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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내 결혼 팔찌를 찬 여자

Author: Doong_E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04 20:10:27

유언장 집행이 가로막힌 빈소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

강유헌의 핏발 선 시선이 차서록과 해림 사이를 번갈아 오갔지만, 해림은 그에게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하지 않았다.

그녀의 시선은 이미 유헌의 등 뒤로 물러서 있던 민채령을 향해 있었다.

정확히는 채령이 등 뒤로 다급하게 감췄던 손목이었다.

해림이 느릿한 걸음으로 다가가자, 채령의 어깨가 눈에 띄게 움츠러들었다.

"그 팔찌."

해림의 낮고 건조한 목소리에 채령의 동공이 잘게 떨렸다.

"당장 빼서 저기 증거물 보존 상자에 넣으시죠."

채령은 입술을 꾹 깨물며 강유헌의 뒤로 반보 더 몸을 숨겼다.

"무, 무슨 소리예요. 이건……."

"내 결혼 팔찌잖아요."

직설적인 지적에 장례식장 내부에 억눌린 웅성거림이 번졌다.

죽은 아내의 유품을, 그것도 결혼 팔찌를 남편의 대외협력실장이 차고 있다는 사실은 꽤 자극적인 먹잇감이었다.

셔터를 내린 채 숨을 죽이고 있던 기자들의 눈빛이 번뜩였다.

궁지에 몰린 채령이 울먹이는 목소리로 유헌의 옷깃을 쥐었다.

"유헌 선배…… 이거 시신을 수습할 때 나온 유품이잖아요. 선배님이 이거 볼 때마다 너무 힘들어하셔서, 제가 잠시 보관만 하고 있던 것뿐이라고요. 제가 감히 무슨 생각으로 이걸 찼겠어요……."

채령의 떨리는 목소리에 강유헌이 즉각 반응했다.

그가 채령을 감싸듯 앞을 막아서며 해림을 노려보았다.

"맞아. 내가 가지고 있기 괴로워서 채령이에게 맡겼어. 죽은 사람 유품에까지 억지 트집을 잡을 셈이야?"

유헌은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민채령의 설명을 먼저 지지했다.

과거의 도해림이었다면 이 순간 숨이 막히는 모욕감을 느꼈을 것이다.

자신이 살아 돌아온 순간에도 남편은 여전히 다른 여자의 방패를 자처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해림은 상처받은 표정을 짓는 대신, 오히려 채령을 향해 한 걸음 더 거리를 좁혔다.

얄팍한 모욕감이 지나간 자리를 차가운 의심과 수사 본능이 빠르게 채웠다.

해림은 억지로 채령의 손목에서 팔찌를 빼앗으려 들지 않았다.

감정적인 난동은 그녀의 방식이 아니었다.

해림은 그저 채령의 손목에 엉성하게 감긴 플래티넘 체인을 차분하고 예리하게 관찰했다.

일주일 전, 무너져 내리던 불길 속.

천장의 잔해가 쏟아지며 팔을 덮쳤을 때, 날카로운 파열음과 함께 피부를 파고들며 뜯겨 나가던 금속의 감각.

해림은 자신의 팔찌가 어떤 충격과 함께 완전히 끊어져 나갔는지 뼛속 깊이 기억하고 있었다.

"유품이라는 주장이 사실이라면 더더욱 개인의 손목에 차고 있을 이유가 없죠. 아까 요구한 증거 보존 대상에 그 팔찌도 포함입니다."

해림이 유언장을 들고 굳어 있던 변호사를 향해 턱짓했다.

"수거하세요."

수많은 카메라와 시선이 채령을 옭아맸다.

차서록의 서늘한 존재감까지 로비를 압박하고 있는 상황에서, 강유헌조차 여론 앞에서는 더 이상 억지를 부릴 수 없었다.

"……채령아, 일단 줘. 경찰 감식에서 어차피 확인 다 끝난 물건이니까, 떳떳하게 넘겨."

채령은 하얗게 질린 얼굴로 덜덜 떨며 손목에서 팔찌를 풀었다.

변호사가 투명한 증거물 봉투를 벌려 그것을 받아 넣었다.

해림은 변호사의 손에 들린 비닐 봉투 너머로 온전히 드러난 은빛 체인을 직시했다.

표면적인 디자인은 자신이 매일 차고 있던 것과 완벽하게 똑같았다.

하지만 해림은 그 팔찌를 주문할 때, 체인과 펜던트가 연결되는 이음새 내부에 특수한 잠금 장치를 삽입했었다.

외부에서는 절대 보이지 않지만, 한 번 채워지면 고유의 무게 중심을 만들어주던 미세한 금속 장치.

비닐 봉투 안에서 빛을 받는 팔찌의 이음새는 속이 텅 빈 것처럼 매끄러웠다.

안쪽을 채우고 있어야 할 정교한 내부 장치의 흔적이 감쪽같이 사라져 있었다.

표면은 분명 자신의 팔찌와 완벽하게 같았다.

하지만 왜 핵심 장치가 없는 걸까.

누군가 손을 댄 것인지, 아니면 애초에 출처부터 전혀 다른 물건인지 확인해야 했다.

해림의 맑은 눈매가 칼날처럼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있어야 할 것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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