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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작가: 빛나냥
허설아의 손이 멈칫했다.

티슈를 쥔 채 모니터 화면을 세게 닦은 탓에 얇은 모니터가 살짝 흔들렸다.

그날 밤, 송원영이 자신과 권지헌이 같이 있는 걸 봤다는 걸까?

그때 권지헌은 계속 허설아를 안고 있었다.

송원영이 얼굴까지는 못 봤을 것이다.

왠지 그날 밤 권지헌과 불륜을 저지른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송원영이 못 봤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긴장이 됐다.

사무실을 나오는데 눈꺼풀이 계속 파르르 떨렸다.

아까부터 들던 불길한 예감이 또 들기 시작했다.

순간 가슴이 쿵 내려앉던 순간 핸드폰으로 전화가 걸려 왔다.

연희 어린이집 선생님이었다.

손이 살짝 떨렸다.

전화를 받자 선생님의 다급한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연희 어머니, 연희가 없어졌어요!"

허설아의 다리에 힘이 풀렸다.

벽에 짚고서야 간신히 버틸 수 있었고 온몸에 식은땀이 쭉 흘렀다.

허설아는 가까스로 정신을 부여잡고 말했다.

"선생님, 차근차근 말씀해 주세요. 무슨 일이에요?"

"아까 연희가 다른 반에 오빠 보러 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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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서진은 일부러 읍내 주얼리 가게에 들러 구경했다. 천마지역 금 장신구는 크고 화려한 디자인을 선호해서 대부분 은을 섞거나 밀랍 주조 기법을 사용했다. 진열대에 펼쳐진 금 장신구들을 보고 있자니 권서진은 눈이 부신 나머지 멀어버릴 것만 같았다. 민박집으로 돌아오니 김지유와 노현우도 이미 일어나 있었다.노현우가 양준우와 상의했다."앞에는 도로 상황이 좋지 않으니 차 한 대로 저희 둘이 번갈아 운전하면서 가는 어때요?""좋아요, 이따 사람 불러서 남은 차 가져가라고 할게요."금세 뜻이 맞은 두 사람은 두 대의 차에 있던 짐을 한곳에 모았다.다른 차를 돌려보내려는 걸 본 학생들이 다가와 그 차를 주면 안 되냐고 물었다.양준우가 차분하게 말했다."안 될 것 같아요. 이 차는 제 신분증을 담보로 빌린 거라 사고라도 나면 곤란해져요.""그럼 저희 신분증을 드리면 안 될까요? 목적지 도착하면 저희한테 신분증 다시 돌려주는 거예요. 이러면 다시 빌리는 게 되잖아요. 그냥 잠깐 저희 손을 거치는 것뿐이죠." 양준우는 여전히 칼같이 거절했다."렌터카 업체에 연락해서 사람을 부를 거니까 이 차가 필요하면 잠깐 기다렸다가 업체한테 직접 빌려요."언제든 중간에 낀 사람은 늘 입장이 난처하고 힘든 법이었다.양준우가 이렇게 단호하게 거절할 줄 몰랐던 학생들은 노현우를 찾아갔다."노준서 형이시죠? 저희 학교 선배님이라고 들었는데 당연히 준서는 믿으시겠죠! 저희한테 차 좀 빌려주세요! 시간이 얼마 없어서 이틀 안에 교수님 뵈러 가야 해요, 아니면 앞으로의 프로젝트에 지장이 있어요." 노현우가 양준우를 힐끗 바라보았다. "이 차는 제가 빌린 게 아니라서 함부로 답할 수가 없네요. 혹시나 이동 중에 사고라도 나면 렌터카 업체는 양준우 씨한테 책임을 물을 거예요. 그리고 여러분한테 일이 생기면 또 누가 책임지나요?"학생들한테도 차가 없는 건 아니었다.다만 성능이 그리 좋지 않아서 오는 내내 조마조마하며 조심스럽게 운전해야 했다.양준우 일행이 차 한 대를 돌려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854화

    몇 분 뒤, 김지유가 막 씻고 누우려는데 방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김지유가 다시 일어나 외투를 걸치고 방문을 열었다.노준서가 문 앞에 서서 휴대폰을 건넸다."지유 후배 휴대폰 맞죠? 밖에서 충전하고 있던데 다 된 것 같아서 가져왔어요.""고마워요, 깜빡했네요."김지유가 휴대폰을 받아 들고 감사 인사를 했다."지유 씨, 저희 형이랑 많이 친해요?""안 친해요, 선배랑 만난 횟수 정도로 한 손에 꼽을 정도예요."노준서가 피식 웃었다."오해하지 마요,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예요. 저희 형이 아직 솔로잖아요. 나중에 어떤 형수님을 데려올지 궁금해서 그래요."김지유는 묘하게 불쾌한 기분이 들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그게 저랑 무슨 상관이에요? 혹시 형이랑 같이 얘기 나누는 여자면 다 미래의 형수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한국에 여자가 얼마나 많은데 미래의 형수 후보만 모아도 방 하나로는 택도 없겠네요." 김지유는 어색해하거나 망설이는 기색이 전혀 없이 쏘아댔다. 잠시 생각해보니 학교 일이나 지금 하는 일이나 앞으로 노준서와 업무적으로 만날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이해관계도 엮일 리 없었다. 그렇다면 굳이 체면을 차릴 필요도 없었다.노준서의 얼굴에 살짝 어색한 기색이 스쳤다."그런 뜻 아니었어요! 기분 상하게 했으면 미안해요!""기분이 상했는지 아닌지는 모르겠고 사람들과 대화를 많이 나누면서 사회성을 좀 키울 필요는 있어 보이네요.""노 대표님을 걱정하는 거라면 직접 물어봐요. 저한테서는 아무 답도 못 들을 거예요."김지유가 손에 든 휴대폰을 가볍게 흔들며 말했다. "고마워요."그런데 문이 닫히자마자 문 앞에 서 있던 노준서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사라지더니 김지유가 닫아버린 문을 빤히 쳐다보다가 돌아섰다. 한숨 자고 막 깨어나서 컨디션이 한결 나아진 권서진은 문을 닫는 김지유를 보고 물었다."무슨 일이야?""아까 밖에서 휴대폰을 충전하고 있었는데 누가 가져다줬어요."권서진이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안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853화

    노준서는 이 분야에서 이력이 놀라울 만큼 화려했다."준서가 워낙 똑똑하긴 하죠. 어쩌면 저희 둘이 생각이 다른 걸지도 몰라요." "기회 봐서 얘기 많이 나누시면 좋을 것 같아요, 어차피 노 대표님도 이제 건영시에서 지내실 거잖아요. 어쩌면 그냥 사춘기 반항심일지도 몰라요."노현우는 어이없으면서도 웃음이 났다.사춘기 반항심이라니, 너무 늦은 거 아닌가. 노현우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예전에 자선 사업을 한 적 있어요. 선천성 심장병이 있는 아이들 의료비를 지원하는 거였는데 번 돈을 거의 다 쏟아부었거든요. 준서가 이해되지 않는다고 해서 저랑 의견 차이가 좀 있었어요."노현우가 마른 장작을 다시 집어넣어 난로가 너무 뜨겁지 않으면서도 따뜻하게 타도록 했다."준서가 어릴 때 심장병 때문에 치료를 하느라 돈을 얼마나 썼는지 몰라요. 전 그냥 준서 같은 아이들을 좀 돕고 싶었을 뿐이에요."다만 노준서는 어릴 때부터 이기적인 편이었다.노준서는 어렵게 번 돈을 왜 굳이 남한테 기부하냐고 노현우를 탓했다. 먼저 본인부터 잘 살면 안 되냐는 것이었다.애써 그 사람들을 치료해준다 한들 노현우한테는 남는 게 아무것도 없었다.그 사람들은 누가 자기들을 도와줬는지조차 몰랐다.하지만 노현우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형제는 이 문제 때문에 사이가 조금 틀어졌었다. "아마 준서 말이 맞을 수도 있어요, 제가 한 일이 고생만 하고 보람은 없었으니까요. 프로젝트가 엎어지고 병원도 더는 버티기 힘들 위기였는데 다행히 권 대표님이 인수해주셔서 계속 이어갈 수 있었어요.""준서는 저랑 성격이 달라요. 어릴 때부터 병 때문에 고생을 많이 해서 성격이 좀 외골수인 편이에요."이런 일에는 김지유도 함부로 말을 얹기 어려웠다.김지유는 찻잔을 감싸 쥐고 차를 마셨다.복도 끝에서 문이 열리더니 밖으로 나온 노준서는 얘기를 나누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나 뜨거운 물 뜨러 나왔는데 무슨 얘기 하고 있었어?"노현우가 대수롭지 않게 말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852화

    김지유가 고개를 저었다.어차피 심심했던 김지유는 휴대폰을 충전하고 먹을 걸 찾아 두리번거렸다. 여관 주인아주머니가 소파 옆에 여러 가지 주전부리를 챙겨둔 게 보였다.다 천마 지역 특산품이었는데 한 입 먹을 땐 괜찮지만 계속 먹으니 달고 느끼했다.김지유는 느끼함을 달래려고 또 차를 찾아다녔다. 김지유가 차를 우리면서 입을 열었다."달라요. 노 대표님도 저희 집 사정을 알면 차라리 부모님이 안 계신 게 낫다고 생각하실지도 몰라요."솔직히 김지유와 노현우의 가정 형편은 서로 우열을 가리기 어려웠다.김지유가 차를 내려 노현우에게 한 잔 건넸다.찻잔을 감싸 쥐자 손바닥이 서서히 따뜻해졌다. 김지유가 입을 열자 입김이 새어나왔다. "저는 어려서부터 부모님한테 학대당했어요. 하지만 가끔 생각해보면 별로 원망스럽지도 않아요. 부모님도 평생 산속에서 나고 생활하셨으니 인식이 딱 그 정도였던 거죠."노현우가 앞에 놓인 화로 속 타고 있는 나뭇가지를 뒤적여 아래쪽 장작이 더 잘 타도록 공간을 만들어주었다.김지유가 이어서 말했다."처음엔 정말 많이 원망했어요, 평생 다시는 그곳에 안 갈 거라고 생각했죠. 지난번에 다시 산속에 들어간 것도 이사님이랑 강창희 대사님 찾아뵈러 갔을 때였어요.""지금은 다 내려놨어요?""그건 아니에요. 그냥 평생 용서할 리는 없어요. 하지만 딱 거기까지예요."산속 사람들이나 일과는 더 이상 아무런 접점도 만들고 싶지 않았다. 김지유가 신경 쓰는 사람은 이미 곁에 있었고 평생 잊지 말자고 스스로 다짐한 일들도 전부 마음에 새겨두고 있었다."저도 원래는 원망했었는데 지난번에 허 대표님 어머님과 얘기 나누는데 윗 세대 분들은 배부르게 먹어본 날이 며칠 없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제가 원망해봐야 소용없는 거죠. 굳이 저 자신을 힘들게 할 필요는 없잖아요."시대의 흐름은 누구도 기다려주지 않았다.산속 사람들한테는 배불리 먹고 따뜻하게 입는 것조차 사치였고 대를 이어야 한다는 수요가 딸을 아끼는 마음보다 훨씬 컸다.김지유가 바꿀 수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851화

    김지유가 뜨거운 물을 받아 방에 돌아와보니 권서진의 얼굴이 발갛게 상기되긴 했지만 체온은 정상이었고 산소를 흡입하고 나서는 한결 나아진 상태였다.양준우의 손등이 권서진의 얼굴 위에 가볍게 놓여 있었다.방 안에는 작은 취침등 하나만 켜져 있었다.남자의 걱정 가득한 얼굴을 본 김지유가 나지막하게 말했다. "양준우 씨, 오늘 밤엔 이 방에서 주무시는 게 어때요? 저랑 노 대표님은 옆방에서 자면 돼요." 권서진이 몸이 안 좋으니 양준우도 오늘 밤은 분명 제대로 못 잘 게 뻔했다.양준우가 미간을 찌푸렸다."그건 불편하잖아요." "불편할 거 없어요. 옆방도 트윈룸이잖아요, 더블룸도 아니고 괜찮아요."잠시 망설이며 권서진을 바라보던 양준우는 몇 번이나 말을 삼킨 끝에 입을 열었다. "일단 서진 씨 상태 좀 지켜볼게요, 나아지면 그럴 필요 없을 것 같아요.""알겠어요, 이따 필요하면 불러요."김지유가 문을 닫고 나갔다.노현우는 소파에 앉아 다른 배낭여행객들이 두고 간 잡지를 넘겨보고 있었다.세계 각지에서 온 사람들이 이곳에 머물렀다는 게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잡지 위에는 삐뚤빼뚤한 낙서들이 남아 있었다. 자그마한 읍내에서 몇 안 되는 즐길 거리며 국수 맛집이며 어느 술집에 어떤 메뉴가 맛있는지도 적혀 있었다.심지어 친구를 구하는 글까지 찾아볼 수 있었다.사람들이 남기고 간 흔적에서 시간이 쉼 없이 흘러갔다는 걸 알 수 있었다.김지유가 노현우 옆에 앉았다."권 이사님은 좀 어때요?""지금은 괜찮은데 어지럽고 속이 좀 답답한가 봐요. 약 먹고 잠들었는데 양준우 씨가 걱정돼서 곁에 있어요."이 루트에서 고산병을 겪는 건 너무 흔한 일이었다.노현우가 회사에서 온 메시지들을 처리했다.김지유가 궁금한 듯 물었다."구매 업무인데 왜 대표님 혼자 오셨어요? 회사에서 같이 올 사람 없어요?""계약 얘기하는 거라 저 혼자로도 충분해요. 예전에 강성시에 있을 때부터 곁에 비서 두는 게 적응이 안 되더라고요. 제 비서가 되려면 몇 단계의 검증을 거쳐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850화

    노준서는 당연하다는 듯한 말투였다. 은연중에 동기들을 자신의 이해관계에서 완전히 배제시키고 있었다. 같은 방향이라 해도 노준서가 보기엔 갖고 있는 자원부터가 달랐다. 노현우 일행이 챙겨온 장비는 하나같이 최고급이었는데 방금 문 앞에 세워져 있던 두 대의 차만 봐도 알 수 있었다. 노현우를 따라다닌다면 도움을 받는 건 분명 동기들일 게 뻔했다.노준서는 그런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노현우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밖에 나오면 다 어려움이 있는 법이잖아. 게다가 다 네 동기들인데 평소에 서로 도와주고 그러는 거잖아. 게다가 나도 같은 학교 출신인데 서로 도와주는 건 별 일 아니야." "형은 몰라서 그래."노준서가 시큰둥하게 웃었다."그런데 지유 후배는 어떻게 같이 왔어?""난 회사에 구매 관련 프로젝트가 좀 있어서 업무차 온 거고 김지유 씨도 따라 온 거야."노현우는 보통 업무 얘기를 많이 하지 않았기에 잠시 생각하던 노준서도 더 묻지 않았다.손을 휘휘 저으며 몸을 돌려 방으로 들어갔다.노현우는 그대로 복도에 서서 머리 위 조명이 거의 머리에 닿을 듯 흔들리자, 손을 뻗어 계속 흔들리는 전등의 전기줄을 잡아 고정했다.노준서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노현우가 모르는 건 아니었다. 노준서는 형인 노현우를 오롯이 혼자만의 자원으로 여기고 있었다. 그러니 동기들이 따라 덕을 보는 걸 당연히 원치 않았다. 오랫동안 비즈니스를 해온 노현우인지라 이런 속셈은 충분히 꿰뚫어 볼 수 있었다.다만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전혀 없어 보였다.그때, 김지유가 노현우를 불렀다."노 대표님?""금방 갈게요."방을 두 개 잡아서 여자 둘이 한방, 남자 둘은 다른 방을 사용했다. 권서진은 추위를 타는 데다 고산병 증상도 살짝 있어서, 약을 먹고는 바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노현우는 마디가 선명한 손으로 방문 손잡이를 내리누르며 조용히 한숨을 쉬었다. 마치 산골짜기를 흐르는 시냇물처럼, 소리 없이 흩어지는 구름처럼 아주 미세한 소리였다. 하지만 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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