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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화

Author: 두유콩
“아직 화가 안 풀리셔서 안 오실 줄 알았는데. 저희 가족들 너무 원망하진 마세요. 저를 너무 걱정하다 보니 그런 오해가 생겼던 거니까요. 마침 잘됐네요. 이참에 인사시켜 드릴 테니까 오해 다 풀어요.”

조채원은 다정하게 내 팔짱을 끼고는 사람들 앞으로 나를 이끌며 환하게 웃었다.

“여러분, 여기 누가 왔는지 좀 보세요!”

그 순간, 모든 이의 시선이 일제히 내게로 꽂혔다.

강도윤을 비롯한 세 사람은 나를 발견하자마자 순식간에 얼굴에서 웃음기가 굳어 버렸다.

“이쪽은 제 절친 세아예요. 마침 그쪽 병원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일하는데, 오며 가며 마주친 적 있으시죠?”

한세아의 눈빛이 심하게 흔들리더니, 이내 딱딱하게 굳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 선생님, 안녕하세요...”

마치 나를 처음 보는 사람처럼 지나치게 정중하고 거리감이 뚝뚝 묻어나는 말투였다.

조채원은 이 묘한 기류를 전혀 감지하지 못한 채 다시 나를 이진혁 앞으로 이끌었다.

“이쪽은 제 대학 동창인 이진혁이에요. 선생님 고소했던 그 바보 같은 변호사요. 제가 아주 단단히 혼내줬으니까, 이 선생님이 너그럽게 봐주세요.”

이진혁은 복잡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누나...”

하지만 주변의 소란스러움에 묻혀, 그의 작은 목소리는 조채원의 귀에 닿지 않았다.

그녀는 마지막으로 나를 강도윤 앞으로 이끌더니, 너무도 자연스럽게 그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이쪽은 제 남편...”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말을 가로막았다.

“강도윤, 이 레스토랑 사장님이죠.”

조채원은 멈칫하더니 강도윤과 나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어떻게 아셨어요? 두 분 원래 아는 사이예요?”

나는 피식 웃으며, 입을 다물라고 경고하듯 나를 노려보는 남자의 시선을 정면으로 마주한 채 나지막이 입을 열었다.

“그야 이 사람이 내 남자친구니까요. 우리 사귄 지 7년째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결혼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요. 심지어 이 레스토랑도 원래는 그이가 제게 선물했던 건데, 설마 이런 얘긴 하나도 안 하던가요?”

매일 여기 앉아서 바다를 볼 수 있으면 좋겠다던 나의 사소한 바람 한마디에, 이 가게는 다음 날 바로 내 스물여섯 번째 생일 선물이 되었다.

그러다 반년 전 강도윤이 회사 자금이 부족하다고 사정하기에 급한 불부터 끄라며 기꺼이 처분하도록 허락해 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서 보니, 그마저도 그의 또 다른 거짓말에 불과했다.

“이 선생님, 지금 무슨 허튼소리를 하시는 거예요?”

조채원이 붉어진 눈으로 고개를 돌렸다.

“저랑 도윤 씨는 1년 전에 이미 혼인신고까지 마쳤는데, 그쪽 남자친구라니요? 이게 대체 어떻게 된 일이에요?”

강도윤은 순식간에 얼굴이 사색이 되어 안절부절못했다.

“채원아, 내 말 좀 들어봐...”

그 모습을 지켜보는 내 마음속에는 오직 차가운 정적만이 감돌았다.

배신당하고 기만당한 피해자는 나인데, 남자는 그저 조채원에게 변명하기에만 급급해하고 있었다.

나는 허탈하게 웃음을 터뜨리며, 분풀이라도 하듯 과거의 일들을 하나씩 까발리기 시작했다.

“이 사람 허리에 있는 수술 흉터, 4년 전 의료 사고 난동 때 나 구하려다 생긴 거예요. 그리고 몸에 지니고 다니는 저 옥 펜던트도, 내가 직접 절에 가서 빌어온 거고요. 그러니까 조채원 씨, 당신은 내 눈 피해서 이 사람이 밖에서 만난 상간녀라고요.”

“이수진, 그만 좀 해!”

조채원의 눈시울이 붉어지자, 세 사람은 일제히 한목소리로 내 말을 가로막았다.

강도윤의 눈빛은 순식간에 싸늘하게 식어 내렸고 한세아와 이진혁 역시 비난이 가득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강도윤, 한세아, 그리고 이진혁 너까지. 다들 저질러 놓고 발뺌하는 거야?”

강도윤은 울며 몸을 떠는 조채원을 품에 꼭 끌어안으며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수진아, 채원이는 아무것도 몰라. 불만 있으면 나한테 풀어, 채원이한테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한세아 역시 앞으로 걸어 나오며 날카로운 어조로 쏘아붙였다.

“수진아, 도윤 오빠는 진작에 너에 대한 마음 정리했어. 지금 오빠가 사랑하는 건 채원이라고.”

그리고 내 남동생마저 마침내 용기를 낸 듯 나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누나, 이제 다 알았으면 그냥 두 사람 놔줘. 채원이는 목숨 걸고 도윤 형 아이까지 낳았어. 누나가 오늘 여기서 아무리 난동을 피워봤자, 저 행복한 세 식구 절대 못 갈라놔.”

살을 에는 듯한 모진 말들이 연이어 가슴을 후벼 파자, 뜨거운 눈물이 눈시울을 넘어 쏟아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다들 힘을 합쳐 내 커리어를 망치고 사람을 시켜 내 손까지 부러뜨린 거야?”

가슴 깊은 곳에서 억울함과 분노가 요동치며 치밀어 올랐다.

나는 조채원을 노려본 뒤, 그 자리에 선 이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매섭게 훑어 내렸다.

“이 여자는 상간녀고, 너희는 전부 그 추악한 공범들이야. 내가 틀린 말 했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머리 위로 얼음물이 사정없이 쏟아졌다.

차가운 물은 머리칼을 흠뻑 적셨고, 내 심장마저 싸늘하게 얼려 버렸다.

“정신 차려, 이수진! 버림받은 건 너지, 채원이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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