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10월 중순, 마을 초입의 아까시나무와 단풍나무들이 노랗고 붉은 옷으로 완전히 갈아입은 가을날. 마을 광장에서는 매년 가을마다 열리는 큰 행사인 [제15회 가을 풍년 장터 및 마을 축제] 준비로 아침부터 왁자지껄한 소리가 울려 퍼졌다.“아빠! 마을 회관 앞에 커다란 천막이 진짜 많이 생겼어! 달고나 만들기랑 사격 게임 부스도 있대!”노란색 가을 카디건을 이쁘게 차려입은 여름이가 대문 밖을 내다보며 신나서 발을 동동 굴렀다. 옆에서 빨간 스카프를 목에 두른 두부도 축제 분위기를 감지했는지 멍멍 짖으며 마당을 빙글빙글 돌았다.“오늘 마을 이장님이 우리 셰어하우스에도 먹거리 부스 하나를 부탁하셨지.” 의경이 커다란 주방용 보온통을 챙기며 웃었다.“의경 씨 특제 가을 한정 단호박 스튜와 떡꼬치라… 마을 주민들 반응이 벌써 기대되는군요.” 태준이 여름이의 밀짚모자를 예쁘게 고쳐 씌워주며 말했다.마을 축제 현장은 가을 햇살 아래 북적이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알록달록한 청사초롱이 길게 내걸렸고, 고소한 부침개 냄새와 품바 공연의 신나는 장구 소리가 울려 퍼졌다.셰어하우스 식구들이 차린 [셰어하우스 먹거리 부스]는 문을 열자마자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의경이 끓여낸 달콤 고소한 단호박 스튜와 이수가 눈으로 보아도 정갈하게 구워낸 떡꼬치는 단숨에 장터의 인기로 떠올랐다.“에고, 이 집 총각들은 얼굴도 잘생겼는데 음식 솜씨가 어쩜 이렇게 좋다냐!”“여름이 아빠들 덕분에 오늘 축제가 아주 훤해졌어!”마을 할머니들과 주민들의 쏟아지는 칭찬에 강태는 쑥스러운 듯 큼직한 손으로 뒷머리를 긁적였고, 유준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연신 감사 인사를 건넸다.잠시 후, 먹거리 판매를 마치고 축제장을 둘러보던 여름이의 발걸음이 한 장난감 부스 앞에서 멈춰 섰다.그곳은 코르크 총알로 인형을 맞혀 떨어뜨리는 [가을 장터 사격 게임] 부스였다. 맨 위층에는 여름이가 요즘 제일 좋아하는 커다란 분홍색 토끼 인형이 올려져 있었다.“어라, 우리 여름이 저 토끼 인형이 탐나는 모양이구나
9월로 접어들자 셰어하우스 마당의 배롱꽃이 지고 서늘한 가을바람이 기분 좋게 불어오기 시작했다. 얼마 전 여름이와 함께 정성껏 심은 텃밭의 배추 모종들은 어느새 흙에 뿌리를 내리고 파릇파릇한 연두빛 잎을 넓혀가고 있었다.그러던 목요일 저녁, 학교에서 돌아온 여름이가 가방에서 분홍색 통신문을 신나게 꺼내 들었다.“아빠! 나 다음 주 화요일에 2학기 첫 현장체험학습 가! 가을 소풍이래!”“가을 소풍?”네 아빠의 안테나가 또다시 세워졌다.“장소는 어디니, 여름아?” 태준이 통신문을 받아 들며 다정하게 물었다.“인근 수목원이래! 친구들이랑 식물도 구경하고 보물찾기도 한대. 그리고… 제일 중요한 건 아빠가 싸주는 맛있는 도시락!”여름이의 눈빛이 기대감으로 초롱초롱하게 빛났다. 소풍 도시락이라는 단어가 나오자마자 주방에 있던 의경은 물론, 거실에 앉아 있던 네 아빠의 표정이 일제히 엄숙해졌다.[작전명: Picnic Lunchbox (가을 소풍 도시락 대작전)][의경의 영양 및 미관 설계]:의경은 소풍 당일 아이들이 좋아하는 캐릭터 김밥과 한 입 크기의 꼬치전, 제철 과일(문양을 낸 토끼 모양 사과와 샤인머스캣)의 영양 균형 및 온도 유지 식단을 구상했다.[이수의 재료 정밀 조각]:이수는 김밥 안에 들어갈 당근, 단무지, 계란 지단을 정확히 0.3mm 오차 범위 내로 곧게 채 써는 놀라운 칼질 실력을 선보였다.[강태의 물리적 기계 가공 (?)]:강태는 문어 모양 비엔나소시지의 다리를 칼집을 내어 완벽한 8등분으로 다듬고, 김을 잘라 눈과 입 모양 스티커처럼 세심하게 붙이는 디테일 작업에 몰두했다. 손가락이 바위만 한 강태였지만 아이 도시락 앞에서는 핀셋을 든 세공사였다.[유준의 이동형 보온·보냉 시스템]:유준은 여름이가 가방에 도시락을 넣고 걸어 다녀도 내용물이 쏠리거나 음식이 상하지 않도록 완충재가 내장된 맞춤형 보온 도시락 가방을 세팅했다.소풍 당일 아침 6시. 주방은 고소한 참기름 냄새와 달콤한 과일 향으로 가득했다.완성된 3단 도시
새벽의 불청객 사건이 흔적도 없이 해결되고 맞이한 일요일 아침.언제 그런 위험이 지나갔냐는 듯, 셰어하우스 마당에는 가을의 서늘하고 맑은 공기와 함께 고소한 흙 냄새가 차올라 있었다.“자! 오늘은 여름이가 개학 날 약속했던 바로 그날입니다. 가을 배추랑 무 모종 심기 작전!”의경이 밀짚모자를 머리에 쓰고 모종 상자들을 들고 마당으로 나왔다. 상자 안에는 초록빛이 탱글탱글하게 오른 귀여운 배추 모종들과 무 씨앗들이 들어있었다.“우와! 삼촌, 이게 배추야? 이렇게 조그만 게 나중에 우리가 먹는 커다란 김치 배추가 되는 거야?”여름이가 분홍색 멜빵바지에 꼬마 장화, 그리고 미니 모종삽을 손에 쥐고 마당으로 뛰어 나왔다. 두부 역시 여름이의 꼬마 장화 곁을 맴돌며 신나서 尾巴(꼬리)를 펄럭였다.“그럼, 여름아. 지금 잘 심어두고 물도 주고 정성을 쏟으면, 겨울에 맛있는 김장을 할 수 있는 커다란 배추로 자란단다.” 태준이 다정하게 여름이의 밀짚모자 끈을 묶어주며 말했다.[작전명: Autumn Agriculture Project (가을 배추 심기 대작전)]지난밤 전술복을 입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적을 제압했던 최고의 전력(戰力)들이, 오늘은 각각의 연장을 들고 텃밭에 배치되었다.[강태의 중장비 모드]:강태는 큼직한 가래와 괭이를 들고 마당 흙을 부드럽게 뒤엎으며 비옥한 이랑을 단숨에 만들어냈다. 그의 거대한 근육이 움직일 때마다 밭이랑이 일렬로 완벽하게 각을 잡았다.[이수 & 유준의 수치 측정 및 배치]:이수는 정밀 레이저 수평계로 배추 모종 간의 거리(30cm)를 정확히 측정해 구멍을 뚫었고, 유준은 자동 점적 관수 드립 튜브를 설치해 습도가 일정하게 유지되도록 스마트 텃밭 시스템을 구축했다.[여름이와 태준의 모종 투입]:여름이가 고사리 같은 손으로 모종 포트에서 배추를 쏙 꺼내 흙구멍에 쏙 넣으면, 태준이 곁에서 보드라운 흙을 덮어주며 토닥토닥 다독여주었다.“배추야, 아프지 말고 쑥쑥 자라라! 맛있는 햇빛 많이 먹어!”여름이가 다정하
토요일 새벽 2시. 셰어하우스 전체가 조용한 숨소리와 가을 풀벌레 소리로 가득 찬 시각.2층 여름이의 방에서는 여름이가 두부를 품에 안은 채 평화롭게 단잠에 빠져 있었다.같은 시각, 셰어하우스 차고지 안. 어둠 속에서 네 남자가 전술용 블랙 워크웨어와 차음 무전용 인이어를 착용한 채 완벽히 무장하고 서 있었다.“유준, 불청객들의 현재 좌표는?” 태준이 낮고 침착한 목소리로 물었다.유준이 손목의 전술 패드를 터치하며 화면을 보여주었다. “마을 외곽 폐과수원 근처에 주차된 검은색 SUV. 잔당 3명. 과거 조직 시절의 무허가 드론을 띄워 셰어하우스 주변의 주파수를 교란하려 하고 있습니다.”“여름이가 깨지 않도록 소음 유발은 전면 금지한다.” 이수가 무음 제압용 특수 와이어와 교란 장비를 점검하며 말했다.“걱정 마라. 뼈 한 마디 소리 안 나게 깔끔하게 접어줄 테니.” 강태가 거대한 장갑을 끼며 나지막이 읊조렸다.[작전명: Clean & Quiet (은밀 청소 작전)]새벽 2시 20분, 마을 외곽의 어두운 폐과수원.검은색 SUV 내부에서는 모니터를 지켜보던 세 명의 사내들이 초조하게 담배를 물고 있었다.“이 동네가 맞나? 전직 최정예 요원들이 이런 시골 구석에서 애나 키우며 살고 있다고?”“드론 고도 낮춰봐. 마당 쪽에 열감지 센서가…”툭.말이 끝나기도 전에 드론과의 통신이 완벽하게 차단되며 모니터가 검은 화면으로 꺼져버렸다.“뭐야, 단선인가?”사내 한 명이 차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서는 순간, 차가운 어둠 속에서 이수의 그림자가 음영처럼 들이닥쳤다. 사내는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목 뒤 관절을 정확히 타격당해 그대로 기절했다.“적 하나 제압.” 이수의 나지막한 무전.조수석에 있던 다른 사내가 이상함을 눈치채고 권총으로 손을 뻗으려 했으나, 운전석 창문이 깨지지도 않은 채 차 문 전체가 미친듯한 악력으로 찌그러지며 열렸다. 강태의 거대한 손이 사내의 멱살을 잡고 차 밖으로 수월하게 끄집어내 바닥에 고꾸라뜨렸다.“남의 딸내미 자는 동네
여름이의 2학기 개학 첫 주가 무사히 지나가고, 셰어하우스 마당에는 가을맞이 배추와 무 모종을 심기 위한 흙냄새가 고소하게 퍼지고 있던 평화로운 금요일 저녁.여름이는 씻고 나와 거실에서 두부에게 배추 모양 인형을 주며 놀아주고 있었고, 의경은 주방에서 저녁 식사로 쓸 고소한 차돌박이 된장찌개를 보글보글 끓이고 있었다.그때였다.지잉— 지잉—유준의 바지 주머니 속, 평소에는 절대 울릴 일이 없는 [특수 암호화 위성 단말기]가 아주 짧고 낮게 진동했다.유준의 손길이 찰나의 순간 멈칫했다.옆에서 여름이의 그림책을 읽어주던 태준의 안경 너머 눈빛이 0.1초 만에 차갑게 침착해졌고, 마당에서 흙을 고르던 강태와 이수의 시선 역시 약속이라도 한 듯 유준의 손끝으로 쏠렸다.여름이와 의경에게 티를 내지 않기 위해 유준은 자연스럽게 기지개를 켜며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라, 핸드폰 충전기 방에 두고 왔네. 금방 가져올게요.”유준이 2층 서재로 올라가자, 태준이 여름이에게 다정하게 말했다.“여름아, 삼촌들이랑 서재에서 가을 텃밭 도면 좀 잠깐 보고 올 테니, 두부랑 맛있는 된장찌개 냄새 맡으며 기다리려무나.”“응! 아빠, 나 오늘 공룡 그림 다 그릴 때까지 올 때까지 기다릴게!”2층 서재의 방음문이 닫히자마자, 방 안의 공기는 순식간에 차가운 영하의 온도로 떨어졌다.거실에서의 다정한 '아빠들'은 온데간데없이, 전 세계를 누비던 최정예 특수 요원들의 날카로운 기운이 방 안을 채웠다.“유준아, 출처는?” 태준의 목소리가 나지막하면서도 묵직하게 가라앉았다.유준이 보안 패드를 벽면 스크린에 미러링했다. 붉은색 경고 메시지와 함께 복잡한 좌표 코드가 차례대로 떴다.“블랙마켓 위성망에 올려둔 우리의 옛 추적 차단망에 '핑(Ping)'이 찍혔습니다. 단순 오류가 아닙니다. 누군가 과거 '오메가 조직'의 잔당들이 쓰던 암호 체계로 우리 구역 주변의 통신 데이터를 훑고 지나갔습니다.”이수가 모니터의 열감지 스캐너를 가동하며 덧붙였다.“마을 입구 CCTV 데이터 수
오후 2시, 2학기 개학 첫날 수업을 마친 아이들의 활기찬 소리가 학교 정문을 넘어 골목길에 퍼져나갔다.교문을 나선 여름이의 발걸음은 가벼웠다. 방학 동안 못 봤던 친구들과 실껏 수다를 떨고, 아빠들과 함께 만든 텃밭 관찰 일기로 선생님께 “정말 관찰력이 깊고 정성이 가득하구나!” 하고 큰 칭찬까지 받았기 때문이었다.“여름아-!”골목 모퉁이를 돌자, 알록달록한 분식집 깃발 아래서 기다리고 있던 아빠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전직 요원들의 스쿨존 은밀 호위 작전은 끝났지만, 하교 길 마중 작전은 진행 중이었다.“아빠! 삼촌들!”여름이가 책가방을 덜렁거리며 달려와 태준의 품에 쏙 안겼다. 강태가 여름이의 가방을 가볍게 받아 어깨에 걸쳐 멨고, 이수는 여름이의 이마에 맺힌 땀을 다정하게 닦아주었다.“개학 첫날인데 학교 재미있었니?” 태준이 다정하게 물었다.“응! 선생님이 내 방학 숙제 엄청 멋지다고 친구들 앞에서 자랑해 주셨어! 민지랑 윤아도 수제 눈꽃 빙수 얘기 듣고 엄청 부러워했어!”여름이의 쫑알거리는 자랑에 아빠들의 얼굴에 뿌듯한 미소가 번졌다.집으로 돌아온 셰어하우스 거실에는 의경이 준비한 [개학 축하 특제 떡볶이 세트]가 기다리고 있었다.달콤매콤한 양념에 쫄깃한 쌀떡, 노릇하게 튀겨낸 모둠 튀김, 그리고 얼음이 띄워진 시원한 쿨피스가 상 위에 가득했다.“다들 고생하셨습니다! 여름이의 성공적인 2학기 개학을 위하여!” 의경이 쿨피스 잔을 들며 외쳤다.“위하여!”챙-! 정겨운 잔 소리와 함께 식구들의 즐거운 간식 시간이 시작되었다.떡볶이를 오물거리던 여름이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렸다.“아빠, 오늘 학교에서 담임 선생님이 2학기 목표를 하나씩 적으라고 하셨거든?”“목표?” 유준이 귀를 쫑긋 세웠다. “여름이는 뭐라고 적었는데?”여름이는 비밀 노트에서 작은 메모지를 꺼내 아빠들 앞에 보여주었다. 알록달록한 크레파스로 적힌 글씨였다.[2학기 나의 목표: 아빠들이랑 수국 텃밭에 가을 배추 심고, 두부랑 같이 단풍 구
"스톱. 다들 멈춰."주말 아침, 거실 한가운데 선 이태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각자의 일과를 준비하던 세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태준은 두통이 온다는 듯 관자놀이를 짚으며 집안 곳곳을 가리켰다."어제 우리가 여름이를 당분간 보호하기로 합의했지? 그럼 환경부터 바꿔야 해. 여긴 지금 집이 아니라 신생아용 지뢰밭이라고."태준의 지적은 정확했다.거실 구석에는 서이수가 용접하다 만 날카로운 철제 조형물이 흉기처럼 솟아 있었고, 반대편에는 최강태가 굴려둔 20kg짜리 쇳덩이 덤벨들이 발가락 골절을 유도하듯 널려 있었다. 심지어 막내
"왔다. 등기 우편."외출복 차림의 유준이 현관문을 열고 들어오며 하얀 서류 봉투를 흔들었다. 봉투 겉면에는 붉은색 도장으로 **[유전자 검사 결과서 재중]**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찍혀 있었다.순간, 거실의 공기가 차갑게 얼어붙었다.러그 위에서 여름이와 놀아주며 딸랑이를 흔들던 이수의 손이 허공에서 멈췄고, 팔굽혀펴기를 하던 강태는 그대로 바닥에 엎드린 채 숨을 죽였다. 서류가방을 들고 출근하려던 태준은 침을 꼴깍 삼키며 유준에게 다가갔다."이리 줘."태준이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받아 들었다. 이혼 소송에서 승소 판결문
"형… 애 몸이 왜 이렇게 뜨겁지?"퇴근 후 셰어하우스 거실. 하루 종일 체육관에서 육아 전투를 치르고 온 강태가 울상이 된 얼굴로 여름이를 안고 있었다."뭐? 비켜봐."서류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태준이 달려와 여름이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불덩이였다. 평소라면 방긋방긋 웃어야 할 아이가 힘없이 축 처져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야, 체온계! 누가 체온계 좀 가져와!""우리 집에 그런 게 어딨어! 강태 형 단백질 보충제 스푼은 있는데!" 이수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비켜봐요! 제가 아까 사 왔어요!"막
아침 8시. 폭풍 같았던 '모닝 기저귀 사투'가 끝나고, 거실에는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말끔하게 네이비 수트로 갈아입은 태준이 거울 앞에서 넥타이를 조여 매며 입을 열었다."자, 현실적인 문제를 얘기해 보자. 다들 오늘 일정 어떻게 되지? 나는 오전 10시에 중요한 이혼 소송 재판이 있어서 무조건 나가봐야 해."태준의 시선이 소파에 늘어져 있는 세 사람을 향했다."나도 오늘은 안 돼!"이수가 물감이 덕지덕지 묻은 앞치마를 벗어 던지며 손을 저었다. "다음 주 갤러리 전시 기획 미팅 있어서 큐레이터 만나야 한다고.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