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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51화

Author: 빛나냥
하지만 연동근이 세상을 떠난 뒤론 조금 전을 제외하면 연씨 집안 친척들을 다시 본 적이 없었다.

친척이 아무리 가깝다 해도 결국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었다.

인생은 결국 스스로 살아가야 했다.

허설아가 천천히 말했다.

"권지헌 씨, 전에 이런 말을 본 적 있어요. 누군가를 생각하면 그 사람의 인연에 들어가게 된대요."

"제 전남편이 그렇게 신경 쓰여요?"

허설아는 권지헌이라면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들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권지헌이 되려 되물었다.

"내가 뭘 신경 쓰는지 몰라서 그래?"

허설아는 몰랐다.

헤어지고 나서 바로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다는 게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한 건가?

아니면 딸인 연희가 신경 쓰이는 건가?

허설아가 권지헌을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알아야 해요?"

맑은 눈동자 속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함과 막막함, 혼란, 그리고 경계가 드러나 있었다.

권지헌에게 이런 감정들은 낯선 것이었다.

예전의 허설아 눈에는 절대 이런 감정이 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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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151화

    하지만 연동근이 세상을 떠난 뒤론 조금 전을 제외하면 연씨 집안 친척들을 다시 본 적이 없었다.친척이 아무리 가깝다 해도 결국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이었다.인생은 결국 스스로 살아가야 했다. 허설아가 천천히 말했다."권지헌 씨, 전에 이런 말을 본 적 있어요. 누군가를 생각하면 그 사람의 인연에 들어가게 된대요.""제 전남편이 그렇게 신경 쓰여요?"허설아는 권지헌이라면 말속에 숨은 뜻을 알아들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하지만 권지헌이 되려 되물었다. "내가 뭘 신경 쓰는지 몰라서 그래?"허설아는 몰랐다.헤어지고 나서 바로 다른 사람과 결혼해서 아이까지 낳았다는 게 남자로서 자존심이 상한 건가?아니면 딸인 연희가 신경 쓰이는 건가?허설아가 권지헌을 쳐다보며 물었다. "내가 알아야 해요?"맑은 눈동자 속에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함과 막막함, 혼란, 그리고 경계가 드러나 있었다. 권지헌에게 이런 감정들은 낯선 것이었다.예전의 허설아 눈에는 절대 이런 감정이 드러난 적 없었다. 하지만 왠지 또 익숙하기도 했다. 요즘 권지헌을 볼 땐 늘 이런 눈빛이었다.허설아의 휴대폰 벨소리가 울렸다.연민규에게서 온 전화였다."설아야, 아까 일은 오빠가 사과할게. 화내지 마."차 안 공간이 넓지 않았기에 수화기로 흘러나온 소리가 권지헌 귀에도 들렸다.허설아가 차갑게 말했다."신혼인데 오빠까지 같이 욕하고 싶진 않아.""아니, 설아야……""염치도 없어?"싸늘하게 뱉어내는 말에 연민규가 바로 두 손을 들며 항복했다."알았어, 알았어. 며칠 뒤에 연희 보러 가서 또 사과할게.""안 와도 돼, 끊을게."군더더기없이 짧은 답이었다.마치 작은 고슴도치가 날카로운 가시를 겉으로 드러낸 것 같았다.권지헌은 그제야 문득 깨달았다.권지헌이 매번 느꼈던 건 부드러운 허설아였다.웃으며 맞이하든 겁먹고 숨든 적어도 부드러운 모습이었다. 허설아의 몸처럼 말이다."집안 사람들에게는 꽤 사납네. 역시 허씨 가문 따님다워. 나한테는 왜 그렇게 안 해?"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150화

    분위기가 싸해졌다.허설아가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민규 오빠, 이쪽은 우리 회사 임원이야. 난 정말 업무가 있어서 먼저 가야 돼."말을 마친 허설아는 권지헌을 끌고 떠났다.더 있으면 숨이 턱턱 막힐 것 같았다.허설아는 또 성질을 못 참고 마음속에 숨겨둔 살기를 죄다 폭발시킬까 봐 두려웠다.허설아와 권지헌이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던 연민규는 가슴이 두근거렸다.허설아 회사 임원인데 성이 권 씨라고?그럼 권율 그룹에 낙하산으로 온 그 대표 아닌가?연민규는 순간 뜨거운 숨을 내뿜으며 돌아서더니 현서 뺨을 찰싹 갈겼다!연민규는 현서네 친척들을 진작부터 참고 있었다.게다가 방금 현서가 권율 그룹 대표 앞에서 자기 여동생을 모욕했다."오늘 체면 봐준 거야.""네가 임신 안 했으면 이렇게 좋게 넘어가지 못했어."연민규는 현서를 쳐다보지도 않고 돌아서서 위로 올라갔다.연씨 집안 친척들도 전부 현서네 가족을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봤고 얼굴에는 혐오감이 넘실거렸다. "시골에서 온 사람들은 다 저렇지 뭐.""역시 설아가 출세했지. 저 청년 봐, 조건 엄청 좋더라.""설아가 어쨌든 우리 집안에서 나고 자란 아가씨인데 시골 사람과 같겠어?"현서 옆을 지나가던 연씨 집안 사람들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고 수군거렸다. 연민규도 갔는데 누가 억지로 들러붙은 신부를 신경이나 써줄까?현서는 억울한 듯 얼굴을 감쌌다. 수치심과 창피함에 마음 속에서 허설아에 대한 혐오와 증오가 하늘 끝까지 치솟았다.이대로 떠나버리고 싶었지만 현서 부모가 길을 막고 귀를 확 비틀었다."뭐 해? 위로 올라가서 결혼해! 말썽 피우지 마!""결혼하고 빨리 예단 돈 내 카드로 보내, 들었어?"현서는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이 짓밟히는 기분을 꾹 참으며 위로 올라가 결혼식을 이어갔다.호텔 밖으로 나오자 직원이 이미 권지헌 차를 가져왔다. 차 안 에어컨 온도가 적당하게 맞춰져 있었다. 차에 탄 허설아는 운전석의 권지헌을 바라보았다."방금 저 대신 나서줘서 고마워요."허설아도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149화

    권지헌의 시선이 신혼 부부를 쓱 훑었다. 권지헌이 옆을 지나칠 때 현서는 좀 긴장했다.권지헌 시선이 오래 머물지는 않았다."사양할게요. 저와 설아는 아직 볼일이 있어서요. 오늘은 그냥 지나가는 길이었어요."허설아는 몰래 안도의 숨을 쉬었다.뒤에 정말 업무가 더 있든 아니면 권지헌이 허설아가 여기 오래 있고 싶지 않다는 걸 알아챘든 거절해줘서 너무 고마웠다.현서는 아랫입술을 꽉 깨물며 억울하다는 듯 말했다."설아야, 왔으면 나에게 한마디라도 하지. 왔는데 위로 올라가지도 않을 거야?""수연이가 너에게 부딪힌 건 잘못했지만 너도 어쨌든 내 뱃속 아이 고모잖아. 봉투 안 주는 건 말이 안 되지."수연이가 잘못한 게 아니라는 뜻이었다.허설아는 현서를 빤히 쳐다봤다.오늘 신부는 화려하고 우아했다. 얼굴 화장도 티끌 하나 없이 완벽했다.허설아는 사무실에서 나와 공장까지 갔다 오느라 먼지투성이었다. 얼굴에도 화장기 하나 없었다. 대비되는 모습에 허설아가 입꼬리를 쓱 끌어올리며 가볍게 웃었다."가기 싫은데. 축의금은 저희 집안 규칙 상 초혼만 줘."저번에 연민규가 결혼할 때 연동근이 축의금을 2천만 원이나 줬었다.이번엔 일전 한푼도 안 줄 것이다.연동근이 살아 있어도 현서가 허설아를 괴롭혔던 사람이라는 걸 알았으면 이 결혼식엔 오지 않았을 것이다.허설아는 연민규를 망신 주고 싶지 않았다."민규 오빠, 신혼 축하해. 난 아직 처리할 업무가 있어서 올라가지는 않을게."현서의 얼굴이 굳어갔다.오늘 연민규와 결혼하는데 허설아가 체면도 안 세워준다니.연씨 집안 친척들은 현서와 허설아 사이에 갈등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는 오히려 현서가 잘못했다고 지적했다.게다가, 허설아가 저 지경이 됐는데도 권지헌과 얽혀 있다니!왜?!현서는 온갖 수단을 다 써서야 연씨 집안에 무시까지 당하며 연민규와 결혼할 수 있었는데!권지헌은 왜 허설아 같은 비열하고 더러운 여자를 만나는 거지?권지헌을 빤히 보던 현서의 목소리가 들렸다. 본인조차 낯설면서도 후련하게 느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148화

    허설아는 까맣게 잊고 있던 일이었다. 연민규는 허설아가 일부러 결혼식에 참석하러 온 거라 생각했다. 환하게 미소를 지으며 기뻐했다."설아야, 올 거면 미리 말하지. 내가 사람 보내서 데려올 텐데. 자자, 위로 올라가자."결혼식 장소는 위층 연회장이었다.연씨 집안은 한 층을 통째로 빌렸다.현서는 건영시에 친척도 없고 집도 없어서 옆 호텔에 신부에서 신부를 맞이했기에 복잡한 절차는 생략했다.이제 막 신부를 데려온 참이었다.현서는 하얀 드레스를 입고 있었는데 가슴이 드러나는 스타일에 머메이드 치마로 몸매가 날씬해 보이고 아름다웠다.치맛자락은 연민규가 손에 들고 있었다.얇은 면사포 너머의 현서는 원래 허설아를 알아보지 못했었다. 정면으로 봐도 알아보지 못했을 거였다.그때는 열정 넘치던 허씨 집안 따님이었다. 기숙사에 들어온 첫날 허설아는 처음 기숙사 생활을 해서 룸메이트와 잘 지낼 수 있을지 두렵다며 모두에게 선물을 줬다.현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명품 향수였다.막 시골에서 올라온 수험생인 현서는 짐을 전부 천으로 된 짐가방에 담아왔다.그래서 하늘과 땅 차이인 허설아 앞에서 주눅 들고 불안했다.허씨 집안이 파산했다는 소식을 들은 뒤로 현서는 줄곧 허설아를 만나고 싶었다.현서 마음속엔 계속 한 가닥 동아줄이 남아 있었다. 한때 잘나가던 허씨 집안 딸이 나락으로 추락한 뒤에도 예전처럼 으스대는지 똑똑히 보고 싶었다.허설아에게 부딪힌 건 현서 쪽 친척이었다.현서 부모가 억지로 데려온 화동인데 아무것도 모르고 호텔에서 마구 뛰어다니기만 했다.아이는 허설아에게 쿵 부딪히고는 집에서 배운 대로 다짜고짜 손을 내밀어 돈을 달라고 했다."봉투 주세요. 큰 봉투 줘야 해요!"연민규는 급히 아이를 확 끌어당겼다.화동이 신랑 쪽 친척에게 봉투를 달라니 말이 안 되었다. 그런데 아이는 잡아당기자 화가 난다고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와앙 울기 시작했다.꼭 허설아에게 봉투를 받겠다고 난리였다.허설아를 안고 고개도 돌리지 않던 권지헌이 이때 싸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147화

    아이의 초대는 다른 마음을 먹은 어른에게 취약한 핑계를 가져다준 거였다.권지헌은 응하고 낮게 소리를 냈다.허스키한 목소리가 낮고 섹시하게 들렸다.거기에 즐거운 보이기도 했다. 이 방은 불을 안 켜서 어두컴컴했기에 남자의 눈에 비친 탐욕에 가까운 빛을 볼 수 없었다."설아야, 남자는 다 나쁜 놈이라는 말 못 들어봤어?"전 세계에 좋은 남자는 단 한 명도 없었다.권지헌도 아니었다.너무 솔직한 말에 오히려 허설아는 할 말이 없었다.다행히 권지헌은 허설아를 잠깐 뚫어지게 쳐다보기만 했다.팔에 힘을 주어 벽의 전등을 탁 켜더니 바로 방 안 의자로 가서 앉았다."이렇게 그려. 언제 그릴 건데?"권지헌 하의는 벨트가 반쯤 풀린 채 헐렁하게 늘어져 있어서 심지어 속옷 가장자리와 브랜드 로고까지 보였다.섹시한 근육라인이 선명하게 드러났다.상반신에는 넥타이 하나만 남아있었다.낮에 허설아 손목을 묶었던 바로 그 넥타이였다.넥타이를 보자 허설아는 손목이 저릿저릿했다."오늘 밤은 못 그려요."오늘은 벌써 업무량이 초과했다.목도 아프고 손도 아팠다.이러다간 손목 염증이 재발할 것 같았다."그럼 언제 그릴 수 있어?""꼭 당장 그려야 해요? 사진 찍어 놓으면 안 돼요?"권지헌은 고개를 저었다."안 돼."그림을 이렇게 오래 그리면서 꼭 당장 그려야 한다는 사람은 처음 봤다.권지헌은 천천히 말했다."내 사진 찍어서 밖에 퍼뜨릴까 봐."허설아는 화가 나서 이를 갈았다."저번에도 많이 찍었는데 그땐 왜 걱정 안 했어요?""저번엔 얼굴 안 찍었잖아."이번엔 권지헌 얼굴을 보고 권지헌의 초상화를 그려야 했다.허설아는 이제 알겠다 싶었다.권지헌이 오늘 밤 일부러 이러는 거였다.맞은편 방으로 간 허설아는 권지헌 옷을 들고와서 품에 밀어 넣었다. "주말에나 돼요. 평일엔 시간 없어요."허설아는 잠옷을 입고 있어서 목이 깊게 파였다.하얀 피부 위의 빨간 자국이 아직도 사라지지 않았다.권지헌 마음속에서 낮에 중단됐던 불길이 또 타오르기 시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146화

    밤이 깊은 시간. 컴퓨터와 타블렛을 밤새 뚫어져라 쳐다보며 일러스트 의뢰를 몇 개 마무리했다.파일을 뽑아서 의뢰인에게 보내니 다행히 전부 순조로웠다.시간을 확인하니 이미 밤 열한 시였다.그동안 연희가 한번도 찾아오지 않았다.허설아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채 뻐근한 목을 주물러가며 밖으로 나갔다.나가보니 권지헌이 연희를 안고 소파에 누워 있었다.중개인 말로는 이 소파가 집주인이 새로 산 거라고 했다.길이가 권지헌 키에 딱 맞았다.전에 살던 집 소파처럼 다리도 제대로 못 펴는 일은 없었다.연희는 권지헌 가슴에 엎드려 자며 침을 주르륵 흘려 비싼 셔츠를 흠뻑 적시고 있었다.남자는 아랑곳하지 않는 듯했다.한 손으론 연희를 안아 떨어지지 않게 하고 다른 손으론 휴대폰을 들고 업무 메시지를 처리하는 것 같았다.허설아가 권지헌을 뚫어지게 노려봤다.하고 싶은 말이 굴뚝 같았지만 딸을 깨울까 봐 전부 꾹꾹 삼킨 채 원망 섞인 눈초리만 보냈다. 권지헌은 턱짓으로 허설아더러 직접 휴대폰을 보라고 했다.딸과 권지헌이 나눈 대화 기록을 본 허설아는 입을 다물었다.연희가 권지헌을 부른 거였다.아이가 한 장난 같은 말을 진짜로 받아들인 거야?권지헌이 영상으로 연희에게 주소 보내는 법까지 가르쳐준 것도 어린애 장난이란 말인가?두 살짜리 아이가 오라고 하니까 진짜로 온 거였다.허설아는 기가 막혀서 할 말이 없었다.권지헌은 몸을 일으켜 연희를 꼭 껴안고 고개를 숙여 허설아를 내려다봤다.그리고 뻔히 알면서 물었다."침실이 어디야?"허설아가 안으려고 하자 권지헌은 고개를 저었다."깨우지 마."허설아는 원래 잠투정도 심한 연희가 왜 권지헌만 만나면 이렇게 스르륵 잠드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권지헌이 몸에 수면제라도 발라논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다.권지헌을 방으로 데려간 허설아는 조심조심 연희를 침대에 눕히고 작은 이불을 살포시 덮어주는 모습을 지켜봤다. 그리고 발을 들어 권지헌 종아리를 톡 걷어찼다."언제 갈 건데요?"권지헌은 쫓아내려는 허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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