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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장

Author: Lady-Noir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05 19:25:11

사만다가 떠난 후 현관문이 부드럽게 닫혔다. 발소리가 멀어지며 사라지자, 거실에는 기묘한 침묵만이 맴돌았다.

캘빈은 여전히 소파에 앉아 있었다.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한쪽 팔은 힘없이 늘어뜨린 채였다. 거실 불은 아직 켜져 있었지만, 공기는 서늘하기만 했다. 그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나한테 무슨 문제가 있는 거지?”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방금 사만다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그동안 그가 기다려온 여자, 자신이 사랑한다고 믿었던 여자였다. 하지만 심장은 전혀 뛰지 않았고, 마주 안아주고 싶은 충동조직 일어나지 않았다. 모든 것이 그저 덤덤하고 무미건조했다.

캘빈은 머릿속에 떠오르는 잔상을 쫓아내려는 듯 두 눈을 감았다.

하지만 눈을 감을 때마다 언제나 카멜리아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는 짜증스럽게 다시 눈을 떴다. “젠장.”

그때 초인종이 울렸다.

캘빈의 시선이 날카롭게 문 향했다. 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문을 열었다. 그곳에는 진지한 표정의 로널드가 서 있었다.

“대표님,” 로널드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

“들어와.” 캘빈이 짤막하게 답했다.

로널드는 안으로 걸어 들어와 캘빈의 앞에 섰다. “보고드릴 게 있습니다.”

캘빈이 다시 소파에 앉았다. “말해.”

“여전히 카멜리아 사모님의 행방은 찾지 못했습니다.” 로널드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하지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습니다.”

캘빈이 고개를 들었다. “그게 뭐지?”

“어제 사모님께서 대표님이 자주 가시던 클럽에 잠시 들르셨다고 합니다.”

캘빈의 몸이 굳어졌다. “클럽?”

“네, 대표님. 케이크 상자를 들고 오셨답니다. 오래 머물지는 않으셨고, 불과 몇 분 만에 바로 자리를 뜨셨다고 합니다.”

캘빈의 손이 천천히 주먹을 쥐었다. “케이크?”

“그렇습니다.” 로널드가 말을 이어갔다. “직원들의 말로는, 사모님께서 처음에는 무척 기뻐 보이셨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슬픈 표정으로 바뀌셨다고 합니다.”

캘빈은 말문이 막혔다.

캘빈의 머릿속이 빠르게 회전했다. 자신이 했던 말이 환청처럼 귓가를 때렸다.

*‘그 여자랑 이혼할 거야. 내가 사랑하는 건 너뿐이야.’*

캘빈의 턱관절이 단단히 맞물렸다.

“그 말이… 들렸던 건가?” 그가 간신히 들릴 듯 말 듯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로널드는 감히 끼어들지 못하고 조용히 기다렸다.

캘빈은 거칠게 얼굴을 쓸어내렸다. 가슴 한구석이 답답해져 왔다. “수색은 중단해.”

로널드가 깜짝 놀라 물었다. “대표님?”

“그만두라고.” 캘빈이 차갑게 반복했다. “더 이상 찾을 필요 없어.”

“하지만—”

캘빈이 로널드를 날카롭게 노려보았다. “그만두라고 했잖아.”

로널드가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대표님.”

캘빈은 등받이에 몸을 깊숙이 기댔다. “사흘도 채 걸리지 않을 거야.” 그가 오만하게 말했다. “알아서 제 발로 돌아오겠지.”

로널드는 잠시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로널드가 떠나고, 캘빈은 다시 혼자가 되었다.

그렇게 카멜리아가 없는 밤이 지나갔다. 아침이 밝아왔지만, 여전히 카멜리아는 없었다.

첫째 날.

캘빈은 짜증스러운 기분으로 눈을 떴다. 집 안이 너무나도 고요했다. 부엌에서 들려오던 달그락거리는 소리도 없었고, 카멜리아가 늘 준비해 주던 소박한 아침 식사의 온기도 없었다. 평소라면 정갈하게 준비되어 있어야 할 출근용 정장도 오늘 아침에는 보이지 않았다.

“일부러 이러는군.” 그가 중얼거렸다. “나랑 밀당이라도 하겠다는 건가.”

둘째 날.

캘빈은 평소보다 일찍 퇴근했다. 그의 시선이 반사적으로 거실을 훑었지만, 카멜리아의 모습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소파에 앉아 한참 동안 현관문만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원래 기뻐해야 맞는 거잖아.” 그는 스스로에게 타이르듯 말했다. “이게 내가 바라던 바가 아니었나?”

셋째 날.

캘빈은 점점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그는 몇 번이고 휴대폰을 확인했다. 카멜리아에게서 온 부재중 전화는 없었다. 문자 메시지조차 없었다. 정말이지 아무런 소식도 없었다.

“집에 돌아오기에는 자존심이 너무 세서 버티는 건가?” 그가 투덜거렸다.

아니면… 정말 돌아오고 싶지 않은 건가?

그 생각이 머리에 스치자 가슴이 턱 막혀왔다.

캘빈은 자리에서 일어나 방 안을 안절부절못하며 서성거렸다. “그럴 리가 없어.” 그가 큰 소리로 외쳤다. “그 여자에겐 갈 곳도, 기댈 사람도 없단 말이야.”

하지만 자꾸만 자신에게 장난을 치며 웃던 카멜리아의 환영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캘빈이 걸음을 멈추었다.

“왜 안 돌아오는 거야?” 그가 텅 빈 허공을 향해 소리쳤다.

그의 시선이 다시 이혼 서류 봉투로 향했다. 손을 뻗으려다 이내 멈추었다. 이혼 서류에는 아직 그의 서명이 들어가지 않은 상태였다.

캘빈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찌푸린 얼굴로 다시 자리에 앉았다.

“내가 정말 원하는 게 뭐지?” 그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약속했던 사흘이 지났다. 하지만 카멜리아는 끝내 돌아오지 않았다.

그리고 기이하게도, 캘빈은 단 한 번도 계산에 넣지 않았던 가능성에 대해 두려움을 느끼기 시작했다.

카멜리아가 정말로 자신의 곁을 영원히 떠났을지도 모른다는 그 가능성을.

“그럴 리 없어! 반드시 돌아올 거야.” 캘빈은 주먹을 움켜쥐었다.

그때, 타이밍 좋게 벨 소리가 울렸다.

소파에 앉아 있던 캘빈이 번쩍 고개를 들었다. 그는 미간을 찌푸린 채 자리에서 일어나 문가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그곳에는 몇 개의 음식 상자를 들고 있는 사만다가 서 있었다.

“내가 방해한 건 아니지?” 그녀가 엷은 미소를 지으며 물었다.

캘빈은 잠시 굳어 있다가, 이내 “아니야.” 하고 답했다. “들어와.”

사만다는 안으로 걸어 들어와 곧장 거실로 향했다. “요즘 위염이 도져서 밥도 제대로 못 챙겨 먹고 다닌다면서?” 그녀가 상자들을 테이블 위에 내려놓으며 말했다. “네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좀 챙겨왔어.”

캘빈이 상자 안을 힐끗 보았다. 따뜻한 스프와 가벼운 주전부리, 그리고 손질된 과일이 들어 있었다. 그가 위장 문제로 고생할 때마다 늘 먹던 음식들이었다.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캘빈이 덤덤하게 말했다.

“번거롭다고 생각 안 해.” 사만다가 짤막하게 대꾸했다. “어차피 우리 곧 결혼할 사이잖아?”

캘빈은 대꾸하지 않고 다시 소파에 앉았다. 사만다도 그의 곁에 나란히 앉아 상자 하나를 열었다.

“좀 먹어봐.” 사만다가 숟가락을 쥐여주며 말했다. “조금이라도.”

캘빈이 한숨을 쉬며 숟가락을 받아들려 했다. 하지만 그가 직접 먹기도 전에 사만다가 먼저 음식을 떠서 그의 입가로 가져갔다.

“사만다—” 캘빈이 거절하려 했으나, 결국 마지못해 입을 벌렸다.

사만다는 만족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그래, 그래야지.”

캘빈이 모르는 사이에 사만다는 휴대폰을 들어 올려 사진을 찍었다. 음식을 씹던 캘빈은 그 모습을 힐끗 쳐다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찰칵.

“뭐 하는 거야?” 음식을 삼킨 캘빈이 물었다.

“아무것도 아니야.” 사만다가 가볍게 넘겼다. “그냥 사진 한 장 찍었어.” 그러고는 사만다가 캘빈의 뺨에 입을 맞추며 다시 한번 셔터를 눌렀다.

캘빈은 더 이상 대꾸하지 않고 묵묵히 식사를 이어갔다.

몇 분 후, 사만다는 다시 휴대폰을 켰다. 그녀의 손가락이 화면 위를 빠르게 움직였다. 조금 전 찍은 사진을 선택한 그녀는 그것을 그대로 소셜 미디어에 업로드했다.

사진 아래에는 명확한 문구가 적혀 있었다.

[날 용서해 줘서 고마워. 여전히 날 사랑해 줘서 고마워.]

숨길 필요는 전혀 없었다. 어차피 캘빈과 카멜리아의 결혼은 대중에 공개된 적이 없었으니까.

사만다는 휴대폰 화면을 바라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캘빈,” 그녀가 부드럽게 그를 불렀다.

“응?” 캘빈이 고개를 돌렸다.

“정말 많이 사랑해.” 사만다가 말했다. “날 변함없이 기다려줘서 정말 기뻐.”

캘빈은 그저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앞으로 자주 올게.” 사만다가 가볍게 덧붙였다. “적어도 네 몸이 완전히 괜찮아질 때까지는.”

그 시각, 전혀 다른 곳에서.

카멜리아는 소박하고 아담한 방 안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서 그녀의 휴대폰이 징 하고 짧게 진동했다. 그녀는 고개를 돌려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알림이 하나 떠 있었다.

그녀는 아무런 감정 없는 눈빛으로 소셜 미디어를 켰다. 그리고 사만다가 올린 게시물을 본 순간, 그녀의 손가락이 멈추었다.

바로 그 사진이었다.

사만다가 자신의 뺨에 입을 맞추는 동안, 캘빈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카멜리아는 한참 동안 화면을 응시했다.

“아,” 그녀가 나지막이 신음하듯 중얼거렸다.

눈물은 흐르지 않았다. 격한 반응도 없었다. 그저 가슴 한구석이 무언가에 지그시 눌린 듯 약간 답답해질 뿐이었다. 그녀는 그 문구를 다시 한번 소리 내지 않고 읽었다.

*날 용서해 줘서 고마워. 여전히 날 사랑해 줘서 고마워.*

카멜리아가 나지막이 숨을 내쉬었다.

“그렇게 된 거였구나.” 그녀가 속삭였다.

그녀는 휴대폰 화면을 끄고 다시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녀의 입술 끝이 살짝 호선을 그렸다. 그것은 슬픔이라기보다는 차라리 초연한 수용에 가까운 미소였다.

“진정한 사랑의 주인공들이 결국 다시 맺어졌네.” 그녀가 쓸쓸하게 읊조렸다. “축하해요, 캘빈 씨.”

카멜리아는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 그녀의 공허한 시선이 텅 빈 벽면을 향했다.

“떠나기로 한 내 선택이 정말 옳았어.” 그녀는 스스로에게 다짐하듯 말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의 손은 자신도 모르게 입고 있던 코트 자락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숨결이 조금 가빠져 왔다.

“마음은 정말 속일 수가 없네.” 그녀가 쓸쓸하게 중얼거렸다.

카멜리아는 잠시 두 눈을 감았다가, 다시 눈을 떴을 때는 한결 차분해진 눈빛을 하고 있었다.

“더 이상 미련을 가질 필요는 없어.” 그녀가 단호하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오직 내 자신만을 생각하며 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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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10장드레스룸 문이 완벽히 열리자마자, 쯔이가 조금 전까지 보여주었던 강한 척하던 모습은 뜨거운 태양 아래 아침 이슬처럼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그녀의 걸음걸이가 순간 비틀거렸다. 체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 화교 출신의 여인은 침대 곁 바닥에 무릎을 꿇고 주저앉아 카멜리아를 다시 한번 꽉 안았다."아가씨, 나... 잘해낼 수 있을까? 이 지옥 같은 시간을 정말 견뎌낼 수 있을까?" 쯔이는 카멜리아의 병원 잠옷에 얼굴을 묻은 채, 쉰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녀의 어깨가 격렬하게 떨리며 가슴속에 안고 있던 거대한 고통을 품 안으로 쏟아냈다. "사람들 앞에서 강한 척하는 것도 이제 너무 지쳤어... 지난 일주일 동안 그 사람의 죄책감 어린 얼굴을 볼 때마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것도 피곤해. 나... 아직도 그 사람을 너무 사랑해, 카멜리아. 내 가슴이 찢어질 것 같아..."쯔이의 오열이 순식간에 터져 나와 정적에 싸인 병실 안에 울려 퍼졌다. 그녀가 여전히 품고 있는 깊은 사랑과 배신당했다는 참혹한 현실이 무자비하게 충돌하며, 가슴을 가눌 수 없을 만큼 짓누르는 감정의 폭풍을 만들어냈다.카멜리아는 거창한 말로 답하지 않았다. 그저 쯔이의 등 뒤로 팔을 더욱 꽉 감아쥐며, 자신의 어깨가 친구의 눈물로 적셔지도록 내버려 둘 뿐이었다. 카멜리아의 헤이즐넛 빛 눈동자는 억눌린 분노와 함께 깊은 연민을 담아 정면을 응시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그 어떤 위로의 말도 그저 의미 없는 헛소리로 들릴 뿐이라는 것을 그녀는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쯔이에게 진정 필요한 것은 내일 떠나기 전, 자신의 모든 나약함을 마음껏 쏟아낼 수 있는 공간뿐이었다.한편, 아래층에서는 캘빈이 애쉬포드 저택의 정문을 나서고 있었다. 원래는 아내의 방 안에 감도는 숨 막히는 공기 때문에 잠시 바람이나 쬘 생각이었다. 하지만 어스름한 앞뜰로 시선을 돌린 순간, 그의 걸음이 뚝 멈춰 섰다.주나는 아직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었다. 그의 고급 승용차는 여전히 분수대 근처에 주차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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