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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체온계 38.5도, 그리고 경찰서 유턴 사건

Author: 8489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18 09:29:57

"형… 애 몸이 왜 이렇게 뜨겁지?"

퇴근 후 셰어하우스 거실. 하루 종일 체육관에서 육아 전투를 치르고 온 강태가 울상이 된 얼굴로 여름이를 안고 있었다.

"뭐? 비켜봐."

서류가방을 내려놓기 무섭게 태준이 달려와 여름이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불덩이였다. 평소라면 방긋방긋 웃어야 할 아이가 힘없이 축 처져서 끙끙 앓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야, 체온계! 누가 체온계 좀 가져와!"

"우리 집에 그런 게 어딨어! 강태 형 단백질 보충제 스푼은 있는데!" 이수가 머리를 쥐어뜯으며 소리쳤다.

"비켜봐요! 제가 아까 사 왔어요!"

막내 유준이 방에서 쏜살같이 뛰어나와 브라운 체온계를 아이의 귀에 꽂았다.

*삐빅-* **[38.5도]**

"미친, 38.5도?! 뇌세포 다 타버리는 거 아냐?! 119 불러!"

이수가 휴대폰을 들고 호들갑을 떨자, 태준이 소리쳤다.

"야, 진정해! 아기들은 원래 열이 잘 난대. 어제 맘카페 아주머니들이 뭐라 안 했어?"

"어… 그, 접종? 예방접종하고 나면 열이 오를 수도 있다고… 근데 우리가 애가 언제 무슨 접종을 했는지 어떻게 알아!"

강태의 말에 네 남자는 얼어붙었다.

이 아이의 혈액형은 뭔지, 알레르기는 없는지, 지병은 없는지. 그들은 여름이에 대해 아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

유준이 급한 대로 해열 패치를 가져와 아이의 이마에 붙이고, 네 남자는 밤새 교대로 아이의 몸을 미온수로 닦아주며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다음 날 아침.

다행히 열은 37도 언저리로 뚝 떨어졌고, 여름이는 언제 아팠냐는 듯 젖병을 물고 옹알이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거실 바닥에 좀비처럼 널브러진 네 남자의 표정은 어둡기만 했다.

무거운 침묵을 깬 건 태준이었다.

"…이건 아동 유기이자 보호 책임자 유기죄야. 경찰에 신고하고 절차를 밟는 게 가장 완벽한 해답이야."

어제와는 전혀 다른, 무겁고 건조한 목소리였다.

"형, 진짜 보내게? 어젯밤에 우리가 살렸잖아…." 이수가 아쉬운 듯 중얼거렸다.

"그래서 보내야 하는 거야."

태준이 핏발 선 눈으로 이수를 쳐다봤다. "우린 아무것도 몰라. 애가 밤에 열만 나도 우왕좌왕하다가 응급 타이밍을 놓칠 뻔했어. 우리가 데리고 있는 것보다, 전문가가 있는 보호 시설로 가는 게 아이 생명을 위해서도 안전해."

그 말에는 아무도 반박할 수 없었다. 태준의 말이 백번 맞았으니까. 결국 강태가 우울한 얼굴로 아기띠를 매고 여름이를 안아 들었다.

연희동 파출소 앞.

태준과 강태가 파출소 문을 열고 들어갔다. 자초지종을 들은 담당 경찰은 사무적인 태도로 서류를 꺼냈다.

"집 앞에 버려져 있었다고요. 일단 유기 아동으로 접수하고 일시보호소로 인계하겠습니다. 거기서 지내다가 부모가 안 나타나면 보육시설로 옮겨질 거고요."

경찰의 무심한 말에 강태의 팔뚝에 힘이 들어갔다.

"보호소요? 거긴 어떤 곳입니까? 밤에 열나면 바로바로 봐줄 사람 있습니까?"

"아무래도 담당자 한 명이 여러 명을 봐야 하니까 집 같지는 않겠죠. 요새 시설 자리가 부족해서 당장 어디로 배정될지는 모릅니다."

그 순간, 강태의 품 안에서 잠들어 있던 여름이가 눈을 번쩍 뜨더니 태준을 향해 두 팔을 뻗으며 방긋 웃음을 지었다.

마치 **'아빠, 나 버릴 거야?'**라고 묻는 듯한 치명적인 미소.

어젯밤 불덩이 같았던 작은 몸을 밤새 닦아주며 느꼈던 온기가 태준의 손끝에 생생하게 남아있었다.

태준의 심장이 법전 뒷면에 숨겨둔 비상금처럼 철렁 내려앉았다.

"저기, 경찰관님."

태준이 자신도 모르게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만약 우리가… 그러니까 핏줄일 가능성이 있는 사람들이 임시로 보호하고 있겠다고 하면 어떻게 됩니까?"

강태가 놀란 눈으로 태준을 쳐다보았다.

"신분 확실하시고, 아동학대 전과 같은 거 없으시면 임시 보호 신청은 가능합니다만… 남자 두 분이서 괜찮겠어요?"

"…우리가 보기보다 아주 유능하거든요. 넷이서 교대 근무도 가능하고요."

태준은 헛기침을 하며 대답했다. 강태의 입가에 숨길 수 없는 미소가 번졌다.

다시 셰어하우스로 돌아오는 길.

아침의 침울했던 분위기는 사라지고 묘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일단 데려오긴 했는데, 우리 중에 진짜 아빠가 있으면 문제는 심각해져. 당장 내일 아침에 다 같이 유전자 검사소 간다. 머리카락 한 올씩, 모근부터 확실하게 뽑아서 준비해."

태준의 선언에 소식을 듣고 뛰어나온 이수가 뒷머리를 감싸 쥐었다.

"형, 진짜 하는 거야? 나 좀 무서운데. 만약 나면 어떡해?"

"나면 더 문제야. 나 재판 가야 하는데 애기 안고 법정 설 순 없잖아."

그때, 묵묵히 여름이의 열을 다시 체크하던 유준이 배냇저고리 끝동을 유심히 살폈다.

"형들, 이거 봐요. 여기 안쪽에 작게 이름 자수가 있는데… '여름' 옆에 이 꽃 모양, 기성품 아니에요. 누군가 직접 수놓은 거야."

"자수?"

태준의 눈이 번쩍 빛났다.

"CCTV부터 돌려봐야겠어. 유준아, 네가 동네 돌아다니면서 근처 빌라 CCTV 다 수소문해. 이수 너는 그 자수 문양 어느 쪽 공방 스타일인지 찾아보고. 강태는 체육관 인맥 총동원해서 최근에 우리 동네에서 아이 낳은 사람 찾아."

태준은 이미 변호사가 아닌, '수사 반장'처럼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그날 밤, 거실 테이블 위에는 네 명의 머리카락이 담긴 투명한 지퍼백 4개가 나란히 놓였다.

"내일이면, 우리 중 누군가는 인생이 완전히 뒤바뀐다."

서로를 곁눈질하며 침을 꼴깍 삼키는 네 남자.

'진짜 아빠 찾기'를 빙자한, 본격적인 대환장 육아의 서막이 오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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