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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거짓의 온도, 목소리의 무기

ผู้เขียน: 데이지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3-10 14:53:58

눈이 멎은 새벽, 창문에 성에가 피어 있었다.

수진은 이불 속에서 언니의 손을 더듬었다. 

따뜻해야 할 손끝은 이미 식어 있었다.

“언니…”

속삭이자 수민이 눈을 떴다.

“깼어?”

“언니, 여긴 진짜 학교 같은 데냐니?”

수민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 말 대신, 벽 쪽을 바라봤다.

벽에는 어제 봤던 붉은 문장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거짓은 기술이다. 진실은 약점이다.”

그 아래엔 작고 낡은 스피커가 달려 있었다.

철컥, 잡음과 함께 여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일어나라. 훈련 시작이다.”

아이들은 벌떡 일어났다.

아직 어린 수진은 무심코 언니를 올려다봤다.

“훈련이라니… 공부도 안 하고 왜 훈련이냐니?”

“몰라. 일단 따라가자.”

문이 열리자 차가운 공기와 함께 어제의 여인이 나타났다.

모피 대신 검은 정장을 입은 그녀의 실루엣은 여전히 섬세하고 위협적이었다.

“좋은 아침이네, 애들.”

그녀는 미소 지으며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다.

“이제부터 넌 목소리로 돈을 버는 법을 배운다.  살아남는 법이지.”

수민이 한 발짝 앞으로 나섰다.

“이건 학교가 아니죠?”

여인은 눈썹 하나 까딱하지 않고 대답했다.

“학교? 아니. 세상보다 솔직한 곳이지. 여기선 머리로 사는 게 아니라, 혀로 산다.”

그녀가 손짓하자, 한 남자가 커다란 상자를 끌고 들어왔다. 

상자 안에는 전화기 수십 대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게 너희 교과서다.”

그녀는 전화기를 하나 들어 수진의 앞에 내려놓았다.

“말을 해봐. 아무 말이나.”

“아무 말이라니… 무섭다니.”

“좋아. 그 말, 지금 네 감정 그대로 들렸다.”

여인의 입꼬리가 미묘하게 올라갔다.

“하지만 그 감정을 버려야 한다. 거짓말은 감정이 섞이면 티가 나.”

그녀는 수민을 향해 시선을 옮겼다.

“너. 이름이 뭐라고 했지?”

“…수민.”

“너는 나쁘지 않네. 눈이 사람을 의심하는 눈이야.  그건 살아남는 데 도움이 되지.”

그 순간, 스피커에서 벨 소리가 울렸다.

“자, 훈련 시작.”

아이들이 동시에 수화기를 들었다.

그녀는 모니터 앞에 앉아 그들의 목소리를 듣기 시작했다.

“안녕하세요, ○○은행입니다…”

아이들의 음성은 어설펐고, 떨렸고, 현실감이 없었다.

그녀는 담배를 피우며 차가운 눈으로 말했다.

“고객은 널 믿지 않는다. 네 목소리에 진심이 없으니까.”

수진은 그 말을 흡수하듯 들었다.

작은 손이 전화기를 꼭 쥐었다.

그리고 그날, 그녀는 처음으로 ‘다른 목소리’를 흉내냈다.

맑고, 따뜻하고, 믿음직한 목소리.

“고객님, 저희가 바로 도와드릴게요.”

그녀는 자신이 한 말을 듣고 스스로 놀랐다.

잠시 뒤, 옆자리의 아이가 미소를 지으며 속삭였다.

“너, 진짜 같았어.”

그녀는 그 말이 이상하게 기분 좋았다.

하지만 언니는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눈빛이 흔들렸다.

‘동생이… 이 세계에 적응하고 있다.’

며칠이 흘렀다.

눈은 그쳤지만, 창문 너머 세상은 여전히 희끄무레했다.

아이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같은 문장을 외웠다.

“고객님, 안녕하세요.”

“신뢰를 드리겠습니다.”

“저희는 당신의 편입니다.”

거짓의 문장들이 반복될수록 수진의 목소리는 점점 부드러워졌다.

그녀의 말엔 떨림이 사라지고, 대신 설득의 온기가 스며들었다.

어른들은 그녀를 ‘린자오밍’이라 불렀다.

“중국 이름 하나 정해줄게.  이제 넌 ‘린자오밍(林照明)’이야.

빛照明, 하지만 그 빛은 어둠 속에서만 피어나야 해.”

“왜… 이런 이름을 주는 거냐니?”

“그건 너한테 잘 어울려. 겉으론 깨끗하고, 속은 새까매.”

그녀는 웃었다.

그 웃음은 미소가 아니라, 낙인 같았다.

수민은 밤마다 잠을 이루지 못했다.

동생의 목소리가 방 안을 맴돌았다.

“고객님, 걱정하지 마세요. 저희가 해결해드릴게요.”

그 목소리가 너무 완벽해서, 너무 진짜 같아서,

그녀는 가끔 그게 수진의 본심인지, 훈련의 일부인지 헷갈렸다.

어느 날 밤, 수민은 몰래 창문을 열었다.

눈 대신 비가 내리고 있었다.

그녀는 손바닥을 내밀어 빗방울을 받았다.

“이대로 도망치면… 우린 살 수 있을까?”

그녀의 속삭임은 어둠에 흩어졌다.

그 순간, 문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났다.

“언니, 뭐 하는 거냐니?”

수진이 서 있었다.

비에 젖은 창문 틈으로 비친 그녀의 얼굴은 이상할 만큼 차분했다.

“도망치면, 더 추워진다니.”

“여긴 감옥이야, 수진아.”

“아니라니. 여긴 우리한테 밥 주는 집이라니.”

그 말에 수민의 눈이 흔들렸다.

“그게 너한테… 위로가 돼?”

“살아야 하니까. 죽으면 아무 것도 없다니.”

그 말이 어쩐지 어른 같았다.

수민은 동생의 뺨을 살짝 감쌌다.

“그 말투… 이제 완전히 바뀌었네.”

“그냥… 이렇게 말해야 안 혼난다니.”

수진은 잠시 눈을 피했다.

다음 날, ‘발음 교정’ 훈련이 시작됐다.

수진은 맨 앞줄에 앉았다. 강사가 말했다.

“고객은 목소리로 사랑을 느낀다. 감정이 아니라, 계산된 온도다.”

그 말이 끝나자 흑거미가 나타났다.

그녀는 천천히 걸어가며 아이들의 어깨를 쓰다듬었다.

“너희는 세상에 버려졌지만, 이곳에선 선택받았다.

목소리는 무기야. 돈보다 강하고, 총보다 조용하지.”

그녀는 수진 앞에서 멈췄다.

“넌 특별하다, 린자오밍.”

그녀의 손끝이 수진의 머리카락을 스쳤다.

“넌 언젠가 큰일을 할 거야. 사람을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겠지.”

수진은 눈을 들어 그녀를 보았다.

그녀의 눈 속에, 자기 자신이 작게 비쳐 있었다.

그 눈은 거울 같았다.

그리고 그 거울은 너무 깊어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 같았다.

밤이 되자, 수민은 동생의 손을 잡았다.

“우리, 여기서 나가자.”

“어디로?”

“모르겠어. 그냥, 여기가 아닌 곳.”

수진은 잠시 침묵했다.

창밖에선 여전히 빗방울이 창틀을 두드렸다.

“언니, 나 이제 나가면 갈 데 없다니.”

“그래도… 여긴 지옥이야.”

“지옥이라도 따뜻하다니.”

그 말에 수민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동생의 손이 차가웠다.

그 손을 꼭 쥔 채, 수민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날 밤, 흑거미는 복도 끝에서 그 둘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녀의 눈에는, 두 자매가 이미 갈라지고 있는 게 보였다.

어린 동생은 거짓에 적응하고 있었고, 언니는 그 거짓을 견디지 못하고 있었다.

그녀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그래, 이제 시작이야. 꽃은 빛을 싫어해. 어둠 속에서만 피어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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