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세레나는 그날 오전, 루멘 성전 중앙 본당에 곧바로 사람을 보내자는 제안을 거절했다.제4광맥에서 사용됐던 옛 기록 통제 절차가 현재 북부 지원국 문서에다시 등장했다는 사실이 확인된 이상, 중앙 본당에 원본을 요구하는 것이 가장 빠른 길처럼 보였다. 그러나 상대가 지난 일곱 해 동안 같은 방식으로 환자 기록을 회수하고 분산시켜 왔다면, 먼저“원본을 보여 달라”고 알리는 순간 남아 있던 자료마저 움직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었다.세레나는 이름 없는 치료원의 회의용 작업대 위에 일곱 해 전 문서와현재 지침을 나란히 놓고 황실 조사관에게 물었다.“성전 내부 규정도 제국 기관에 등록해야 합니까?”“전부는 아닙니다. 하지만 귀족 영지의 광산 운영이나 군 의료 협력에 영향을 주는 규정은외부 기관에 사본을 제출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세레나는 전신을 읽은 뒤 조용히 장부에 시간을 적었다.나디아가 그 모습을 보다가 말했다.“기뻐해도 돼요.”세레나는 고개를 들었다.“뭘요?”“사람 둘이 당장 더 나빠질 가능성이 줄었잖아요.”세레나는 잠시 전신을 봤다.“아직 좋아진 건 아닙니다.”“그래도요.”세레나는 결국 아주 작게 숨을 내쉬었다.“네.”그 정도는 인정해도 될 것 같았다.그때 황실 기록관이 급하게 치료원 안으로 들어왔다.
세레나는 그 답도 그대로 받아 적었다.모르는 사람에게 악의를 만들어 붙이지 않았다.그러나 오늘 확인된 사실은 컸다.세레나를 북부로 유도하고.독립 치료원을 열 가능성을 예상하고.환자들이 그곳으로 모이면.본당 명령으로 원본을 한꺼번에 회수한다.흩어진 기록을 한 번에 손에 넣을 수 있는 구조였다.그때 세레나가 테오도르를 바라봤다.“공작님.”테오도르가 바로 고개를 들었다.“네.”“아까 말씀드린 요청을 하겠습니다.”회의실의 시선이 둘에게 몰렸다.
두 사람은 함께 치료원 복도로 나왔지만 나란히 걷지는 않았다.세레나는 환자 쪽으로, 테오도르는 영지 행정관 쪽으로 각자 방향을 틀었다.그런데 이번에는 그게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지 않았다.같은 일을 위해 서로 다른 쪽을 맡은 것에 가까웠다.오후의 공개 심리는 영지 행정청 대회의실에서 열렸다.이번에는 방 안에 사람이 많았다.황실 의료감찰원 조사관, 영지 법무관, 광산촌 대표 세 명,루멘 성전 북부 지원국 실무 책임자 세드릭 보렌,오전에 봉인 명령을 가져왔던 행정 사제, 그리고 테오도르가 참석했다.세레나는 테오도르 옆자리를 선택하지 않았다.황실 조사관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세드릭 보렌은 생각보다 젊었다. 마흔이 채 되지 않은 얼굴이었고,밤새 잠을 못 잔 사
뒤쪽 대기실에서 누군가 낮게 웅성거렸다.제5광산촌에서 온 광부 몇 명이었다.그들 역시 자신의 기록이 성전으로 넘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이제야 이해한 표정이었다.세레나는 그 반응을 이용해 선동하지 않았다.대신 첫 번째 침상 쪽으로 돌아섰다.“봉인 문제는 황실 공증관과 법무 담당자들이 확인하세요. 환자는 기다리지 않습니다.”그 말로 논쟁을 끊었다.치료원 안에서 또 구토 소리가 들리고 있었다.두 시간 뒤, 이름 없는 치료원에는 새 규칙이 붙었다.환자 기록은 누구의 소유물도 아니었다.치료진이 작성한 원본이 있되, 환자가 원하면 자신의 요약본을 받을 수 있었고,황실 공증 사본은 별도 장소에 저장됐다. 조사에 필요한 자료는
아침 여섯 시가 되기도 전에 치료원 정문에 붉은 봉인이 붙었다.밤새 열이 내려가지 않은 환자들을 확인하고 있던 세레나는 나디아가급하게 부르는 소리에 장갑을 벗은 뒤 곧장 현관으로 나왔다.어제까지만 해도 간판조차 없었던 구 군의무별관 앞에는 루멘 성전 북부 지원국 소속 마차 두 대와 회색 제복을 입은 행정 사제 여섯 명이 서 있었고,그 가운데 가장 앞에 선 남자가 긴 문서를 펼쳐 들고 있었다.붉은 봉인의 제목은 짧았다.‘외부 임시 치료시설 운영 정지 및 환자 기록 공동 이관 명령.’세레나는 문서 내용보다 먼저 날짜를 봤다.손끝이 멈췄다.“이 문서가 언제 작성됐습니까?”행정 사제가 대답했다.&ld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