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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94화

Penulis: 십일
하지만 머릿속은 온통 정은 생각뿐이었다.

가정부가 와서 현빈을 부를 때, 그는 마침 서재에서 나왔고,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다.

정은이 오늘 온다는 소식을 들은 현빈은 특별히 회사에 가지 않고 이원에 왔다.

딱 여기서 정은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식탁으로 가 보니, 확실히 정은을 보았지만 기뻐할 겨를도 없이 그녀의 옆에 있는 재석과 진일을 보았다.

현빈은 웃음이 굳어지며 표정이 축 쳐졌다.

“조 교수님도 왔어요?”

재석은 고개를 들어 웃음을 머금었다.

“네, 정은이 초대를 해서 거절하기 어려웠거든요. 그리고 한동안 어르신들을 뵈러 오지 않아서 이렇게 왔어요.”

정은이 초대했다는 말은 칼날처럼 현빈의 마음을 쿡쿡 찔렀다.

현빈은 지금 아파 죽을 것 같았다.

봉수진이 말했다.

“현빈아, 어서 앉아서 밥 먹어.”

“네.”

정은의 왼쪽은 봉수진이었고, 오른쪽은 재석이었다. 지금 식탁에는 마지막 한 자리가 남았다.

현빈은 그녀 맞은편에 앉을 수밖에 없었다.

밥을 먹는 동안, 봉수진은 열심히 정은 그들에게 음식을 집어주었다.

진일은 산처럼 쌓인 고기와 요리를 보며 어찌 할 바를 몰랐다.

‘그냥 먹자. 어르신의 호의를 거절할 순 없잖아!’

재석도 마찬가지였지만, 진일보다 좀 더 똑똑했다. 그는 남이 쓰지 않는 젓가락을 들어 봉수진에게 음식을 집어주기 시작했다.

그렇게 봉수진은 사양하면서 음식을 먹었고, 더 이상 그들에게 음식을 집어줄 겨를이 없었다.

정은은 묵묵히 재석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물리학자의 머리는 참 좋다니깐.’

식사를 마친 후, 봉수진은 신이 나서 사람들을 데리고 딸기밭으로 갔다.

진일이 문에 들어섰을 때 본 그 비닐하우스는 바로 딸기밭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마침 딸기가 익는 계절이었다.

“잘 열렸네! 크고 또 빨갛고, 문제는 우리가 스스로 재배한 것이니, 농약도 치지 않았어. 깨끗하고 싱싱해서 마음 놓고 먹을 수 있지.”

“이따가 너희들 바구니 하나 들고 실컷 따. 그리고 돌아가서 먹어. 실험실에도 좀 가져가, 어차피 냉장고 있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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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83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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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화기 너머에서 무슨 말이 오갔는지, 임용재의 표정이 서서히 밝아졌다. 눈빛이 살아나더니,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어서 들여보내.”임정식이 놀라서 물었다.“아버지, 누가 옵니까?”임용재가 짧게 답했다.“재석이다.”...경호원의 안내를 받아 재석은 여러 겹의 출입 통제와 확인 절차를 거친 뒤에야 저택 안으로 들어설 수 있었다. 긴 복도를 지나 거실에 도착했을 때, 이미 세 사람의 시선이 그를 향하고 있었다.“할아버님, 삼촌, 이모.”재석은 허리를 깊이 숙이지는 않았지만, 예의를 갖춰 고개를 숙였다.임용재가 자리에서 일어나 재석을 맞이했다.“어쩐 일이냐. 설마... 정은이 일로 온 거냐?”재석은 숨을 고르고 고개를 끄덕였다.“네.”임정식과 장인화가 서로를 바라봤다. 임정식이 먼저 입을 열었다.“재석아, 네 마음이 많이 급한 거 안다. 우리도 십분 이해하고 있어. 하지만 이 일은 우리가...”말을 잇지 못하고 멈췄다. 설명을 시작하려던 입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아버지 말씀이 맞다. 정은이는 우리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 대신 감당해야 할 이유도 없지.’임정식은 재석이 정은을 빨리 나오게 해 달라고 재촉하러 온 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둘러 해명하려 했다.그런데 다음 순간, 재석의 말이 상황을 뒤집었다.“전해 들었습니다. 정은이가 조사팀 밖으로 나가기를 거부했다고.”“뭐라고?”임정식의 표정이 굳었다.“예. 조금 전에 통화하면서 이미 할아버님께도 말씀드렸습니다.”“그래.”임용재가 고개를 끄덕였다. 방금 전의 격앙된 반응에는 이유가 있었다.“정은이는 왜 안 나온다는 거냐?”재석은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자세한 사정까지는 들을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정은이가 그렇게 판단했다면, 분명 이유가 있다고 믿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혹시... 가능하다면...”재석의 본래 생각은 임씨 집안의 힘을 빌려, 정은과 직접 잠시라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이었다. 직접 얼굴을 보고 이유를 듣고 싶었다.임정식의

  • 너 없이도 눈부신 나날들   제1830화

    임씨 집안 본가.요즘 들어 집 안 공기가 유난히 무거웠다.장인화는 남편 임정식을 한 번 보고, 상석에 앉아 있는 시아버지 임용재를 다시 한번 바라봤다. 섣불리 입을 열지 못한 채 조용히 앉아 있을 수밖에 없었다.그때 장인화의 핸드폰이 울렸다. 화면을 확인한 뒤에도 바로 받지 않고, 잠시 벨 소리만 흘려보내며 남편에게 시선을 옮겼다.임정식이 짧게 숨을 내쉬었다.“또 서준이야?”“네. 아마 정은 씨 소식 물으려고 전화했을 거야.”임정식은 더 말하지 않고 다시 침묵했다. 전화는 끝내 받지 못한 채 자동으로 끊어졌다.장인화가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어제는 민지가 전화했어. 오늘은 서준이까지... 정말 많이 다급한 모양이야.”“급하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야.”임정식은 전화받지 않아도, 아들과 며느리가 무슨 말을 할지 훤히 알고 있었다.요지는 하나였다. 하루라도 빨리 정은을 조사팀에서 나오게 해 달라는 것.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성급히 빼내는 것이 과연 최선일까?조사팀은 애초부터 정은의 결백을 공식적으로 알릴 생각이 없어 보였다.그리고 그 이유는... 어쩌면 임정식 자신과도 무관하지 않았다.정은은 지금 모든 흐름의 중심에 놓인 핵심 인물이었다.임정식이 가진 권한으로 당장 풀어내는 것 자체는 어렵지 않았다.그러나 그렇게 하는 선택이 정말로 가장 나은 결론일까?우선, 정은의 명성은 지켜지지 않는다.사람들은 여전히 왜 연행됐는지, 무슨 문제가 있었는지 온갖 억측을 늘어놓을 것이다.그리고 정은에 대한 조사는 곧 ‘무한 실험실’에 문제가 있다는 뜻이 된다.그 안에 속한 서준 역시 자유로울 수 없다.그리고 서준의 뒤에는 임씨 집안 전체가 있다.이번 일을 흐지부지 넘겨버린다면, 언젠가 그 모호한 결과는 임씨 집안을 겨냥한 시한폭탄이 될 수 있었다.누군가 마음만 먹으면, 필요할 때 꺼내 불을 붙일 수 있는 위험한 불씨.정은을 나오게 하는 건 쉽다.하지만 정은을 아무 흠도 남기지 않고, 깨끗하게 나오게 하는 데에는 시간이 필요했다.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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