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 connecter세레나는 그를 바라봤다.회랑에는 성전 사제와 황실 기록관, 법무관들이 모두 있었다.사적인 공간이 아니었다.그래서 오히려 거짓말할 필요가 없었다.“네.”테오도르의 시선이 조금 깊어졌다.“그럼 오겠습니다.”그것으로 대화는 끝났다.세레나는 먼저 등을 돌렸다.그가 따라오지 않을 거라는 걸 확인하기 위해 돌아볼 필요도 없었다.자신이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고, 그는 멈출 것이다.이번 생에서 처음으로 그런 확신을 가지고 누군가에게 등을 보였다.성전 동부 재판 구금동은 지하에 있지 않았다.높은 담장 안쪽에 붙은 삼층 석조 건물로, 창문에는 쇠창살이 있었지만 낮 동안에는 햇빛이 들어왔다. 세레나는 도착하자마자 방부터 살피지 않고 인계 기록을 확인했다.입소 시각.담당자.소지품 목록.건강 상태.마지막 칸에 ‘불안 및 신원 혼란 여부’라는 항목이 있었다.세레나가 펜을 멈추게 했다.“이건 무엇입니까?”구금동 관리 사제가 말했다.“모든 구금자에게 적용되는 건강 확인입니다.”“모든 구금자에게 신원 혼란을 묻습니까?”사제가 대답하지 못했다.세레나는 황실 기록관을 봤다.기록관이 양식을 받아 확인했다.“최근에 추가된 항목입니다.”“언제요?”“오늘 날짜입니다.”세레나의 시선이 서류 아래로 내려갔다.양식 승인자.베르나르 케인.세레나는 한동안 그 이름을 보다가 펜을 들었다.‘신원 혼란 여부’ 항목에 직접 적었다.‘본인은 현재 사용 이름과 법적 신원 심리가 분리되어 있음을 이해하고 있으며, 사람·장소·시간에 대한 인지에 이상 없음. 황실 기록관 입회.’그리고 서명했다.세리스 베인.관리 사제의 얼굴이 굳었지만 막지 못했다.“방을 확인하겠습니다.”세레나는 구금실로 들어갔다.침상 하나.세면대.고정된 작은 탁자.의자.창문.문 안쪽에는 손잡이가 없었다.세레나는 창문을 먼저 열어 봤다.쇠창살은 있었지만 환기는 됐다.침상 아래나 약제함은 없었다.204번 병상처럼 치료를 핑계로 만들어 둔 공간은 아니었다.적어도 지금은
“황실 증인 보호는 어떻게 됐습니까?”이번에는 황실 기록관이 먼저 답하려다 멈췄다.문이 열리면서 황실 법무감사국 전령이 들어왔기 때문이다.전령은 숨을 고른 뒤 봉인된 명령서를 황실 기록관에게 내밀었다.몇 줄을 읽은 기록관의 얼굴이 굳었다.세레나는 물었다.“무엇입니까?”기록관은 답하기 전에 마티아스를 봤다.마티아스는 이미 알고 있는 사람처럼 표정이 변하지 않았다.“말씀해 주세요.”세레나가 다시 요청했다.황실 기록관이 천천히 말했다.“세리스 베인의 임시 증인 보호 지위에 관한 황실 법무감사국 결정입니다.”재판부 안이 조용해졌다.“백휘석 오염 사건의 핵심 참고인 자격은 유지됩니다. 다만 성전 중앙 재판부가 정식 형사성 징계 절차를 개시한 만큼, 황실은 성전 내부 절차 자체를 막을 권한이 없다는 결론입니다.”세레나는 그 문장을 곧바로 이해했다.“즉, 황실 보호가 저를 성전 구금에서 제외해 주지는 않는다는 뜻입니까?”“그렇습니다.”“황실 기록관은 구금 절차에 입회합니까?”“입회합니다.”세레나는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됐습니다.”베르나르가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봤다.“저항하지 않으실 생각입니까?”세레나는 그에게 시선을 돌렸다.“출석했고, 지금도 여기 있습니다.”“도주 우려가 있다고 판단됐습니다.”“그건 재판부 판단이겠죠.”“그런데도 아무 말씀이 없습니까?”세레나는 조금 이상하다는 듯 그를 봤다.“제가 소리라도 질러야 합니까?”베르나르의 입이 다물렸다.세레나는 재판석을 바라봤다.“구금 명령서 원본과 황실 입회 확인서를 보여 주세요. 그리고 이동 경로도 문서에 적어 주세요.”마티아스가 손짓했다.서류가 내려왔다.세레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다.출발 장소.중앙 재판부.도착 장소.동부 재판 구금동.이송 담당자.베르나르 케인.황실 입회자 두 명.어디에도 치료동이나 동부 회복원이라는 이름은 없었다.세레나는 문서를 돌려줬다.“확인했습니다.”그 순간 구금 담당 사제가 철제 손목 고리를 가지고
세레나는 그의 얼굴을 바라봤다.소유하려는 말과는 달랐다.데려오겠다는 말도 아니었다.그저 알고 싶다는 요청.세레나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알려 드리겠습니다.”“감사합니다.”“대신 찾아오지는 마세요.”“허락 없이 가지 않겠습니다.”세레나는 입가가 조금 움직이는 것을 그대로 두었다.그 순간 재판부 문이 열렸다.베르나르가 회랑으로 나왔다.“세리스 베인.”세레나는 천천히 장갑을 다시 꼈다.손가락 하나씩 끝까지 밀어 넣은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테오도르도 일어났지만 따라오지 않았다.세레나가 먼저 문으로 걸어갔다.재판부의 분위기는 오전과 달라져 있었다.증거대 위의 문서가 대부분 치워지고 중앙에는 새로운 결정서 한 장만 남아 있었다.마티아스가 말했다.“재판부는 현재 제출된 자료만으로 요한 브레트 환자 사망을 세리스 베인의 임시 분류 지침 탓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합니다.”세레나는 아무 표정도 보이지 않았다.성전 법무관 몇 명의 얼굴이 굳었다.“또한 외부 수습 기간 중 이루어진 치료 행위가 황실 의료감찰원 허가 범위를 명백히 벗어났다는 사실 역시 추가 확인이 필요합니다.”첫 번째와 두 번째 혐의가 당장 유죄로 굳지는 않았다.그런데 마티아스의 다음 말은 다른 방향으로 갔다.“그러나 별개의 문제가 있습니다.”세레나는 기다렸다.“피심문인은 성전 내부 조사 자료를 반복적으로 황실 및 외부 기관에 복제했고, 여러 증인을 직접 접촉했으며, 신원 확인에 필요한 자료가 발견될 때마다 독자적인 해석을 공표했습니다.”“공표한 적 없습니다.”세레나가 말했다.마티아스의 시선이 향했다.“백휘열이라는 명칭을 사용했습니다.”“의심군 임시 분류라고 표시했습니다.”“민간에 퍼졌습니다.”“제가 언론에 발표한 기록이 있습니까?”마티아스는 답하지 않았다.대신 베르나르가 다른 문서를 펼쳤다.“재판부가 우려하는 것은 증거 인멸이 아니라 증거 오염입니다.”세레나의 눈빛이 가라앉았다.“무슨 뜻입니까?”“같은 사건 관계자들이 반
세레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리고 증거대 위에 놓인 문서를 순서대로 바라봤다.일곱 해 전 광산 환자 기록.최근의 204번 병상.요한 브레트 사망 이전의 메모.시간이 맞지 않는 사고 보고서.“같은 사람이 같은 계획을 일곱 해 동안 만들었다고는 아직 말할 수 없습니다.”세레나의 목소리는 조금도 높아지지 않았다.“하지만 사람보다 기록의 결론을 먼저 정하는 방식이 반복됐다는 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저는 그 과정에 누가 언제 들어왔는지 하나씩 묻고 있는 겁니다.”마티아스가 조용히 말했다.“치료사가 아니라 조사관처럼 행동하는군요.”세레나는 그의 시선을 받았다.“제 자격을 정지하셨으니까요.”심리실의 공기가 아주 미세하게 흔들렸다.세레나는 그 분위기를 즐기지 않았다.“오늘 저는 치료하지 않습니다. 기록을 보고 있을 뿐입니다.”오후 심리는 예상보다 일찍 휴정됐다.성전 재판부가 제출된 문서의 증거 능력을 검토하겠다며 한 시간의 시간을 요구했기 때문이다.세레나는 피심문인 대기실로 가지 않았다.황실 기록관이 머무는 공개 회랑 한쪽 벤치를 선택했다.테오도르는 약속한 대로 회랑 끝에 있었다.다가오지도, 자리를 비우지도 않았다.세레나가 그쪽을 본 뒤 먼저 말했다.“공작님.”그제야 테오도르가 가까이 왔다.“네.”“앉으셔도 됩니다.”두 사람이 같은 벤치에 앉지는 않았다.세레나는 창가 아래 짧은 벤치에 앉았고, 테오도르는 맞은편 벽 쪽 의자를 가져와 두었다.세레나는 손목의 검은 장갑을 벗었다.치료 중도 아니고 증거를 만질 일도 없었다.장갑을 가지런히 무릎 위에 놓은 뒤 손가락을 천천히 폈다.테오도르가 물었다.“제가 들어가야 할 일이 있었습니까?”“아직은요.”“그럼 계속 밖에 있겠습니다.”세레나는 잠시 그를 보았다.“궁금하지 않으십니까?”“무엇이요?”“안에서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요.”“궁금합니다.”대답은 솔직했다.“그런데 제가 알아야 할 자료가 있다면 말씀해 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세레나는 시선
“그래서 오늘도 다른 사유는 따로 심리하면 됩니다. 다만 요한 브레트 씨의 죽음을 제 지침과 연결하는 근거로는 사용할 수 없겠지요.”마티아스가 손가락을 맞물렸다.“그 판단은 재판부가 합니다.”“네.”세레나는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그래서 판단하시라고 시각을 올린 겁니다.”재판부 한쪽에 앉은 원로 사제 둘이 서로 낮게 이야기를 나눴다.베르나르는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려 했다.세레나가 손을 들었다.“하나 더 있습니다.”“무엇입니까?”황실 법무감사관이 봉인된 유리판을 증거대에 올렸다.에드몬 헤일의 메모였다.베르나르의 얼굴이 굳었다.세레나는 문장을 직접 읽지 않았다.황실 기록관이 낭독했다.“204번은 실패했다. 다음에는 환자로 만들지 않는다. 죄인으로 만든다. 작성 날짜는 요한 브레트 사망 하루 전.”심리실 안의 공기가 바뀌었다.마티아스가 말했다.“작성자의 의도가 무엇인지 확정되지 않은 개인 메모입니다.”“맞습니다.”세레나는 바로 인정했다.“그래서 저는 이 문서가 살인을 예고했다고 말하지 않습니다.”마티아스의 눈빛이 아주 조금 달라졌다.“그럼 왜 제출했습니까?”“요한 브레트 씨가 죽기 전에 이미 누군가 세리스 베인을 ‘죄인으로 만든다’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세레나는 베르나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그리고 환자가 죽은 뒤에는 실제 치료 시각과 맞지 않는 사고 보고서가 만들어졌으며, 그 문서를 들고 제 자격을 정지하러 온 사람이 베르나르 케인 법무관님이었습니다.”베르나르가 차갑게 말했다.“제가 그 메모를 작성했다는 증거가 있습니까?”“없습니다.”“그럼 저를 왜 연결합니까?”“연결하지 않았습니다.”세레나는 한 박자 쉬었다.“법무관님께 질문하려는 겁니다.”베르나르의 눈썹이 움직였다.“일곱 해 전 루멘 성전 중앙기록국에서 근무하셨습니까?”“오늘 사건과 무슨 관계가”“근무하셨습니까?”마티아스가 베르나르를 바라봤다.그는 결국 대답했다.“그렇습니다.”“베일런 서부 광산의 환자 기록 인수 명단에 이름이
세레나는 그 대답을 들은 뒤에야 의자에서 일어났다.루멘 성전 중앙 재판부는 치료 시설과 완전히 분리된 동쪽 건물에 있었다.성력 증폭 장치도, 환자를 눕힐 침상도 없었다.대신 벽에는 오래된 교리 조항과 치료사 규정이 새겨져 있었고,중앙에는 피심문인이 서는 낮은 단상이 놓여 있었다.세레나는 그 단상에 서기를 거부하지 않았다.다만 첫 번째로 확인했다.“제 신분을 어떻게 기록합니까?”베르나르 케인이 재판 서류를 펼쳤다.“세레나 베일런, 현재 세리스 베인이라는 가명을 사용하는 수습 치료사.”세레나가 황실 기록관 쪽을 봤다.“이의 있습니다.”베르나르의 표정이 굳었다.“어떤 부분입니까?”“현재 법적 신원 심리는 끝나지 않았습니다. 공식 기록상 피심문인은 세리스 베인이고, 세레나 베일런과 동일 인물이라는 문제는 별도 심리 중입니다.”“본인 역시 동일 인물임을 부인하지 않고 있지 않습니까?”“부인하지 않는 것과 법적 확인이 끝난 것은 다릅니다.”베르나르가 입술을 얇게 다물었다.황실 기록관이 재판부에 물었다.“현재 황실 신원 심리 결과가 확정되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피심문인을 세리스 베인으로 기록해 주십시오.”마티아스는 중앙 재판석에 앉아 잠시 두 사람을 바라보다 손을 들었다.“그렇게 하지요.”베르나르는 이름을 고쳤다.세레나는 그제야 말했다.“계속하십시오.”첫 번째 혐의는 무자격 의료행위였다.두 번째는 루멘 성전 치료 지침 방해.세 번째는 성전 내부 환자와 백휘석 자료를 황실에 반출한 행위.네 번째는 신원 허위 기재.그리고 다섯 번째.요한 브레트 환자의 사망에 영향을 미친 미검증 의료 지침 배포.세레나는 모든 혐의를 한꺼번에 부인하지 않았다.“첫 번째부터 따로 답변하겠습니다.”베르나르가 물었다.“전체 혐의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뜻 아닙니까?”“혐의마다 사실관계가 다릅니다.”“시간을 끌려는 의도라면—”“베르나르 케인 법무관님.”세레나가 정확히 이름과 직함을 불렀다.“사람을 다섯 가지 이유로 재판에 세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