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월요일 저녁.윤하늘은 현관문을 열자마자 신발을 벗고 거실로 들어왔다.강단태는 주방 식탁에 앉아 있었다.노트북 옆에는 메모지 한 장이 놓여 있었다.하늘이 가방을 내려놓으며 물었다.“뭐 해요?”“이번 주 식재료 정리했습니다.”“왜 갑자기?”“냉장고에 같은 게 계속 남아서요.”하늘은 냉장고를 열었다.양파.대파.당근.두부.계란.그리고 양배추 반 통.하늘이 말했다.“양배추 또 있네.”“지난주 것도 있습니다.”“그럼 왜 또 샀어요?”단태가 하늘을 봤다.“하늘 씨가 넣었습니다.”“내가?”“네.”“기억 안 나는데.”“장바구니에 넣으면서 볶아 먹겠다고 했습니다.”하늘은 잠시 생각했다.“……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그래서 이번 주 목표는 양배추 처리입니다.”하늘이 웃었다.“우리 목표가 왜 점점 소박해져요?”“좋지 않습니까?”“좋긴 해.”하늘은 냉장고 문을 닫았다.“오늘 뭐 먹어요?”단태가 메모지를 내밀었다.첫 번째.양배추볶음.두 번째.두부조림.세 번째.계란말이.하늘이 물었다.“이걸 다?”“재료가 있으니까요.”“퇴근하고 세 개를 언제 해요.”“그럼 하나 고르세요.”하늘은 잠시 고민했다.“두부조림.”“좋습니다.”“단태는?”“저도.”하늘이 눈을 가늘게 떴다.“진짜?”“네.”“내가 골라서 따라가는 거 아니고?”단태가 메모지에 펜으로 동그라미를 쳤다.“저도 두부조림 먹고 싶습니다.”“좋아요.”두 사람은 나란히 주방에 섰다.하늘이 두부를 꺼냈다.단태는 양념을 준비했다.“간장.”“여기.”“고춧가루.”“여기.”“설탕.”단태가 멈췄다.“얼마나 넣습니까?”“조금.”“조금이 몇 그램입니까?”“요리하면서 누가 설탕을 그램으로 재요?”“정확한 게 좋습니다.”하늘이 웃었다.“단태 진짜 요리 초보 티 난다.”“하늘 씨도 레시피 보고 있잖아요.”“나는 감으로도 해요.”“지난번 오징어볶음 기억합니까?”하늘이 입을 다물었다.단태가 웃었다.“고춧가루 두 숟가락.”“
은빛새가 먼저 연락한 건 토요일 저녁이었다.내일 진짜 하루 쉬어요.윤하늘은 메시지를 보자마자 웃었다.지난번에는 일요일 오후 네 시간.그다음에는 조금 더 길게.그리고 이번에는 처음으로 하루 전체였다.하늘이 답장을 보냈다.가게 안 가고?곧 답이 왔다.네.몇 초 뒤.아마도.하늘은 바로 전화를 걸었다.“아마도가 뭐예요?”—말 그대로요.“벌써 가고 싶은 거죠?”—아니거든요.“CCTV는?”전화기 너머가 조용해졌다.하늘이 웃었다.“봤네.”—아직 안 봤어요.“그럼 왜 대답 늦었어요?”—볼까 생각만 했어요.“그게 그거지.”빛새가 한숨을 쉬었다.—내일 뭐 해요?“나?”—네.하늘은 거실을 봤다.강단태는 식탁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었다.“아직 아무것도 안 정했는데.”—낚시 안 가요?“이번 주는 안 가려고요.”—그럼 나랑 놀래요?하늘의 눈이 조금 커졌다.“하루 종일?”—왜요. 싫어요?“아니.”하늘은 웃었다.“좋아요.”—단태 씨는?“물어볼게요.”전화를 끊고 하늘이 단태를 봤다.“내일 빛새 씨랑 놀기로 했어요.”단태가 노트북에서 눈을 들었다.“좋네요.”“단태는?”“저는 집에 있죠.”“같이 갈래요?”단태가 잠시 생각했다.“빛새 씨가 하늘 씨한테 놀자고 한 거 아닙니까?”“응.”“그럼 둘이 다녀오세요.”하늘이 의자를 당겨 앉았다.“서운하지 않아요?”“왜요?”“같이 사는데 주말에 나만 나가잖아요.”단태가 웃었다.“저도 혼자 할 일이 있습니다.”“뭐 할 건데요?”“아직 안 정했습니다.”“똑같네.”“그리고.”단태가 노트북을 닫았다.“같이 산다고 주말마다 붙어 있을 필요는 없잖아요.”하늘은 잠시 그를 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그렇죠.”“재밌게 다녀오세요.”“저녁은?”“각자 먹고 싶은 거 먹죠.”“좋아요.”그렇게 간단하게 정해졌다.다음 날 오전 열 시.빛새는 약속 장소에 정확히 도착했다.문제는 옷차림이었다.하늘이 위아래를 훑어봤다.“어디 가요?”“왜요?”“너무
새벽 두 시 오십 분.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윤하늘이 눈을 떴다.옆을 보니 강단태도 눈을 뜨고 있었다.“안 잤어요?”“잤습니다.”“근데 왜 바로 눈 떠요?”“하늘 씨가 움직여서.”하늘은 이불을 걷었다.“일어나요.”단태가 휴대전화를 확인했다.“아직 알람 전인데요.”“십 분 차이잖아요.”“오늘은 유난히 적극적이네요.”하늘이 침대에서 내려오며 말했다.“갈치 잡으러 가잖아요.”단태가 웃었다.“지난번에는 다음 낚시 안 정한다면서요.”“그건 지난주고.”“도감 열다섯 번째?”하늘이 방문을 열었다.“잡히면.”“기대하고 있잖아요.”“조금.”“많이 같은데.”하늘은 대답하지 않았다.오늘은 평소와 달랐다.방파제도 아니고.우럭과 광어를 노리던 배낚시도 아니었다.갈치 출조였다.출항 준비를 마친 배 주변에는 낚싯대와 아이스박스를 든 사람들이 하나둘 모이고 있었다.하늘은 배를 보며 말했다.“생각보다 크다.”단태가 짐을 내려놓았다.“멀리 나가니까 그런 것 아닙니까?”“오늘 멀미하면 어떡하지.”“약 먹었잖아요.”“그래도 배 타면 몰라요.”단태가 말했다.“힘들면 바로 쉬어요.”“알아요.”“도감보다 하늘 씨가 먼저입니다.”하늘이 단태를 봤다.“그건 나도 알아요.”그리고 웃었다.“근데 갈치는 보고 싶어.”출항하고 한동안은 낚시를 하지 않았다.배는 포인트를 향해 계속 움직였다.하늘은 바다를 바라봤다.아직 어두웠다.검은 수면 위로 배의 불빛만 길게 흔들렸다.단태가 옆에서 물었다.“괜찮아요?”“응.”“멀미는?”“아직.”“이상하면 바로 말해요.”하늘이 웃었다.“오늘 몇 번 물어볼 거예요?”“필요할 때까지.”“알겠어요.”하늘은 난간 너머를 바라봤다.평소 보던 낮의 바다와 완전히 달랐다.조용하면서도.배 아래에는 계속 물소리가 들렸다.한참 뒤.선장의 안내가 나왔다.포인트에 도착했다.하늘은 채비를 내렸다.갈치는 지금까지 둘이 잡아온 물고기와 낚는 방식부터 느낌이 달랐다.단태가 물었다.“수
일요일 아침.윤하늘이 눈을 떴을 때 옆자리는 비어 있었다.시계를 보니 오전 여덟 시 십칠 분.평소 같으면 강단태가 먼저 일어나 있는 게 이상할 일은 아니었다.그런데 오늘은 방문 밖이 유난히 조용했다.하늘은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갔다.아무도 없었다.주방에도.거실에도.단태의 방문은 닫혀 있었다.하늘은 문 앞에 서서 두 번 두드렸다.똑똑.“단태?”안에서 목소리가 들렸다.“네.”“들어가도 돼요?”“잠깐만요.”하늘이 멈췄다.잠시 후 문이 열렸다.단태가 나왔다.“일어났습니까?”“응. 뭐 했어요?”“제 방 정리했습니다.”하늘이 열린 문 너머를 슬쩍 봤다.책상 위에는 서류 몇 장과 노트북이 놓여 있었다.“왜 문 닫고 했어요?”“집중하려고요.”“아.”하늘은 별생각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단태가 물었다.“왜요?”“아니. 그냥 궁금했어요.”“오늘 일정 있습니까?”하늘이 멈췄다.“없는데.”“저도 없습니다.”둘이 잠시 서로를 봤다.하늘이 물었다.“그럼 뭐 하지?”단태도 잠시 생각했다.“글쎄요.”“낚시?”“오늘은 준비 안 했습니다.”“요리?”“냉장고부터 봐야 합니다.”“영화?”“보고 싶은 거 있어요?”“없어.”또 침묵.하늘이 웃었다.“우리 할 거 없네.”단태도 웃었다.“그런 것 같습니다.”냉장고를 열어보니 애매했다.계란.두부.대파.김치.남은 채소.그리고 전날 먹고 남은 반찬 몇 가지.하늘이 말했다.“장 봐야겠다.”“그럼 장 보러 갑니까?”“그것도 일정인가?”“오늘 첫 일정.”“그럼 그것만 정하자.”“나머지는?”하늘이 냉장고 문을 닫았다.“나중에.”단태가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아침은 간단하게 먹었다.계란 프라이.김치.김.밥.단태가 계란을 한입 먹었다.하늘이 바로 물었다.“짜요?”단태가 씹던 걸 삼켰다.“안 짭니다.”“진짜?”“네.”“지난번보다?”“훨씬.”하늘이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발전했네.”“이제 계란은 졸업입니까
정다은의 첫 출근은 생각보다 조용하게 시작됐다.토요일 오전 열 시.은빛새는 가게 문을 열기 전부터 매장 안을 세 바퀴째 돌고 있었다.옷걸이 간격을 맞추고.카운터를 닦고.이미 정리된 니트를 다시 접었다.윤하늘이 그 모습을 보다가 물었다.“그거 아까 접지 않았어요?”빛새의 손이 멈췄다.“조금 삐뚤어졌잖아요.”“내 눈에는 똑같은데.”“여기가 조금.”빛새가 니트 끝을 손가락으로 밀었다.하늘이 웃었다.“긴장했네.”“내가 왜요.”“첫 직원 출근하니까.”“안 했어요.”“니트가 지금 세 번째 정리당하고 있는데?”빛새가 니트를 내려놨다.“……조금 했어요.”그때 가게 문이 열렸다.“안녕하세요.”정다은이었다.출근시간보다 십 분 일찍 도착했다.빛새가 바로 자세를 고쳐 섰다.“안녕하세요. 일찍 오셨네요.”“첫날이라서요.”다은은 가방을 정리하고 매장 안으로 들어왔다.그리고 하늘을 보고 가볍게 인사했다.“안녕하세요.”하늘도 인사했다.“안녕하세요.”빛새가 말했다.“하늘 씨는 오늘 직원 아니에요.”“알아요.”“혹시 내가 정신없어 보여도 도와주지 마요.”하늘이 웃었다.“알겠어요, 사장님.”“그 말도 하지 말고.”다은이 작게 웃었다.빛새가 다은을 돌아봤다.“일단 오늘은 전부 다 외우려고 하지 않아도 돼요.”“네.”“매장 위치부터 볼게요.”빛새는 생각보다 설명을 잘했다.신상품 위치.사이즈별 재고.피팅룸 이용 방법.교환과 환불 때 확인할 것.옷을 다시 접는 방법.행거에 걸 때 앞면 방향을 맞추는 방법.다은은 중간중간 메모했다.“이쪽 바지는 사이즈가 여기 있는 게 전부예요?”“매장에 없는 건 뒤에 재고가 있을 수도 있어요. 없으면 그냥 없다고 말하지 말고 저한테 먼저 확인해주세요.”“네.”“그리고 손님이 다른 색 있냐고 물으면 여기 태블릿에서 재고 확인할 수 있어요.”빛새가 직접 보여줬다.다은이 한 번 해봤다.처음이라 손이 느렸다.빛새가 옆에서 기다렸다.“여기 누르면 되는 거죠?”“네.”
은빛새에게서 전화가 온 건 금요일 오후였다.윤하늘은 자기 방에서 낚시 도감 사진을 정리하고 있었다.“네, 빛새 씨.”—하늘 씨. 내일 시간 있어요?“오후에는요.”—그럼 가게 잠깐 와줄래요?하늘의 손이 멈췄다.“무슨 일 있어요?”—아뇨. 면접이요.“면접?”—주말 아르바이트요. 구한다고 했잖아요.하늘은 그제야 기억했다.매장이 바빠지면서 은빛새는 혼자 모든 일을 처리하기 어려워졌다.주말 아르바이트 직원을 한 명 두고 싶다며 인건비까지 계산해봤다고 했었다.“지원자 왔어요?”—세 명이요.“많이 왔네.”—근데 막상 면접 보려니까 이상해요.“뭐가요?”잠시 침묵.그리고 빛새가 말했다.—내가 누굴 면접 보는 사람이 된 게.하늘이 웃었다.“사장님이잖아요.”—그 말 아직도 적응 안 돼요.“그래서 나보고 같이 있어달라고요?”—응. 대신 조건 있어요.“뭔데요?”—누굴 뽑을지는 내가 정할 거예요.하늘은 바로 대답했다.“당연하죠.”—하늘 씨가 보기엔 누가 낫냐고 물어볼 수는 있는데.“최종 결정은 사장님이.”—맞아요.“그럼 갈게요.”전화를 끊자 방문 밖에서 단태의 목소리가 들렸다.“들어가도 됩니까?”“응.”강단태가 문을 열고 들어왔다.“내일 빛새 씨 가게 가요?”“들었어요?”“면접이라는 말만.”하늘이 고개를 끄덕였다.“주말 알바 뽑는대요.”“잘됐네요.”“내일 같이 있어달래.”단태가 물었다.“저도 갑니까?”하늘이 단태를 바라봤다.“단태는 내일 뭐 하고 싶은데요?”“저는 자동차 정비 예약해놨습니다.”“그럼 그거 해요.”“끝나고 데리러 갈까요?”하늘은 잠깐 생각했다.“끝나는 시간 맞으면.”“알겠습니다.”단태가 방을 나가려다가 멈췄다.“저녁은?”“같이 먹어요.”“뭐 먹습니까?”하늘이 웃었다.“요리 수업 복습.”단태의 표정이 미묘해졌다.“바지락 술찜?”“응.”“술 양은 정확하게 넣겠습니다.”“그건 꼭.”다음 날 오후.은빛새의 옷가게에는 가을옷이 가득 걸려 있었다.하늘은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