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금요일 오전 11시 20분.윤하늘은 은빛새에게서 도착한 사진 한 장을 보고 눈을 의심했다.사진 속에는 빛새의 옷가게 입구가 있었다.그런데 마네킹이 있어야 할 자리에 이상한 안내판이 세워져 있었다.오늘의 인간 마네킹을 모집합니다.조건: 자신의 옷을 스스로 고를 수 있는 사람하늘은 곧바로 전화를 걸었다.“언니, 가게에서 뭐 해?”빛새는 태연하게 대답했다.“사람 구해.”“그건 알겠는데 인간 마네킹이 뭐야?”“말 그대로야. 손님이 직접 옷 입고 진열대에 서보는 거.”“그걸 왜 해?”빛새가 한숨을 쉬었다.“어제 손님이 그러더라. 마네킹은 뭘 입혀도 예쁜데 자기가 입으면 어떨지 모르겠다고.”“그래서?”“그래서 생각했지. 그럼 사람이 입으면 되잖아.”하늘은 잠시 침묵했다.“언니, 설마 손님을 쇼윈도에 세울 생각이야?”“아니! 매장 안쪽에 전신거울이랑 작은 무대 만들었어.”“그럼 인간 마네킹이 아니라 피팅 행사잖아.”“이름이 평범하면 재미없잖아.”하늘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오후 1시.하늘이 가게에 도착했을 때 정다은은 작은 발판 옆에 서 있었다.“작가님, 오셨어요?”“다은 씨,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다은은 웃으며 발판을 가리켰다.“사장님이 오늘 하루 실험해보신대요.”발판 앞에는 안내문이 하나 더 있었다.직원이 추천한 옷이 아니라, 내가 고른 옷을 입어보는 날.하늘은 그 문장을 읽고 빛새를 돌아봤다.“이건 괜찮은데?”빛새가 어깨를 으쓱했다.“그렇지?”“근데 왜 인간 마네킹이라고 썼어?”“사람들이 궁금해서 들어오라고.”“언니답다.”빛새는 하늘에게 옷걸이 하나를 건넸다.“너도 한번 해봐.”“나?”“응. 옷은 네가 골라.”하늘은 진열대를 둘러봤다.그러더니 짙은 남색 재킷과 아이보리색 와이드 팬츠를 골랐다.“이걸로.”빛새가 눈썹을 올렸다.“의외네. 원피스 고를 줄 알았는데.”“오늘은 이런 기분이야.”오후 1시 30분.하늘이 옷을 갈아입고 나오자 다은이 손뼉을 쳤다.“와, 작가님. 진짜
토요일 오전 8시 17분.윤하늘은 침대에서 눈을 뜨자마자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드르륵.잠시 후 다시.드르르륵.“단태, 무슨 소리예요?”강단태는 이미 일어나 있었다.“저도 확인하려던 참입니다.”두 사람이 거실로 나가자 소리의 정체가 드러났다.새로 만든 협탁 위에서 둥근 나무 구슬 하나가 천천히 굴러가고 있었다.구슬은 가장자리까지 움직이다가 단태의 손바닥에 멈췄다.하늘은 협탁을 바라봤다.“우리 집에 구슬이 있었어요?”“목공 체험 때 남은 장식용 구슬입니다. 서랍에 넣어뒀는데 제가 어젯밤 꺼냈습니다.”“그런데 왜 굴러가요?”단태는 구슬을 상판 중앙에 다시 놓았다.드르륵.구슬이 똑같은 방향으로 움직였다.하늘이 눈을 가늘게 떴다.“설마…….”단태가 말했다.“바닥이 기울어졌거나 협탁 다리 높이가 다른 것 같습니다.”하늘은 잠시 생각하더니 선언했다.“좋아요. 오늘은 중력 조사하는 날이에요.”“중력 조사요?”“우리 집에서 물건들이 어느 방향으로 굴러가는지 알아보는 거죠.”단태는 구슬을 집어 들었다.“그냥 수평계를 가져오면 되지 않습니까?”“그건 너무 빨리 끝나잖아요.”오전 9시 5분.하늘은 종이 한 장을 식탁에 펼쳤다.가운데에는 커다랗게 제목이 적혀 있었다.우리 집 물건 이동 실험 보고서단태는 제목을 읽고 웃었다.“실험 보고서까지 작성하십니까?”“당연하죠. 연구에는 기록이 필요해요.”“연구 목적은 무엇입니까?”“협탁이 삐뚤어진 범인을 찾는 거요.”“범인이라면…….”“바닥이냐, 다리냐.”하늘은 펜을 들었다.“강단태 연구원, 실험 준비하세요.”단태는 고개를 숙였다.“알겠습니다, 윤하늘 연구소장님.”첫 번째 실험 대상은 나무 구슬이었다.두 번째는 탁구공.세 번째는 둥근 연필.하늘은 구슬을 협탁 중앙에 놓았다.구슬은 오른쪽으로 굴러갔다.탁구공도 마찬가지였다.그런데 연필은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하늘이 물었다.“왜 연필은 안 굴러가죠?”단태가 연필을 들어 보였다.“육각형이라서요.”하늘은
일요일 오전 9시.윤하늘은 주방에서 커피를 내리다가 식탁 위에 놓인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초보자를 위한 생활 수선 교실토요일 오후 2시 / 개인 의류 지참하늘은 안내문을 집어 들었다.“단태?”거실에서 노트북을 보고 있던 강단태가 고개를 들었다.“네?”“이거 뭐예요?”단태는 안내문을 확인하더니 잠시 입을 다물었다.“아, 그게 거기 있었군요.”“수선 교실?”“네. 신청했습니다.”하늘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단태가요?”“그렇게 놀라실 일입니까?”“아니, 그건 아닌데…….”하늘은 웃음을 참았다.“갑자기 바느질을 배우겠다고요?”단태는 자신의 셔츠 소매를 내려다봤다.“며칠 전에 단추가 떨어졌습니다.”“그거 내가 달아준다고 했잖아요.”“그래서 생각했습니다. 제가 직접 할 줄 알면 좋겠다고요.”하늘은 안내문을 다시 읽었다.“근데 왜 몰래 신청했어요?”“배운 다음에 보여드리려고 했습니다.”“뭘요?”단태는 잠시 망설였다.“잘 달린 단추를요.”하늘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토요일 오후 1시 40분.하늘은 현관에서 외출 준비를 하는 단태를 바라봤다.그의 손에는 단추가 떨어진 셔츠가 들려 있었다.“잘 다녀와요.”“네.”“손가락 찌르지 말고요.”“조심하겠습니다.”“실은 너무 세게 당기면 안 돼요.”단태가 그녀를 바라봤다.“하늘 씨.”“네?”“혹시 같이 가고 싶으십니까?”하늘은 웃었다.“아니요. 오늘은 단태 혼자 배우고 와요.”“알겠습니다.”“대신 숙제 검사할 거예요.”단태는 고개를 끄덕였다.“그건 예상하고 있었습니다.”오후 3시 20분.하늘은 집에서 다음 달 사진 산책 행사에 사용할 안내 자료를 정리하고 있었다.참가자들이 휴대전화로 쉽게 따라 할 수 있도록 촬영 예시를 고르는 중이었다.그때 빛새에게 전화가 걸려 왔다.“하늘아, 뭐 해?”“일하는 중. 언니는?”“가게에서 다은이랑 재고 정리하고 있어.”하늘은 사진을 저장하며 물었다.“무슨 일 있어?”“아니. 단태 씨가 우리 가게에 연락
화요일 오전 10시 15분.윤하늘은 작업실에서 사진을 보정하다가 이메일 알림을 확인했다.제목이 눈에 들어왔다.[초대] 제1회 우리 동네 사진 산책 행사 참여 제안“사진 산책?”하늘은 마우스를 움직여 이메일을 열었다.지역 문화센터에서 보낸 안내였다.다음 달 첫째 주 토요일, 동네 주민들이 직접 카메라나 휴대전화를 들고 거리를 걸으며 사진을 찍는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는 내용이었다.행사 담당자는 하늘이 지난번 어린이 직업 체험에서 보여준 진행 방식이 인상 깊었다며, 이번에는 성인 참가자들을 위한 사진 산책을 맡아줄 수 있는지 문의했다.하늘은 일정부터 확인했다.그날은 비어 있었다.다만 곧바로 수락하지는 않았다.참가 인원, 진행 시간, 강사료, 사진 사용 범위가 적혀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하늘은 답장을 작성했다.윤하늘: 제안 감사합니다. 참여를 검토하고 싶습니다. 예상 참가 인원과 행사 시간, 진행 범위, 강사료 및 촬영 결과물의 사용 계획을 알려주시면 확인 후 답변드리겠습니다.메일을 보내고 나서 하늘은 의자에 등을 기댔다.“이번에는 어떤 사람들이 오려나.”오후 1시 30분.담당자에게 답장이 도착했다.참가자는 최대 12명.행사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휴대전화 촬영을 중심으로 진행하며, 별도의 전문 장비는 필요하지 않았다.강사료도 명시되어 있었다.다만 행사 종료 후 참가자들이 찍은 사진 중 일부를 문화센터 게시판에 전시하고 싶다는 내용이 있었다.하늘은 마지막 부분을 다시 읽었다.참가자 본인이 동의한 사진만 전시한다는 조건을 추가하면 괜찮을 것 같았다.그녀는 수정 사항을 전달했고, 담당자에게 동의한다는 답변을 받았다.그제야 참여를 확정했다.저녁 6시 40분.“하늘 씨, 오늘 좋은 일 있으셨습니까?”강단태는 식탁에 앉은 하늘의 표정을 살피며 물었다.하늘은 웃었다.“티 나요?”“조금요.”“나 사진 산책 행사 맡게 됐어요.”단태는 물컵을 내려놓았다.“축하드립니다.”“다음 달에 동네 주민들하고 사진 찍으러 다니
수요일 오후 4시 30분.“언니, 고기는 내가 준비할 테니까 빈손으로 와.”윤하늘은 휴대전화를 어깨에 끼운 채 식탁을 정리했다.수화기 너머에서 은빛새가 대답했다.“알았어. 그런데 진짜 아무것도 안 사 가도 돼?”“응. 우리 집에 먹을 거 충분해.”“그래도 음료수 정도는 사 갈게.”“언니!”“알았어, 알았어. 잔소리하지 마.”하늘은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오늘 저녁에는 빛새와 정다은이 집에 놀러 오기로 했다.지난번 문화센터에서 받은 전기그릴을 함께 사용해보기로 한 것이다.강단태는 주방에서 재료를 확인하고 있었다.“하늘 씨, 새우는 손질해뒀습니다.”“고마워요. 버섯은요?”“씻어서 물기를 빼고 있습니다.”하늘은 식탁을 둘러봤다.“그럼 접시만 놓으면 되겠네요.”단태가 물었다.“의자는 4개면 되겠습니까?”“네. 우리 둘이랑 언니, 다은 씨.”하늘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런데 잠시 후 휴대전화에 메시지가 도착했다.은빛새: 하늘아, 미안한데 부탁 하나만 해도 돼?윤하늘: 뭔데?은빛새: 다은이가 오늘 같이 오는 친구가 있대. 잠깐 들렀다가 간다는데 괜찮을까?하늘은 메시지를 읽고 단태를 바라봤다.“단태, 손님 한 명 더 와도 괜찮아요?”“물론입니다. 누구십니까?”“다은 씨 친구래요.”단태는 식탁을 확인했다.“그럼 의자를 하나 더 가져오겠습니다.”오후 6시 10분.딩동.하늘이 문을 열자 빛새와 다은이 서 있었다.그리고 그 뒤에는 낯선 여성이 한 명 더 있었다.다은이 먼저 인사했다.“작가님, 안녕하세요!”“어서 와요.”빛새가 웃으며 말했다.“갑자기 한 명 늘어서 미안해.”“괜찮아. 들어와.”다은은 뒤에 있던 친구를 소개했다.“제 대학 친구예요. 이름은 오은아예요.”은아는 조심스럽게 고개를 숙였다.“안녕하세요. 갑자기 오게 돼서 죄송해요.”하늘은 미소 지었다.“아니에요. 다은 씨 친구면 편하게 들어오세요.”은아는 작은 종이봉투를 내밀었다.“빈손으로 오기 그래서 쿠키 조금 사 왔어요.”하늘은 봉투를
월요일 오전 10시 40분.딩동.윤하늘은 작업실에서 사진을 보정하다 현관으로 향했다.“택배입니다!”문 앞에는 제법 커다란 상자가 놓여 있었다.하늘은 송장을 확인했다.수령인, 윤하늘.발송인은 처음 보는 생활용품 업체였다.“내가 뭘 주문했더라?”그녀는 상자를 거실로 옮겼다.생각보다 무거웠다.테이프를 뜯고 포장을 걷어내자 커다란 전기그릴이 모습을 드러냈다.“……전기그릴?”하늘은 눈을 깜빡였다.분명 자신이 주문한 물건은 아니었다.상자 안에는 작은 카드도 들어 있었다.지역 문화센터 어린이 직업 체험 행사에 도움을 주셔서 감사합니다.참여 강사 감사 선물하늘은 카드를 읽고 웃음을 터뜨렸다.“아, 그때!”지난 토요일 단태와 함께 참여했던 어린이 직업 체험 행사에서 보낸 선물이었다.그녀는 그릴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렸다.“근데 이걸 보내주셨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강단태였다.“하늘 씨, 택배 받으셨습니까?”하늘은 웃으며 전화를 받았다.“단태! 혹시 알고 있었어요?”“무엇을요?”“전기그릴이요.”“아, 도착했군요.”“알고 있었네!”단태가 웃었다.“문화센터에서 감사 선물을 보내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그런데 왜 나한테 말을 안 했어요?”“어떤 물건인지는 저도 몰랐습니다.”하늘은 그릴을 바라봤다.“이거 생각보다 큰데요?”“사용하기 어렵습니까?”“아니요. 오히려 좋아요.”하늘은 장난스럽게 덧붙였다.“오늘 저녁 메뉴 정해졌어요.”오후 5시 50분.퇴근한 단태는 거실에 놓인 전기그릴을 발견했다.“생각보다 크네요.”하늘은 팔짱을 끼고 웃었다.“그렇죠?”“무엇을 구우실 생각입니까?”“고기요.”“좋습니다.”“그런데 문제가 있어요.”단태가 고개를 돌렸다.“무슨 문제입니까?”하늘은 냉장고 문을 열었다.“고기가 없어요.”단태는 잠시 냉장고 안을 바라봤다.그리고 웃음을 터뜨렸다.“그렇군요.”하늘도 웃었다.“그래서 장 보러 가야 해요.”“지금 가면 되겠네요.”“좋아요. 대신 오늘은 하트 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