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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8화. 완벽한 진실의 조각

Penulis: Doong_E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10-17 22:35:25

도심의 스카이라인이 내려다보이는 호텔의 비공개 회의실.

해림은 테이블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처음으로 차서록의 이복형과 마주 앉았다.

차도진의 첫인상은 민채령처럼 날이 서 있거나 노골적인 살기를 띠지 않았다.

정중한 자세, 낮고 차분한 목소리, 그리고 상대를 관찰하면서도 불필요하게 훑어 내리지 않는 단정한 태도까지.

그는 거칠게 위협하는 짐승이 아니라, 숨소리조차 내지 않고 사냥감의 빈틈을 파고드는 기계처럼 보였다.

"바쁘신 와중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도해림 대표님."

차도진이 먼저 정적을 깼다.

"태성 내부에 불필요한 소란이 있었더군요. 불미스러운 스캔들이 제 귀에도 들어왔습니다만, 기자회견으로 깔끔하게 대처하시는 모습을 보고 인상 깊었습니다."

해림은 그의 정중한 인사말 속에서 미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자신을 둘러싼 일련의 소동들에 대해 무심한 듯 선을 그으면서도, 태성 내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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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돈에는 결재선이 있다.수십억의 거대한 자금이든 단돈 몇 십만 원짜리 영수증이든, 조직의 시스템을 거쳐 집행된 이상 반드시 누군가가 기안하고 누군가가 승인했다는 논리적 흔적을 남기기 마련이었다.해림은 '이 돈을 움직일 수 있었던 사람'이라는 답을 찾기 위해, 텅 빈 집무실에서 새로운 자료들을 띄웠다. 그녀는 무작정 서류의 끝을 뒤져 최종 수취인의 이름을 캐내려 들지 않았다. 에이온과 같은 거대 조직의 복잡한 시스템 속에서 섣불리 이름 하나를 건져 올리려는 시도는,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만큼이나 무모하고 비효율적이었다.그녀의 첫 번째 단계는 '정상적인 결재 구조의 복원'이었다.해림은 에이온 연구소의 일반적인 연구 관련 비용, 시험 관련 비용, 그리고 외부 의뢰 관련 비용들이 각각 정상적으로 처리될 때 거쳐야 하는 기본적인 업무 흐름을 먼저 화면 한쪽에 띄워 기준점으로 삼았다. 연구소 실무선의 기안, 관리 부서의 검토, 그리고 상위 책임자의 최종 승인으로 이어지는 보편적인 구조.그런 다음 해림은 한지수가 의심을 품었던, 그 기묘하게 맞물려 움직인 지출 기록들을 정상 구조와 나란히 대조하기 시작했다.첫 번째 난관은 예상보다 견고했다.기록들은 한눈에 공통점을 파악하기 어려울 만큼 철저하게 파편화되어 있었다.기안한 실무자도, 지출 항목의 명칭도, 심지어 비용을 처리한 날짜와 담당 부서마저도 서로 다르게 쪼개져 있었다."공통점이 안 보여."해림의 서늘한 눈매가 가늘어졌다.표면적인 데이터만 놓고 보면, 서로 전혀 연관이 없는 개별 부서들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정상적으로 지출을 결의한 것처럼 보였다. 만약 일반적인 감사 인력이 사람의 이름이나 부서명만으로 이 기록들을 쫓았다면, 여기서 추적을 멈췄을 것이 분명했다.하지만 해림은 관점을 비틀었다.기안자의 이름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48화. 같은 시간의 기록

    돈은 흔적을 남긴다.그것이 도해림이 계약과 재무의 세계에서 오랫동안 벼려온 가장 날카로운 무기이자 원칙이었다. 기업을 옭아매는 수많은 함정을 설계하고 해체해 온 그녀에게, 장부 위를 맴도는 수많은 숫자들은 곧 그 기업이 감추고 싶어 하는 가장 내밀한 민낯이나 다름없었다.대표실의 무거운 정적 속에서 해림은 태블릿과 모니터 여러 대를 동시에 띄웠다. 한쪽 화면에는 조금 전 한지수의 음성에서 확인했던 '안전시험 수치 불일치'의 데이터 묶음을, 다른 한쪽 화면에는 화재 당시 에이온 연구소의 연구비 및 시험비 관련 비용 집행 기록들을 빼곡하게 나열했다.갑자기 외부 은행의 전산망을 해킹하거나 불법적인 계좌 조회를 시도할 이유는 없었다. 그녀가 과거 화재 사고 조사 과정에서부터 합법적으로 확보해 둔 에이온 내부 회계 자료와, 안전시험 관련 비용 집행 기록만으로도 분석할 데이터는 충분히 차고 넘쳤다. 해림은 안전시험 전후의 비용 처리 항목들을 먼저 좁힌 뒤, 한지수가 무엇을 이상하게 보았는지 역으로 추적해 들어갔다.해림의 첫 번째 목적은 단순한 회계 감사나 횡령범 찾기가 아니었다. 돈의 장부를 샅샅이 뒤져 최종 수령인의 이름을 캐내는 것은 지금 단계에서 성급하게 할 일이 아니었다.'거대한 에이온의 자금 흐름 속에서, 한지수라는 철저한 연구원은 대체 왜 하필 이 특정한 돈을 콕 집어 이상하다고 판단했을까.'해림은 철저하게 한지수의 시선으로 돌아가, 그가 남긴 질문의 궤적을 역으로 더듬기 시작했다.해림이 한지수의 말을 단서로 추려낸 비용 기록들은, 겉으로 보기에는 완벽하게 정상적인 회사 지출의 형태를 띠고 있었다. [안전시험 보조금], [외부 장비 대여 및 의뢰비] 같은 그럴싸하고 합리적인 명목들. 서류의 양식은 깔끔했고, 첨부된 증빙 자료도 표면적으로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일반적인 재무팀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47화. 죽은 사람의 목소리

    해림은 아주 깊고 차분한 숨을 들이마시며, 마우스 포인터를 그 이질적인 파일의 이름 위로 천천히 올려놓았다.클릭.화면 중앙에 검고 건조한 형태의 재생 인터페이스가 떠올랐다. 단순한 시스템 로그나 발췌된 문서 파일이 아니었다. 그것은 누군가의 육성이 고스란히 담길 수 있는 음성 파일이었다.해림의 손이 잠시 허공에서 멈췄다. 그녀는 재생 버튼을 곧바로 누르지 않았다.아무리 자신의 직감이 강하게 특정 방향을 가리키고 있어도, 해림은 그것을 섣불리 진실로 취급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녀는 파일의 속성값을 열어, 화재 전후의 생성 기록과 서버의 중간 저장 경로를 짧고 집요하게 대조했다.최소한 현재 확인 가능한 기술적 흔적만으로는, 이 파일이 화재 당시 저장된 원본일 가능성을 뒷받침할 명백한 근거가 충분했다.해림은 마침내 재생 버튼을 눌렀다.짧은 잡음과 함께, 스피커 너머로 남자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이상합니다. 같은 시험 항목인데, 보관된 원자료와 제가 현재 확인한 안전시험 수치가 서로 일치하지 않습니다.]한지수였다.해림의 시선이 재생 중인 파일 위에 차갑게 멈춰 섰다.음성 속 한지수의 목소리는 공포에 질려 벌벌 떠는 내부고발자나, 누군가에게 쫓기며 마지막 유언을 남기는 자의 절박함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그것은 빠르고 긴장되어 있으면서도, 철저하게 자신이 발견한 데이터의 오차를 짚어내는 연구원 특유의 업무적이고 건조한 말투에 가까웠다.해림은 즉시 자신이 과거 확보했던 시스템 로그와 안전장치 해제 기록을 화면 반대편에 띄웠다. 한지수의 음성은 결코 허공에 떠도는 막연한 주장이 아니었다. 그가 목소리로 남긴 '안전시험 수치의 불일치'는, 해림이 이미 확인해온 시스템 이상 기록과 함께 다시 검증해야 할 또 하나의 정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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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버.그것은 연구소 현장을 직접 확인한 뒤, 해림이 떠올린 다음 경로였다.제로파트너스 대표실의 불빛은 밤이 깊도록 꺼지지 않았다. 해림은 차서록의 집무실을 박차고 나온 이후, 그에게 어떠한 연락도 취하지 않았다. 평소라면 복잡한 데이터 교차 검증을 앞두고 자연스럽게 그에게 의견을 구하려 손이 뻗어 나갔을 타이밍에도, 해림의 손끝은 허공에서 차갑게 멈춰 섰다.그녀는 더 이상 차서록이 안전하다고 골라놓은 통제된 정보의 한계 안에 자신의 판단을 가둘 생각은 없었다.해림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왔다.화재 당시 현장의 설비에서 발생했던 무수한 이상 데이터들. 그리고 누군가의 책상 위에서 '한지수의 과실'이라는 단일한 결론으로 묶여버린 공식 사고 조사 보고서.해림의 시선은 두 문서의 내용 그 자체가 아니라, 그 데이터들이 생성되고 취합된 '경로의 기술적 흔적'을 집요하게 파고들기 시작했다.갑자기 존재하지 않던 비밀 지하실이나 한지수 개인의 은밀한 시스템을 상상하는 치기 어린 추리는 그녀의 방식이 아니었다. 해림은 철저하게 자신이 이미 과거에 손에 쥐고 있던 시스템 로그와, 공식 보고서에 첨부된 발췌본 파일들의 기술적인 속성값을 나란히 대조했다."원자료가 보고서로 바로 넘어간 게 아니야."적막한 대표실에 침묵을 깨는 건조한 중얼거림이 울렸다.같은 사고 시각대에 생성된 데이터임에도 불구하고, 실제 현장에서 발생한 원격 접근 및 장치 해제 로그들의 최초 저장 경로와 공식 보고서가 취합한 자료들의 경로 사이에는 미세한 불일치가 존재했다.이는 누군가 일부러 증거를 조작했다는 뜻이 아니다. 단지 기업과 연구소의 복잡한 인프라 구조상, 화재 당시 연구소 설비와 안전 시스템에서 뿜어져 나온 막대한 원자료가 공식 조사를 위한 최종 발췌본으로 만들어지기 전에, 내부의 다른 데이터 수집 서버를 한 번 더 거쳤다는 명백한 흔적이었다.해림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났다.서버가 별도로 존재했다는 사실 자체가 범죄나 은폐의 증거는 아니다. 하지만 진짜 문제는, 그 중간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45화. 당신이 고른 정보

    차서록의 집무실.해림은 별도의 연락도 없이 그 문을 열었다. 책상 앞에 서 있던 단정하고 빈틈없는 모습의 차서록이 시선을 들어 그녀를 마주했다.어떤 일상적인 안부나 인사는 오가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를 가로지르는 서늘한 공기만이, 한 번 벌어진 신뢰의 균열이 아직 닫히지 않았음을 보여주고 있었다. 해림은 그를 향해 곧바로 가장 날카로운 질문을 찔러 넣었다."당신이 화재 전에 추적하던 태성 내부 이상징후. 지금 내가 찾는 화재 당시의 원자료 흐름과 관련 있습니까."숨길 것도, 돌려 말할 것도 없는 직구. 서록의 시선이 아주 미세하게 굳어졌다.하지만 그는 위기를 모면하기 위해 "관련 없습니다"라며 얄팍한 거짓말로 그녀를 기만하지 않았다. 대신 그는 가장 잔인하고 차가운 진실 하나만을 골라 그녀에게 돌려주었다."그 질문에는… 관련 여부까지 포함해서 지금 말씀드릴 수 없습니다."그 한마디에 해림의 얼굴이 싸늘하게 식었다.거짓말이 아니라는 사실이 해림을 더 분노하게 만들었다. 무엇을 숨겼는지도 모르고, 심지어 지금 자신이 파고드는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 차서록은 여전히 그녀가 무엇을 알아야 하고 무엇을 몰라야 하는지, 자기 자신이 결정하겠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보호와 조사 보안 때문이라고 했었죠."해림이 평소보다 한 발 더 멀리 물러서며 지나치게 공식적인 어조로 말했다."불완전한 정보를 내게 넘겨서 내 판단을 위험하게 만들고 싶지 않다고. 하지만 차서록 씨, 당신이 뭔가를 말하지 않기로 선택할 때마다, 나는 결국 당신이 안전하다고 골라놓은 정보 안에서만 선택하게 됩니다."서록은 입을 굳게 다물었다. 적어도 그 자리에서 반박은 돌아오지 않았다."당신은 항상 내 행동이나 선택을 막지 않는다고 했죠. 하지만 정작 내가 판단을 내리는 데 필요한 눈을 가려버린다면, 그게 통제와 뭐가 다릅니까. 불완전한 정보라도, 그걸 어떻게 판단하고 무엇을 감당할지는 내가 정합니다. 당신이 아니라요."해림의 날카로운 지적에 서

  •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제44화. 보고서 밖의 현장

    해림은 자신이 한 번 죽었던 장소, 아니, 법적으로 죽었다고 기록되었던 그 장소의 입구에 다시 섰다.연구소의 익숙한 복도로 걸음을 내딛자, 매캐한 연기 냄새가 코끝을 스치는 듯한 짧고 감각적인 플래시백이 일었다. 손끝이 찰나 굳어졌지만, 해림은 그것을 공포나 트라우마로 부풀리지 않았다. 그녀는 과거의 끔찍했던 기억에 파묻히러 온 무기력한 생존자가 아니었다. 문서를 넘어선 진짜 증거를 확인하러 온 사람이었다.해림은 태블릿에 띄워 둔 공식 사고 조사 보고서의 도면과, 현재 자신의 눈앞에 펼쳐진 연구소 내부의 구조를 번갈아 응시했다. 보고서에 기록된 최초 발화 지점, 불길의 확산 경로, 그리고 보고서에서 한지수의 책임 판단과 연결된 관련 설비의 물리적 위치.그녀는 자신이 이미 과거에 파악해 두었던 화재 시스템의 원격 접근 로그와 비정상적인 안전장치 해제 기록을 명확한 기준점 삼아, 공식 보고서의 건조한 문장들을 실제 공간의 동선에 하나씩 대입하기 시작했다."동선이 맞지 않아."해림의 차가운 목소리가 조용한 복도에 울렸다. 공식 보고서는 한지수가 안전 수칙을 위반하고 시스템의 수동 제어를 지연시켜 초기 진압에 실패했다고 서술했다. 하지만 해림이 직접 눈으로 확인한 설비의 위치와 비상 대응 동선을 대조해보면, 보고서의 주장은 현장의 물리적 구조와 묘하게 덜컥거리며 어긋나 있었다.단순히 한지수가 제어판 앞에서 망설였거나 대응 수칙을 어겨서 막대한 피해가 커졌다고 보기에는, 시스템의 이상 기록이 가리키는 범위와 화재의 확산 속도가 훨씬 빠르고 치명적이었다. 보고서가 설명하는 '한 사람의 무능력한 대응 실패'라는 납작한 논리 하나만으로는, 이 거대한 건물을 순식간에 삼켜버린 화재의 폭발적인 진행 과정을 온전히 설명할 수 없었다.보고서 밖의 현장이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었다. 화재 당시 현장에는 한지수의 과실만으로는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 요소가 남아 있었다. 한지수의 대응 실패만으로는 현재 확인되는 사고의 폭발적인 진행을 충분히 설명하기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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