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화재로 죽은 줄 알았던 도해림은 자신의 장례식에 살아 돌아온다. 남편의 배신과 자신이 쓴 적 없는 유언장 앞에서, 그녀는 빼앗긴 이름과 지분·특허를 되찾기 위해 남편의 최대 라이벌 차서록과 손을 잡는다. 계약부부가 된 두 사람, 뒤늦게 무너지는 남편, 그리고 ‘도해림의 죽음’을 만든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Ver más도해림은 자신의 장례식에 삼십 분 늦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대형 병원 장례식장 특실 로비.
그 한가운데 세워진 대형 전자 알림판이 차가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故 도해림]
[상주: 강유헌]해림은 알림판 아래 놓인 자신의 영정 사진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얼굴.
강유헌이 가장 좋아하던, 아니, 가장 다루기 편해하던 온순한 아내의 표정이었다.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명조체의 획을 눈으로 천천히 덧그리며, 해림은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기괴할 정도로 차분했다.
일주일 전 느꼈던 배신의 통증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남은 것은 오직 단단하고 명징한 목적뿐이었다.
특실 빈소 앞은 조문객보다 기자들과 기업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단순한 장례식장이 아니었다.
에이온모빌리티 대표 강유헌의 아내가 남긴 유산, 정확히는 그녀가 소유하고 있던 막대한 지분과 특허 권리가 이동하는 첫 번째 무대였다.
죽은 사람의 온기가 가시기도 전에, 살아남은 자들은 재산을 나누기 위해 모여들었다.
"지금부터 고인의 유언장 집행을 위한 사전 절차를 시작하겠습니다."
살짝 벌어진 문틈 사이로 법무법인 변호사의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해림은 걸음을 옮겨 문에 다가갔다. 틈새로 보이는 상주 자리에 강유헌이 서 있었다.그의 얼굴은 수척했다.
눈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누가 보아도 아내를 잃은 충격과 슬픔에 잠긴 남편의 모습이었다.
그의 슬픔이 진짜라 해도, 해림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그 옆, 마치 슬픔을 나누듯 유헌의 곁을 바짝 지키고 선 여자.
에이온의 대외협력실장 민채령.해림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채령의 손목으로 향했다.
검은 상복 소매 아래로 익숙한 은빛이 드러나 있었다.
해림 자신의 팔찌였다.왜 그것이 저 여자의 손목에 걸려 있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해림은 천천히 손을 뻗어 육중한 빈소의 문손잡이를 쥐었다.
그녀는 조용히 숨어들어 자신이 진짜라고 호소할 생각이 없었다.증인이 가장 많은 곳, 강유헌의 가장 완벽한 무대를 부수고 그 위에 서야 했다.
끼익.
무거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낭독을 준비하던 변호사의 목소리를 싹둑 잘라냈다.
실내에 있던 수십 명의 시선이 일제히 입구를 향했다."……어?"
누군가 기침처럼 짧은 숨을 들이켰다.
단상의 강유헌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붉었던 그의 눈동자가 목적 잃은 진자처럼 흔들리더니, 이내 공포에 가까운 경악으로 물들었다.
검은 정장.
묶지 않고 흘러내린 머리카락. 창백하지만 지나치게 선명한 얼굴.방금 전까지 모두가 내려다보고 있던 영정 사진 속의 여자가, 제 발로 문턱을 넘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정적이 거대한 해일처럼 빈소를 덮쳤다.
웅성거림조차 허락되지 않는 기막힌 침묵 속에서, 셔터를 누르려던 기자들의 카메라조차 허공에서 멈췄다."해, 림아……?"
유헌의 목소리가 바스라졌다.
그가 환상을 보는 사람처럼 덜덜 떨며 반보 앞으로 비틀거렸다.채령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질려 있었다.
그녀의 반사적인 손짓이 다급하게 제 손목의 팔찌를 등 뒤로 감췄다.
해림은 굳어버린 사람들의 바다를 가르고 똑바로 걸어갔다.
유헌의 떨리는 시선을 마주하는 해림의 눈빛에는 슬픔도, 원망도 담겨 있지 않았다.그저 완벽하게 계산을 끝낸 사람의 서늘함뿐이었다.
"유언장 집행은 중지하셔야겠습니다."
해림의 맑고 건조한 목소리가 장례식장 전체에 쐐기처럼 박혔다.
"당사자가 아직 살아있어서요."
서류를 쥐고 있던 변호사의 손에서 펄럭, 종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살아있는 여자가 자신의 장례식 한가운데 섰다. 해림은 얼어붙은 유헌을 향해 흠잡을 데 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장례는 계속하세요."
해림의 시선이 유헌을 지나, 그의 뒤에 선 채령과 유언장을 쥔 변호사를 차례로 훑었다.
"오늘 묻힐 건 내가 아니라 당신 회사니까."
"사망자는 이혼 소송을 제기할 수 없습니다."태성 측 변호사의 무미건조한 대답이 법정 복도의 차가운 대리석 바닥 위로 묵직하게 떨어졌다.해림의 걸음이 우뚝 멈췄다. 방금 전까지 법정 안에서 문제의 유언장 효력을 박살 내고 집행을 정지시키며 끌어올렸던 승리의 감각이, 보이지 않는 법과 제도의 거대한 벽에 부딪혀 막혀버린 기분이었다.해림이 미간을 좁히며 곁을 걷던 변호사를 돌아보았다."불가능하다니요? 내가 이렇게 두 발로 멀쩡히 서서 숨을 쉬고, 당신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도요? 방금 법정 안의 모든 사람들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을 똑똑히 목격했을 텐데요.""물리적인 생존 여부와 법적인 소송 당사자 능력은 완전히 별개의 문제입니다."변호사가 침착하고 냉정하게 현실을 짚었다. "현재 가족관계등록부상 도해림 씨의 기록은 일주일 전 제1연구소 화재 사고로 인해 '사망'으로 폐쇄된 상태입니다. 법원은 철저히 서류와 증거로만 판단합니다. 법적으로 존재하지 않는 사람은 원고가 될 수 없습니다. 이 상태로 이혼 소장을 제출해 봐야 당사자 적격 부존재로 즉각 각하될 겁니다.""그럼 무엇부터 시작해야 합니까?""먼저 법원에 가족관계등록부 정정 신청을 통해 본인의 생존부터 법적으로 인정받아야 합니다.""그 신원 회복 절차에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죠?""상당히 복잡한 사안입니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시신이 도해림 씨가 아니라는 사실을 증명할 객관적 검사 자료가 필요하고, 추가적인 재조사 과정이 뒤따라야 합니다. 최소 수 주에서, 꼬이게 되면 몇 달이 걸릴 수도 있습니다."몇 달.해림의 입술이 굳어졌다. 그 기나긴 시간 동안, 꼼짝없이 강유헌의 법적인 아내로 남아있어야 한다는 뜻이었다.자신을 맹렬한 불구덩이에 버려두고 다른 여자를 구하러 달려간 남자. 그리고 지나치게 빠른 사
법원 심문기일."신청인은 현재 법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은 고인과 동일인이라는 최소한의 신원 증명조차 마치지 못했습니다. 이는 당사자 적격이 없는 신원 미상자의 억지 주장에 불과합니다!"에이온 측 변호사의 날 선 목소리가 법정을 울렸다.강유헌은 변호인단 중앙에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세상이 도해림의 죽음을 확정 지었다는 사실을 앞세워, 에이온 측은 그녀의 당사자 자격부터 완전히 무너뜨리려 하고 있었다.해림은 맞은편에서 그들을 무감하게 응시했다.그녀의 곁에는 차서록이 지원한 태성그룹의 최정예 법무팀이 포진해 있었다.해림 측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신청인의 신원 회복 절차는 별도로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본 심리의 핵심은 피신청인 측이 집행하려는 유언장 자체가 그 효력을 온전히 인정받을 수 없는 흠결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효력이라니요! 이미 필적 감정까지 완벽하게 마친 문서입니다!"에이온 측의 즉각적인 반발을 예상했다는 듯, 해림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녀가 단상 쪽을 향해 가볍게 고갯짓을 하자, 대형 스크린에 준비된 영상이 재생되었다.화면 속에는 과거의 도해림이 에이온 법무팀과 변호사 입회하에 서류를 작성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본인 도해림은 향후 제로파트너스 지분 및 에이온 관련 핵심 특허 등, 중대한 권리 변경을 수반하는 모든 문서에 한하여 고유의 인증 규칙을 적용합니다.]영상 속 해림의 건조하고 또렷한 목소리가 법정 안을 채웠다.[단순한 서면 서명뿐만 아니라, 사전에 지정된 별도의 '음성 코드 파일'이 동시에 제출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권리 이전이나 유언장도 효력을 갖지 못합니다.]영상이 멈추자 법정은 찬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해림은 꼿꼿하게 등받이에 기댄 채 강유헌을 직시했다."피신청인 측이 제출한 유언장에는 제 서명만 있을 뿐, 이 필수 인증 규칙이 완전히 누락되어 있습니다. 재판장님, 현재 유언장에 첨부된 음성 코드 파일이 존재합니까?"재판장이 굳은 표정으로 서류를 확인하고 대답했다."
장례식장을 빠져나온 해림은 미리 잡아둔 조용한 호텔 비즈니스 라운지로 향했다.수십 명의 눈앞에서 자신의 생존을 드러내고, 유언장 집행정지와 증거 보존을 요구한 직후였다. 턱끝까지 차올랐던 긴장감과 피로가 몰려왔지만, 해림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명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라운지의 묵직한 문이 열리고, 차서록이 들어왔다.두 사람은 앞서 이미 구원이 아닌 거래를 약속한 사이였다. 이제는 그 모호했던 구두 합의를 구체적이고 확실한 형태의 공동대응 계약으로 묶어낼 차례였다.서록은 맞은편에 앉자마자 곧바로 잘 정돈된 서류철 하나를 테이블 위로 밀어주었다."가장 시급했던 법무팀 구성이 끝났습니다. 유언장 집행정지 신청은 이미 들어갔고, 심리에 대비한 보완 자료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증거 보존 신청이 들어간 CCTV와 유품 자료들도 우리 쪽 보안팀이 확실하게 감시하고 있습니다. 강유헌 측에서 함부로 손대지 못할 겁니다."건조하고 철저히 업무적인 말투였다. 해림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내민 계약 초안을 빠르게 훑어 내려갔다.자신이 법적으로 '살아있음'을 우선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 위조 의혹이 제기된 서류들을 무효화할 법적 대응 시나리오, 그리고 당장 움직일 수 없는 해림을 대신할 막대한 자금과 인력 지원까지 완벽하게 짜인 판이었다."필요한 법률과 보안, 자료 추적까지 흠잡을 데 없군요."해림이 서류에서 눈을 떼고 서록을 똑바로 응시했다."하지만 세상에 대가 없는 호의는 없죠. 당신이 원하는 조건부터 명확히 하죠."서록은 빙빙 돌려 말하는 법이 없는 해림의 직설적인 태도가 마음에 든다는 듯,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에게는 태성그룹 관련 의결권이 필요합니다.""의결권이요?""태성 내부에 곧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겁니다. 에이온모빌리티 쪽에 복잡하게
`故 도해림`TV 화면 아래로 무심히 흘러가는 붉은 자막을 보며, 해림은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화면이 까맣게 죽고 병실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병원 침대에 기대앉은 해림의 눈동자는 어둠이 깔린 창밖을 향해 있었지만, 초점은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세상에서 완벽하게 지워졌다. 숨을 쉬고, 심장이 뛰고, 이렇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상 도해림은 이미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다. 화재가 발생한 지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사이, 바깥세상은 그녀의 죽음을 너무도 빠르고 철저하게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그 기막힌 사실이 주는 충격은 이미 서늘한 이성 아래로 가라앉은 지 오래였다. 남은 것은 오직 지독한 의문뿐이었다.똑똑.규칙적인 노크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열렸다. 흐트러짐 없는 회색 정장 차림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화재 현장 뒤편에서 쓰러진 해림을 수습해 이 완벽히 통제된 VIP 병실로 옮겼던, 그 정체 모를 검은 차량의 무리 중 한 명이었다.그는 해림에게 어떤 위로나 불필요한 질문도 건네지 않았다. 소리조차 내지 않고 다가온 그는 묵직한 서류 봉투 하나를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조용히 올려놓을 뿐이었다."지시받은 자료입니다. 본인의 사망 처리에 관한 기록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남자는 고개를 가볍게 숙인 뒤, 더 이상의 설명 없이 세 걸음 뒤로 물러나 대기했다.해림은 테이블 위의 서류 봉투로 시선을 옮겼다. 겉면에 아무런 로고도 찍혀 있지 않은 매끄러운 황봉투.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누군가'가, 지금 해림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어 보고 제공한 자료였다. 그들의 정보력과 행동력은 분명 보통의 수준이 아니었지만, 지금 해림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체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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