처에서 권지민을 찾아 연락해서 데려가라고 한 것이다."촬영은 급할 거 없어요. 다음 달에 찍을 수 있다 해도 신제품 출시는 다다음 달이니까, 아현 씨가 몸조리부터 잘하게 해 줘요.""아현이가 조금 회복되면 형수님한테 직접 연락하라고 할게요."고아현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허설아의 얼굴에는 걱정이 가득했다.수화기 너머의 권지민이 잠시 말을 멈추었다."참, 연희한테 줄 선물을 좀 사서 이미 부쳤어요. 연희한테는 미리 말해 뒀으니까 형이나 형수님도 막지 않았으면 해요."미리 연희한테 말했다고?권지헌이 미간을 찌푸렸다."너 연희와 연락하고 있었어?""형, 긴장 풀어. 가끔 연희가 나한테 소소한 얘기를 해. 삼촌이 조카한테 선물 좀 보내는 게 뭐 어때서?"국내에 있을 때 권지민과 연희는 별다른 접점이 없었다.권지헌은 동생이지만 권지민을 줄곧 경계해 왔다.권지민이 허설아를 넘보려 했던 일은 평생 잊을 수 없었다.허설아에게 흑심을 품고 사진을 잔뜩 찍기도 했었다.권씨 집안 사람만 아니었다면 당장 이 세상에서 사라져 주기를 바랄 정도였다.허설아가 물었다."연희한테 뭘 부쳤어요?""여기 아이들이 이맘때 보는 그림책과 두뇌 발달 장난감이에요."휴대폰을 들고 있던 권지헌은 차가운 얼굴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권지민이 할 말을 다 했으니 통화를 이어 갈 이유가 없었다.괜히 허설아의 휴식 시간만 낭비할 뿐이었다.허설아는 그 모습을 보며 웃었다."별말도 안 했는데 속 좁긴.""내가 쪼잔하다고? 권지민 때문에 그런 말을 해?"권지헌은 순간 어이가 없어 헛웃음이 났다.하필 권지민 때문에 허설아에게 속이 좁다는 소리를 듣다니.허설아가 임신 중이라 감정이 예민한 때만 아니었다면 애초에 전화를 받게 하지도 않았을 것
박희수가 어떻게 생각하든 중요하지 않았다.허설아를 기쁘게 하는 게 가장 중요했다.권지헌은 하던 일도 대부분 중단하고 허설아 곁을 지키는 데만 집중했다.그동안 한 아이를 품은 엄마가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하는지도 지켜보았다.허설아는 손을 뻗어 권지헌의 부드러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산후조리원이 집보다 못할 수도 있어."맞는 말이었다.예전에 유산하고 꼼짝없이 집에서 몸조리를 해야 했을 때도 허설아는 부족함 없는 보살핌을 받았었다.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달랐다.권지헌은 집에 너무 많은 사람이 드나들어 허설아의 휴식을 방해하는 걸 원하지 않았다."그럼 일단 이틀만 지내 보고 마음에 안 들면 집에 돌아가자."허설아는 조금 망설였다."며칠 있다 나오면 돈을 많이 낭비하지 않을까?"전에 안초희가 산후조리원 몇 곳을 추천했는데 대부분 한 달을 채우지 않으면 서비스 비용 일부만 환불해 주는 조건이었다.권지헌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중요하지 않아."2억 원대에 달하는 산후 케어 비용도 권지헌에게는 숫자에 불과했다.침대 옆에 놓인 휴대폰이 진동하며 벨소리가 울리더니 진동에 따라 움직였다.권지헌이 자리에서 일어나 휴대폰을 가져왔다.발신자를 확인하더니 얼굴이 굳어졌지만 그래도 허설아에게 휴대폰을 건넸다.권지민에게 걸려온 전화였다.허설아도 발신자를 확인하고 어리둥절했다.출국하고 지금까지 국내에 있는 누구와도 연락이 없던 권지민이 갑자기 전화를 걸어온 것이다.그것도 권지헌이 아닌 허설아에게 직접 연락한 것도 이상했다.권지헌의 얼굴에 불쾌한 기색이 역력했다."지민이가 무슨 일로 너한테 전화해?""네가 기분 나쁘면 안 받을게."권지헌은 못마땅한 듯 콧김을 뿜으며 길고 곧은 손가락으로 휴대폰을 가져가 전화를 받은 뒤 스피커폰을 켰다.수화기 너머로 권지민의 목소리가 들렸다. 바닷가인지 거센 바람 소리도 들렸다."형수님, 곧 출산하죠? 일단 새 식구 맞이하는 거 미리 축하해요.""오늘은 아현이가 아파서 연락한 거예요. 병원에서 몇 번이나 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