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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우리가 이 미친 셰어하우스에 입주한 진짜 이유

Author: 8489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4-18 09:38:19

"스톱. 다들 멈춰."

주말 아침, 거실 한가운데 선 이태준의 날카로운 목소리에 각자의 일과를 준비하던 세 남자가 걸음을 멈췄다. 태준은 두통이 온다는 듯 관자놀이를 짚으며 집안 곳곳을 가리켰다.

"어제 우리가 여름이를 당분간 보호하기로 합의했지? 그럼 환경부터 바꿔야 해. 여긴 지금 집이 아니라 신생아용 지뢰밭이라고."

태준의 지적은 정확했다.

거실 구석에는 서이수가 용접하다 만 날카로운 철제 조형물이 흉기처럼 솟아 있었고, 반대편에는 최강태가 굴려둔 20kg짜리 쇳덩이 덤벨들이 발가락 골절을 유도하듯 널려 있었다. 심지어 막내 나유준이 늘어놓은 온갖 택배 박스들은 먼지의 온상이었다.

"당장 대청소 실시한다. 이수 너는 저 고철 덩어리들 마당 창고로 다 빼! 강태는 덤벨 네 방으로 치우고 바닥에 매트 깔아!"

"아, 형! 저거 내 예술혼의 결정체란 말이야!"

이수가 입술을 삐죽거리며 조형물을 낑낑대고 밀기 시작했다.

"하… 내가 진짜 미쳤지. 대체 왜 이 집에 들어와서 이 고생을 하는 건지."

땀을 뻘뻘 흘리던 이수가 허리를 펴며 한탄했다.

"두 달 전만 해도 난 홍대 지하 작업실에서 고독을 씹는 아티스트였어. 월세 세 달치 밀렸다고 건물주가 짐을 다 길거리에 내쫓지만 않았어도! '마당 사용 가능, 파격 월세'라는 이 집 전단지에 혹하지만 않았어도!"

이수의 말에 덤벨을 한 번에 네 개씩 번쩍번쩍 나르던 강태가 맞장구를 쳤다.

"나도 그래. 체육관 근처 보증금 싼 방 찾다가 여기까지 온 거잖아. 이 동네에서 이만한 크기 방을 보증금 500에 월 30에 주는 곳이 어딨어? 귀신 나오는 집인 줄 알았는데 귀신은커녕 애기가 나올 줄은 몰랐지."

태준이 물티슈로 소파의 먼지를 닦아내며 차갑게 쏘아붙였다.

"너희는 돈 때문이지, 난 아니야. 난 '완벽한 정적'을 원했다고."

태준의 눈빛이 과거의 트라우마로 인해 서늘해졌다.

"내 전세 아파트 윗집에 피아노 전공하는 미친 음대생이 살았어. 새벽 2시마다 쇼팽을 치더군. 내가 층간소음으로 민사 소송까지 걸어서 승소하고 위자료까지 받아냈지만, 내 신경증은 안 고쳐지더라. 그래서 이 빌어먹을 단독주택 셰어하우스로 온 거야. '옆집과의 거리 10미터 보장, 절대 소음 없음'이라는 문구를 믿고!"

태준이 분노 어린 시선으로 막내 유준을 노려보았다.

이 셰어하우스의 '관리인'을 자처하며 전단지를 돌리고 이들을 입주시킨 장본인이 바로 유준이었으니까.

"나유준. 네가 관리하는 집이잖아. 솔직히 말해, 여기 진짜 집주인 뭐 하는 사람이야? 이 금싸라기 연희동 땅에 이딴 파격 조건으로 세입자를 왜 받아?"

태준의 예리한 추궁에, 쓰레기를 분리수거하던 유준의 어깨가 흠칫 떨렸다.

사실 이 셰어하우스의 진짜 집주인은 나유준 본인이었다. 대한민국 재계 순위 안에 드는 해성그룹의 막내손자.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집안의 통제에서 벗어나고자, 그는 자신의 명의로 된 낡은 주택을 셰어하우스로 개조했다. 그리고 '돈 안 따지고 자기 마음대로 사는, 평범하고 거친 진짜 사람'들과 살아보고 싶어 말도 안 되는 조건으로 태준, 이수, 강태를 낚아온 것이었다.

"어… 그게요! 집주인 할아버지가… 아주 괴짜 억만장자신데, 돈은 필요 없고 그냥 젊은 청년들 꿈을 응원하고 싶다나 뭐라나! 아하하! 저도 얹혀사는 불쌍한 관리인일 뿐이라고요!"

유준이 식은땀을 흘리며 어색하게 웃어넘겼다. 태준은 여전히 미심쩍은 눈초리였지만, 때마침 거실 구석 바운서에 누워있던 여름이가 잠에서 깨어 옹알이를 시작하는 바람에 심문은 중단되었다.

"아, 깼다! 우리 여름이, 삼촌들이 집 엄청 깨끗하게 치웠어!"

이수가 쏜살같이 달려가 여름이에게 얼굴을 들이밀며 까꿍을 시전했다. 강태는 푹신한 퍼즐 매트를 깐 바닥에 여름이를 조심스럽게 눕혔다. 아까까지만 해도 칙칙하고 날 선 남자들만 득실거리던 거실이, 알록달록한 매트와 젖병, 곰돌이 인형으로 채워진 아늑한 '베이비 룸'으로 변해 있었다.

여름이가 푹신한 매트 위에서 기분이 좋은지 두 팔을 파닥거리며 환하게 웃었다.

"……."

그 천사 같은 웃음에 네 남자는 청소하느라 욱신거리는 허리 통증도 까맣게 잊고 바보 같은 미소를 지었다.

'완벽한 고요'를 원했던 변호사 이태준.

'마음껏 어지를 수 있는 마당'이 필요했던 예술가 서이수.

'체육관과 가까운 싼 방'을 원했던 관장 최강태.

그리고 '일탈의 자유'를 꿈꿨던 재벌 3세 나유준.

이 집에 모인 이유는 전부 제각각이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이들의 목적이 완벽하게 일치했다. 이 작은 생명체를 안전하게 지켜내는 것.

"자, 청소 끝났으면 브리핑 들어간다."

태준이 화이트보드 앞에 서서 보드마카를 들었다. 보드 상단에는 **[여름이 육아 4교대 로스터]**라는 글씨가 반듯하게 적혀 있었다.

본격적인 대환장 공동 육아 시스템이 가동되는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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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따사로운 햇살이 비추는 4월의 주말 오후.평화로운 연희동 셰어하우스 거실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었다.거실 한가운데 깔린 뽀로로 퍼즐 매트 위. 그곳에는 엎드린 채 낑낑거리며 용을 쓰고 있는 생후 7개월 여름이가 있었다. 그리고 그 주변을 네 명의 성인 남자가 숨죽인 채 둥글게 포위하고 있었다.사건의 발단은 10분 전이었다.매트 위에서 모빌을 보며 놀던 여름이가 갑자기 한쪽 다리를 번쩍 들더니, 허리를 활처럼 휘며 몸을 옆으로 틀기 시작한 것이다."어? 어어?! 형들! 이거 봐! 여름이 몸이 반으로 꺾였어!"가장

  • 네 남자와 어쩌다 여름이   제8화: 바구니 밑의 비밀과 트랜스포머 유모차

    오후 2시, 셰어하우스 거실.태준이 출근 전 남기고 간 화이트보드에는 붉은색 마카로 **[최우선 미션: 연희 소아과 방문 (기초 건강 검진 및 개월 수 파악)]**이라고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체육관 박 여사님이 그러시더라. 애가 대충 7개월쯤 돼 보이는데, 이맘때 맞아야 할 접종이 한두 개가 아니래. 우리 며칠 전에 애 열났을 때 전전긍긍했잖아. 당장 병원 가서 의사한테 전체 싹 다 검사받으라고 하시더라고."​강태의 말에 이수가 고개를 끄덕이며 기저귀 가방을 챙겼다."태준이 형도 법적으로 나중에 우리가 임시 보호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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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월요일 아침 7시. 이태준이 화이트보드를 탁탁 두드리며 섰다.보드에는 검은색, 파란색, 빨간색 마카가 어지럽게 교차된 **[여름이 특별 보호조치 4교대 로스터]**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흡사 대기업의 연간 프로젝트 브리핑을 방불케 하는 비주얼이었다."어제부로 우린 한배를 탔다. 육아는 곧 실전이고, 사고를 막기 위해선 완벽한 매뉴얼이 필수지. 내 지시대로만 움직이면 문제없을 거다."소파에 나란히 앉은 세 남자는 넋이 나간 표정으로 보드를 올려다보았다.아차, 정말 예리하신 지적입니다! 작가님 말씀이 백번 맞습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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