เข้าสู่ระบบ한설의 얼굴빛이 살짝 변했다.“조지훈한테 ‘퇴마부’ 준 거... 나 때문만이 아니라 선배 때문이기도 해.”한설은 잠시 말이 없었다. 민슬아도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렸다.슬아는 한설이 얼마나 똑똑한지 잘 알고 있었다. 시간을 조금만 주면 스스로 판단을 내릴 거라는 걸.그리고 마침내, 한설이 입을 열었다.“시간 좀 잡아 줘.”“응.”슬아는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몽염주술... 시킨 사람이 자기 피를 써서, 직접 대면해서 풀어야 한다.’...다음 날.슬아는 한설과 함께 병원 병실로 향했다.지훈은 슬아와 한설이 들어서는 걸 보고 바로 다가왔다.“진짜로 우리 어머니 도울 방법이 있는 거야?”슬아는 대답 대신 되물었다.“어젯밤 강 여사님 잠은 좀 잘 주무셨어?”지훈은 순간 멍해졌다.어젯밤, 슬아네 집에서 나온 뒤 그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왔다.도착했을 때 강서원은 이미 잠들어 있었지만, 한눈에 봐도 편히 자는 잠은 아니었다.지훈은 ‘물에 빠진 사람 지푸라기라도 잡는다’라는 심정으로 슬아가 준 부적을 베개 밑에 넣어두었다.강서원은 어젯밤 웬일인지 푹, 편안하게 밤새 잠들어 있었다.의료진도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조기봉은 자기가 절에서 받아온 평안부 덕이라며 베개 아래를 손으로 더듬더니, 부적이 두 개나 나온 걸 보고 눈을 크게 떴다.“어? 왜 하나가 더 있지? 어디서 난 거야?”지훈은 어색하게 헛기침하며 말했다.“크흠... 제가 넣었어요. 어머니 베개 밑에...”“너도 절 다녀왔어?”“아니에요. 전 민... 어, 그쪽 일을 잘... 아시는 분한테 받아왔어요.”조기봉은 기분 좋아 보이게 말했다.“보니까 내 부적이 효과 본 것 같은데.”지훈은 지지 않고 말했다.“제 것이 낸 효험일 수도 있잖아요?”부자가 티격태격하는 사이, 슬아와 한설이 병실 앞에 도착했다.그제야 지훈은 올블랙 차림의 한설이 오늘은 챙 모자를 쓰지 않은 걸 눈치챘다.그리고 다시 한번 자세히 보더니...‘와, 이 사람... 여, 여자였어?!’슬아
한설은 슬아의 외할머니, 한경미가 데려온 아이였다.어느날 밤, 한경미가 한설을 집에 업어 왔을 때, 아이의 온몸은 피투성이였고, 귀와 얼굴은 살갗이 거의 벗겨져 있었으며,사지는 동상으로 부르트고 갈비뼈는 세 대나 부러져 있었다.슬아는 커튼 뒤에 숨어 한경미가 한설을 치료하는 과정을 차마 보지도 못했다.반년 넘게 돌보고 치료한 끝에야 한설은 겨우 사람의 형태를 되찾았다.슬아는 나중에 들었다.한설은 한경미가 묘지에서 주워 온 아이라고.그날 밤은 마침 눈이 내렸다.그래서 한경미의 성을 따라 한설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 것이다.그 후 한경미는 한설을 제자로 삼아 온갖 술법과 주술을 가르쳤고, 한설은 말도 안 되는 재능을 보이며 10대에 이미 이씨 가문의 귀빈이 되었다.세상 누구도 알지 못한다.한설이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이씨 가문의 신뢰를 어떤 방식으로 얻었는지...어쨌든 한설은 단 1년의 수행 끝에 마을 사람들이 10년을 벌어도 못 모을 돈을 벌었다.한설은 부자였다.말도 안 되는 찐 부자.그래서 슬아에게는 이 강하고 완벽한 선배에게 ‘힘들다’, ‘바닥이었다’라는 말은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응, 네가 생각한 그거 맞아.그 사람을 만난 건... 스승님으로부터 구조받기 전.”한설이 담담히 입을 열었다.한설은 태어나자마자 친부모에게 버려졌다.그곳은 슬럼가였다.어떤 노부부가 거둬 5살까지 길렀고 비록 가난하고 열악했지만, 5살 전까지만큼은‘굶지 않고 살았다’.그러나... 그 노부부는 빚 문제에 휘말려 거리에서 처참히 살해당했다.한설은 순식간에 완전한 고아가 되었고, 그때부터 떠돌며 살았다.“배고프면 훔치고, 뺏고... 들키면 맞고, 다른 곳으로 흘러가면 또 훔치고, 또 뺏고.”“그날은 유난히 심하게 맞았어. 며칠째 굶고 있기도 했고... 솔직히, 그때 죽는 줄 알았다.”“그때 그 사람이... 자기가 훔친 백설기 하나를 나한테 줬어.”슬아의 눈이 커졌다.“어... 훔친 걸?”“응. 그 사람도 나랑 똑같았어. 그냥 길
“마셔, 마셔.”슬아는 마치 지훈이 한 초라도 늦게 마시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보였다.지훈이 고개를 젖혀 홍차를 넘기는 단 2초 사이, 슬아와 한설 사이에서는 이미 격렬한 ‘눈빛 전쟁’이 벌어졌다.한설: ‘슬아, 너 규칙 어긴 거야.’슬아: ‘규칙은 죽은 거고, 사람은 살아 움직이잖아.’한설: ‘저 남자 내 타깃이라고 미리 말했지.’슬아: ‘지금은 내 고객이기도 해. 돈 받았으니까.’한설: ‘너 진짜...’슬아: ‘조금만 봐줘, 선배. 플리즈, 플리즈.’한설은 속으로 혀를 찼다.너무나 어이없고, 답답하고, 골치 아픈 표정.지훈은 홍차를 내려놓으며 입꼬리를 씰룩였다.‘둘이 아주 생쇼를 하네. 내가 못 본 줄 알아? 눈싸움 작작 해라.’“저기... 너 더 할 말 있어? 아니면 이걸로 끝?”슬아가 사실상 내보내기 멘트를 날렸다.슬아는 걱정이었다.잠시만 방심해도 한설이 현장에서 바로 처리해 버릴까 봐.그걸 막을 힘은 본인에게 없었다.지훈은 말귀를 잘 알아듣는 사람이라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고마워. 나 간다.”“응, 잘 가.”슬아는 지훈이 빨리 사라지길 간절히 바랐다.지훈이 문밖으로 한 발 내딛는 순간, 뒤에서 ‘쿵’ 하는 문 닫히는 소리가 들렸다.지훈은 주먹을 꽉 쥐었다.‘좋아. 아주 깔끔하네.’뒤도 돌아보지 않고, 그대로 발걸음을 옮겼다....집 안.“슬아.”한설의 목소리는 얼음보다 차갑다.“선배, 진짜 화내지 마. 난 그냥 퇴마부 하나 그려준 거고, 선배 주술 망가뜨린 것도 아니잖아.”“그게 안 망가뜨린 거라고?”한설은 묘한 웃음을 흘렸다.슬아는 입을 꾹 다물고 고개를 숙였다.순식간에 작고 얌전한 강아지 모드로 변신.한설은 이런 슬아에게 늘 약했다.예상대로 표정이 조금 풀어졌다.“저 남자가... 네가 전화로 말한 네가 이미 끝낸 그 남자 맞지?”“응...”“그런데 왜 도와? 이번에 내가 너한테 준 리스트 16명, 그 애들이 훨씬 낫거든? 너 머리 어떻게 된 거야? 이미 쏟아진 물인데 다시
집 앞에 도착했지만, 슬아는 움직이지 않았다.오히려 팔짱 낀 상태로 옆의 ‘남자’에게 눈짓했다.문을 열라는 신호.지훈은 순간 당황했다.‘열쇠까지 줬다는 거네?’‘남자’는 바지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 자연스럽게 문을 열었다.아무렇지 않게... 마치 이 집의 ‘주인’처럼.집 안에 들어서자, 슬아와 그 남자는 나란히 슬리퍼로 갈아 신었다.핑크색 하나, 파란색 하나.커플용.그제야 슬아가 뒤에 있는 지훈을 떠올린 듯 돌아봤다.그리고 투명한 일회용 신발 커버를 내밀었다.“이거 신어.”지훈은 어이가 없었다.‘내 슬리퍼는? 내가 예전에 여기에 둔 그건 어디 갔는데?!’‘참자. 일단 참아.’집 안은 따뜻했다.온기가 확 밀려왔다.슬아는 코트를 벗었고,‘남자’는 아무 말 없이 받아서 옷걸이에 정리해 걸어줬다.“고마워.”슬아의 음성은 달달했다.지훈은 그 목소리를 들으며 딱 한 가지 생각을 했다.“저런 목소리를... 나한텐 단 한 번도 안 쓴다고?”‘남자’는 모자챙을 깊게 눌러쓴 채 고개를 끄덕이며 슬아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표정은 안 보이지만, 지훈은 확신했다.‘지금 반드시,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지겠지.’“야. 야! 너 뭐 마실래?”슬아가 여러 번 불러서야 지훈은 정신을 차렸다.“홍차.”“오케이.”슬아는 말하지도 않았는데‘남자’는 이미 주방 쪽으로 걸어가 홍차를 우리기 시작했다.지훈은 더 할 말을 잃었다.‘둘이... 대체 무슨 사이야?’“앉아.”슬아가 손짓했다.“근데 무슨 일로 온 거야? 내가 직접 나올 정도면 꽤 심각한가 본데.”지훈은 숨을 고르고 본론을 꺼냈다.“우리 어머니가 요즘 갑자기 악몽을 꿔. 소리 지르고, 가끔은 몽유 증상도 있고... 심하면 자기 머리나 팔을 때려.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는데, 원인을 못 찾아.”잠시 멈추고 슬아를 바라봤다.“너... 이런 쪽 잘 알잖아. 그... 약간 비합... 아니, 음... 네 쪽 분야에서 답을 찾을 수 있을까 해서 왔어.”“악몽...”그
‘민슬아 이 여자, 진짜 쿨하긴 하네.’‘칼처럼 끊겠다 하고는 바로 끊어내고, 전화도 안 받아?’지훈은 생각하면 할수록 기분이 더 뒤틀렸다.화가 난 것도 아니었다.전화 안 받는 건 슬아의 자유니까.하지만...‘그래도... 너무한 거 아냐?’‘연인도 아니고 부부도 아니면, 친구도 못 해?’‘친구 아니어도... 전화 한 통쯤은 받아줄 수 있잖아?’‘내 눈으로 봤거든. 통신사에서 요금제 할인해 준다고 전화했을 때도 받더라!’‘나... 통신사보다 못한 취급 받는 거야?’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지훈은 자리에 붙어 있을 수 없었다.외투를 집어 들고, 휴대폰과 차 키를 쥐고 그대로 사무실을 나섰다.밖에서 야근하던 직원들은 지훈이 나가는 모습을 보자마자, ‘퇴근이다’ 하고 눈빛으로 신호를 주고받으며 빠르게 짐을 챙겨 사라졌다....지사로, 골목 입구.지훈은 이미 5분 전에 도착해 차를 세웠다.하지만 내려야 할 타이밍을 계속 놓치고 있었다.운전대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갔다.‘이렇게 집 앞까지 찾아오는 거... 오바인가?’‘큰소리치던 사람은 나였는데 내가 먼저 찾아오네. 하...’‘나는 진짜 자존심도 없구나.’그때, 멀리서 두 사람이 걸어오는 모습이 보였다.멀었지만, 그중 하나는 단번에 알아봤다.민슬아.슬아는 오늘 새하얀 양털 코트를 입고, 베이지색 롱부츠와 같은 톤의 베레모까지 썼다.긴 머리는 부드럽게 흘러내리고, 은은한 메이크업이 전체 분위기를 살렸다.하얀 코트에 슬아의 차갑고 맑은 피부.눈이 시릴 정도로 깨끗했다.완전한 겨울의 여신, 혹은 눈의 요정 같은 모습.그리고 슬아 옆, 팔짱을 끼고 있는 ‘남자’.슬아보다 한 뼘은 더 큰 키, 올블랙 롱코트, 검은 모자, 말랐지만 단단한 체형, 멀리서도 느껴지는 차가운 분위기.슬아는 팔을 그 ‘남자’ 팔꿈치에 자연스럽게 걸친 채 그가 무슨 말을 했는지, 갑자기 웃었다.그리고 고개를 돌려 지훈을 바라봤다.은은하게 웃는 슬아의 얼굴.부드럽고, 여리여리하고, 도저히 평소
요즘 들어 조지훈은 온몸에 짜증이 들러붙은 사람처럼 살았다.아마 맡은 사건 진행이 더러 꼬여서일 수도 있고, 아니면 말 못 할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 수도 있고...어쨌든 설이 다가올수록 지훈의 기분은 매일 바닥을 치고 있었다.문제는 이런 상태를 스스로도 해결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본인조차 왜 이러는지 이유를 모르니까.“조 변.”“조 변, 야식 드실래요?”“아뇨, 괜찮아요. 감사합니다.”지훈은 단칼에 거절하고 티 룸으로 가 커피를 받았다.그리고는 다시 묵묵히 사무실로 돌아갔다.“오늘만 세 번째인데요? 조 변님 요즘 왜 이러세요? 이렇게 예민하신 거... 예전에 살인사건 첫 공판 전밖에 기억이 안 나는데?”“그러게요. 말 나온 김에 보니까 진짜 그때 이후로 이렇게 예민한 거 처음임. 커피를 물처럼 드시고, 야근은 기본 옵션이고.”“우리 로펌이 연말 실적이라도 밀리나? 뭐 때문에 이래?”“그게 말이 돼? 우리나라에서 우리 로펌이 실적 걱정해야 할 이유가 어디 있어? 조 변은 그냥 걸어 다니는 레전드지.조 변만 있으면 사건이 끊이질 않는데 뭘.”“그럼 뭐지? 설마... 실연?”“야, 그거 가능성 있어! 전에 늘 조 변을 찾아오던 그 민슬아 씨 기억나냐?”“기억나지! 피부 하얗고, 향수도 그냥 명품이 아니라 아예 브랜드가 감도 안 잡히던 그 분!”“근데 최근에 민슬아 씨가 한 번도 안 왔대.”“친구야, 너 지금 진실을 말한 것 같다.”“...”지훈의 비서가 지훈에게 보고하는 중에 재석의 전화가 울리면서 말이 뚝 끊겼다.‘악몽을 꾼다고...?’‘깨고 나서는 아무 기억도 없다고...?’‘이건 뭐야, 너무 비현실적인데?’지훈은 즉시 조기봉에게 전화를 걸었다.그리고 들은 첫마디에 멍해졌다.아버지가 절에 있다니.“아버지, 그런 게... 가능해요?”지훈의 첫 반응은 이거였다.[해보자.]“네네네, 알겠어요. 아버지 하고 싶은 대로 하세요.”전화를 끊고 난 뒤, 지훈은 오랫동안 가만히 있었다.‘혹시... 민슬아한테 물어보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