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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626화

Author: 십일
전화기 너머, 전해산 교수가 기묘하게 조용해졌다.

진욱은 순간 신호가 끊긴 줄 알고 핸드폰을 귀에서 떼어 확인했다.

‘아니네...’

통화는 멀쩡히 이어지고 있는데, 말이 없는 건 전해산이었다.

“형? 아직 계세요?”

잠시 후, 전해산이 힘겹게 입을 열었다.

[너 방금, 정은이가... 조재석의 학생이었던 전 여자친구라고 했냐?]

“네. 두 사람 몇 년 동안 사귀었어요. 그러다... 뭐, 여러 가지 오해 때문에 헤어졌죠.

정은이가 이번에 호주 간 것도 그즈음이고요. 정은이가 형한테 얘기 안 했어요?”

전해산은 대답 대신 긴 침묵으로 일관했다.

진욱은 몇 초 더 기다렸고, 그제야 힘 빠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알았다. 이따 얘기하자.]

뚝-

통화가 끊겼다.

진욱은 멍하니 화면을 내려다보다가 뒤늦게 소리쳤다.

“세상에! 설마 형이 지금까지 정은이랑 재석 관계를 몰랐던 거야? 그래서 재석이 섬에 들어와 정은이 붙잡으려는 걸, 연구팀 전부가 그냥 ‘바람둥이’라고 생각한 거냐고?!”

미연은 곰곰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도 그럴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그러자 옆에서 하늘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아빠, 바람둥이가 뭐야?”

진욱은 딸의 질문에 대답 대신 이마를 짚었다.

...

맥스 군도, 작은 건물 안.

주광빈 교수는 화장실을 다녀오다가 전해산 교수를 발견했다.

전해산은 핸드폰을 손에 쥔 채,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전 교수님, 설마 갑자기 여기서 망부석?”

“말 시키지 마세요. 지금은 충격 완화 중입니다.”

주광빈은 물을 따라 마시며 옆으로 다가갔다.

“뭔 일인데 그래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세이렌에게 영혼을 빼앗기기라도 했어요?”

전해산이 고개를 저었다.

“그것보다 더 센 것 같습니다.”

큰숨을 몰아쉬며, 전해산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혹시 조재석 교수님 전 여자친구가 누군지 알아요?”

“학생 아니에요? 다들 그렇게 아는데. 온 학교가 아는 사실인데 왜요?”

“맞아요. 전 여자친구가 학생이라는 건 우리도 알았죠.”

전해산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근데 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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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82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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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81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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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817화

    자신들의 신분을 밝히는 단 한마디는, 마치 기름이 펄펄 끓는 솥에 찬물을 들이붓는 것과 같았다.순간, 현장은 폭발하듯 술렁이기 시작했다.“뭐야? 왜 국가안보 관련 부서가 여기까지 와?”“교육부나 학회 쪽에서 나오는 거야 흔하지. 근데 국가안보 관련 부서라니, 이건 좀...”“...”웅성거림은 점점 낮아졌고, 마침내 누군가가 조심스럽게, 그러나 또렷하게 말했다.“소정은이... 무슨 사고를 친 거야?”그 말은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주문처럼 작용했다.억눌려 있던 악의가 일제히 쏟아져 나왔다.“세상에, 국가안보 관련 부서면 나라 지키는 곳 아니야? 설마 소정은... 간첩질이라도 한 거야?”“그걸 누가 알아? 겉모습만 보고 사람 속을 다 알 수는 없는 거지.”“소정은이 ‘무한 실험실’에서 매년 쏟아내는 연구 성과가 얼만데. 해외 쪽에서 접근했을 가능성도 없진 않지.”“에이, 미쳤나 봐. 어떻게 그런 짓을 해?”“그러니까 말이야. ‘무한 실험실’이 학교 밖에 따로 있고, 연구 성과도 학교와 공유하지 않더니 다 이유가 있었네. 나라 팔아먹으려고 그랬던 거 아냐? 진짜 어이가 없다.”“야, 너희 말 너무 심한 거 아냐? 아직 아무것도 확실하지도 않은데, 어떻게 그렇게 큰 죄를 멋대로 씌워?”정은을 두둔하는 목소리가 끼어들었다.“맞아! 정은 선배 실력 알잖아. 앞날이 훤한 데다, 총장님이 직접 붙잡고 교수로 남아 달라고 할 정도였어. 그런 사람이 굳이 나라를 팔 이유가 어딨어?”“그러니까. 정은 선배 돈도 부족할 게 없잖아. 어머니는 베스트셀러 작가에다 제작자고, 해마다 인세만 수십억이라던데. 남편도 조재석 교수 같은 명문가 도련님이고. 갖고 싶은 거 다 가질 수 있는 사람이 왜 그런 멍청한 짓을 하겠어?”“이건 분명 오해가 있을 거야.”“...”소진헌과 이미숙은 뒤늦게 상황을 인식하고, 거의 동시에 앞으로 나섰다.무슨 일이 있어도 딸을 보호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그러나 정은에게 다가가기도 전에 두 사람의 앞을 가로막는 손이 나타났다.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816화

    부부로 산 세월이 수십 년이다 보니, 이미숙은 한눈에 소진헌의 속내를 알아봤다.“자, 오늘은 딸 졸업식이에요. 갱년기 지나고 너무 여성호르몬이 많이 나오는 것 같아...”소진헌이 코를 훌쩍였다.“누, 누가 그래. 나 감동해서 그런 거야!”이미숙은 앞으로 다가와 정은을 꼭 안아 주었다.“우리 딸, 축하해. 넌 언제나 엄마의 자랑이야.”정은도 조심스럽게 품에 안겼다.엄마의 품은 여전히 부드럽고 따뜻했다.어릴 때처럼 무의식적으로 살짝 몸을 비볐다.설명하기 힘든 시큰함이 코끝으로 올라왔고, 눈가가 살짝 뜨거워졌다.그때, 이미숙이 딸의 귀에 아주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신탁 통장 하나 만들어 놨어. 엄마가 주는 졸업 선물이야. 이제 평생 돈 때문에 고개 숙이거나 고민하지 말고, 네가 사랑하는 것만 보고 앞으로만 가.”“엄마...”“우리 공주님, 너무 감동하지는 말고. 지금 울면 화장 다 번진다.”정은은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소진헌이 투덜댔다.“두 사람은 뭐 그렇게 귓속말을 해?”이미숙이 흘겨봤다.“소 선생님, 귓속말인 거 알면 좀 묻지 마요.”“근데, 조 서방은 어디 갔어? 왜 안 보여?”이런 날, 재석이 빠질 리가 없었다.소진헌은 앞뒤로 한 번 더 둘러봤지만, 끝내 재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정은이 설명했다.“원래 학술 세미나에서 발표하기로 돼 있던 교수님이 갑자기 몸이 안 좋아서 입원하셨어요. 그래서 재석 씨가 대신 투입돼서 세미나에 가게 됐고요. 일정이 닷새예요. 오늘이 마지막 날이라 지금 돌아오는 중이에요.”“그럼 됐다. 이런 중요한 날 못 오면, 평생 후회할거야.”“정은 언니... 제가 아버님, 어머니랑 같이 사진 찍어 드릴까요?”민지가 카메라를 들고 다가왔다.아이는 이미 임수인이 안고 있었기에 민지는 손이 자유로웠다.정은이 웃었다.“그래.”소진헌은 바로 깃과 소매를 정리했고, 이미숙도 손으로 머리를 가볍게 정돈하며 자세를 바로잡았다.부부가 좌우에 서고, 정은이 가운데 섰다.민지가 외쳤다.“카메라 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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