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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의도적 기시감

Autor: 데이지
last update Data de publicação: 2026-06-25 10:03:48

유리는 거울 앞에 앉아 있었다.

빗소리가 방 창문을 두드리고 있었고, 방 안은 조용했다.

유진의 방이었고, 이제 그녀가 앉아 있는 자리는 언니가 매일 아침 메이크업을 하던 자리였다.

거울 속 얼굴은 어정쩡했다.

아직 울음이 가시지 않은 눈, 푸석한 피부, 잡히지 않는 윤곽.

그녀는 고개를 조금 기울였다. 

언니보다 못났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었지만, 그 말이 맞았는지도 모른다. 

유진은 어디서나 주목받는 사람이었고, 유리는 그늘이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그녀는 그늘에 머무를 생각이 없었다.

복수를 하려면, 사랑받아야 했다. 사랑받으려면, 매혹적이어야 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완벽해야 했다.

유리는 결심했다. 이 얼굴로는 안 된다고. 

지금의 자신은, 언니를 죽인 그 사람 앞에 설 수 없다고.

 

“전부요.”

 

성형외과 상담실, 유리는 거울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눈, 코, 턱. 의사는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유리는 설명하지 않았다. 

이유를 묻는 건 아무 의미가 없었다. 

이미 죽은 언니의 무게가 그녀의 선택을 정당화하고 있었다.

수술은 아팠다. 상상보다 훨씬. 전신이 얼얼했고, 거울을 보는 게 두려웠다. 

그러나 견뎌야 했다. 고통은 선택이 아니라, 조건이었다.

밤이면 눈을 감고 상상했다. 언니가 죽던 장면, 마지막으로 들려준 목소리, 

그리고 그 남자의 얼굴. 얼굴은 아직 본 적도 없지만, 그의 존재는 선명했다.

 

유리는 낮에는 병원, 밤에는 헬스장에 있었다. 

운동을 시작한 건 얼굴 때문이 아니었다. 눈빛 때문이었다. 

분노가 몸 어딘가에 고여 있으면, 눈빛이 흐려지니까. 땀이 나야 잡념이 빠졌다.

조금씩 그녀는 바뀌었다. 체형이 달라졌고, 자세가 달라졌다. 말투도 바꿨다. 

목소리는 낮게 깔았고, 눈은 오래 마주치지 않았다. 

그 모든 변화는 한 사람을 무너뜨리기 위한 연기였다.

화장대 앞에 앉은 유리는 립스틱을 꺼냈다. 선홍색. 유진이 좋아하던 색이었다. 

하지만 유리는 그보다 더 짙은, 피와 비슷한 톤을 골랐다. 

치명적인 것을 입어야, 사람의 시선은 흔들린다.

그리고 어느 날 오후, 유리는 첫 등장처럼 걷기 시작했다.

 

서이현이 도심 한복판, 검은 차에서 내리고 있었다.

그날은 유리의 계획에 포함된 우연이었다. 그녀는 거리의 한복판, 그의 시선이 반드시 스칠 골목 어귀에 서 있었다.

새빨간 코트, 그 안에는 몸에 딱 붙는 검은 원피스. 바람이 코트 자락을 들어 올리자 허벅지 위쪽의 하얀 살갗이 드러났다. 그녀는 붙잡지 않았다. 그저 그 자리에 서서, 그의 시선이 그녀의 발목에서 얼굴까지 천천히 기어오르는 것을 내버려 두었다.

그의 발걸음이 멈췄다.

유리는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턱을 약간 들고, 입술을 반쯤 열고, 눈에는 얇은 물빛이 어린 듯한 각도.

“뭘 그렇게 뚫어지게 쳐다봐요?”

목소리는 높지 않았지만, 끝에 끈적한 쉰 기운이 묻어 있었다. 귀에 대고 하는 말처럼.

이현은 멍하니 그녀를 바라보았다. 처음 보는 얼굴. 그의 시선이 통제 불가능하게 한 뼘 아래로 미끄러졌다——코트 깃 사이로 드러난 목선, 숨을 쉴 때마다 미세하게 오르내리는 가슴께. 그는 곧 시선을 거두었지만, 이미 그녀에게 들켰다.

“왠지…그대가 기억나진 않지만, 낯설진 않아서요.”

유리는 웃지 않았다. 그녀가 반 걸음 앞으로 나왔다.

딱 반 걸음. 두 사람의 거리가 순식간에 ‘우연’에서 ‘위험’으로 바뀌었다. 그녀에게서 아주 옅은 향기가 났다.

“기억 못 해도 괜찮아요.”

그녀가 잠시 멈췄다. 그리고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칼날이 물 위를 스치는 것처럼.

“어차피…… 기억하게 될 테니까.”

그녀는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코트 자락이 그의 손등을 스쳤다. 거의 존재하지 않는 듯 가벼운 접촉이었지만, 그는 그 자리에 그대로 굳어 버렸다.

잘 기억해둬요, 서이현.

나는 당신이 절대 잊지 못할 여자가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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