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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러팅한 사람. (1)

Author: 연이수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2 18:58:46
태겸은 잠시 지원을 바라보다가

시선을 정면으로 돌렸다.

"아픈 거 맞네."

"...네?"

지원이 당황한 얼굴로 그를 바라봤다.

"아니~ 당연히 누르면 아프죠."

억울하다는 표정이었다.

"요기를 누르셨잖아요."

"..."

"아무리 살살이라 그래두 안 아픈 사람이 어딨어요."

지원은 괜히 무릎을 한 번 문질렀다.

"깜짝 놀랐네."

툴툴거리는 목소리에 태겸은 헛기침을 했다.

"크흠."

그리고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어딘가 민망한 사람처럼.

다만 조금 전보다는 표정이 덜 날카로워 보였다.

잠시 후, 태겸이 입을 열었다.

"내일 미팅."

"네?"

"11시에 시작해서 점심 먹고, 3시 정도까지 한다고 들었습니다."

"맞아요."

"이유가 있습니까."

지원은 금세 이해한 얼굴로 대답했다.

"아, 출장 때문에요."

"출장?"

"네. 촬영팀이랑 한 번 더 정리할 것도 있고요. 전달사항도 체크해야 해서요."

신호등이 초록불로 바뀌었다.

지원은 천천히 차를 출발시켰다.

"그리고 6시에 미팅이 하나 더
연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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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좋아하는 클리셰   좋아하는 사람. (5)

    지원은 그런 태겸의 속도 모른 채 그를 올려다봤다. “……음.” 이마에 얹었던 손을 천천히 내렸다. 지원은 태겸의 붉어진 얼굴을 다시 한번 살펴봤다. 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깜빡였다. “아.” “……?” “오빠, 술 잘 못하는구나?” “……어?” 태겸의 대답이 한 박자 늦게 나왔다. “아, 아니.” 그는 시선을 슬쩍 피했다. “그게…….” 크흠. 괜히 헛기침을 했다. 지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나도 취하지 않아도 얼굴이 빨개지는데.” “……아.” 태겸이 손등으로 목덜미를 한 번 쓸었다. 그러다 손에 쥐고 있던 드라이기를 들어 보였다. “나 이거 좀 갖다 놓고 올게.” “응?” “잠깐만 있어.” 말을 마치자마자 몸을 돌렸다. 성큼, 성큼. 긴 다리로 빠르게 거실을 가로질러 침실로 들어갔다. 지원은 그런 태겸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왜 저러지?’ 태겸은 욕실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철컥. 문이 닫히자마자 그곳에 등을 기댔다. “……하.” 고개를 뒤로 젖혔다. 길게 숨을 내쉬었지만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쿵. 쿵. 심장이 여전히 빠르게 뛰었다. 태겸은 한 손에 쥔 드라이기를 내려다봤다. 손잡이를 얼마나 세게 쥐고 있었는지 손가락 마디가 뻣뻣했다. “……하.” 그제야 손에 힘을 풀었다. 다른 손으로 얼굴을 천천히 쓸어내렸다. 방금 전 지원이 자신을 올려다보던 얼굴. 이마에 닿았던 작은 손바닥. 그리고 코앞까지 가까워졌던 거리. “…….” 태겸은 눈을 꾹 감았다. 하지만 떠오른 모습은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입술을 살짝 벌린 채 걱정스럽게 자신을 바라보던 지원의 얼굴이 더욱 선명해졌다. “……아.” 한숨인지 웃음인지 모를 숨이 흘러나왔다. 입꼬리가 허탈하게 올라갔다. “이러다 사고 치겠네.” 나직하게 중얼거린 태겸이 고개를 떨궜다. “……후.” 다시 한번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손바닥으로 얼굴을 거칠게 쓸어내렸다. “정신 차리자,

  • 내가 좋아하는 클리셰   좋아하는 사람. (4)

    그렇게 몇 분쯤 흘렀을까. 위이잉— 태겸은 마지막으로 머리끝에 바람을 한 번 더 쐬어 준 뒤 드라이기 전원을 껐다. “……크흠.” 괜히 헛기침이 나왔다. 처음 해 보는 일이었다. 나름대로 신중하게 말리긴 했는데. ‘……이게 맞나.’ 지원은 손으로 머리카락을 몇 번 쓸어내렸다. “다 됐어?” “응.” “고마워.” 지원이 생긋 웃으며 테이블 위에 놓인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전면 카메라를 켜 얼굴을 비춰 본 순간. “……?” 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잠시 화면을 빤히 바라보던 그녀가 입술을 꾹 다물었다. “……푸흡!” 그러더니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푸하하하!” “……?” 태겸이 고개를 기울였다. “왜?” 지원은 휴대폰 화면을 그에게 돌려 보였다. “아니, 오빠! 이게 뭐야!” “……?” “삽살개 같잖아!” “……!” 태겸도 화면을 들여다봤다. 지원의 머리카락이 이리저리 뻗쳐 있었다. 앞머리는 한쪽으로 날아가 있고, 옆머리도 제멋대로 부풀어 있었다. “……아.” 태겸의 입술이 잠깐 벌어졌다. “……미안.” “아하하!” 지원은 웃음을 멈추지 못했다. “아니, 미안한 건 아닌데~” 한 손으로 배를 감싸 쥔 채 어깨를 들썩였다. “너무 웃기잖아~!” 태겸도 결국 고개를 숙이며 웃었다. “……그러게.” “아, 진짜!” 지원은 웃으며 태겸을 한 번 흘겨봤다. “이게 뭐야~.” 입술을 삐죽 내밀어 보이다가도 다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태겸은 그 모습을 가만히 바라봤다.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환하게 웃는 얼굴. 그 얼굴을 보고 있자니 자신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갔다. 지원은 휴대폰을 테이블에 내려놓고 의자에서 일어났다. “안 되겠다.” “응?” “그냥 묶어야겠어.” 지원은 벽에 걸린 거울 앞으로 걸어갔다. 팔목에 걸고 있던 머리끈을 빼낸 뒤 양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슥. 한 번. 다시 한 번. 흩어진 머리카락을 모으느라 두 팔이 위로 올라갔다. 그때. 스르륵

  • 내가 좋아하는 클리셰   좋아하는 사람. (3)

    태겸은 손에 들고 있던 맥주 캔을 천천히 굴렸다. 손끝으로 캔 표면을 가볍게 문지르던 그가 시선을 내렸다. “……미안해.” 지원이 얼른 고개를 저었다. “아니.” “…….” “미안하라고 한 이야기가 아니고.” 지원은 괜히 머쓱한 듯 웃었다. 그러다 잠시 망설이며 태겸을 올려다봤다. “……근데.” “응?” “왜 그랬는지 말해 주면 안 돼?” 조심스러운 목소리였다. 태겸은 손에 들고 있던 맥주 캔을 식탁에 내려놓았다. 그리고 지원을 바라봤다.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눈빛. 그 눈을 마주 보고 있자니 조금 전까지 불편했던 마음이 떠올랐다. 김우진을 바라보던 자신의 시선. 지원의 배를 가렸던 손. 그리고 이제야 알아차린 마음까지. ‘…….’ 태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안 아플 때.” “응?” “컨디션 좋을 때. 그때 말할게.” “…….” 지원이 눈을 깜빡였다. “……진짜?” “응.” 태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약속.” 그러고는 한 손을 들어 지원 앞으로 내밀었다. 길게 뻗은 새끼손가락. “……?” 지원은 그 손가락을 내려다봤다. 그러다 입꼬리가 스르르 올라갔다. “……응.” 지원도 새끼손가락을 내밀었다. 두 사람의 손가락이 살며시 걸렸다. 꼭. “…….” “…….” 잠시 서로의 눈을 바라보던 지원이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 태겸도 결국 따라 웃었다. 그때. 태겸의 시선이 지원의 머리카락으로 향했다. 아직 끝부분이 촉촉했다. “……머리.” “응?” “말려줄까?” “……어?” 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오빠가?” “응.” 태겸은 덤덤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해 본 적은 없는데.” “…….” “감기 심해질까 봐. 겨우 좀 나아지는 것 같은데.” 지원이 당황한 얼굴로 웃었다. “아, 아니야. 내가 얼른 하고 올게.” 지원이 의자에서 일어

  • 내가 좋아하는 클리셰   좋아하는 사람. (2)

    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응?” 그제야 태겸도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다. “……아.” 입술을 살짝 다문 그가 헛기침을 했다. “크흠.” 지원은 눈을 깜빡이며 그를 바라봤다. 태겸은 괜히 시선을 돌렸다. “……아니. 단발도 잘 어울릴 것 같다는 거지.” “…….” 지원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뭐야.’ 괜히 좀 머쓱해졌다. 태겸도 민망한지 손끝으로 목덜미를 한 번 쓸었다. 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화제를 돌렸다. “내일 일정은?” “아, 내일?” 지원도 얼른 대답했다. “다음 촬영할 곳 답사도 가고, 사진도 좀 골라야 하고.” 손가락을 하나씩 접으며 말을 이었다. “일은 그 정도만 하면 끝이야.” “그래?” “그리고 여섯 시 비행기 타야 하고.” “……아.” 태겸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6시?” 짧은 대답이었다. 지원은 그런 그를 잠깐 바라봤다. 태겸의 시선이 잠시 아래로 향했다. 입가에 머물던 미소도 조금 옅어졌다. 그때. 띵동. 객실 벨이 울렸다. “아.” 태겸이 고개를 들었다. “죽 왔나 보다.” 그는 현관으로 걸어갔다. 문을 열자 호텔 직원이 정중하게 인사했다. “주문하신 야채죽입니다.” “감사합니다.” 태겸은 트레이를 받아 들었다. 지원도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태겸이 식탁 위에 트레이를 올려놓자 지원이 맞은편 의자에 앉았다. 뚜껑을 열자 김이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고소한 향이 식탁 위로 퍼졌다. “와…….” 지원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맛있겠다.” 태겸은 미소를 지으며 작은 그릇에 죽을 적당히 덜었다. 그리고 숟가락으로 천천히 저었다. “잠깐만.” “응?” 태겸이 죽을 한 숟갈 떴다. 후우. 뜨거운 김이 올라오자 입술을 살짝 모아 바람을 불었다. 후우. 다시 한 번. 조심스럽게 열기를 식힌 뒤 죽을 그릇에 내려놓았다.

  • 내가 좋아하는 클리셰   좋아하는 사람. (1)

    지원은 머리카락을 털던 손을 내렸다. 그리고 느슨하게 벌어진 가운 깃을 한 손으로 슬며시 여몄다. 방금 전까지는 아무 생각도 없었는데. 태겸이 고개를 돌려 자신을 바라보자 뒤늦게 민망해졌다. “……어.” 지원은 괜히 눈동자를 이리저리 굴렸다. “여기 있었네?” “…….” 태겸은 잠시 그녀를 바라봤다. 조금 전까지 자신을 답답하게 만들던 감정. 이제야 그 이유를 명확히 알았다. 다른 남자가 지원을 보는 게 싫었던 이유. 그녀가 자꾸 신경 쓰였던 이유. 자신도 모르게 손이 먼저 나갔던 이유까지. ‘…….’ 태겸의 시선이 다시 지원에게 머물렀다. ‘좋아하는 사람이었구나.’ 서지원.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 그 사실을 인정하자 마음 한쪽을 짓누르던 답답함이 조금씩 사라졌다. 대신. 지원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태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 “……?” 지원은 그런 그를 올려다봤다. ‘……왜 저렇게 보시지?’ 조금 전 식당에서와는 달랐다. 다시 장 볼 때의 태겸으로 돌아온 것 같았다. 아니. 어쩐지 그때보다 표정이 밝아진 것 같기도 했다. 지원은 괜히 입술을 살짝 깨물었다. 태겸은 손에 들고 있던 맥주 캔을 통창 옆 작은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소파로 걸어가 앉았다. 지원도 그를 따라 몇 걸음 다가갔다. “……오빠.” “응?” 태겸이 고개를 들었다. 지원은 잠시 망설였다. 그러다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기분 안 좋아요?” “…….” 태겸은 그녀를 바라보다 낮게 웃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아니.” “……?” 그의 입꼬리가 부드럽게 올라갔다. “좋아졌어.” “……응?” 지원의 눈이 깜빡였다. 그러다 무언가 떠올랐다는 듯 눈을 가늘게 떴다. “……그러면.” 태겸이 그녀를 바라봤다. 지원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안 좋긴 했었다는 거네?” “응.” 태겸이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 “안 좋았어.” “……!” 지원의 눈이 동그래졌다. 이렇

  • 내가 좋아하는 클리셰   3607호. (6)

    김우진이 서지원을 좋아한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예상했던 일이기도 했다. 그런데. 왜 오늘은 유독 마음이 불편했던 걸까. ‘…….’ 막상 만나 보니 김우진이 너무 잘생겨서? 대한민국 최고의 배우라서? 태겸은 미간을 살짝 좁혔다. ‘……그것도 마음에 안 들긴 하지.’ 지원 옆에 서 있는 김우진은 누가 봐도 잘 어울리는 남자였다. 그 사실이 썩 유쾌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것만은 아니었다. 태겸의 입술이 꾹 다물어졌다. 이름 대신 자연스럽게 부르던 애칭. 지원의 얼굴을 가까이 들여다보던 눈빛. 그리고 그를 대하는 지원의 익숙한 태도까지. ‘…….’ 사실 따지자면 하나같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태겸은 소파 등받이에 고개를 기대며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후.” 오늘 하루가 떠올랐다. 지원과 함께 병원에 가고. 옷을 사고. 나란히 카트를 밀며 장을 보고. 별것 아닌 이야기에도 웃음이 터지던 시간들. 평범한 하루였지만. 어쩐지 데이트를 하는 것 같기도 했다. ‘…….’ 태겸의 입가에 잠깐 옅은 미소가 스쳤다. 그러나 곧 다시 사라졌다. 그런데. 복도에서 김우진을 만난 순간부터 모든 게 달라졌다. 고작 그를 마주쳤다는 이유만으로. 그렇게 좋았던 기분이 한순간에 가라앉을 수 있는 걸까. “……아닌데.” 태겸이 나직하게 중얼거렸다. 눈썹 사이가 조금 더 좁아졌다. 분명 다른 이유가 있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도 명확하게 잡히지 않았다. ‘……후.’ 태겸은 결국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냉장고 앞으로 걸어가 문을 열었다. 차가운 맥주 캔 하나를 꺼냈다. 칙. 캔이 열리며 경쾌한 소리가 났다. 태겸은 한 모금을 천천히 넘겼다. 차가운 탄산이 목을 타고 내려갔다. 하지만 답답한 속은 조금도 풀리지 않았다. “…….” 그는 맥주 캔을 든 채 통창 앞으로 걸어갔다. 유리 너머로 도쿄의 야경이 펼쳐져 있었다. 수많은 불빛이 빼곡하게 들어찬 거리. 높은 건물 사이로 자동차 불빛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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