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임운기 때문에 전학 갔겠어? 금요일에장호기가 임운기 학교에서 잘릴 거라고 호언장담하더니…… 결국엔 임운기는 멀쩡한데 걔가 도망쳤네.”장호기가 아무 이유 없이 전학 갈 리가 없었다.“이게…… 그럴 리가 없잖아. 임운기 그 녀석, 집안이 가난한데, 뭐로 장호기를 전학시키 게 한 거지?”“맞아, 이 녀석은 2년 연속 장학금을 받을 정도로 가난한데, 그가 어떻게 장호기와 맞설 수 수 있겠어? 장호기가 전학 간 건 분명 다른 이유가 있을 거야.”“맞아, 맞아.”……전후사정을 살펴보면 장호기가 갑자기 전학을 간 게 임운기와 가장 원인일 것이다. 그러나 아무도 믿지 않았다. 그 원인은 아주 간단했다. 임운기는 가난했다. 이는 공공연한 사실이다. 어제 연회에 대해서는 당연히 모른다. 반장 강설아는 장호기가 전학갔다는 소식을 듣고 긴장을 풀었다. 왜냐하면 이제 더 이상 임운기를 괴롭히지 않을 테니 말이다.바로 이때, 셔츠를 입은 한 남자가 교실에 들어섰다. 키는 180이 넘어보였고, 얼굴도 아주 잘 생겼다.“와, 정해찬이야.”반의 일부 학생들이 이 남자를 본 후 소리를 질렀다.임운기도 그를 알고 있었다. 그는 학생회 대외연락부 부장이다. 정해찬이 잔 여학생이 100명 넘는다는 소문도 있다. 이러한 소문은 정해찬에게 그 어떤 악영향도 미치지 않았다. 정해찬을 좋아하는 여학생이 여전히 많았다. 키도 크고 잘 생겼으며 농구 실력도 매우 뛰어났다.임운기는 정해찬과 같은 위선자에 대해 본능적으로 반감이 생긴다.“무슨 일로 우리 교실로 왔지?”임운기는 눈살을 찌푸렸다.정해찬은 교실에 들어온 후 바로 앞줄의 반장 강설아 앞으로 걸어갔다.“정해찬 선배님, 무슨 일이세요?”강설아는 고개를 들어 정해찬을 바라보았다.“교실 밖으로 나가서 이야기하자.”정해찬이 말했다.“네.”강설아는 학생회 외부연락부의 간부였다.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고 즉시 정해찬을 따라 나갔다.“뚱보야, 우리도 가보자.”임운기 눈에 정해찬은 흑심을 품은 나쁜 놈으로 보였다. 그래서
정해찬의 이 말은 분명이 강설아한테 몸을 팔라고 암시한 것이다. 정해찬은 계속 말을 이어갔다.“네가 후원자를 찾는다면 다음에 외련부 부장으로 너를 추천할 게. 그리고 올해 우수 학생 1급 장학금도 받을 수 있게 도와줄 게.”“1급 장학금?”강설아는 약간 흔들렸다.장학금은 1, 2, 3급으로 나뉘어 1급 장학금이 돈이 가장 많지만 가장 받기가 어렵다. 뇌물을 주지 않는다면 1등 장학금을 전혀 받을 수 없다.강설아는 지금 돈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만약 정말 1급 장학금을 받을 수 있다면 지금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그러나 강설아는 고개를 저었다.“죄송하지만, 저 못합니다.”아무리 뭐래도 그런 짓을 해서 후원금을 모을 생각은 눈곱 만치도 없다. 절대로.강설아의 말을 듣고 정해찬의 얼굴이 갑자기 어두워졌다.“강설아, 내가 지금 너와 상의하는 게 아니라 학생회 외련부 부장의 신분으로 너에게 임무를 전달하는 거야. 알겠어?”정해찬이 차가운 목소리로 말했다.“만약에 임무수행을 거절한다면, 즉시 학생회에서 퇴출이야. 물론 올해의 우수 학생상과 장학금도 받지 못하게 될 거고! 심지어 너의 학기부에 평생 지우지 못할 오점으로 남기게 할 수도 있지! 앞으로 직장 찾기도 어려울 거야.”순수한 강설아는 바로 정해찬한테 속아넘어갔다.“물론, 선배로서 너를 도와줄 수도 있지.”“무…… 무슨 방법인데요?”강설아는 얼른 물었다.“내 여자친구가 된다면 이 4000만원을 내가 대신 해결해 줄게.”정해찬이 웃으며 말했다. 그는 마침내 그의 본모습을 드러냈다.“정해찬, 너…….”강설아의 얼굴색이 변했다.“강설아, 얼마나 많은 사람이 내 여자친구가 되고 싶어도 기회가 없어 속앓이를 하고 있는지 알아? 니가 영광인 줄 알아야지, 안 그래?” 정해찬은 웃으며 말했다.사실 정해찬은 옛날부터 강설아를 탐내고 있었다. 암시를 여러 번 해봤지만 강설아는 모른 척했었다.그래서 이번에는 아예 다 말하고 자신의 신분으로 강설아를 협박했다.“내 마음을 받아줘.”
정해찬은 임운기와 뚱보의 옷차림을 살펴보았다. 별볼일 없는 가난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다.“경고하는데 당장 꺼져. 나를 화나게 하면 너희들 학교에서 살아갈 수 없게 할 수도 있어.”정해찬은 임운기와 뚱보 두 사람을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협박했다.“허허, 학생회의 간부 따위가 이러한 권력을 가질 수 있다니? 정말 웃기네.”임운기는 고개를 저으며 냉소했다.“맞아, 난 이렇게 큰 권력이 있어. 너희 죽이는 것도 아주 간단하지.”정해찬은 오만하게 말했다.강설아는 상황을 보고 얼른 말했다.“정해찬, 그들과 상관없는 일이야. 4000만 원 후원금 구하라고 했지? 알았어. 하면 되지.”정해찬과 같은 학생회 간부를 임운기가 전혀 상대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설아는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는 얼른 정해찬의 지시에 따르겠다고 했다.“강설아, 이 자식 때문에 이런 임무까지 받는다고? 어떻게 완성할 지 지켜볼게. 만약에 완성하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알고 있지?” 정해찬의 안색은 어두웠다.정해찬은 4000만 원의 후원금을 받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잘 알고 있다. 보통 여학생들이 이렇게 많은 후원금을 구하려면 오직 한 가지 방법이 있다. 그것은 몸을 파는 것이다. 게다가 아주 예뻐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4000만 원을 모으는 건 불가능한 일이다.강설아도 4000만 원의 후원금을 구하는 것이 완성할 수 없는 임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그녀는 이미 동의했고, 후회해도 소용없다.“괜찮아 강설아, 4000만원밖에 안 되잖아? 내가 해결해 줄게.”임운기가 말했다.“뭐? 네가? 허허, 네가 4000만 원의 후원금을 받을 수 있다면, 내가 똥을 먹을 게.” 정해찬은 임운기의 옷차림을 통해 이미 임운기가 가난하다고 판단했다.“믿기지 않아? 그럼 나랑 내기 할래?”임운기는 미소를 지었다.“어떻게 할 거야?”정해찬이 물었다.“방금 4000만 원 후원금을 구하면 똥 먹는다고 했잖아? 그래, 내가 이기면 넌 학교 카페에서 똥 먹는 모습을 생방송해야 할 거야.
곧이어 임운기는 손가락을 하나 세웠다.“3일은 너무 길어. 하루면 충분해.”“하루? 하하, 좋아.”정해찬은 웃으며 대답했다. ‘스스로 난이도를 높이다니 이런 멍청한 사람을 다 보네.’지금 이런 상황에서 정해찬은 100% 이길 자신이 있었다. 하루 만에 회사를 섭외하는 것 자체도 힘든 일이었다.“자식아, 그럼 내일 보자.”정해찬은 이 말을 하고 바로 몸을 돌려 떠났다.정해찬이 간 뒤.“운기야, 너…… 너 왜 이런 내기를 하는 거야?”강설아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강설아는 어떻게 하루 만에 시가가 200억을 넘는 기업한테 4000만 원 후원금을 받을 지 상상도 안 됐다. 강설아는 기업들이 보통 이런 일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찾아가도 안 만나 줄 것이다. 그래서 강설아는 임운기를 다소 이해하기 어려웠다. 그러자 옆에 있던 뚱보가 웃음을 참지 못하고 말했다.“반장님, 안심해. 운기라면 무조건 해낼 수 있어.”뚱보는 임운기의 신분을 잘 알고 있다. 그가 보기에 400만원은커녕 4억, 40억이라도 임운기에게는 껌 값이다.뚱보는 임운기가 무조건 이긴다는 것을 알고 있다. 뚱보는 지금 정해찬이 지고 나서 생방송으로 똥을 먹는 화면을 매우 기대하고 있었다. 뚱보는 생각만 해도 신났다. 그러나 강설아는 임운기의 신분을 모른다.“어쨌든 운기야, 고마워. 방금 나서서 정해찬을 막아줘서 고마워.”강설아가 말했다.“너는 우리 반 반장인데 어떻게 그 쓰레기가 너를 괴롭히는 걸 가만히 두고 봐?”임운기가 미소를 지었다.강설아는 2초 동안 침묵하다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우리 이제 해볼 수밖에 없네.”강설아한테는 불가능한 일이지만 다른 방법이 없으니까 한 번 해 봐야지.임운기가 피식 웃었다.“지금 출발하자. 내가 방금 도와준다고 말했으니 나한테 맡기면 돼.”그리하여 임운기는 강설아와 같이 나섰다.……교문.“운기야, 어느 회사를 찾을지 고려해야 하지 않아?”강설아는 물었다.“필요 없어, 난 이미 어디로 갈지 정했어.”임운기
두 사람은 화정그룹 입구에 서 있었다.입구에 경비원 두 명이 서서 회사 대문을 지키고 있다.“운기야, 우리 정말 화정그룹에 가는 거야? 우리 설마…… 못 들어가는 건 아니겠지?”강설아는 좀 긴장한 것처럼 보인다.“걱정마, 내가 먼저 갈게.”임운기가 웃으며 말했다.말을 마친 후 임운기가 먼저 성큼성큼 앞으로 걸어갔다. 강설아는 재빨리 뒤따라갔다.“두 분, 무슨 일 있으세요?”입구에 도착하자마자 경비원 두 명이 임운기를 막아섰다. 경비원은 임운기를 모를 리가 없다.방금 오는 길에 임운기는 사장 유보성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유보성에게 상황을 알려주었다. 자신이 회사에 도착할 때 모든 사람이 자신을 모른 척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자신의 신분을 강설아에게 드러내지 않기 위해서다.“저희는 창양대 학생입니다. 최근에 우리 학교에서 동계체육대회를 하려고 하는데, 귀사가 4000만 원의 후원금을 지원해주시기를 바랍니다. 사장님께서 보고해 주세요.”“네, 알겠습니다.”경비원이 고개를 끄덕였다.“진짜 얘기 전하러 갔어?”강설아는 놀라웠다. 그녀는 경비원한테 쫓겨날 줄 알았다.“반장님, 긴장을 풀고 걱정하지 마셔.”임운기가 미소를 지었다.강설아가 고개를 끄덕였지만 마음속으로는 여전히 긴장했다. 그녀는 경비원이 돌아온 후 사장이 안 만나준다고 말할까 봐 걱정되었다.몇 분 후에 경비원이 돌아왔다.“두 분, 사장님이 만나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저를 따라오세요.”경비원이 말했다.“정말요?” 이 소식을 들은 강설아는 놀라기도 하고 기뻐하기도 했다.강설아는 화정그룹의 경영진만 만나도 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회사 사장이 직접 그들을 접견한다니 꿈인지 생시인지 믿기지가 않았다.“당연히 사실이지, 가자.”임운기가 웃으며 말했다.경비원을 따라 두 사람은 곧 사장실로 들어갔다.사장님 사무실에 앉아 있는 사람은 당연히 유보성이다.유보성과 임운기는 눈을 마주쳤지만 서로 모르는 척했다.“사장님, 안녕하십니까?”강설아는 다소 긴장하고 조심스러워 보였다. 그녀
강설아에게 꽉 안긴 임운기는 아마도 긴장한 탓인지 뻣뻣하게 굳어버렸다.그도 그럴 것이 지금껏 여자 경험 한번 없는 그에게 갑자기 여자가 들러붙었으니 긴장할만도 했다. 물론 전 여자 친구 보람이와 2년 정도 사귀었다지만 뽀뽀도 해보지 않았는데 다른 건 더 말할 것도 없다.그러던 그때 강설아도 임운기의 변화를 눈치챘는지 “아”하고 짧게 비명을 질러대더니 임운기를 안은 손을 풀며 얼굴을 붉힌 채 시선을 피했다.“저기…… 그게…… 내가 방금 너무 흥분했나 봐. 그래서…… 그래서…….”화끈거리는 얼굴을 만지작대며 설명하려고 애썼지만 말을 더듬는 바람에 오히려 더 엉망이 되어버렸다.“아, 기뻐서 그랬다고? 이해해.”“응, 나도 정말 화정 그룹의 후원을 이렇게 쉽게 받게 될 줄은 몰랐거든. 지금도 꿈만 꾸는 것 같아.”어색하게 웃는 임운기에 반해 강설아는 환한 미소를 지었다.“내가 말했잖아. 생각한 것처럼 그렇게 어려운 건 아니라고.”당연히 어려울 리 없었다. 왜냐하면 이건 모두 임운기다 사전에 준비해 둔 것이었으니까.만약 임운기가 아직도 예전의 그 가난한 소년이었다면 강설아와 함께 회사 대문도 들어서지 못했을 거다.그러던 그때, 강설아가 갑자기 진지한 얼굴로 임운기를 바라봤다.“임운기, 그런데 왠지 모든 게 너무 순조로운 것 같은데…… 설마 이게 너랑 무슨 관련이 있는 거 아니야?”학생회 대외 협력부에서 일해온 강설아도 일전에 후원을 받아본 경험이 있기에 후원을 받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알고 있다. 심지어 몇백만짜리 후원이라 할지라도 노력만으로 끌어당기는 게 불가능 한 일이다. 몸을 팔아 자금을 끌어들이면 모를까. 대외 협력부에 있는 여학생 중에 그런 방법으로 후원을 끌어들이는 학생들은 적지 않다. 물론 강설아는 제외다.하지만 이번 후원은 몸으로 끌어들일 때보다도 더 쉽게 해결됐다. 더욱이 화정 그룹이라는 큰 회사에서 선뜻 돈을 내줬으니 말이다.때문에 강설아는 그 이유를 임운기한테서 찾을 수밖에 없었다.어찌 됐든 화정 그룹에서 후원을 받아보
“왜? 임무가 너무 어려워 빌려고 찾아왔냐?”세 사람을 훑어보는 정해찬의 얼굴에는 승리자의 미소가 걸려있었다.하지만 강설아의 싸늘한 목소리가 그의 미소를 산산이 조각냈다.“뭔가 착각하는 것 같은데. 우리 이미 후원 받아냈어.”“뭐? 후원을 받아냈다고?”정해찬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살을 찌푸리더니 이내 깔깔대며 웃기 시작했다.“하하, 너희들 정말 재밌네. 임무 맡겨준 지 3시간 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무슨 수로 후원을 받아내? 이것들이 날 바보로 아나?”정해찬은 당연히 믿지 않았다. 짧은 시간 내에 400만이나 되는 후원금을 어떻게 끌어모았다는 건 어불성설이나 다름없었으니까.“안 믿을 줄 알았어. 그런데 괜찮아. 직접 보면 믿겠지.”임운기는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손에 들고 있던 트렁크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이윽고 달칵 하는 소리와 함께 트렁크가 열리더니 5만 원짜리 지폐가 우르르 흘러나왔다.“이건!”환한 미소를 짓고 있던 정해찬은 돈을 보는 순간 두 눈이 부릅뜨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이…… 이거 위조지폐 아니야? 이 자식이 감히 위조지폐를 들고 와? 이거 범죄야!”정해찬은 마치 자기의 생각을 확신하는 듯 버럭 소리쳤다.아무리 돈을 눈앞에 갖다 놓아도 믿지 않는 눈치였다.“진짜인지 아닌지 확인해 봐.”임운기는 팔짱을 낀 채 삐딱하게 서서 말했다.이에 정해찬도 사양하지 않고 곧바로 지폐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그의 얼굴에 걸렸던 미소는 점점 사라졌다.그도 그럴 것이 한 장한 장 제대로 확인해 봐도 가짜 지폐가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정해찬, 어때? 진짜인지 가짜안지 이제 알았지?”“너…… 너희가 이렇게 많은 돌을 어디서 구했어?”정해찬은 파랗게 질린 얼굴로 되물었다.“당연히 후원받았지.”“아니! 그럴 리 없어! 꼴랑 너희 둘이 무슨 수로 400만이나 되는 후원금을 모아? 이거 훔쳐 온 거지? 설마 강도질이라도 했어?”정해찬은 목청이 찢어져라 소리쳤다.“훔쳤다고? 강도질했다고? 하하,
정해찬은 대기업인 화정 그룹에서 이렇게 많은 후원금을 끌어모은 게 얼마나 큰 공로인지 알고 있었다.때문에 이미 마음속으로 후원금 출처를 보고할 때 자기의 공로인 것처럼 자기 이름을 써서 바치려고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된다면 앞으로 그가 학생회 부회장이 되는 데 큰 도움이 있을 테니까!하지만 그때.“잠깐만!”임운기가 버럭 소리치며 그의 손이 돈과 계약서에 닿지 못하도록 그의 앞을 막아섰다.“뭐 하는 거야? 나 학생회 대외 협력부 부장이야. 강설아는 우리 부서 사람이고. 그러니 이 돈과 계약서는 내가 관리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니야?”정해찬의 태도는 당당하다 못해 뻔뻔하기까지 했다.이에 임운기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그건 걱정하지 마. 설아가 직접 위에 보고드릴 거니까.”정해찬이 무슨 속셈인지 알고 있기에 임운기는 당연히 돈과 계약서를 그에게 덜컥 맡길 리 없었다.이윽고 그는 고개를 돌려 옆에 있는 두 사람을 바라봤다.“뚱보, 강설아, 돈과 계약서 잘 챙겨.”그의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뚱보는 다급히 돈을 담은 트렁크를 챙겼고 강설아는 옆에 놓인 계약서를 다시 가방에 집어넣었다.“이…… 이것들이!”“뭘 그렇게 당황하고 그래? 아직 계산할 게 남았는데!”화를 주체하지 못하고 더듬대는 정해찬의 모습에 임운기는 싸늘한 미소를 지었다.옆에 있던 뚱보도 신이 났는지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쳐댔다.“맞아! 애초에 내기는 네가 먼저 내걸었잖아! 이제 결과가 명확하니 계산은 제대로 해야지!”그가 이곳까지 따라온 이유도 정해찬이 내기에서 지고 대가를 치르는 걸 보기 위해서다.역시나 내기라는 두 글자에 정해찬은 사색이 되었다.애초에 그가 임운기와 그런 내기를 내걸었던 건, 임운기와 강설아가 절대 하루 만에 400억이라는 큰 후원금을 모을 수 없다고 확신했기 때문이었다.백 프로 자신 있는 내기였기에 그렇게 터무니없는 조건까지 내걸었는데, 그게 오히려 독이 되어 그가 학교 커뮤니티에서 똥멍박 영상을 찍어 올려야 하는 상황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