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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트” 아이스 “크림” (1)

Author: 연이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10 13:08:50

토요일 오전.

알람도 없이 눈을 뜬 서지원은 침대 위에서 한참을 뒹굴었다.

“……행복하다.”

주말.

그것도 아무 일정 없는 주말.

지원은 이불을 꼭 끌어안은 채 침대 위를 데굴데굴 굴렀다.

누가 보면 스물일곱 살 직장인이 아니라 방학 맞은 대학생 같았다.

결국 한참을 빈둥거리다 일어난 지원은 냉장고를 열었다.

“……아.”

텅.

조용했다.

우유도 없고,

계란도 없고,

과일도 없고.

어제 떡볶이에 신나게 넣어 먹은 탓에 냉장고는 거의 전멸 상태였다.

지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외식이다.

한편,

윤태겸도 드물게 늦잠을 자고 있었다.

정확히 말하면 늦잠을 잔 게 아니라,

아무도 깨우지 않았다.

일정도,

회의도,

보고도,

전화도 없는 아침.

눈을 뜬 태겸은 한동안 침대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다.

“…….”

이상했다.

평소 같으면 이미 운동을 끝내고 메일을 보고 있었을 시간.

그런데 오늘은 그러고 싶지 않았다.

창밖에는 여전히 어젯밤 비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흐린 하늘,

젖은 거리.

거실로 나온 그는 습관처럼 커피 머신 앞으로 향했다가,

캡슐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았다.

시선이 자연스럽게 손목으로 향했다.

귀국 전 짐을 정리하다가 낡은 스트랩이 눈에 띄었었다.

수리를 맡겨야지 생각만 하고 미뤄 둔 채였다.

태겸은 창밖을 한번 바라봤다.

비가 지나간 뒤의 공기는 유난히 맑아 보였다.

“나가서 마실까.”

낮게 중얼거린 그는 시계를 집어 들었다.

수리도 맡기고,

커피도 한잔 마시고.

겸사겸사 오랜만에 바람도 쐴 생각이었다.

평일의 날 선 긴장감을 잠시 내려놓은 윤태겸의 주말은 그렇게 시작됐다.

샤워를 마친 그는 옷방으로 향했다.

주말이라고 해서 아무거나 입는 성격은 아니었다.

타고난 감각이 그랬다.

다만 평소처럼 빈틈없이 갖춰 입을 생각도 없었다.

차분하게 내려온 흑발 아래로 곧은 콧날과 날렵한 턱선이 드러났다.

은은한 민트빛 오버핏 니트에 크림색 카라가 배색된 상의.

넓은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는 담백한 실루엣.

여기에 단정한 크림 베이지 팬츠를 매치한 그는 과한 꾸밈 없이도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겼다.

단추가 편안하게 열린 넥라인 사이로 드러난 목선이 시선을 끌었다.

평소 회사에서 보이던 차갑고 날카로운 윤태겸과는 조금 다른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잘생긴 건 그대로였다.

잠시 후,

태겸이 향한 곳은 도심 한복판에 자리한 대형 백화점이었다.

오랜만의 주말.

누군가는 여유로운 휴식을 즐기고 있었고,

또 누군가는 미뤄 두었던 일들을 하나씩 처리하고 있었다.

그리고 같은 시각.

백화점의 다른 층에서는 서지원 역시 자신만의 주말을 보내고 있었다.

쇼핑을 마친 지원은 양손에 제법 많은 쇼핑백을 들고 에스컬레이터에 올라섰다.

비싸고 무게가 나가는 것들은 아니었고,

하나하나는 소소했지만 사고 싶었던 것들을 다 샀다는 사실만으로 기분이 좋았다.

‘이제 점심이나 먹을까.’

지원은 그렇게 생각하며 천천히 1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탔다.

백화점 중앙 홀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주말이라 사람도 많았다.

그때였다.

“야!

빨리 와!”

“먼저 가는 사람 승리!”

뒤쪽에서 아이들 목소리가 들려왔다.

지원이 뒤를 돌아보려는 순간.

쿵!

작은 몸 하나가 그대로 등을 들이받았다.

“어?”

그리고 거의 동시에 또 한 명이 옆을 스치고 지나갔다.

순간 균형이 무너졌다.

찢어지는 소리와 함께 쇼핑백 손잡이가 끊어졌다.

촤아악!

안에 들어 있던 물건들이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색색의 볼펜,

스티커,

선크림,

미스트,

면봉,

눈썹칼.

온갖 자잘한 물건들이 1층 대리석 바닥 위로 쏟아졌다.

“아야!”

지원도 그대로 앞으로 넘어졌다.

콰당!

무릎과 손바닥이 바닥에 닿았다.

순간 주변 사람들이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어머!”

“괜찮으세요?”

뒤따라오던 아이들 엄마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달려왔다.

“죄송해요!

정말 죄송해요!”

연신 허리를 숙이며 사과하는 모습에,

지원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바닥에 앉아 있었다.

아프긴 했지만 크게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보다 눈앞에 펼쳐진 광경이 더 충격이었다.

자신이 방금 산 물건들이 백화점 중앙 홀 바닥에 예쁘게도 흩어져 있었다.

“……와.”

무릎이 많이 아팠지만,

널브러진 것들을 주워야 하기도 하고 창피하기도 했다.

뒤에 사람들이 계속 내려오고 있는 것도 신경 쓰여 지원은 얼른 일어서서 무릎을 털었다.

그 모습에 아이 엄마는 더욱 안절부절못했다.

“정말 죄송합니다.

어떡해요…….”

그런데 그 순간.

“형아!

쫌 천천히 가!”

“잡아 보시롱~!”

멀리서 아이들 목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려 보니 사고를 낸 장본인 둘은 이미 저만치 달려가고 있었다.

지원은 급히 손을 내저었다.

“아니에요.

아이들한테 먼저 가보세요.”

“네?”

“길 잃으면 더 큰일 나잖아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진짜 괜찮아요.

제가 정리할게요.”

지원이 웃으며 말하자,

여성은 연신 죄송하다고 말하며 몇 번이나 허리를 숙인 뒤 아이들을 향해 뛰어갔다.

그제야 지원은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다행히 주변에 있던 직원들과 사람들이 하나둘 물건을 주워 주기 시작했다.

“아,

감사합니다.”

“감사해요.

제가 해도 되는데…….”

지원은 연신 감사 인사를 하며 건네받은 물건들을 가방에 넣었다.

볼펜,

스티커,

선크림,

미스트,

눈썹칼.

생각보다 많이 흩어졌지만 그래도 금방 정리될 것 같았다.

그때였다.

눈앞으로 누군가의 손이 내밀어졌다.

길게 뻗은 손가락 사이에 핑크색 눈썹칼 세트가 들려 있었다.

지원은 그것을 받아 들었다.

“아,

감사합니다.”

고개를 든 순간.

“……?”

지원의 눈이 살짝 커졌다.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분명 본 적 있는 사람 같은데 순간 바로 떠오르지 않았다.

‘어……?’

잠깐 지원의 시선이 흔들렸다.

설마.

아니지.

그럴 리가.

그런데.

“괜찮으세요?”

낮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 순간,

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윤태겸 이사님이다.’

연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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