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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3화: 살아서 전부 말하려던 사람>

Author: 에이르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9-19 00:39:21

**“이번에는 내가 살아서.”**

**“내가 한 짓부터 전부 말할 거야.”**

담당 형사의 목소리가 멈췄다.

조사실 안도 조용해졌다.

윤하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재욱이 좋은 사람이었다는 뜻은 아니었다.

처음부터 자신을 이용하려고 접근했다.

자금 이동에 직접 가담했고.

돈을 받았다.

은빛새에게 법적인 혼인관계가 아닌 것을 숨겼다.

잘못을 알고도.

곧바로 멈추지 못했다.

그 사실은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다.

다만.

마지막에는.

살아서 말하려고 했다.

자신이 한 짓을.

자기 입으로.

하늘이 물었다.

“윤태성은 그 말을 듣고 뭐라고 했어요?”

형사가 진술서를 넘겼다.

“도재욱 씨에게 다시 생각하라고 했답니다.”

“그게 끝이에요?”

“아닙니다.”

윤태성은 재욱에게 말했다.

**“네가 증언하면 뭐가 달라질 것 같아?”**

재욱.

**“적어도 쟤들한테 내 죄는 안 넘어가.”**

윤태성.

**“윤하늘이 널 믿을 것 같아?”**

재욱.

**“안 믿어도 돼.”**

**“나 용서 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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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201화: 강단태의 첫 촬영에는 대본에 없는 장면이 있었다>

    화요일 오후 6시 15분.“하늘 씨, 이 표정은 어떻습니까?”윤하늘은 노트북에서 시선을 떼었다.강단태가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흰색 셔츠에 짙은 회색 바지. 평소와 다르지 않은 복장이었다.문제는 표정이었다.그는 어딘가 부자연스러울 정도로 환하게 웃고 있었다.하늘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단태.”“네.”“지금 화났어요?”단태의 미소가 사라졌다.“아닙니다.”“그런데 왜 그렇게 웃어요?”“촬영할 때 자연스럽게 웃는 연습을 하고 있었습니다.”하늘은 의자에서 일어났다.“누가 웃으래요?”“촬영 안내서에 친근한 분위기라고 적혀 있었습니다.”“친근한 분위기랑 계속 웃는 건 다른데요.”단태는 안내서를 다시 확인했다.지역 생활문화센터의 사진 전시 프로젝트.그가 맡은 역할은 혼자 사는 어르신과 같은 건물에 거주하는 이웃이었다.촬영은 다음 달 중순으로 예정되어 있었지만, 오늘 담당자로부터 구체적인 장면 구성이 도착했다.하늘은 안내서를 훑어봤다.“무거운 상자 옮기기, 복도에서 인사하기, 장바구니 들어주기…….”그녀는 마지막 항목에서 멈췄다.이웃 간 따뜻한 교류를 자연스러운 미소로 표현.“아, 이 문장 때문에 그랬구나.”단태가 고개를 끄덕였다.“네.”하늘은 그에게 다가갔다.“단태, 저 좀 봐요.”“네.”“제가 무거운 상자 들고 있는데 단태가 도와주러 왔다고 생각해봐요.”“알겠습니다.”하늘은 빈 상자를 들어 올렸다.“아이고, 이거 무겁네.”단태가 곧바로 다가왔다.“제가 들겠습니다.”그는 상자를 받아 들었다.표정은 평소와 같았다.하늘이 웃었다.“바로 그거예요.”단태는 의아한 얼굴이었다.“무엇이요?”“지금 표정.”“저는 웃지 않았는데요.”“그러니까요. 억지로 웃지 않아도 친절한 사람처럼 보이잖아요.”단태는 잠시 생각했다.“그렇군요.”하늘은 상자를 다시 받아 들었다.“그리고 실제 촬영에서는 상대 배우분이 어떤 방식으로 도움받고 싶은지도 먼저 확인하세요.”“네. 그 부분은 담당자에게 물어보겠습니다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200화: 윤하늘은 오늘 강단태를 빌려주지 않습니다>

    토요일 오전 10시 23분.윤하늘은 거실에서 이상한 소리를 들었다.드르륵.탁.드르륵.탁.강단태의 작업실 쪽이었다.하늘은 문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단태, 뭐 해요?”“잠깐만요. 거의 끝났습니다.”“뭘 끝내는데요?”“하늘 씨가 보시면 압니다.”잠시 후 문이 열렸다.단태의 손에는 손바닥만 한 나무판이 들려 있었다.판에는 작은 금속 고리가 세 개 달려 있었다.“이게 뭐예요?”“현관 열쇠걸이입니다.”하늘은 판을 받아 들었다.매끈하게 다듬은 나무 표면에 세 개의 고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박혀 있었다.그런데 고리 위에 붙은 글씨가 이상했다.윤하늘 / 강단태 / 아무도 없음하늘이 마지막 글씨를 가리켰다.“아무도 없음은 누구예요?”“빈 고리입니다.”“빈 고리에 왜 이름을 붙여요?”“세 번째 고리까지 채워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지 않도록요.”하늘은 잠시 나무판을 내려다봤다.“……단태.”“네?”“우리 집에 빈자리 좋아하는 사람이 두 명이나 있었네요.”단태는 웃으며 판을 받아 들었다.“현관에 설치해도 되겠습니까?”“좋아요. 벽에 구멍은 내지 말고요.”“탈부착 가능한 방식으로 준비했습니다.”“역시.”하늘은 엄지를 들어 보였다.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은빛새였다.“하늘아, 너 오늘 시간 있어?”“왜?”“우리 가게에 아주 이상한 손님이 왔어.”하늘은 소파에 앉았다.“또 무슨 일이야?”“옷을 사러 온 게 아니라 사람을 빌리러 왔대.”“……사람?”“응. 정확히는 남자친구 역할을 해줄 사람.”하늘은 눈을 깜빡였다.“언니 가게에서 왜 남자친구를 빌려?”“그러니까 나도 모르겠다니까.”빛새는 한숨을 쉬었다.“다은이가 지금 손님이랑 이야기하고 있는데, 설명이 좀 복잡해.”하늘은 웃음을 참았다.“언니, 설마 나한테 단태 빌려달라는 거 아니지?”“아니야! 일단 와서 들어봐.”통화가 끝났다.하늘은 작업실에서 나온 단태를 바라봤다.“단태.”“네?”“오늘 누가 단태를 빌려달래요.”단태의 손이 멈췄다.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99화: 강단태가 찍은 사진에는 윤하늘이 없었다>

    일요일 오전 9시 20분.윤하늘은 식탁에 앉아 토스트를 먹다가 강단태의 행동을 유심히 살폈다.그는 휴대전화를 들고 거실을 천천히 돌아다니고 있었다.창문 앞에 섰다가, 책장 앞으로 이동했다가, 다시 식탁 쪽으로 걸어왔다.“단태.”“네?”“뭐 찾아요?”“사진 찍을 장면을 찾고 있습니다.”하늘은 토스트를 내려놓았다.“아, 그 액자에 넣을 사진이요?”“네.”지난번 경매에서 단태가 낙찰받은 빈 액자.그 안에 넣을 사진은 단태가 직접 촬영하기로 했다.하늘은 의자에서 일어나려다가 다시 앉았다.“도와줄까요?”“아니요. 오늘은 제가 해보겠습니다.”“좋아요. 대신 사진 선생님 모드는 끌게요.”단태가 고개를 끄덕였다.“감사합니다.”하늘은 커피잔을 들었다.그러나 3분도 지나지 않아 입을 열었다.“단태, 창문 쪽은 역광인데…….”그녀는 스스로 말을 멈췄다.단태가 돌아봤다.“역광이면 안 됩니까?”“아니요. 오히려 좋을 수도 있어요.”“그럼 계속해보겠습니다.”하늘은 손으로 입을 가렸다.“저 진짜 조용히 있을게요.”오전 10시 5분.단태는 사진을 세 장 찍었다.첫 번째는 거실 창문.두 번째는 책장 아래 놓인 낡은 서랍.세 번째는 식탁 위에 놓인 물컵이었다.하늘은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지 않았다.대신 옆에서 노트북을 켜고 촬영 원고를 정리했다.그런데 단태가 갑자기 물었다.“하늘 씨.”“네?”“사진에서 가장 중요한 게 뭡니까?”하늘은 고개를 들었다.“어떤 사진이냐에 따라 다르죠.”“제가 찍고 싶은 건…….”단태는 말을 멈췄다.하늘이 기다렸다.“계속 말씀해보세요.”“하늘 씨와 함께 사는 집을 찍고 싶습니다.”하늘은 거실을 둘러봤다.“그럼 집을 찍으면 되잖아요.”“그런데 집 전체를 찍으면 그냥 인테리어 사진처럼 보입니다.”하늘은 미소 지었다.“그렇죠.”“그렇다고 하늘 씨를 찍으면 인물 사진이 되고요.”“맞아요.”단태는 휴대전화를 내려다봤다.“사람이 나오지 않는데도 그 사람이 있다는 느낌을 찍을 수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98화: 윤하늘의 사진에는 사람이 없었다>

    토요일 오전 8시 40분.윤하늘은 카메라 가방을 세 번째 확인했다.배터리 두 개, 여분 메모리카드, 렌즈 클리너, 참가자 안내문.식탁에는 이름표 열두 개가 놓여 있었다.강단태가 커피를 내려놓으며 물었다.“오늘 수업 준비는 끝났습니까?”“거의요. 그런데 조금 긴장돼요.”“열두 분 모두 참석하신다고 했죠?”“네. 어제 최종 확인했어요.”하늘은 이름표를 가지런히 정리했다.오늘은 문화센터에서 의뢰받은 유료 사진 산책 수업이 열리는 날이었다.주제는 평소 지나치던 풍경.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동네를 걸으며 사진을 찍고 마지막에 서로의 결과물을 살펴보는 프로그램이었다.단태는 안내문을 읽었다.“동선도 다시 확인하셨네요.”“네. 계단 없는 길로 조정했고, 중간에 쉴 곳도 있어요.”“제가 도울 일은 없습니까?”“있어요.”단태가 고개를 들었다.하늘은 자신의 휴대전화를 건넸다.“수업 끝나고 저녁 메뉴 골라주세요. 오늘은 제가 결정할 기력이 없을 것 같거든요.”단태는 휴대전화를 돌려주었다.“그건 제가 맡겠습니다.”“아주 중요한 업무예요.”“알고 있습니다.”오후 1시 45분.문화센터 앞에는 참가자들이 하나둘 모이기 시작했다.하늘은 출석을 확인하고 안내문을 나눠주었다.“오늘은 카메라가 좋아야 하는 수업이 아니에요. 휴대전화로도 충분합니다.”한 참가자가 물었다.“사진을 잘 못 찍어도 괜찮나요?”“그럼요. 오늘은 잘 찍는 것보다 무엇을 찍을지 결정하는 연습을 할 거예요.”하늘은 준비한 예시 사진 세 장을 보여주었다.같은 골목을 촬영한 사진이었다.첫 번째는 골목 전체.두 번째는 벽에 드리운 그림자.세 번째는 그림자 사이로 드러난 작은 문손잡이였다.“셋 중 어떤 사진이 정답일까요?”참가자들이 서로를 바라봤다.“정답이 없지 않나요?”“맞아요. 다만 세 장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죠.”하늘은 사진을 내려놓았다.“오늘은 여러분이 어떤 이야기를 고르는지 보고 싶어요.”오후 2시 20분.첫 번째 장소는 오래된 세탁소 앞이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97화: 강단태가 경매에 내놓은 것은 윤하늘의 비밀이었다>

    토요일 오전 10시.윤하늘은 거실에 들어섰다가 발걸음을 멈췄다.식탁 위에 흰 천이 깔려 있었다. 그 위에는 작은 상자 다섯 개가 일정한 간격으로 놓였고, 각 상자 앞에는 번호표가 붙어 있었다.강단태는 검은색 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종이를 정리하고 있었다.“단태.”“일어나셨습니까?”“우리 집에 무슨 일이 생긴 거예요?”“지난번에 약속한 경매를 준비했습니다.”하늘은 상자들을 바라봤다.“진짜 준비했네요?”“하늘 씨가 기대한다고 하셨으니까요.”그는 식탁 한쪽에 나무 주걱을 올려놓았다.하늘이 웃음을 터뜨렸다.“경매봉도 그대로네.”“새로 구입하면 일주일 동안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않기로 한 약속을 어기게 됩니다.”“그 약속까지 기억했어요?”“아직 유효합니다.”하늘은 의자를 끌어당겼다.“좋아요. 오늘은 제가 고객이네요.”단태가 주걱을 들었다.“그럼 시작하겠습니다.”첫 번째 상자에는 작은 모래시계가 들어 있었다.하늘은 고개를 갸웃했다.“이런 것도 있었어요?”“예전에 책상 위에 놓으려고 구입했습니다.”“왜 안 썼어요?”“시간을 재려고 샀는데, 시간을 확인하려면 계속 모래시계를 봐야 하더군요.”하늘은 잠시 그를 바라봤다.“그걸 이제 알았어요?”“사용해보고 알았습니다.”단태는 태연했다.“첫 번째 상품의 입찰 조건은 저와 15분 동안 아무 목적 없이 산책하기입니다.”“그건 그냥 같이 나가면 되잖아요.”“그렇지만 낙찰받으시면 날짜를 정하셔야 합니다.”하늘은 손을 들었다.“입찰할게요.”“낙찰입니다.”그녀는 모래시계를 받아 들고 뒤집었다.가느다란 모래가 천천히 떨어졌다.“근데 이거 3분짜리네요.”“네.”“15분이면 다섯 번 뒤집어야 하잖아요.”“정확합니다.”하늘은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강단태 씨, 경매 상품보다 계산이 더 복잡해요.”두 번째 상자에는 검은색 만년필이 있었다.단태가 설명했다.“대학 시절부터 사용하던 물건입니다. 지금은 다른 펜을 사용하고 있습니다.”하늘은 조심스럽게 만년필을 집었다

  • 남편의 장례식에 다른 아내가 나타났다   <196화: 강단태가 퇴근하자 거실에 입찰장이 생겼다>

    금요일 오후 6시 38분.강단태는 현관문을 열자마자 이상한 안내문을 발견했다.금일 한정, 윤하늘 소장품 경매입장료 무료 / 현금 사용 금지 / 낙찰 후 환불 불가단태는 구두를 벗다가 멈췄다.“하늘 씨?”거실에서 윤하늘이 모습을 드러냈다.검은색 원피스에 머리를 낮게 묶고, 손에는 나무 주걱을 들고 있었다.“어서 오십시오, 고객님.”“……무슨 일입니까?”“오늘은 경매가 있는 날입니다.”단태는 그녀의 손에 들린 주걱을 바라봤다.“그건 주방에서 쓰던 물건 아닙니까?”“오늘만큼은 경매봉이에요.”하늘이 주걱으로 손바닥을 가볍게 두드렸다.“입찰하시겠습니까?”“무엇을 파시는데요?”“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요.”단태는 잠시 침묵했다.“설명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거실 테이블에는 번호표가 붙은 물건 여섯 개가 놓여 있었다.하늘은 낮에 작업실을 정리하다가 이 행사를 생각해냈다고 했다.처분할 물건을 판매하는 대신, 서로에게 줄 수 있는 작은 약속을 입찰가로 정해보기로 한 것이었다.단, 원하지 않는 약속은 하지 않아도 되고 실제 물건의 소유권도 상대방의 동의가 있어야 이전된다.“그럼 사실상 교환 놀이군요.”단태의 설명에 하늘이 눈을 흘겼다.“경매라고 해야 분위기가 살잖아요.”“알겠습니다, 경매사님.”하늘은 첫 번째 물건을 들어 올렸다.작은 유리구슬이었다.“1번 상품. 파란색 유리구슬입니다. 햇빛에 비추면 안쪽에 무지개가 생깁니다.”“어디서 나셨습니까?”“예전에 촬영 소품으로 샀던 거예요. 지금은 사용하지 않고요.”단태는 구슬을 살펴봤다.“입찰가는 무엇입니까?”“이번 주말에 상대방이 고른 영화를 군말 없이 함께 보기.”“제가 고른 영화입니까?”“네.”“그럼 입찰하겠습니다.”하늘은 주걱을 들었다.“낙찰!”“경쟁자도 없는데 바로 낙찰입니까?”“우리 집 경매장은 속도가 생명이에요.”단태는 웃으며 구슬을 받아 들었다.두 번째 물건은 작은 은색 종이었다.손잡이가 없는 대신 받침에 세워두는 형태였다.하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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