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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뱀파이어가 준비한 한겨울의 여름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etsa ng paglalathala: 2026-10-24 01:48:05

“윤제니.”

“응?”

“눈 감아.”

제니는 조수석에 앉은 채 수혁을 바라봤다.

“왜?”

“도착했으니까.”

“어딘데?”

“눈 감으면 알려줄게.”

제니는 입술을 삐죽였다.

“강수혁, 당신 요즘 비밀이 많아.”

수혁은 웃으며 안전벨트를 풀었다.

“방탈출에서 배웠어.”

“뭘?”

“미리 정답을 알려주면 재미없다는 거.”

제니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하하하! 알았어.”

그녀가 눈을 감자 수혁은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었다.

“손 줘.”

제니는 그의 손을 잡았다.

차가운 밤공기가 뺨을 스쳤다.

“으, 추워.”

“그래서 따뜻하게 입으라고 했잖아.”

“패딩까지 입었거든?”

“잘했어.”

수혁은 그녀를 천천히 안내했다.

몇 걸음쯤 걸었을까.

어디선가 웃음소리와 경쾌한 음악이 들려왔다.

제니는 고개를 갸웃했다.

“수혁아.”

“응?”

“여기 사람 많아?”

“조금.”

“실내야?”

“곧 들어갈 거야.”

잠시 후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따뜻한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

수혁이 말했다.

“이제 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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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죽인 남자가 매일 밤 찾아온다.   117.뱀파이어가 만든 러그의 정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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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 죽인 남자가 매일 밤 찾아온다.   116.뱀파이어의 수상한 저녁 메뉴

    “강수혁.”“응?”“당신이 고른 음식, 정말 사람이 먹는 거 맞지?”윤제니는 식탁 위에 놓인 검은색 상자를 의심스럽게 바라봤다.수혁은 태연하게 고개를 끄덕였다.“맞아.”“피 들어간 거 아니고?”“아니야.”“박쥐도 아니지?”“제니야.”“응?”“박쥐는 나도 안 먹어.”제니는 입술을 삐죽였다.“혹시 모르잖아.”수혁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하하. 걱정하지 마.”제니는 상자를 가리켰다.“그럼 열어봐.”수혁이 뚜껑을 열었다.안에는 작은 유리병 네 개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제니는 눈을 크게 떴다.“……향수?”“아니.”“약?”“그것도 아니야.”수혁은 첫 번째 병을 꺼냈다.병 안에는 짙은 갈색의 끈적한 액체가 들어 있었다.“이건 발사믹 식초야.”제니는 눈을 깜빡였다.“식초?”“응. 오래 숙성한 거.”“그걸 먹자고?”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오늘의 주제는 맛을 맞히는 거야.”제니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당신 혹시 나 놀리려고 준비했어?”“아니. 정말 궁금해서.”수혁은 상자에서 작은 카드를 꺼냈다.블라인드 미식 체험 세트.제니는 그제야 웃음을 터뜨렸다.“아! 음식 맞히기?”“응. 설명서에 적혀 있었잖아. 서로 처음 먹어보는 음식 고르기.”“그렇지.”“그래서 평소에 잘 안 먹는 재료들을 골라봤어.”제니는 상자를 다시 살펴봤다.“그럼 나머지는?”수혁은 미소 지었다.“먹어보면 알아.”“아, 진짜!”*두 사람은 주방에서 작은 접시들을 준비했다.수혁은 재료를 한입 크기로 나눠 담았다.제니는 의자에 앉아 눈가리개를 착용했다.“잠깐.”수혁이 물었다.“왜?”“당신은 냄새로 다 맞히는 거 아니야?”수혁은 잠시 멈췄다.“그럴 수도 있지.”“반칙이잖아!”“그럼 어떻게 할까?”제니는 잠시 고민했다.“당신은 냄새 맡지 말고 바로 먹기.”수혁이 웃었다.“숨을 참으라고?”“응. 먹기 직전까지만.”“알았어.”제니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 시작하자.”*첫 번째 음식

  • 내가 죽인 남자가 매일 밤 찾아온다.   115.뱀파이어의 하루 사용 설명서

    “강수혁, 이거 봐.”윤제니가 소파 위로 두꺼운 노트를 내려놓았다.수혁은 스케치북에서 고개를 들었다.“뭔데?”“당신 사용 설명서.”“……뭐?”제니는 노트 첫 장을 펼쳤다.커다란 글씨가 적혀 있었다.강수혁 사용 설명서 — 윤제니 전용수혁은 한동안 제목을 바라봤다.“내가 가전제품이야?”“아니. 뱀파이어.”“그게 더 이상한데.”제니는 아랑곳하지 않고 첫 번째 항목을 읽었다.“하나. 햇빛에 노출시키지 말 것.”“그건 중요하지.”“둘. 은제품은 가급적 피할 것.”“맞아.”“셋. 배고프다고 사람을 물지 말 것.”수혁이 고개를 들었다.“내가 언제 그랬어?”“예방 차원이지.”“억울한데.”제니는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아직 안 끝났어.”그녀는 마지막 항목을 가리켰다.넷. 지나치게 잘생겼으므로 외출 시 주의할 것.수혁은 그 문장을 읽더니 결국 웃었다.“이건 누가 썼어?”“내가.”“객관적인 설명서가 아닌 것 같은데.”“사용자 후기야.”“사용자가 너야?”“응. 장기 이용 고객.”수혁은 웃으며 노트를 덮었다.“그럼 나도 써야겠네.”“뭘?”“윤제니 사용 설명서.”제니는 눈을 크게 떴다.“좋아! 서로 만들어보자!”*두 사람은 식탁에 마주 앉았다.제니는 파란색 펜을, 수혁은 검은색 펜을 들었다.“규칙부터 정하자.”제니의 말에 수혁이 고개를 끄덕였다.“어떤 규칙?”“서로에게 궁금했던 걸 물어보기. 그리고 모르면 모른다고 대답하기.”“좋아.”“거짓말 금지.”“응.”“놀리기 금지.”수혁이 그녀를 바라봤다.“그건 네가 지킬 수 있어?”제니는 잠시 침묵했다.“……최대한.”수혁은 웃음을 터뜨렸다.*첫 질문은 제니가 했다.“당신은 잠잘 때 꿈꿔?”“가끔.”“뱀파이어도 꿈을 꿔?”“응. 다만 깊게 잠드는 날이 많지 않아서.”제니는 열심히 받아 적었다.“그럼 악몽도?”“꾸지.”“무슨 악몽?”수혁은 잠시 생각했다.“최근에는 피아노 건반이 전부 젤리로 바뀌는 꿈.”제니의 펜이 멈췄다

  • 내가 죽인 남자가 매일 밤 찾아온다.   114.뱀파이어는 그림을 못 그린다

    강수혁, 오늘은 자신 있지?”윤제니가 장난스럽게 웃으며 물었다.수혁은 눈앞의 간판을 올려다봤다.야간 원데이 클래스 — 서로의 초상화 그리기“……그림?”“응!”“그림을 그리는 거야?”“정확히는 서로의 얼굴을 그리는 거지.”수혁은 잠시 생각하더니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제니는 눈을 가늘게 떴다.“잠깐. 당신 그림도 잘 그려?”“아니.”“정말?”“응. 제대로 배운 적 없어.”제니의 입꼬리가 올라갔다.“드디어 찾았다.”“뭘?”“강수혁이 못하는 거!”수혁은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게 기뻐?”“당연하지. 피아노도 잘 치고, 춤도 잘 추고, 운전도 잘하고. 당신 너무 반칙이잖아.”“범퍼카에서는 네가 더 잘했는데.”“그건 당연하고!”제니는 그의 손을 잡아끌었다.“오늘은 내가 이길 거야.”수혁은 순순히 따라갔다.“기대할게.”*화실 안에는 작은 이젤과 캔버스가 준비돼 있었다.두 사람은 서로 마주 보는 자리에 앉았다.강사는 간단한 설명을 마친 뒤 말했다.“오늘은 잘 그리는 것보다 상대방의 특징을 발견하는 게 중요해요. 서로의 얼굴을 천천히 관찰해 보세요.”제니는 연필을 들었다.“좋아. 시작!”수혁도 연필을 잡았다.그런데 5분이 지나도록 종이에는 선 하나 그려지지 않았다.제니가 고개를 들었다.“뭐 해?”“관찰.”“얼마나?”“조금 더.”수혁은 그녀의 얼굴을 진지하게 바라봤다.제니는 괜히 귀가 뜨거워졌다.“그렇게 빤히 보지 마.”“특징을 발견하라며.”“그래도!”수혁이 미소 지었다.“눈이 예쁘네.”제니는 연필을 내려놓았다.“강수혁.”“응?”“그건 그림으로 표현해.”“알았어.”그는 마침내 연필을 움직였다.*20분 뒤.제니는 자신의 캔버스를 바라보며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아직 완성되지는 않았지만 제법 수혁의 분위기가 드러났다.반듯한 눈썹.높은 콧대.조금 차가워 보이지만 웃을 때는 부드러워지는 눈매.그녀는 수혁의 얼굴과 그림을 번갈아 봤다.“음. 괜찮은데?”수혁은 대답이

  • 내가 죽인 남자가 매일 밤 찾아온다.   113.별을 세는 뱀파이어

    “강수혁.”“응?”“당신 별자리 설명하다가 100년 전 이야기 꺼내면 안 돼.”운전석에 앉은 강수혁이 웃음을 터뜨렸다.“왜?”“당신은 뭐든 설명하다 보면 결국 옛날이야기로 넘어가잖아.”“그렇게 자주 그래?”“응. 엄청.”윤제니는 손가락을 접으며 말했다.“피아노도 오래전에 배웠고, 춤도 오래전에 배웠고, 눈싸움도 오래전에 해봤고.”수혁은 잠시 생각했다.“틀린 말은 아니잖아.”“그렇긴 하지.”제니는 창밖을 바라보다 웃었다.“그래도 오늘은 현재의 별을 보고 싶어.”수혁은 그녀를 힐끗 바라봤다.“별은 과거의 빛인데.”제니가 고개를 돌렸다.“……뭐?”“지금 우리가 보는 별빛은 아주 오래전에 출발한 거야.”제니는 잠시 입을 다물었다.그러더니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강수혁!”“왜?”“천문대 도착하기도 전에 과거 이야기 시작했잖아!”수혁도 웃었다.“이건 천문학이야.”*밤 10시.두 사람이 도착한 곳은 산자락에 자리한 작은 천문대였다.주변에는 가로등이 많지 않았다.대신 낮은 건물 위로 둥근 관측 돔이 솟아 있었다.제니는 차에서 내리자마자 하늘을 올려다봤다.“와…….”도시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별들이 검푸른 하늘에 흩어져 있었다.수혁이 그녀의 옆에 섰다.“예쁘지?”제니는 고개를 끄덕였다.“응. 생각보다 훨씬 많아.”“안쪽에 들어가면 더 자세히 볼 수 있어.”제니는 그의 손을 잡았다.“빨리 가자.”*천문대 안에는 야간 관측을 신청한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안내 직원은 관측 순서를 설명했다.“먼저 별자리 설명을 듣고, 이후 망원경으로 달과 행성을 관측하겠습니다.”제니는 안내 책자를 펼쳤다.“수혁아, 여기 봐.”“응?”“오늘은 목성도 볼 수 있대.”수혁은 책자를 내려다봤다.“그렇네.”“당신 목성 본 적 있어?”“맨눈으로는 여러 번.”“망원경으로는?”“그것도.”제니는 눈을 가늘게 떴다.“역시.”수혁은 웃었다.“이번에는 너랑 처음 보잖아.”그 말에 제니의 표정이 풀렸다.“……그

  • 내가 죽인 남자가 매일 밤 찾아온다.   112.뱀파이어가 준비한 한겨울의 여름

    “윤제니.”“응?”“눈 감아.”제니는 조수석에 앉은 채 수혁을 바라봤다.“왜?”“도착했으니까.”“어딘데?”“눈 감으면 알려줄게.”제니는 입술을 삐죽였다.“강수혁, 당신 요즘 비밀이 많아.”수혁은 웃으며 안전벨트를 풀었다.“방탈출에서 배웠어.”“뭘?”“미리 정답을 알려주면 재미없다는 거.”제니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하하하! 알았어.”그녀가 눈을 감자 수혁은 차에서 내려 조수석 문을 열었다.“손 줘.”제니는 그의 손을 잡았다.차가운 밤공기가 뺨을 스쳤다.“으, 추워.”“그래서 따뜻하게 입으라고 했잖아.”“패딩까지 입었거든?”“잘했어.”수혁은 그녀를 천천히 안내했다.몇 걸음쯤 걸었을까.어디선가 웃음소리와 경쾌한 음악이 들려왔다.제니는 고개를 갸웃했다.“수혁아.”“응?”“여기 사람 많아?”“조금.”“실내야?”“곧 들어갈 거야.”잠시 후 자동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따뜻한 공기가 얼굴을 감쌌다.수혁이 말했다.“이제 떠도 돼.”제니는 눈을 떴다.그리고 그대로 멈췄다.“……어?”눈앞에는 새하얀 눈밭이 펼쳐져 있었다.커다란 눈사람.반짝이는 조명.눈썰매를 끌고 다니는 사람들.천장에는 인공 눈송이가 천천히 떨어지고 있었다.제니는 입을 벌렸다.“여기 뭐야?”수혁은 미소 지었다.“실내 스노파크.”“스노파크?”“응. 계절이 달라도 눈놀이를 할 수 있는 곳이래.”제니는 눈을 크게 떴다.“와!”수혁은 그녀의 표정을 살폈다.“마음에 들어?”제니는 대답 대신 그의 팔을 붙잡았다.“엄청!”*두 사람은 장갑과 방한화를 대여했다.제니는 장갑을 끼며 수혁을 바라봤다.“근데 당신은 안 추워?”“응.”“역시 뱀파이어.”수혁은 웃었다.“너는 괜찮아?”“완전 괜찮아.”제니는 발끝으로 눈을 살짝 밟았다.뽀드득.작은 소리가 났다.그녀는 환하게 웃었다.“진짜 눈이네!”수혁은 고개를 끄덕였다.“응.”제니는 손바닥에 눈을 조금 올렸다.차가운 눈이 장갑 위에 쌓였다.“수혁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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