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내 장례식 날, 전남편의 숙적과 결혼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8
Por:  Doong_EActualizado ahora
Idioma: Korean
goodnovel16goodnovel
No hay suficientes calificaciones
11Capítulos
65vistas
Leer
Agregar a biblioteca

Compartir:  

Reportar
Resumen
Catálogo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화재로 죽은 줄 알았던 도해림은 자신의 장례식에 살아 돌아온다. 남편의 배신과 자신이 쓴 적 없는 유언장 앞에서, 그녀는 빼앗긴 이름과 지분·특허를 되찾기 위해 남편의 최대 라이벌 차서록과 손을 잡는다. 계약부부가 된 두 사람, 뒤늦게 무너지는 남편, 그리고 ‘도해림의 죽음’을 만든 진실이 하나씩 드러나기 시작한다.

Ver más

Capítulo 1

제1화. 내 장례식장 문을 내가 열었다

도해림은 자신의 장례식에 삼십 분 늦었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대형 병원 장례식장 특실 로비.

그 한가운데 세워진 대형 전자 알림판이 차가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

[故 도해림]

[상주: 강유헌]

해림은 알림판 아래 놓인 자신의 영정 사진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단정하게 묶은 머리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얼굴.

강유헌이 가장 좋아하던, 아니, 가장 다루기 편해하던 온순한 아내의 표정이었다.

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명조체의 획을 눈으로 천천히 덧그리며, 해림은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

기괴할 정도로 차분했다.

일주일 전 느꼈던 배신의 통증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

남은 것은 오직 단단하고 명징한 목적뿐이었다.

특실 빈소 앞은 조문객보다 기자들과 기업 관계자들로 북적였다.

이곳은 단순한 장례식장이 아니었다.

에이온모빌리티 대표 강유헌의 아내가 남긴 유산, 정확히는 그녀가 소유하고 있던 막대한 지분과 특허 권리가 이동하는 첫 번째 무대였다.

죽은 사람의 온기가 가시기도 전에, 살아남은 자들은 재산을 나누기 위해 모여들었다.

"지금부터 고인의 유언장 집행을 위한 사전 절차를 시작하겠습니다."

살짝 벌어진 문틈 사이로 법무법인 변호사의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해림은 걸음을 옮겨 문에 다가갔다. 틈새로 보이는 상주 자리에 강유헌이 서 있었다.

그의 얼굴은 수척했다.

눈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

누가 보아도 아내를 잃은 충격과 슬픔에 잠긴 남편의 모습이었다.

그의 슬픔이 진짜라 해도, 해림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그 옆, 마치 슬픔을 나누듯 유헌의 곁을 바짝 지키고 선 여자.

에이온의 대외협력실장 민채령.

해림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채령의 손목으로 향했다.

검은 상복 소매 아래로 익숙한 은빛이 드러나 있었다.

해림 자신의 팔찌였다.

왜 그것이 저 여자의 손목에 걸려 있는지 묻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해림은 천천히 손을 뻗어 육중한 빈소의 문손잡이를 쥐었다.

그녀는 조용히 숨어들어 자신이 진짜라고 호소할 생각이 없었다.

증인이 가장 많은 곳, 강유헌의 가장 완벽한 무대를 부수고 그 위에 서야 했다.

끼익.

무거운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낭독을 준비하던 변호사의 목소리를 싹둑 잘라냈다.

실내에 있던 수십 명의 시선이 일제히 입구를 향했다.

"……어?"

누군가 기침처럼 짧은 숨을 들이켰다.

단상의 강유헌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붉었던 그의 눈동자가 목적 잃은 진자처럼 흔들리더니, 이내 공포에 가까운 경악으로 물들었다.

검은 정장.

묶지 않고 흘러내린 머리카락.

창백하지만 지나치게 선명한 얼굴.

방금 전까지 모두가 내려다보고 있던 영정 사진 속의 여자가, 제 발로 문턱을 넘어 걸어 들어오고 있었다.

정적이 거대한 해일처럼 빈소를 덮쳤다.

웅성거림조차 허락되지 않는 기막힌 침묵 속에서, 셔터를 누르려던 기자들의 카메라조차 허공에서 멈췄다.

"해, 림아……?"

유헌의 목소리가 바스라졌다.

그가 환상을 보는 사람처럼 덜덜 떨며 반보 앞으로 비틀거렸다.

채령의 얼굴은 백지장처럼 질려 있었다.

그녀의 반사적인 손짓이 다급하게 제 손목의 팔찌를 등 뒤로 감췄다.

해림은 굳어버린 사람들의 바다를 가르고 똑바로 걸어갔다.

유헌의 떨리는 시선을 마주하는 해림의 눈빛에는 슬픔도, 원망도 담겨 있지 않았다.

그저 완벽하게 계산을 끝낸 사람의 서늘함뿐이었다.

"유언장 집행은 중지하셔야겠습니다."

해림의 맑고 건조한 목소리가 장례식장 전체에 쐐기처럼 박혔다.

"당사자가 아직 살아있어서요."

서류를 쥐고 있던 변호사의 손에서 펄럭, 종이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살아있는 여자가 자신의 장례식 한가운데 섰다.

해림은 얼어붙은 유헌을 향해 흠잡을 데 없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장례는 계속하세요."

해림의 시선이 유헌을 지나, 그의 뒤에 선 채령과 유언장을 쥔 변호사를 차례로 훑었다.

"오늘 묻힐 건 내가 아니라 당신 회사니까."

Expandir
Siguiente capítulo
Descargar

Último capítulo

Más capítulos

A los lectores

굿노벨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굿노벨에 등록하시면 우수한 웹소설을 찾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완벽한 세상을 모색하는 작가도 될 수 있습니다. 또한, 로맨스, 도시와 현실, 판타지, 현판 등을 비롯한 다양한 장르의 소설을 읽거나 창작할 수 있습니다. 독자로서 질이 좋은 작품을 볼 수 있고 작가로서 색다른 장르의 작품에서 영감을 얻을 수 있어 더 나은 작품을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작성한 작품들은 굿노벨에서 더욱 많은 관심과 칭찬을 받을 수 있습니다.


Sin comentarios
11 Capítulos
제1화. 내 장례식장 문을 내가 열었다
도해림은 자신의 장례식에 삼십 분 늦었다.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가는 대형 병원 장례식장 특실 로비.그 한가운데 세워진 대형 전자 알림판이 차가운 빛을 내뿜고 있었다.[故 도해림][상주: 강유헌]해림은 알림판 아래 놓인 자신의 영정 사진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단정하게 묶은 머리에 옅은 미소를 띠고 있는 얼굴.강유헌이 가장 좋아하던, 아니, 가장 다루기 편해하던 온순한 아내의 표정이었다.자신의 죽음을 알리는 명조체의 획을 눈으로 천천히 덧그리며, 해림은 느리게 숨을 내쉬었다.기괴할 정도로 차분했다.일주일 전 느꼈던 배신의 통증은 이미 차갑게 식어 있었다.남은 것은 오직 단단하고 명징한 목적뿐이었다.특실 빈소 앞은 조문객보다 기자들과 기업 관계자들로 북적였다.이곳은 단순한 장례식장이 아니었다.에이온모빌리티 대표 강유헌의 아내가 남긴 유산, 정확히는 그녀가 소유하고 있던 막대한 지분과 특허 권리가 이동하는 첫 번째 무대였다.죽은 사람의 온기가 가시기도 전에, 살아남은 자들은 재산을 나누기 위해 모여들었다."지금부터 고인의 유언장 집행을 위한 사전 절차를 시작하겠습니다."살짝 벌어진 문틈 사이로 법무법인 변호사의 건조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해림은 걸음을 옮겨 문에 다가갔다. 틈새로 보이는 상주 자리에 강유헌이 서 있었다.그의 얼굴은 수척했다. 눈가는 붉게 달아올라 있었고, 입술은 굳게 닫혀 있었다.누가 보아도 아내를 잃은 충격과 슬픔에 잠긴 남편의 모습이었다.그의 슬픔이 진짜라 해도, 해림에게는 더 이상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그 옆, 마치 슬픔을 나누듯 유헌의 곁을 바짝 지키고 선 여자. 에이온의 대외협력실장 민채령.해림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4
Leer más
제2화. 죽은 아내가 돌아왔다
"만지지 마요."강유헌이 뻗은 손이 허공에서 딱딱하게 굳었다.그는 망령이라도 마주한 사람처럼 파랗게 질려 있었다.붉게 달아오른 눈동자는 해림의 얼굴과 그녀가 딛고 선 바닥의 그림자를 번갈아 살폈다.눈앞의 존재가 진짜 살아있는 사람인지 확인하려는 짐승 같은 본능이었다."너, 정말…… 해림이야? 어떻게."그가 덜덜 떨리는 걸음으로 다시 다가서려 하자, 해림은 한 치의 흔들림도 없는 건조한 목소리로 선을 그었다."한 발자국도 더 오지 마세요."그 서늘한 거절에 강유헌보다 먼저 반응한 것은 단상 위 유헌의 등 뒤에 서 있던 민채령이었다."유헌 선배, 속으시면 안 돼요!"채령이 다급하게 유헌의 팔을 낚아채며 소리쳤다. 그녀의 목소리는 장례식장을 찢을 듯 날카로웠다."어떻게 죽은 사람이 살아 돌아와요? 공식 DNA 검사까지 끝났잖아요. 경찰이 화재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은 분명 도해림 씨와 일치했어요. 저 여자는 도해림 씨와 닮은 사칭범이에요!"장례식장이 폭발하듯 술렁이기 시작했다. 얼어붙어 있던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가 일제히 터지며 눈이 멀 것 같은 백색 섬광을 쏟아냈다.채령의 말대로였다. 경찰이 확인한 공식 문서상 도해림은 사망한 존재였다.죽은 자가 제 발로 걸어 들어왔다는 기적보다, 누군가 고인을 사칭해 막대한 유산을 노린다는 가설이 사람들에겐 더 그럴듯했다.그러나 해림은 자신이 진짜 도해림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거나 억울해하지 않았다. 그녀는 쏟아지는 플래시 세례 속에서도 감정에 호소하는 대신, 가장 확실한 증거의 통제권을 쥐려 했다.해림의 시선이 유언장을 든 변호사와 장례식장 관계자들을 향했다."이 시간부로 본 빈소의 CCTV 원본, 그리고 저기 있는 유언장과 유품 일체에 대한 증거 보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4
Leer más
제3화. 당신이 나를 죽였으니까
"당신이 나를 죽였으니까."적막이 내려앉은 빈소에 해림의 대답이 서늘하게 떨어졌다.강유헌의 얼굴이 수치심과 분노로 확 달아올랐다. 방금 전까지 혼란스럽게 흔들리던 그의 눈빛에 날 선 가시가 돋쳤다."내가 널 죽였다고? 억지 부리지 마! 그날 연구소 화재는 끔찍한 사고였어. 내가 널 일부러 밀어 넣기라도 했다는 거야?""…….""경찰이 현장에서 수습한 시신이 있었어. 감식반이 채취한 DNA가 네 것과 일치한다고 통보받았고, 네 유품도 거기 있었어! 온 세상이 네가 죽었다고 확정했는데, 남편인 나보고 어쩌라는 거야!"유헌의 목소리가 장례식장에 쩌렁쩌렁 울렸다. 해림의 눈에는 그저 자신은 정당한 절차를 따랐을 뿐이라고 합리화하는 처절한 방어 기제처럼 보일 뿐이었다.해림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녀는 분노하는 유헌을 투명한 유리벽 너머의 사람처럼 무감하게 바라보았다."DNA가 일치했다고요.""그래!""그럼 그 완벽한 일치 결과를 만들기 위해, 화재 현장에서 수거된 검체가 국과수 실험실까지 어떻게 이동했는지 이송 기록부터 전부 가져오세요.""뭐?""담당자 서명, 검체 보관소 출입 로그, 그리고 중간에 거친 모든 의료 인력의 명단까지. 검체 이동 기록에 설명되지 않는 공백이 있다면, 그 결과를 누가 믿을 수 있죠?"유헌이 말문이 막힌 듯 입술을 달싹였다. 해림은 그가 반박할 틈조차 주지 않고 몸을 돌려, 변호사가 떨어뜨린 채 줍지 못하고 있던 서류 뭉치로 시선을 옮겼다. 유언장이었다.해림은 테이블 위에 놓인 유언장을 집어 들었다. 그녀의 시선이 종이 맨 아래, 반듯하게 적힌 ‘도해림’이라는 이름 세 글자에 머물렀다."그리고 이 유언장."해림의 가느다란 손가락이 서명의 획을 느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4
Leer más
제4화. 내 결혼 팔찌를 찬 여자
유언장 집행이 가로막힌 빈소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강유헌의 핏발 선 시선이 차서록과 해림 사이를 번갈아 오갔지만, 해림은 그에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이미 유헌의 등 뒤로 물러서 있던 민채령을 향해 있었다.정확히는 채령이 등 뒤로 다급하게 감췄던 손목이었다.해림이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가자, 채령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그 팔찌."해림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에 채령의 동공이 잘게 떨렸다."당장 빼서 저기 증거물 보존 상자에 넣으시죠."채령은 입술을 꾹 깨물며 강유헌의 뒤로 반보 더 몸을 숨겼다."무, 무슨 소리예요. 이건…….""내 결혼 팔찌잖아요."직설적인 지적에 장례식장 내부에 억눌린 웅성거림이 번졌다. 죽은 아내의 유품을, 그것도 결혼 팔찌를 남편의 대외협력실장이 차고 있다는 사실은 꽤 자극적인 먹잇감이었다. 셔터를 내린 채 숨을 죽이고 있던 기자들의 눈빛이 번뜩였다.궁지에 몰린 채령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유헌의 옷깃을 쥐었다."유헌 선배…… 이거 시신을 수습할 때 나온 유품이잖아요. 선배님이 이거 볼 때마다 너무 힘들어하셔서, 제가 잠시 보관만 하고 있던 것뿐이라고요. 제가 감히 무슨 생각으로 이걸 찼겠어요……."채령의 떨리는 목소리에 강유헌이 즉각 반응했다. 그가 채령을 감싸듯 앞을 막아서며 해림을 노려보았다."맞아. 내가 가지고 있기 괴로워서 채령이에게 맡겼어. 죽은 사람 유품에까지 억지 트집을 잡을 셈이야?"유헌은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민채령의 설명을 먼저 지지했다.과거의 도해림이었다면 이 순간 숨이 막히는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 돌아온 순간에도 남편은 여전히 다른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4
Leer más
제5화. 죽은 사람의 재산
장례식장을 빠져나온 해림은 곧장 인근 호텔의 라운지로 향했다.신원을 증명하기 전까지 머물 임시 거처와, 당장 움직일 최소한의 자금이 필요했다. 그녀는 지갑에서 익숙하게 플래티넘 카드를 꺼내 프론트 데스크 직원에게 건넸다.잠시 후, 단말기에 카드를 긁던 직원의 손이 멈칫했다."손님, 이 카드는 현재 사용이 불가능합니다.""한도 문제는 아닐 텐데요."직원이 모니터를 힐끗 살피더니 당황한 기색을 숨기지 못하고 대답했다."그게…… '사망 고객'으로 분류되어 결제가 거절되었습니다."사망 고객.해림의 입술 끝이 비틀렸다. 그녀는 카드를 돌려받고 휴대폰을 꺼내 주거래 은행 앱을 열었다.[접근 제한. 해당 계좌는 예금주 사망으로 인해 동결되었습니다.]신용카드뿐만이 아니었다. 개인 주식 계좌와 부동산 신탁, 심지어 강유헌 몰래 운영하던 비상금 계좌까지 모조리 막혀 있었다.법적으로 사람이 죽으면, 그 사람의 모든 재산은 즉시 권리 이동의 대상이 된다. 해림이 5년간 에이온모빌리티를 키워내며 쌓았던 막대한 지분과 자산이 이제는 '고인의 유산'이라는 이름으로 강유헌의 손에 넘어가기 직전이었다.단순한 개인 자산의 동결이라면 예상했던 일이다. 그러나 해림의 시선이 휴대폰의 가장 깊은 곳, 철저하게 암호화된 특수 계좌 연동망으로 향했을 때 그녀의 미간이 좁혀졌다.'제로파트너스.'강유헌조차 그 실체를 완벽히 모르는 해림의 가장 강력 무기였다.그런데 제로파트너스의 관리자 화면에 기이한 경고창이 떠 있었다.[관리권 접근 이상. 권한 이관 절차 대기 중.]단순한 사망 처리가 아니었다. 누군가 해림이 죽었다는 사실을 기정사실화한 뒤, 제로파트너스의 법적 관리권까지 집어삼키려 들고 있었다.빈칸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제6화. 화재가 나던 밤
일주일 전.[대표님, 안전 시험 데이터에 심각한 이상이 있습니다.][최종 수치가 원본 자료와 맞지 않습니다. 원본은 방금 백업했습니다.][지금 연구소로 오실 수 있습니까?]에이온모빌리티 핵심 연구원 한지수에게서 온 긴급 메시지였다. 평소 감정 기복이 없던 지수가 늦은 밤 이런 연락을 한 것은 사안이 돌이킬 수 없이 심각하다는 뜻이었다.그 밤, 해림은 즉시 차를 몰아 외곽에 위치한 제1연구소로 향했다.자정 무렵의 연구소는 기괴할 정도로 고요했다. 짙은 어둠이 깔린 복도를 걸어 들어가는 내내 불길한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올랐다.해림이 한지수의 연구실이 있는 3층 복도 중앙에 들어선 순간이었다.콰앙-!고막을 갈가리 찢는 굉음과 함께 바닥이 맹렬하게 요동쳤다. 거대한 폭발이 건물 전체를 집어삼키며 진열된 내열 유리창들이 일제히 박살 났다. 해림은 쏟아지는 파편을 피하며 반사적으로 바닥에 몸을 던졌다."콜록, 콜록……!"유독한 흑색 연기가 순식간에 산소를 밀어내며 복도를 빽빽하게 채웠다. 붉은 불길이 뜯겨 나간 벽면을 타고 뱀처럼 기어오르며 천장까지 혀를 날름거렸다. 해림은 매캐한 연기를 연거푸 들이마시며 바닥을 기었다. 눈과 목구멍이 불을 삼킨 것처럼 참을 수 없이 타들어 갔다.귀를 찌르는 화재 경보기가 미친 듯이 울려대고 있었다. 하지만 당연히 작동해야 할 천장의 자동 소화 장치에서는 물 한 방울 떨어지지 않았다. 해림은 기침을 뱉어내며 가장 가까운 비상구 방화문 쪽으로 손을 뻗었다.그러나 굳게 잠긴 방화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우지끈!굉음과 함께 천장을 지탱하던 무거운 철골 구조물이 무너져 내리며 해림의 다리 쪽을 덮쳤다."아악!"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제7화. 비상 통로
손이 떨어져 나간 허공을, 해림은 멍하니 바라보았다.강유헌의 다급한 뒷모습은 짙은 연기 속으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가 떠난 자리에는 매섭게 타오르는 붉은 화마와, 고막을 찢어대는 폭발음만이 남았다.버려졌다.5년을 남편으로 맹신했던 남자에게, 가장 절박한 생사의 갈림길에서 철저하게 버림받았다."하, 하아……."매캐한 연기가 폐부를 깊숙이 찌르자, 그제야 멈춰 있던 숨이 쿨럭이며 터져 나왔다. 배신감에 젖어 슬퍼하거나 절망할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피부를 직접 핥아대는 듯한 뜨거운 열기가 해림의 생존 본능을 강제로 일깨웠다.무너진 잔해에 깔린 다리에서 뼈가 바스러지는 듯한 끔찍한 통증이 밀려왔다.여기서 죽을 수는 없다. 이대로 강유헌과 민채령의 비극적인 사랑을 장식하는 불쌍한 희생양 따위로 남을 수는 없었다.해림은 이를 악물었다. 불길은 이미 복도 양쪽을 완전히 틀어막았고, 메인 방화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강유헌이 달아났던 중앙 계단 쪽도 불기둥이 솟구쳤다. 평범한 사람이라면 이 밀폐된 지옥에서 질식하기만을 기다렸을 것이다.그러나 그녀는 도해림이었다.그녀의 머릿속에 과거 자신이 직접 검토하고 추가를 지시했던 연구소의 도면이 섬광처럼 스쳐 지나갔다.'3층 C구역. 배기창과 연결된 외부 유지보수용 비상 통로.'일반 동선에는 없는, 오직 외벽 관리자들만이 사용하는 숨겨진 해치였다. 지금 위치에서 불과 십여 미터 떨어진 장비실 벽면 뒤에 그 통로가 있었다.해림은 불길 사이로 바닥에 뒹구는 굵은 철제 파이프 조각을 움켜쥐었다. 그것을 지렛대 삼아 자신의 다리를 짓누르는 잔해 틈새로 깊숙이 밀어 넣었다."으윽……!"온 체중을 실어 파이프를 강하게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5
Leer más
제8화. 나를 죽인 서명
`故 도해림`TV 화면 아래로 무심히 흘러가는 붉은 자막을 보며, 해림은 리모컨의 전원 버튼을 눌렀다.화면이 까맣게 죽고 병실에 무거운 정적이 내려앉았다. 병원 침대에 기대앉은 해림의 눈동자는 어둠이 깔린 창밖을 향해 있었지만, 초점은 허공을 떠돌고 있었다.세상에서 완벽하게 지워졌다. 숨을 쉬고, 심장이 뛰고, 이렇게 두 눈을 똑바로 뜨고 살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서류상 도해림은 이미 한 줌의 재가 되어버렸다. 화재가 발생한 지 불과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사이, 바깥세상은 그녀의 죽음을 너무도 빠르고 철저하게 기정사실로 만들었다. 그 기막힌 사실이 주는 충격은 이미 서늘한 이성 아래로 가라앉은 지 오래였다. 남은 것은 오직 지독한 의문뿐이었다.똑똑.규칙적인 노크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열렸다. 흐트러짐 없는 회색 정장 차림의 남자가 안으로 들어왔다. 화재 현장 뒤편에서 쓰러진 해림을 수습해 이 완벽히 통제된 VIP 병실로 옮겼던, 그 정체 모를 검은 차량의 무리 중 한 명이었다.그는 해림에게 어떤 위로나 불필요한 질문도 건네지 않았다. 소리조차 내지 않고 다가온 그는 묵직한 서류 봉투 하나를 침대 옆 테이블 위에 조용히 올려놓을 뿐이었다."지시받은 자료입니다. 본인의 사망 처리에 관한 기록들이 포함되어 있습니다."남자는 고개를 가볍게 숙인 뒤, 더 이상의 설명 없이 세 걸음 뒤로 물러나 대기했다.해림은 테이블 위의 서류 봉투로 시선을 옮겼다. 겉면에 아무런 로고도 찍혀 있지 않은 매끄러운 황봉투. 그녀를 이곳으로 데려온 '누군가'가, 지금 해림에게 가장 필요한 정보가 무엇인지 정확히 꿰뚫어 보고 제공한 자료였다. 그들의 정보력과 행동력은 분명 보통의 수준이 아니었지만, 지금 해림에게 중요한 것은 그들의 정체가 아니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6
Leer más
제9화. 차서록의 거래
장례식장을 빠져나온 해림은 미리 잡아둔 조용한 호텔 비즈니스 라운지로 향했다.수십 명의 눈앞에서 자신의 생존을 드러내고, 유언장 집행정지와 증거 보존을 요구한 직후였다. 턱끝까지 차올랐던 긴장감과 피로가 몰려왔지만, 해림의 머릿속은 그 어느 때보다 차갑고 명징하게 돌아가고 있었다.라운지의 묵직한 문이 열리고, 차서록이 들어왔다.두 사람은 앞서 이미 구원이 아닌 거래를 약속한 사이였다. 이제는 그 모호했던 구두 합의를 구체적이고 확실한 형태의 공동대응 계약으로 묶어낼 차례였다.서록은 맞은편에 앉자마자 곧바로 잘 정돈된 서류철 하나를 테이블 위로 밀어주었다."가장 시급했던 법무팀 구성이 끝났습니다. 유언장 집행정지 신청은 이미 들어갔고, 심리에 대비한 보완 자료도 정리하고 있습니다. 증거 보존 신청이 들어간 CCTV와 유품 자료들도 우리 쪽 보안팀이 확실하게 감시하고 있습니다. 강유헌 측에서 함부로 손대지 못할 겁니다."건조하고 철저히 업무적인 말투였다. 해림은 짧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가 내민 계약 초안을 빠르게 훑어 내려갔다.자신이 법적으로 '살아있음'을 우선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행정적 절차, 위조 의혹이 제기된 서류들을 무효화할 법적 대응 시나리오, 그리고 당장 움직일 수 없는 해림을 대신할 막대한 자금과 인력 지원까지 완벽하게 짜인 판이었다."필요한 법률과 보안, 자료 추적까지 흠잡을 데 없군요."해림이 서류에서 눈을 떼고 서록을 똑바로 응시했다."하지만 세상에 대가 없는 호의는 없죠. 당신이 원하는 조건부터 명확히 하죠."서록은 빙빙 돌려 말하는 법이 없는 해림의 직설적인 태도가 마음에 든다는 듯, 미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나에게는 태성그룹 관련 의결권이 필요합니다.""의결권이요?""태성 내부에 곧 치열한 표 대결이 벌어질 겁니다. 에이온모빌리티 쪽에 복잡하게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6
Leer más
제10화. 위조 유언장의 첫 번째 균열
법원 심문기일."신청인은 현재 법적으로 사망 판정을 받은 고인과 동일인이라는 최소한의 신원 증명조차 마치지 못했습니다. 이는 당사자 적격이 없는 신원 미상자의 억지 주장에 불과합니다!"에이온 측 변호사의 날 선 목소리가 법정을 울렸다.강유헌은 변호인단 중앙에 굳은 얼굴로 앉아 있었다. 세상이 도해림의 죽음을 확정 지었다는 사실을 앞세워, 에이온 측은 그녀의 당사자 자격부터 완전히 무너뜨리려 하고 있었다.해림은 맞은편에서 그들을 무감하게 응시했다.그녀의 곁에는 차서록이 지원한 태성그룹의 최정예 법무팀이 포진해 있었다.해림 측 변호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신청인의 신원 회복 절차는 별도로 진행 중입니다. 하지만 본 심리의 핵심은 피신청인 측이 집행하려는 유언장 자체가 그 효력을 온전히 인정받을 수 없는 흠결을 지니고 있다는 점에 있습니다.""효력이라니요! 이미 필적 감정까지 완벽하게 마친 문서입니다!"에이온 측의 즉각적인 반발을 예상했다는 듯, 해림이 직접 입을 열었다. 그녀가 단상 쪽을 향해 가볍게 고갯짓을 하자, 대형 스크린에 준비된 영상이 재생되었다.화면 속에는 과거의 도해림이 에이온 법무팀과 변호사 입회하에 서류를 작성하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본인 도해림은 향후 제로파트너스 지분 및 에이온 관련 핵심 특허 등, 중대한 권리 변경을 수반하는 모든 문서에 한하여 고유의 인증 규칙을 적용합니다.]영상 속 해림의 건조하고 또렷한 목소리가 법정 안을 채웠다.[단순한 서면 서명뿐만 아니라, 사전에 지정된 별도의 '음성 코드 파일'이 동시에 제출되지 않는 한, 그 어떤 권리 이전이나 유언장도 효력을 갖지 못합니다.]영상이 멈추자 법정은 찬 물을 끼얹은 듯 고요해졌다.해림은 꼿꼿하게 등받이에 기댄 채 강유헌을 직시했다."피신청인 측이 제출한 유언장에는 제 서명만 있을 뿐, 이 필수 인증 규칙이 완전히 누락되어 있습니다. 재판장님, 현재 유언장에 첨부된 음성 코드 파일이 존재합니까?"재판장이 굳은 표정으로 서류를 확인하고 대답했다."
last updateÚltima actualización : 2026-10-07
Leer más
Explora y lee buenas novelas gratis
Acceso gratuito a una gran cantidad de buenas novelas en la app GoodNovel. Descarga los libros que te gusten y léelos donde y cuando quieras.
Lee libros gratis en la app
ESCANEA EL CÓDIGO PARA LEER EN LA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