แชร์

제5화

ผู้เขียน: 십일
“형, 무슨 일이에요?”

선우는 술을 홀짝이며 깊은 생각에 빠져 있는 도겸을 보곤 슬그머니 동건의 옆으로 자리를 옮겼다. 방에 들어선 순간부터 도겸의 어두운 얼굴에 분위기는 한층 무거워졌다. 원래 활기찼던 이곳의 공기도 잠잠해졌다.

“누구한테 차단당해서 그런 거겠지.”

동건은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난 집에 부채질하듯 말을 던졌다. 도겸의 얼굴은 그 말에 더욱 어두워졌다.

쾅!

도겸은 술잔을 유리 테이블에 세게 내려놓으며 짜증스럽게 셔츠의 단추를 풀었다. 그의 눈에 폭력적인 기운이 어른거렸다.

“다시는 걔에 대해 이야기하지 말라고 했잖아. 말을 못 알아들어?”

동건은 어깨를 으쓱하며 더 이상 말을 이어가지 않았다. 험악해진 분위기에 노래하던 사람도 입을 다물었고, 주변 사람들도 어색한 침묵에 휩싸였다.

선우는 목구멍에 걸린 술을 삼키며, 정은 누나가 정말로 결심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현빈은 술에 약간 취해 정신을 차리며 선우에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정은이 돌아왔어?”

선우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할 용기가 없어 두루뭉술하게 말했다.

“모르겠어요.”

현빈은 선우의 말을 듣고 정은이 아직 돌아오지 않았다고 짐작했다.

바텐더가 다섯 병의 술을 가져오자, 누군가가 용감하게 제안했다.

“진실 게임 할래요?”

모두 고개를 끄덕이며 분위기를 띄우려 노력했다.

“좋아, 나 그거 제일 좋아해.”

이때 한 여자가 막 들어왔다.

“안나 이쪽으로 와, 마침 형 옆에 자리가 비었어.”

안나는 자연스럽게 도겸 옆에 앉았다. 그녀는 이 클럽의 에이스였고, 도겸과도 익숙한 사이였다.

“강 대표님.”

도겸은 갑자기 흥미를 잃은 듯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희끼리 놀아, 난 먼저 간다.”

남겨진 사람들은 당황했고, 오늘 밤의 분위기를 깨뜨린 듯한 안나는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

술집을 나온 도겸에게 운전기사가 어디로 갈지 물었다. 브랜디 두 잔을 마신 후, 도겸은 어지러움을 느꼈고 텅 빈 집을 떠올렸다.

“회사로 가죠.”

“강 대표님? 이 시간에 어쩐 일로 오셨어요?”

밤 10시, 비서가 퇴근 준비를 하던 중, 엘리베이터에서 도겸이 나오는 것을 보고 놀랐다. 비서의 놀란 표정이 도겸의 기분을 더 나쁘게 만들었다.

평소 이 시간에 정은은 도겸의 건강을 걱정하며 일찍 자라고 권유하곤 했다. 도겸은 귀찮아하면서도 결국 그녀의 말을 따랐던 기억이 떠올랐다.

“퇴근하려던 건가요?”

“네, 지시하실 게 있으신가요?”

도겸은 필요 없다고 말하려 했지만, 오후에 식사를 거르고 술을 마신 탓에 위가 아파져 왔다. 얼굴이 창백해진 도겸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죽 좀 사 와줘요.”

또한 생각 끝에 말을 덧붙였다.

“제일 좋은 식당에서.”

비서는 신속하게 20분 만에 고급스럽게 포장된 죽을 가져왔으나, 뚜껑을 열자마자 도겸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왜 해물 죽이죠?”

비서는 당황한 표정으로 말했다.

“죽사랑의 가장 유명한 메뉴가 해산물 죽이라서요. 대표님이...”

“그만, 나가 봐요.”

도겸은 몇 입 먹고 나서 더 이상 숟가락을 들지 않았다. 해물 죽은 색도, 향도, 맛도 훌륭했지만, 정은이 해주던 죽이 떠올라 도겸의 마음은 텅 빈 듯했다.

“젠장!”

도겸은 자신이 미친 것 같다고 느꼈다.

...

병원에서 나온 정은은 아파트로 돌아왔다. 벽의 스위치를 누르자마자 애매한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불을 켜자마자 눈에 들어온 건, 섹시한 슬립 드레스를 입은 조수민이 젊은 남자와 뜨거운 순간을 나누는 장면이었다.

둘은 소파 위에 있었고, 수민의 부드럽고 하얀 손이 남자의 옷 아래로 미끄러지며 복근을 드러냈다. 둘의 입술은 서로를 탐닉했고, 수민의 목에는 빨간 자국이 선명하게 남아 있었다.

현장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수민은 불빛에 눈이 잠시 멀어, 남자가 키스하려는 걸 멈추게 했다.

“어? 정은이 왔구나.”

“음, 너희 옷부터 입어.”

정은은 입꼬리를 올리며 돌아서서 둘에게 정리할 시간을 주었다.

정은은 한숨을 쉬며, 수민의 집에 더 이상 머물 수 없음을 깨달았다. 아무리 좋은 친구라도 각자의 사생활이 있는 법, 오래 함께 지내는 것은 서로에게 불편할 수밖에 없었다.

수민은 개의치 않고 미소를 지었다. 실크 드레스의 끈을 당겨 입고 외투를 걸치며, 남자의 옷을 던져주었다.

남자의 잘생긴 얼굴에는 립스틱 자국이 남아 있었고, 그의 눈은 약간 붉어져 있었다. 수민은 남자의 얼굴을 만지며 말했다.

“자기야, 방에서 기다려.”

골든 리트리버와 같이 생긴 남자는 옷을 주섬주섬 입으며 어깨에 키스 자국을 드러내고, 당당하게 정은에게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누나, 좋은 밤이에요.”

정은은 무심코 대답했다.

“안녕, 케빈.”

남자는 웃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수민은 와인 한 잔을 따라 한 모금 마셨다. 혀끝에 달콤함과 약간의 쓴맛이 퍼지자 만족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얘는 스티븐이야, 케빈 아니야.”

수민의 말에 정은은 할 말을 잃었다.

“어디 갔다 이제 왔어?”

수민은 정은의 붉어진 눈을 보고 약간 찡그리며 물었다.

“울었어?”

수민이 묻자 정은은 따뜻한 물 한 잔을 따라 마시며 말했다.

“오늘 병원에 오미선 교수님을 뵈러 갔어.”

둘은 대학 동기이자 오미선 교수의 제자였다. 수민은 아직도 대학 동창회 톡방에 있었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다. 수민은 정은을 힐끗 보며 말했다.

“너...”

막 말을 꺼내려다 주저했다. 아무래도 정은은 오미선 교수의 가장 기대를 받던 학생이었으니까.

다른 사람들은 몰랐지만, 같은 기숙사에서 생활한 가장 가까운 친구로서 수민은 오미선 교수가 정은에게 특별한 애정을 쏟았음을 잘 알고 있었다. 특별 프로젝트를 주고, 논문까지 함께 쓴 것도 목격했었다. 정은이 학부생이었을 때, 오미선 교수는 그녀를 정식 지도학생으로 삼지도 않았는데도 말이다.

오미선 교수는 정은에게 많은 학문적 지원을 아끼지 않았고, 그대로만 했다면 정은은 5년 이내에 국내 최연소 생명과학 박사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수민은 정은이 왜 학업을 포기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수민은 오미선 교수의 편애를 떠올리며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쉽게 얻은 것은 소중히 여기기 힘든 법이고, 천재는 제멋대로 굴 권리가 있는 것인지도 몰랐다.

“듣기로는 이번에 교수님이 꽤 심하게 편찮으셨다던데, 수술 후 회복은 어때?”

수민이 묻자, 정은은 고개를 저었다. 이에 수민은 웃으며 말했다.

“너 대체 병문안을 어떻게 간 거야? 교수님 상태에 대해 전혀 모르는 거야?”

“들어가지 못했어.”

“너 그렇게 겁쟁이였어?”

정은의 표정을 보고는 수민은 참지 못 하고 말했다.

“넌 정말 왜 그러니!”

정은의 속눈썹이 떨렸지만, 말이 없었다. 수민은 정은의 고집스러운 모습을 보고, 아침에 가져간 음식이 교수님께 드리려던 것임을 깨달았다.

“너 앞으로도 계속 이렇게 피할 생각이야?”

수민은 원래 용기 있고 결단력 있는 친구가 이렇게 주저하는 모습을 보며 어이가 없었다. 정은은 정신을 차리며 말했다.

“교수님과는 언젠가는 만나게 될 거야. 어떤 일은 피한다고 해결되지 않으니까.”

그러다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

“수민아 나랑 같이 교수님 뵈러 가지 않을래?”

“뭘 어떻게 하려고?”
อ่านหนังสือเล่มนี้ต่อได้ฟรี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ดาวน์โหลดแอป

บทล่าสุด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952화

    문 두드리는 소리도 제법 컸고, 말하는 목소리도 일부러 낮추지 않았다.그런데도 정은은 깊이 자느라 끝내 깨지 않았다.재석은 그저 마음이 아플 뿐이었다.“엄마... 정은이가 애 낳을 때...”재석은 말을 잇지 못하고 잠깐 목이 메었다.강서원이 재석을 봤다.“응? 낳을 때 왜?”재석은 어렵게 말을 이었다.“아파서 토하기까지 했어요. 대체 얼마나 아픈 거예요?”강서원은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정은은 그 잠을 그대로 정오까지 잤다. 눈을 떴을 때는 이미 강서원이 돌아가고 병실에 없었다.결국 아침밥이 그대로 점심이 됐다.재석은 정은이 눈을 뜨자마자 바로 움직였다. 뜨거운 물을 받아오고, 컵을 건네고, 직접 세수를 시켜주고 손까지 닦아줬다.그 사이 정은이 몇 번이나 자기가 하겠다고 했지만, 재석은 단호하게 다 막았다.정은은 속으로 생각했다.‘나는 애만 낳았지, 생활 능력을 잃은 건 아닌데. 정말.’씻는 걸 마친 뒤에는 재석이 세심하게 정은의 얼굴에 세심하게 크림까지 발랐다.정은이 물었다.“당신, 크림도 챙겨왔어?”정은이 그렇게 묻는 것도 당연했다. 출산 가방은 전부 재석 혼자 챙겼으니까.커다란 가방 하나가 꽉 차 있었는데, 그 안에 뭐가 들어 있는지 정은은 아예 묻지도 않았고, 전혀 알지도 못했다.재석은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그럼. 우리 여보 얼굴도 소중한데 대충할 수 있나.”“말은 참 잘해...” 정은은 웃으면서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가, 시간이 벌써 점심이라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내가 이렇게 오래 잤다고?”“말소리도 안 들리고, 문 두드려도 안 깼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정은은 하품했다.“진짜 너무 졸렸어...”아이를 낳아내던 그때, 정은은 마치 천근만근 짓누르던 짐이 마침내 어깨에서 내려간 듯한 기분을 느꼈다.그저 홀가분했다.하지만 그 뒤를 따라온 건 극심한 피로였다.‘한숨 자고 싶다...’그런데 회복실에서는 의사가 잠들지 못하게 했고, 관찰을 마치고 병실로 돌아와서는 정은의 외할아버지와 외할머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951화

    현빈은 윤우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빠짐없이 다 이야기해 줬다.물론 임시호의 죽음에 관한 얘기도 포함해서였다.이야기를 마친 뒤 현빈은 고개를 들어 정은을 봤다. 그런데 정은은 눈도 깜빡이지 않고 현빈만 바라보고 있었다.현빈은 정은이 왜 이제야 말했냐고 서운해하는 줄 알고, 급히 입을 열었다.“그동안 너 임신 중이었고, 그것도 쌍둥이였잖아. 괜히 이 얘기 듣고 마음 복잡해질까 봐 일부러 말 안 했다...”“감사해요.”정은이 현빈의 말을 끊었다.현빈은 잠시 멍해졌다.“뭐?”“임시호가 얼마나 교활하고, 얼마나 잔인한 사람인지 저는 알아요. 그런데 저 때문에 오빠가 그런 사람을 건드렸잖아요. 만약 그 사람이 안 죽었으면, 오빠는...”“근데 죽었잖아, 그렇지?”정은은 그 말에 잠깐 말을 잃었다.정은은 정말 묻고 싶었다.‘그게 정말 오빠 손에 피를 묻힐 정도로 중요한 일이었어?’하지만 굳이 물을 필요가 없다는 생각도 들었다.현빈이 그럴 가치가 없다고 여겼다면 애초에 그런 일을 하지 않았을 테니까.원래는 정은이 짊어져야 할 일이었는데, 그걸 현빈이 대신 감당하게 됐다.이 큰 빚은, 어쩌면 정은이 평생을 두고도 다 갚지 못할 것이다...현빈은 마치 정은의 생각을 읽은 것처럼 살짝 웃었다.“부담 가질 필요 없어. 전부 내가 원해서 한 일이니까. 그냥... 보상이라고 생각하면 돼.”“보상이요?” 정은은 미간을 좁혔다. “오빠는 저한테 빚진 거 없어요.”“누가 없대?”현빈은 쓴웃음을 지었다.“그때 나는 네가 강도겸과 만나고 헤어지고를 반복하는 것도 봤고, 도겸이가 너한테 상처 주는 것도 여러 번 봤어. 그런데도 나는 한 번도 나서서 널 지켜주지 않았지.”“나중에 가만히 생각해 봤어. 내가 못 지킨 게 아니더라. 그냥... 내가 너무 이기적이었던 거야.”“네가 강도겸의 본모습을 똑똑히 보고 완전히 마음을 접길 바랐어. 그래서 도겸이 너한테 상처를 주고, 배신하고, 또 너를 울리고 무너지게 하는 걸 알면서도 나는 그대로 놔뒀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950화

    “조심해!”현빈이 곧바로 앞으로 다가와 정은의 몸을 붙잡아 안정시켰다.다행히 큰일은 아니었다.“감사해요, 오빠.”현빈은 웃으며 숟가락을 건넸다.“천천히 먹어.”“네네.”정은은 숨 돌릴 틈도 없이... 달걀프라이를 세 개나 먹어 치웠다.봉수진은 그 모습을 보다가 눈가가 금세 젖었다.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고, 얼마나 고생했으면 저렇게 허기진 채 먹을까 싶어서였다.그래도 많이 부쳐오길 잘했다.정은이 말했다.“배불러요.”봉수진이 물었다.“하나 더 있는데, 그것도 먹을래?”정은은 얼른 손을 내저었다.“정말 더는 못 먹겠어요, 외할머니...”“그래, 그럼 그만 먹자.”현빈이 컵을 건넸다.“물 좀 마실래?”“네네.”정은이 손을 뻗으려 하자, 현빈은 빨대를 직접 잡고 정은 입가에 가져다줬다.“감사해요, 오빠.”현빈은 입가를 살짝 올렸다. 자신이 뭔가라도 해줄 수 있다는 사실이 괜히 기뻤다.그때는 이미 새벽 다섯 시였다.밤새 이렇게 정신없이 지냈으니, 정은은 다들 몹시 지쳤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저 이제 괜찮아요. 아버님, 어머님,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오빠, 형님과 아주버님도 먼저 들어가서 쉬세요.”가장 먼저 지언과 리아가 인사를 하고 나섰다.나가기 전, 리아가 말했다.“이틀쯤 뒤에 다시 보러 올게.”정은은 고개를 끄덕였다.“네, 좋아요.”봉수진과 이춘재도 돌아가기로 했다.봉수진이 말했다.“정은아, 외할머니가 조금 있다가 아침밥 가져다줄게.”정은이 막 뭐라고 말하려던 때, 강서원이 웃으며 끼어들었다.“어머님, 좀 쉬세요. 아침에는 제가 가져올게요. 어머님 마음은 알겠는데, 저녁밥을 어머님이 가져오시는 걸로 할까요?”봉수진은 잠깐 생각하더니 그 제안이 괜찮다고 여겼다.이춘재도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봉수진은 이제 나이가 적지 않았다. 지금이 새벽 다섯 시인데, 아침밥을 일곱 시나 여덟 시에 다시 가져오려면 집에 가서 제대로 잠도 잘 수 없을 것이다.이춘재는 아내가 그렇게 무리하다가 버티지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949화

    “오빠? 외할아버지, 외할머니...”정은은 놀라서 눈을 크게 떴다.봉수진과 이춘재가 걱정할까 봐, 정은은 연락할 때 두 사람만은 일부러 피했었다. 그런데도 결국...봉수진은 금방이라도 눈물이 떨어질 듯한 눈으로 정은을 바라봤다. 속상하고 화도 나고, 마음도 아픈 기색이 그대로 묻어났다.“이렇게 큰일을 우리한테 숨겨? 몸 회복하고 나면 그때는 내가 그냥 안 넘어가.”정은은 웃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네, 알겠어요.”이춘재도 한마디 보탰다.“네 엄마가 전화 안 했으면 우리는 아직도 모르고 있었겠다. 정은아, 너는 정말...”이춘재도 알고 있었다. 외손녀가 자신과 봉수진을 배려해서 그런 거라는 걸.하지만 분명 전부터 약속했었다. 출산할 때가 되면 꼭 가장 먼저 알려주기로.그런데 일이 이렇게 됐으니, 두 사람이 조금 서운하고 화가 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봉수진이 목이 메어 말을 이었다.“다행히 네가 무사해서 그렇지, 아니었으면 내가 정말...”이미숙과 소진헌은 다른 도시에 있어 바로 달려올 수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봉수진과 이춘재마저 자리에 없었다면, 정은 쪽 식구는 사실상 아무도 정은의 출산 현장에 오지 못했을 것이다.봉수진이 사돈댁을 못 믿는 것도 아니었고, 재석을 못 믿는 것도 아니었다.그저 사람 마음이라는 걸 믿지 못할 뿐이었다.정말 중요한 때에 자기 식구를 제일 걱정하고 돕는 건 결국 자기 식구뿐이니까.현빈은 제자리에 선 채, 이춘재와 봉수진 너머로 막 출산을 마친 정은을 가만히 바라봤다.정은은 안색이 조금 지쳐 보였고, 머리카락도 흐트러져 있었다. 그래도 눈빛만은 또렷하고 환했다.원래는 높이 불러 무서울 정도로 커 보이던 배도 이제는 푹 꺼져 넉넉한 병원복 안에 가려져 있었다.그 모습을 보면 정은이 얼마나 힘든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있었다.그런데도 살짝 올라간 입가에는 처음 엄마가 된 사람의 기쁨이 분명히 어려 있었다.고생은 했지만, 정은은 그마저 기꺼이 받아들인 듯했다.정은을 병실까지 데려가는 내내,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948화

    의사는 잠깐 말을 멈췄다. 산모 보호자 쪽의 망설임과 의문을 눈치챈 듯, 먼저 설명을 덧붙였다.“원래 산후 관찰 시간은 두 시간으로 정해져 있고, 사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다만 하찬영 교수님께서 30분 정도 더 지켜보라고 하셨습니다.”“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별문제는 없을 겁니다.”그제야 재석은 알겠다고 답하고, 의사가 조금 전까지 앉아 있던 자리에 가서 앉았다.정은도 핸드폰을 내려놓았다.아까는 너무 졸려서 자칫 잠들 뻔했다. 의사가 핸드폰이라도 보면서 버티라고 해서 그제야 꺼내 들었던 거였다.사진첩 안에는 두 아이가 태어나자마자 체중계 위에 올려졌을 때 찍힌 사진이 들어 있었다.한 아이는 아주 얌전했고, 다른 아이는 작은 발을 번쩍 들고 있었다.정은은 그 사진을 몇 번이고 들여다봤다.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웠다.정은이 입을 열었다.“두 꼬맹이 봤어, 못 봤어?”재석은 잠깐 굳었다.정은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았다.“무슨 일 있었어? 나한테 숨기지 마!”“아니, 급한 일은 없고. 그냥...”“나 아직 애들 못 봤어.”정은은 말문이 막혔다.재석은 조금 민망한 듯 덧붙였다.“당신 보려고 방호복 갈아입는 데만 정신 팔려서 바로 들어왔거든. 애들 볼 틈이 없었어.”재석이 되물었다.“당신은 봤어?”정은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당연하지.”아이들이 태어나자마자 의사가 가장 먼저 정은 앞에 데려와 성별부터 확인시켜 줬다.그다음에는 몸무게를 재고, 기저귀를 채우고, 배냇저고리까지 입혔다.다 입힌 뒤에는 다시 정은 곁으로 데려왔다.하찬영은 정은에게 윗옷을 올리게 한 뒤, 아이들을 정은의 가슴 위에 엎드리게 했다.정은이 설명했다.“그거 캥거루 케어라고 하더라. 교수님 말로는 아기랑 엄마 사이에 친밀감이 생기는 데도 도움이 되고, 수유 관계 형성에도 좋대.”“또 시상하부에서 옥시토신이 나오게 해서 자궁수축을 돕고, 오로 배출도 빨라진다고 했어. 아무튼 아기한테도 좋고, 엄마한테도 좋대.”재석은 그 말을 듣고 잠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947화

    분만실 문이 열리고, 하찬영이 밖으로 나왔다.기다리던 사람들이 일제히 앞으로 몰려들었다.재석이 가장 먼저 물었다.“제 아내는요?”강서원이 다급하게 뒤를 이었다.“산모랑 애들은 다 괜찮아요?”조기봉도 바로 입을 열었다.“낳은 거지?”리아가 물었다.“자연분만했어요, 제왕절개수술 했어요?”지언은 한발 늦는 바람에 안쪽으로 끼어들지 못하고, 리아 뒤에 선 채 코끝만 괜히 한 번 만졌다.하찬영은 먼저 재석을 바라봤다.“축하드립니다. 아드님 한 분, 따님 한 분입니다.”그 뒤에야 사람들을 한 번 둘러보며 말했다.“자연분만으로 잘 끝났고, 산모와 아이들 모두 무사합니다.”“조금 있다가 회복실 관찰 시간이 지나면 산모는 먼저 병실로 이동하실 수 있습니다. 다만 쌍둥이 조산이라 위험 요소가 전혀 없다고는 볼 수 없어서...”“아기들은 오늘 밤 신생아중환자실에서 경과를 봐야 합니다. 큰 이상이 없으면 내일 아침에는 나올 수 있습니다.”말이 끝나자마자, 안에서 간호사 두 명이 아기 침대가 달린 이동용 카트를 밀고 나왔다.두 아이는 각각 분홍색 포대기와 파란색 포대기에 싸여 있었다.한 아이는 눈을 꼭 감은 채 얌전히 있었고, 다른 아이는 작은 발을 바둥거리며 입도 오물오물 움직이고 있었다.하찬영이 간호사들에게 잠시 멈추라는 눈짓을 보냈다.“보호자들, 가까이 오셔서 보셔도 됩니다. 다만 너무 바짝 붙지는 마시고, 공기 통할 정도 거리는 유지해 주세요.”그제야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앞으로 다가갔다.“어? 재석이는 어디 갔어? 얼른 와서 애들 봐야지.”이쪽을 봐도 없고 저쪽을 봐도 없었다.“아버지, 엄마, 저 대신 잠깐 봐주세요. 저는 먼저 들어가서 정은이 곁에 있을게요.”재석은 이미 방호복을 전부 갖춰 입고 소독까지 마친 상태였다. 얼굴도 단단히 가려져 있었으니, 다들 한참을 찾아도 못 알아본 게 당연했다.강서원이 얼른 고개를 끄덕였다.“아? 어, 그래! 얼른 들어가. 내가 대신 보고 있을게.”강서원은 정말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손자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40화

    정비의 눈빛이 순간 날카롭게 서늘해졌다.“들었다고? 누구한테서?!”수민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리더니, 바로 이어서 겁먹은 듯한, 그러나 절묘하게 ‘서운함’이 섞인 표정을 지었다.“왜... 왜 이렇게 무섭게 말해? 그냥 물어본 건데. 물어보면 안 돼?”“그런 뜻이 아니잖아.”“그럼 무슨 뜻인데? 나는 너 보러 왔는데, 이런 소리나 듣고... 너 지금 나한테 화내는 거야?!”정비는 바로 두손 두발 다 들었다.그는 못 버틴다. 수민의 이 표정에는 진짜 아무도 버틸 수 없다.“아냐, 진짜 아니야. 그... 그 사람 얘기가 조금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31화

    “오... 당신이 바로 앤드루 선생님의 아들이군요.”조이스는 곧장 말했다.“돈은 이미 준비했습니다. 이제 아버지를 뵐 수 있을까요?”“그게...”정비가 말을 흐렸다.조이스는 정비가 주저하는 이유를 돈 문제로 오해하며 급히 말했다.“오기 전에 이곳 규칙에 대해 어느 정도 들었습니다. 필요하다면 지금 당장 확인 가능합니다.”“아닙니다. 그런 이유가 아니라요...”그때, 아까 정비에게 혼났던 경호원 중 한 명이 커피를 들고 다가와 공손히 말했다.“드시죠.”“감사하지만, 괜찮습니다.”조이스는 지금 온통 아버지 걱정뿐이라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18화

    정은이 격리문 앞에 섰다. 안면 인식과 홍채 인식이 동시에 진행되고, 짧은 전자음이 울리자 문이 부드럽게 열렸다.정은이 안으로 들어섰다.시호는 모니터를 향한 시선 사이로 그녀를 힐끗 보는 순간 눈빛이 어두워졌다.저녁 무렵, 하루의 업무가 끝나고 민지는 실험복을 벗어 걸고, 외투를 챙겼다.서준과 함께 퇴근할 준비를 하며 물었다.“정은 언니, 언니는 안 가세요?”“난 조금만 더 있다 갈게. 너희 먼저 가.”“네.”민지는 정은이 늦게까지 남아도 걱정하지 않았다.안쪽에는 남진일과 탁재민이 있었기 때문이다.요즘 재민은 체질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728화

    톡톡톡-정비가 문 앞에 서서 조심스럽게 노크했다.고개를 숙이고 눈을 내리깐 자세.언제나 냉정하고 거칠던 그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었다.지금 이 순간만큼은, 숨소리를 내는 것조차 삼가야 했다.안에서 낮고 나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들어와.”그제야 정비는 얕게 숨을 내쉬며 문을 열었다.비싼 카펫 위로 조심스레 발을 디디고, 응접실을 지나, 자단목 향이 은은한 장식장을 돌아, 커다란 책상 앞에서 멈춰 섰다.“보스.”“죽었어?”책상 뒤에 앉은 남자는 느긋하게 의자에 기댄 채, 손끝으로 Glock17 반자동 권총을 빙글빙글

บทอื่นๆ
สำรวจและอ่านนวนิยายดีๆ ได้ฟรี
เข้าถึงนวนิยายดีๆ จำนวนมากได้ฟรีบนแอป GoodNovel ดาวน์โหลดหนังสือที่คุณชอบและอ่านได้ทุกที่ทุกเวลา
อ่านหนังสือฟรีบนแอป
สแกนรหัสเพื่ออ่านบนแอป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