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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00화

Autor: 빛나냥
권호성은 눈썹이 위로 치켜 올라가 아주 엄숙한 인상이었다.

과묵하고 딱딱한 데다 입꼬리가 아래로 처져 있어서 아이들이 제일 무서워할 법한 얼굴이었다.

웬만한 아이들은 권호성을 보면 그 자리에서 울음을 터뜨리곤 했다.

하지만 연희는 조용했다.

잘생기진 않은 할아버지지만 놀라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

권지헌과 허설아의 딸답게 연희는 부모의 장점을 많이 물려받았다.

어릴 때 활발하고 씩씩했던 허설아는 아주 활동적이었다.

반대로 권지헌은 차분하고 의젓해서 감정 기복이 거의 없었다.

결국 권호성이 먼저 참지 못하고 헛기침을 하며 물었다.

"정우야, 이 아이 이름이 뭐냐?"

"연희예요."

권정우는 간단히 이름만 말할 뿐 풀네임인지 아닌지 설명을 하지 않았다.

원래 오늘 다들 권호성을 초대할 생각이 없었다.

권지민이 전화를 걸었다가 얘기를 꺼냈고 권호성이 스스로 찾아온 것이었다.

그렇다고 쫓아낼 수도 없었다.

권호성이 허설아가 아이를 데리고 시집온 게 얼마나 못마땅했으면 직접 걸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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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933화

    노현우의 발음은 확실히 듣기 좋고 편안했다.대화를 마친 노현우는 김지수의 태블릿으로 인터넷 강의 몇 개 찾아 다운받더니 결제용 QR코드가 뜨자 익숙하게 스캔해 결제까지 마쳤다.가격에 놀라고 노현우의 재빠른 손놀림에 놀란 김지수는 도저히 말릴 새조차 없어서 눈만 깜빡일 뿐이었다.노현우는 차분하기만 했다."전에 이 강사님 강의를 구독한 적 있어요. 나중에 강사님이 연락할 거예요. 하루에 수업 30분씩인데 따라갈 수 있겠어요?"김지수가 짧게 탄식했다.그제야 별 의미 없어 보였던 조금 전 대화가 사실은 어휘력과 회화 실력을 확인하기 위한 과정이었다는 걸 깨달았다.수준에 맞게 강의를 골라주었다.김지수가 눈을 깜빡이며 말했다."할 수 있는데…… 그런데……"너무 비쌌다.노현우가 태블릿을 돌려주며 웃었다."배우는 게 있으면 됐어요. 이제 숙제하러 가요."야간 자율 학습 시간에 숙제를 전부 끝낸 김지수는 집에 돌아오면 온전히 개인 학습 시간이었다.노현우가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가볍게 웃었다.말하지 말라는 뜻이었다.김지유는 아직 권서진과 통화 중이라 두 사람 사이의 이 눈짓을 보지 못했다.김지수는 잠시 망설이다 태블릿을 안고 방으로 돌아갔다.통화를 마친 김지유가 물었다."둘이 무슨 얘기 했어요?""오페라의 유령이요. 마침 지수가 학교에서 보여줬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편집된 버전이었지만요."두 사람은 전에 경원시의 한 극장에서 편집되지 않은 뮤지컬을 본 적이 있었다.김지유는 그날 봤던 뮤지컬을 떠올렸다.내용 자체는 별거 없었는데도 나중에 돌이켜 보니 그날 분위기가 유독 묘하게 야릇했다.괜한 상상을 하게 만들었다.노현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지유 씨 방은 어디예요?"김지유가 말하기도 전에 노현우는 불이 꺼진 방으로 걸어가 스위치를 켰다.크지 않은 방에 딸린 작은 발코니에는 화분 여러 개가 놓여 있었고 그중 부겐빌레아 하나가 무성하게 자라 가지와 잎이 넓게 뻗어 있었다.방 안에는 작은 침대와 옷장 하나뿐이었다.침대 협탁조차 쓰지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932화

    처음 이 일을 겪었을 때는 김지유도 확실히 당황했다.하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니 두려워할 이유가 없었다.노현우와의 만남도 떳떳했고 누구의 이익도 건드린 적 없었다.다만 처음 그 메시지를 봤을 때 과거에 사로잡혔을 뿐이었다.예전에 있었던 일이 떠올랐다.마음이 진정되자 오히려 자신이야말로 겁먹을 필요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상대는 휴대폰을 꺼버린 뒤였다.김지유는 권서진한테 전화번호를 보내 번호 주인의 이름을 알아봐 달라고 부탁했다.권서진이 전화를 걸어왔다."또 메시지 받았어? 준우 씨가 보더니 이 번호는 십중팔구 익명 번호일 거래, 인터넷에서 산 무기명 유심 같은 거 있잖아.""괜찮아요, 알아볼 수 있으면 알아보고 아니면 상관없어요.""어떻게 할 생각이야? 준우 씨 말로는 신고해도 별 소용이 없을 거래."김지유가 실질적인 피해를 입은 것도 아니어서 신고해도 기록만 남기고 조심하라는 당부 정도로 끝날 게 뻔했다.김지유가 차분하게 말했다."일단 전화번호부터 바꿀 거예요."번호를 바꾸면 상대가 다시 찾기 어려울 것이다.요즘은 개인정보가 워낙 쉽게 새어 나가는 만큼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어디서 알아냈는지 굳이 파고들고 싶지도 않았다.번호를 바꾼 뒤에 또 연락이 오면 그때 다시 생각하기로 했다.권서진은 김지유가 이렇게 단순하고 거침없이 처리할 줄 몰랐는지 웃음을 터뜨렸다.김지유는 한 손에 과일 접시를 들고 다른 손엔 휴대폰을 들고 주방을 나섰다.노현우는 마침 김지수와 전통 유럽 뮤지컬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전화기 너머로 권서진이 의아해하며 물었다."집이야? 웬 남자 목소리가 들려? 발음도 괜찮고 섹시하네."김지유는 안색 하나 바뀌지 않고 대답했다."지수 회화 봐주는 과외 선생님이에요.""저 정도 발음이면 수업료가 꽤 비싸겠는데?"권서진도 예전에 업무 때문에 한동안 발음을 죽어라 연습한 적이 있었다.거래처의 억양은 물론이고 현지 특유의 발음 습관까지 일부러 익혔다.회화 선생님을 몇 명이나 찾아서 배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931화

    시간을 내서 할아버지의 동의를 구하고 흰둥이 중성화 수술을 시켜야 할 것 같았다.김지수는 신나서 폴짝폴짝 뛰며 집으로 돌아가는 내내 강아지한테 사줄 것들을 김지유와 상의했다.김지유는 머리가 아팠다.하지만 저렇게 좋아하는 김지수를 보며 저도 모르게 따라 웃고 말았다.산골을 떠나온 뒤로 김지수가 즐거워할 때는 허설아 사무실에서 고양이를 쓰다듬을 때뿐이었고 그 외에는 늘 아무 생각 없는 사람처럼 무덤덤했다.민보영이 전학 갔을 때도 김지수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겼고 김지유가 괜찮냐고 물어도 오히려 공부할 시간이 많아졌다며 상관없다고 할 뿐이었다.민보영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도 묻지 않았다.남의 사생활이니 궁금해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김지유는 김지수가 이곳에서 지내는 게 그다지 행복하지 않은 것 같다는 생각이 자주 들었다.어쩌면 예전의 자신처럼 독기를 품고 언젠가는 두 사람의 삶을 반드시 나아지게 하겠다며 버티는 건지도 몰랐다.그런데 강아지를 키워도 된다고 하자 김지수의 얼굴에 확연히 생기가 돌았다.김지유가 참지 못하고 한마디 당부했다."집에서 냄새나기 시작하면 가만 안 둘 거야.""알았어! 내가 정말 잘 돌볼게!"노현우가 휴대폰을 든 채 말했다."강아지 사료와 흰둥이 몸보신용 캔도 좀 샀어요."김지수는 눈을 반짝이며 순간 참지 못하고 외쳤다."고마워요, 형부!"노현우는 입가에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옆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김지유를 바라보았다.김지유가 입을 열었다."너무 오냐오냐하는 거 아니에요?""사료 좀 사준 게 뭐가 오냐오냐하는 거예요. 지수 학생 지난번에 영어 회화 연습하고 싶다고 했죠? 오늘 저녁에 시간 좀 있으니 같이 해줄게요.""좋아요! 고마워요, 형부!"형부라는 호칭이 점점 입에 붙는 듯했다.김지유는 어쩔 수 없다는 듯 김지수를 쳐다보았다.두 사람은 신이 나서 집에 들어가자마자 거실에서 회화 연습을 시작했고 노현우는 김지수의 발음을 바로잡아 주었다.김지유는 거실에 서서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사실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930화

    형부라니?어떻게 저런 말이 바로 나오는 거야.김지유가 고개를 돌려 흐뭇하게 웃고 있는 노현우를 쳐다보았다."지수한테 무슨 말 했어요?""김 이사님 너무 억지 부리네요. 지난번 수도관 고쳐준 날 말고는 지수 씨 본 적도 없는데 내가 무슨 말을 했겠어요?"김지수가 김지유와 노현우 사이의 묘한 기류를 눈치챘다고 할 수밖에 없었다.형부라고 불렀는데도 노현우와 김지유 모두 부정하지 않았다.다만 김지유가 김지수를 쳐다보며 나무랄 뿐이었다."아직 아니야. 함부로 부르지 마."김지수의 눈이 반짝였다."그럼 나중엔 될 수도 있어?"김지유는 허리를 숙이고 김지수와 함께 안쪽에 있는 강아지들을 들여다보았다.흰둥이가 새끼들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는데 하얀 강아지 세 마리가 한데 붙어 있는 모습이 꼭 찹쌀떡 세 덩이 같았다.옆에는 사료가 담긴 그릇이 놓여 있었고 할아버지가 흰둥이 몸보신하라고 끓여 주신 사골국도 있었다.어린 강아지들은 정말 귀여웠다.김지수가 김지유의 팔을 붙잡고 졸랐다."언니, 키우자! 등교하기 전에도 산책시키고 하교 후에도 산책시킬게. 절대 공부에 지장 없게 잘 돌볼게, 약속해!"벌써 어떤 강아지를 데려갈지까지 정해두고 있었다.김지유도 강아지를 좋아했지만 너무 손이 많이 갈 것 같았다.하나의 생명을 제대로 키우려면 많은 시간과 정성을 쏟아야 했다.겨우 네 살인 연희조차 곰돌이 키우는 게 힘든 일이라는 걸 알 정도였다.김지수가 애교 섞인 목소리로 어리광을 부렸다."언니, 제발."김지유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정말 잘 생각해 봤어? 키우려면 매일 적어도 20분은 적게 자야 해.""20분 일찍 자면 되지!"역시 어리긴 어렸다.아침잠 20분이 얼마나 소중한지 모르는 모양이었다.각서까지 쓸 기세인 김지수를 보니 김지유도 마음이 좀 짠했다.어쩌면 김지유가 너무 꼰대 같아서 평소 김지수와 함께 살면서도 데리고 놀러 다닌 적이 별로 없어서 일상이 무척 단조로웠을지도 몰랐다.노현우도 쪼그려 앉아 들여다보았다."귀엽네요. 키우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929화

    붐비는 지하철을 타는 건 현명한 선택이 아니었지만 노현우가 먼저 말한 이상 김지유도 거절하지 않았다.지하철에 타자 마침 퇴근 시간과 겹쳐 발 디딜 틈도 없이 붐볐고 사람들은 콩나물시루 속 콩나물처럼 빽빽하게 붙어 있었다.노현우는 김지유가 옆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도록 품에 감싸 안았다.김지유는 지하철 벽면에 기대 선 덕분에 그나마 안전했다.사실 김지유는 붐비는 지하철에 타는 느낌을 좋아했다.건영시에 돌아올 때마다 붐비고 눅눅하고 어수선한 지하철 인파 속에 있으면 전에 느껴본 적 없는 안정감과 필요한 사람이 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거대한 도시는 마치 한 마리 괴물 같았다.도시가 돌아가는 데는 누구의 힘도 필요하지 않았지만 뿌리내리지 못하는 사람은 가차 없이 뱉어냈다.괴물의 입속에 있어야 김지유는 비로소 아득했던 산골에서 정말로 벗어났다는 실감이 났다.김지유가 노현우를 보며 조용히 말했다."어느 해였나, 옆집 언니가 남자친구를 데려온 적이 있어요.""그 오빠는 산에 들어온 것도, 사방이 온통 산으로 둘러싸인 풍경을 본 것도 처음이었대요. 어디를 봐도 산밖에 없어서 납치라도 당한 줄 알았대요."김지유의 고향에서는 하나의 우스갯소리였다.하지만 김지유는 그게 대도시에서 살던 사람이 산을 보고 느낀 두려움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평생 그곳에서 빠져나오지 못할까 봐 두려웠을 것이다.김지유는 건영시가 좋았다.다른 사람이라면 지금의 삶이 너무 지친다고 느낄지도 몰랐다.모든 시간과 에너지를 공부와 일에 쏟아붓고 있었으니까.하지만 김지유는 이런 생활이 좋았다.노현우가 고개를 끄덕였다."상상이 되네요.""나였어도 그런 두려움 느꼈을지 몰라요. 어릴 때 드넓은 평야에서 자랐거든요."김지유를 감싸안고 있는 노현우의 팔뚝에 도드라진 핏줄이 꽤 섹시해 보였다.김지유의 손가락이 노현우의 팔을 어루만졌다."노 대표님도 붐비는 지하철 좋아할 줄은 몰랐어요.""좋아하는 건 아니에요. 예전엔 어쩔 수가 없어서 준서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악착같이 차를 샀어요.

  • 내 아이를 모르는 그가 내 상사라니!   제928화

    차와 집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었다.하지만 지금 김지유를 향해 뜨겁게 뛰는 심장은 바꿀 수 없었다.늘 거침없던 김지유도 지금은 온몸에 힘이 풀린 채 노현우의 품에 기대 있었다.노현우가 부드럽게 말했다."우리 사이, 확실하게 해줄래요?"노현우가 김지유의 아랫입술을 가볍게 깨물었다.약간 불만인 듯 힘이 들어간 행동이었다.좋아하는 여자에게 다가가면서 아무 관계도 바라지 않는 남자는 없었다.노현우도, 김지유도 그런 사람은 아니었다.김지유가 웅얼거리듯 말했다."……하는 거 봐서요."노현우는 김지유를 가볍게 끌어안고 어깨에 턱을 기댔다.가는 어깨뼈가 눌려 불편했는지 김지유는 몸을 살짝 움직여 자세를 바꿨다.노현우는 팔에 힘을 더 주어 김지유를 품에 꽉 안고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움직이지 마요."노현우도 성인군자는 아니었다.게다가 방금 입까지 맞춘 뒤라 아무 반응이 없을 리 없었다.김지유가 계속 몸을 문지를 때마다 옷깃이 스치며 바스락거리는 소리가 났다.겨우 진정시킨 마음에 김지유가 다시 불을 붙인 것이다.노현우가 잠긴 목소리로 다시 물었다."언제쯤이면 돼요?"김지유가 낮은 소리로 말했다."뭘 그렇게 서둘러요.""마음이 급해요. 느긋할 수가 없는 일도 있잖아요."노현우도 풋내기 같은 십 대도 아니고 연애를 전혀 모르는 것도 아니었다.주변에서 옷 갈아입듯 여자를 갈아치우는 사람들도 수없이 봐 왔다.사랑에 크게 데인 사람들도 적지 않게 보았다.그래서 자신은 연애에 있어 앞뒤 재고 망설이는 것 없이 여유로울 줄 알았다.하지만 막상 이런 상황이 되자 생각만큼 능숙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다.김지유한테 입을 맞춘 뒤에도 여전히 거절당할까 봐 걱정하고 있었다.노현우가 조급해진 듯 손가락으로 김지유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건영대에 잘생긴 남학생이 너무 많아서 누가 지유 씨 꼬셔갈까 봐 겁나요.""그건 그렇죠."건영대에는 풋풋하고 잘생긴 남학생들이 넘쳐났다.그래도 대부분은 공부와 자기 계발밖에 모르는 사람들이었다.연애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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