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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462화

Author: 십일
졸업논문 발표 장소.

민지가 서준의 소매를 살짝 잡아당겼다.

“야, 봐봐! 조재석 교수님이 오셨어! ...어? 근데 왜 물건 다 챙겨 들고 또 나가시지? 교수님이 심사위원 아니셨어?”

재석은 다른 교수 몇과 짧게 말을 나눈 뒤, 미련 없는 걸음으로 강의실 밖으로 나갔다.

그 뒷모습에는 아쉬움보다는 단호함이 묻어났다.

곧 교수 중 한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나 손바닥을 들어 좌중의 웅성거림을 제지했다.

“여러분, 조금만 진정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조재석 교수님께서 방금 교무처의 긴급 요청으로 이번 논문 발표의 심사위원을 맡지 않게 되었습니다.”

“이 자리를 대신할 교수님이 지금 이쪽으로 오고 계십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시기 바랍니다.”

10분쯤 지나자 대체 심사위원이 숨을 고르며 발표실로 들어섰다.

드디어 졸업논문 발표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첫 번째 발표자는 정은이었다.

그녀는 PPT 파일을 띄우고 미소를 머금은 채 교수들과 학생들을 바라보았다.

“안녕하세요, 생명과학대학 석사과정 3년차 소정은입니다. 오늘 발표할 제 논문 제목은 《MIDAS를 통한 단일 세포 다중 모달 데이터의 모자이크식 통합 및 지식 전달》입니다. 이 내용을 네 가지 측면에서 설명하겠습니다...”

30분 후.

“이상으로 제 졸업논문 발표를 마칩니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은은 반 발짝 물러서 고개 숙여 인사했다.

순간, 강의실은 마치 주문이 풀린 듯 고요함에서 깨어났다. 그리고 곧 폭발하듯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와... 정은 선배님 진짜 대박이다. 난 거의 하나도 못 알아듣겠는데.”

“선배님이 우리 생각해서 우리말로 발표해 주신 거야. 논문 원본은 영어로 썼다던데.”

“못 알아들은 게 정상이지. 우리가 다 이해할 정도면 네이처 바이오테크놀로지에 나가겠냐?”

“그래도 이건 진짜 인정. 선배님은 논리도 깔끔하고 전달하는 힘도 장난 아니야.”

“이제 질의응답 들어가는 거지? 심사위원 자리에서 벌써 화약 냄새 나는 것 같은데...”

“...”

가장 먼저 입을 연 사람은 생명과학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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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65화

    졸업논문 발표가 끝나자, 곧바로 졸업식이 이어졌다.대강당 안에는 교가가 울려 퍼졌고, 모든 학생과 교수가 자리에서 일어나 제창했다.이어 사회자가 내빈과 학교 관계자들을 소개하고, 총장과 학장의 축사가 차례로 진행됐다.그리고 마침내, 졸업생 대표로 정은이 단상에 올랐다.객석 한쪽에는 이미숙과 소진헌이 앉아 있었다.학부모 대표로 초청받아 자리한 두 사람은, 수많은 부모 속에서 눈가가 이미 붉어져 있었다.너무 세게 박수를 치다 보니 손바닥이 벌겋게 달아올라 있었다.“여보, 정은이가 올라갔어! 우리 딸 좀 빨리 봐!”아내의 손을 덥석 잡는 소진헌의 목소리가 떨렸다.“내가 졸업할 때도 단과대학에 대표로 연설하게 해 달라고 얼마나 들이댔는데... 결국 못 올랐잖아.”이미숙은 곧장 말을 잘랐다.“그건 정은이가 당신보다 낫다는 거죠.”“그럼, 당연하지! 옛말에도 있잖아. 그 아버지에 그 딸, 청출어람 청어람이라고...”“뭐라고요? 당신 닮아서 그렇다고?”“허허, 말은 맞잖아. 딸이 나보다 잘나서 누구 하나 부럽지도 않고, 그저 기쁘기만 하지.”이미숙은 어느새 핸드폰을 꺼내 들고, 렌즈를 정은 쪽으로 향했다.“여보, 당신도 얼른 꺼내. 아침에 우리 부모님이 뭐라고 당부하셨는지 벌써 잊은 거예요?”본래 이춘재와 봉수진도 현장에 오고 싶어 했지만, 참석인원이 한정돼 있었고 두 사람은 일부러 특혜처럼 비칠까 염려해 신청하지 않았다.혹여 정은에게 불필요한 부담을 주지는 않을까 염려했다.그래서 결국 집에서 SNS로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었다.하지만 방송 화면은 개별 학생의 얼굴까지 또렷하게 잡아주지는 못했다.그렇기에 아침에 집을 나서기 전, 두 사람은 이미숙과 소진헌에게 수차례 당부했다.“사진이랑 영상 많이 찍어서 바로 보내라.”이미숙은 녹화를 켜자마자 곧장 실시간으로 영상을 전송했다.단상 위에 선 정은은 마이크를 손에 쥐고 차분히 객석을 둘러보았다.그리고 또박또박 입을 열었다.“존경하는 학교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사랑하는 교수님과 학우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6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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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뒤이어 질문한 사람은 화학·분자공학부의 민수무 교수였다.“이 새로운 알고리즘이 기존 방법과 비교했을 때 어떤 두드러진 장점이 있습니까?”질문은 크고 포괄적이었다. 사실상 어떤 논문 발표에 붙여도 무난한 ‘만능형 질문’에 가까웠다.그럼에도 정은은 잠시 생각을 고르고, 성심껏 답을 이어갔다.“MIDAS는 각 세포의 다중 모달 관측값이 두 개의 모달과 무관하며 서로 분리된 잠재 변수를 통해 심층 신경망에서 생성된다고 가정합니다.”“입력은 서로 다른 단일 세포 샘플, 즉 서로 다른 뱃치(batch)의 발현 행렬과 뱃치 번호 벡터로 구성되어 있습니다.”“따라서 기술적 잡음, 모달 조합, 관측 특성의 차이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MIDAS의 출력은 생물학적 상태와 기술적 잡음을 나타내는 두 가지 저차원 표현 행렬, 그리고 결측된 모달과 특성을 보완하고 뱃치 효과를 제거한 발현 행렬을 포함합니다.”민수무 교수는 설명을 다 들은 뒤 입맛을 다시며 고개를 끄덕였다.“음... 저는 더 물을 게 없네요. 다음은 이 교수님?”이번엔 수리과학부의 이조화 교수가 질문을 이어갔다.곧이어 임시로 심사위원석에 합류한 왕병호 교수도 말을 보탰다.모든 심사위원의 질문이 끝났을 때는 이미 한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그렇게 정은의 졸업논문 발표는 완전히 마무리되었다.정은은 다시 한번 정중히 허리 숙여 인사하고, 천천히 단상에서 내려와 자리에 앉았다.그 순간에도 정은은 알지 못했다. 자신이 단상 위에 서 있던 내내, 발표실 뒷문에서 한 시선이 묵묵히 그녀를 지켰다는 것을.재석은 정은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조용히 서 있었다.단정하고 차분하게, 그리고 자신감 넘치게 발표를 이어가는 그녀가 눈부셨다.‘그래, 이게 내가 사랑하는 정은이지.’‘너무나 빛나고, 너무나 눈부신 사람.’그 눈빛엔 말로 담기 힘든 온기와 연모가 서려 있었다.“아니, 아까 간다더니 여기서 뭐 하는 거야? 몰래 훔쳐보기라도 하냐?”뒤늦게 도착한 한중기가 이 장면을 보곤 장난스레 한마디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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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서준이 입술을 씰룩였다.“지금 네가 고민해야 할 건 잠시 후에 있을 질의응답이야. 교수님들의 질문이 좀 날카로우면 어떻게 대답할 건지 말이지.”“아, 아... 설마 교수님들 그렇게 까다롭게 물으시진 않겠지?”서준의 눈가가 미묘하게 떨렸다.“눈 크게 뜨고 잘 봐. 생명과학대학, 물리학부, 수리과학부, 화학·분자공학부의 유명한 교수님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질문받는 거야.”민지는 온몸이 덜덜 떨렸다.“교수, 교수님들이 왜 이렇게까지 총출동하신 거야?”서준의 시선이 잠깐 정은을 스치더니 다시 돌아왔다.“문 앞에 몰려 있던 학생들만 경쟁자가 아니야. 교수들끼리의 세력 과시, 실력대결, 그게 진짜 신들의 싸움이지.”학부의 졸업논문 발표는 대개 형식적인 자리일 뿐, 진지하게 발표를 듣는 사람은 드물었다.교수들은 석사 논문 발표쯤 되어야 연구의 뼈대가 보인다 싶어 약간의 관심을 보인다.박사 논문 발표쯤 되면 비로소 교수들이 허리를 펴고 앉아 본격적으로 질문을 던지지만, 그것도 어디까지나 학문적 예의를 지키는 차원이었다.“그럼 저분들은 어느 쪽이야?” 민지가 조심스레 물었다.“어느 쪽에도 안 속해.”“뭐?”“상대 연구 발표를 들을 땐 끝까지 집중해서 듣고, 허점이 보이면 바로 질문으로 찔러야 하거든.”민지는 눈을 크게 떴다.“잠깐, 정은 언니가 왜 갑자기 그 대상이 되는 거야?”“생각해봐. 작년에 우리 실험실에서 낸 SCI 논문 수, 특허, 연구비 규모까지 합치면 이 자리 교수님들 실적이랑 비교해도 안 밀려. 그 정도면 이미 충분히 견제 대상이 될 만하지.”민지는 갑자기 불안해졌다. “세상에... 정은 언니 완전 RPG 게임 주인공 아니야? 보스 레이드 혼자 들어갔다가 길드 전체한테 포위당하는 그 느낌인데...”서준의 입꼬리가 씰룩였다.“너 뭔가 착각하는 거 아냐? 너랑 나도 똑같이 무한 실험실 소속이잖아. 정은 누나랑 한 팀이라고.”“그, 그러니까...?”서준이 얄미운 듯 웃었다.“그러니까, 교수님들이 우리를 가만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460화

    졸업논문 발표 당일, 하늘은 불타는 듯 뜨겁고 햇볕은 맹렬했다.발표 순서는 제비뽑기로 정했다. 정은, 민지, 서준은 하나의 연구팀으로 묶였기 때문에 번호표를 하나만 받으면 되었고, 순서가 오면 차례대로 강단에 올라가면 되는 방식이었다.세 사람은 강의동에 도착해 배정된 강의실 앞에 섰다.그런데 문 앞에는 이미 사람들이 빽빽하게 모여 있었고, 모두 목을 잔뜩 빼고 안을 들여다보며 웅성거리고 있었다.“어떻게 돼? 들어가도 되는 거야?”“공지에는 두 시부터라고 했어. 아직 십 분 남았잖아. 좀 기다려.”“아 진짜 초조하다. 나 3시부터 옆 강의실에서 졸업논문 발표인데... 정은 선배 발표는 꼭 처음부터 끝까지 듣고 싶은데, 제발 다 볼 수 있길... 부처님, 나 좀 도와주세요 ...”“아직도 안 들여보내 주네. 이러다 자리 전쟁 나겠다.”“...”정은은 눈앞의 인산인해를 이룬 광경을 보며 멍하니 중얼거렸다.“오늘 졸업논문 발표 보는 학생들을 전부 이 강의실로 몰아넣은 거야?”민지가 작게 대답했다.“언니, 저 사람들... 다 졸업논문 발표하러 온 건 아니에요.”“아니면 뭐 하러 온 건데?”“언니 졸업논문 발표를 보러 온 거죠.”“내... 졸업논문 발표?”정은은 눈이 동그래지며 놀랐다.“맞아요. 언니 몰랐어요? 학교 공식 계정에 어제 바로 소식 올라왔잖아요. 정은 언니 논문이 네이쳐 바이오테크놀로지에 실렸다고 축하 기사 내더니, 곧장 올해 석사 논문 졸업논문 발표를 공개한다고 공지했거든요. 방청도 가능하다고.”민지가 어깨를 으쓱였다.“그래서 지금 이 강의실 들어가려고 난리 난 거예요. 어제만 해도 어떤 후배가 저한테 연락해서 ‘혹시 언니랑 같이 들어갈 수 있냐’, ‘서서라도 보고 싶다’고 부탁했어요. 지금 저 앞에 있는 사람들, 다 언니 보러 온 거라니까요.”정은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이건... 너무 과장한 거 아니야?’민지가 주변 강의실을 흘끗 살폈다. 오늘 같은 시간대에 진행되는 졸업논문 발표는 여럿 있었지만, 사람들로 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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