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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화. 자랑하고 왔어요

Auteur: 서담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9-17 21:58:01

점심시간을 조금 앞둔 시각.

하랑은 책상 한쪽에 놓아둔 작은 상자를 힐끗 봤다.

어제 기태에게 받은 최종 샘플이었다.

아침부터 몇 번이나 열어봤는지 모른다.

그래도 볼 때마다 좋았다.

하랑은 주변을 한번 살핀 뒤 상자를 들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요?”

정훈이 묻자 하랑이 상자를 흔들었다.

“자랑하러요.”

“누구한테?”

“아빠…….”

말하다 멈춘 하랑이 얼른 고쳤다.

“상무님한테요.”

정훈이 웃음을 터뜨렸다.

“이미 늦은 것 같은데.”

“못 들은 걸로 해주세요.”

“다녀오세요, 이하랑 씨.”

하랑은 상자를 품에 안고 상무실로 향했다.

똑똑.

“들어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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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5화. 뇌물인 건 아시죠?

    월요일 아침.기태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팀장님.”가방을 내려놓기도 전이었다.기태가 고개를 들었다.하랑이 자기 자리 옆에 서 있었다.“왜요.”“손.”“……뭐요?”“손 주세요.”기태의 시선이 하랑의 얼굴에서 내려갔다.두 손은 등 뒤에 숨겨져 있었다.“왜 제 손을 달라는 겁니까?”“아, 그냥 주세요.”“이유를 말하세요.”“주면 알려드릴게요.”기태는 잠시 하랑을 바라보다 결국 한 손을 내밀었다.하랑의 얼굴이 바로 밝아졌다.“자.”작은 상자 하나가 손바닥 위에 올라왔다.기태가 상자를 내려다봤다.“뭡니까?”“선물이요.”이번에는 기태의 시선이 천천히 올라왔다.“……저한테요?”“네.”“왜요?”“어제 주려고 했는데 깜빡했어요.”“어제?”“네. 아빠랑 돌아다니다가 샀거든요.”기태는 어제 일을 떠올렸다.쇼핑몰에서 우연히 마주친 하랑과 이무혁.그리고 셋이 함께했던 점심.“그때 가지고 있었습니까?”“네.”“그런데 깜빡했다고요?”“밥 먹느라.”“고기 세 점 먹고요?”하랑의 눈이 가늘어졌다.“그걸 또 기억해요?”“워낙 조금 먹으니까 기억납니다.”“저 원래 조금 먹어요.”“알고 있습니다.”하랑이 상자를 가리켰다.“일단 열어봐요.”기태가 뚜껑을 열었다.안에는 작은 커프스 한 쌍이 들어 있었다.화려하지 않은 디자인이었다.깔끔한 실버 톤에 작은 디테일만 들어간 단정한 형태.기태가 잠시 말없이 바라봤다.“커프스?”“네.”“왜 이걸…….”“어제 보다가 팀장님한테 어울릴 것 같아서요.”기태의 손이 멈췄다.“저한테?”“네.”하랑은 별일 아니라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팀장님 맨날 셔츠 입잖아요.”그게 전부인 것처럼 말했다.하지만 기태는 다시 상자 안을 내려다봤다.어제.하랑은 자신을 만나기 전부터 이걸 봤고,그 순간 자기를 떠올렸다.그 사실이 이상하게 머리에 남았다.“왜요?”하랑이 얼굴을 가까이 기울였다.“마음에 안 들어요?”기태가 고개를 들었다.“아닙니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4화. 딱 열 살

    일요일 점심 무렵.하랑은 이무혁의 손을 잡은 채 쇼핑몰을 걷고 있었다.“아빠.”“응.”“배고파.”“아까 빵 먹었잖아.”“그건 아침이고.”“한 시간 반 전이야.”“한 시간 반이면 배고플 수 있지.”무혁이 딸을 내려다봤다.“그래서 뭐 먹을 건데?”“음…….”하랑이 고민하며 걸음을 늦췄다.무혁도 자연스럽게 속도를 맞췄다.어릴 때부터 그랬다.사람 많은 곳에 나오면 하랑이 먼저 아빠 손을 잡았고, 무혁 역시 당연하다는 듯 손을 내줬다.스물넷이 된 지금도 달라진 건 없었다.“파스타?”“어제 먹었어.”“초밥?”“오늘은 별로.”“고기?”“그건 좋아.”“역시 비싼 건 잘 먹어요.”“아빠가 사잖아.”“당당하네.”“아빠 카드 좋아.”무혁이 헛웃음을 터뜨렸다.그때였다.하랑의 걸음이 갑자기 멈췄다.“어?”몇 걸음 앞에 익숙한 사람이 있었다.평소처럼 셔츠에 재킷을 입은 모습이 아니었다.편한 티셔츠에 바지.회사 밖에서 보니 묘하게 낯설었다.하랑의 얼굴이 바로 밝아졌다.“팀장님!”기태가 고개를 돌렸다.그리고 잠시 멈췄다.“……이하랑 씨?”무혁도 시선을 돌렸다.“한 팀장?”기태가 곧바로 인사했다.“상무님.”“주말에 여기서 다 보네요.”“네.”하랑은 여전히 아빠 손을 잡은 채 기태를 올려다봤다.“팀장님도 여기 사세요?”“아닙니다.”“그럼 왜 왔어요?”“볼일이 있어서 왔습니다.”“무슨 볼일이요?”“하랑아.”무혁이 딸을 불렀다.“한 팀장 일요일에도 취조할 거야?”“아.”하랑이 입을 다물었다.정확히 삼 초였다.“볼일 다 봤어요?”무혁이 웃음을 터뜨렸다.기태도 잠시 말이 없었다.“……네.”“그럼 점심은요?”이번에는 무혁의 질문이었다.“아직 안 먹었습니다.”“잘됐네요. 우리도 지금 먹으러 가는 길인데 같이 먹죠.”“괜찮습니다. 두 분 식사하시는데 제가 끼는 건 좀…….”“팀장님.”하랑이 바로 끼어들었다.“같이 먹어요.”“…….”“세 명이면 메뉴 더 많이 시킬 수 있잖아요.”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3화. 연애하면 원래 저래?

    주말 오후.하랑은 J&J 플라워샵 한쪽에 앉아 리본과 씨름하고 있었다.“큰엄마.”“응.”“나 놀러 온 거 맞지?”꽃을 다듬던 장진화가 태연하게 대답했다.“맞아.”“근데 왜 일을 하고 있지?”“네 손이 놀고 있었으니까.”“놀러 온 사람 손은 원래 노는 거야.”“그러니까 리본 묶어.”하랑의 입술이 삐죽 나왔다.진화가 그 모습을 보고 웃었다.“예쁘게 묶으면 딸기 케이크 사줄게.”“진짜?”금세 하랑의 손이 빨라졌다.“단순해서 좋다니까.”“다 들려.”“들으라고 했어.”딸랑.출입문에 달린 종이 울렸다.하랑은 리본을 든 채 고개를 들었다.“어서 오세…….”말끝이 멈췄다.익숙한 얼굴이 들어오고 있었다.“어?”로로 역시 하랑을 발견했다.“하랑아?”“팀장님?”하랑이 벌떡 일어났다.“팀장님이 여기 왜 와요?”로로가 주변을 한번 둘러봤다.“꽃집에 꽃 사러 왔지. 내가 타이어 갈러 왔겠냐?”“아.”“넌 왜 여기 있어?”“저희 큰엄마 가게예요.”“여기가?”“네. 놀러 왔다가 잡혔어요.”진화가 고개를 들었다.“누가 들으면 강제로 일시키는 줄 알겠다.”“놀러 온 사람한테 리본부터 쥐여줬잖아.”“손이 놀고 있었잖아.”“봐요.”하랑이 로로를 향해 말했다.“맞죠?”“난 왜 너희 집안싸움에 끌려들어가.”로로가 웃으며 안으로 들어왔다.그 뒤로 키가 큰 남자가 따라 들어왔다.하랑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올라갔다.검은 옷차림에 긴 머리.처음 보는 얼굴이었다.“근데 이분은…….”“장혁.”“아.”로로가 아무렇지 않게 덧붙였다.“내 남자친구.”“아!”장혁이 하랑을 내려다봤다.“왜 두 번 알아듣냐.”“처음에는 이름 알아들은 거고요. 두 번째는 남자친구 알아들은 거예요.”“……말 많네.”하랑이 바로 로로를 봤다.“팀장님. 저 말 많다고 했어요?”“응.”“팀장님까지.”“쟤 말이 맞긴 해.”장혁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하랑은 입을 삐죽이며 다시 리본을 내려놓았다.진화가 두 사람에게 다가왔다.“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2화. 열 살 차이

    오후 업무가 한창일 때였다. 2팀 사무실로 서민지가 들어왔다. 손에는 서류철이 들려 있었다. “한 팀장님, 이거 1팀 검토 끝났어요.” 기태가 서류를 받아 들었다. “수정사항 있습니까?” “없어요. 로로 팀장님도 그대로 진행하면 된다고 하셨어요.” “알겠습니다.” 민지가 돌아가려다 하랑의 자리 앞에서 멈췄다. “하랑 씨.” “네?” “요즘은 안 넘어져요?” 하랑의 눈이 가늘어졌다. “그 얘기 1팀까지 갔어요?” “이미 유명한데요?” “……누가 자꾸 소문내는 거야.” 하랑이 작게 중얼거리자 민지가 웃었다. 그때 1팀 쪽에서 로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서민지. 서류 하나 주러 가서 왜 안 와?” “아, 팀장님.” 민지가 휴대폰을 꺼냈다. “온 김에 물어볼 게 있었어요.” “뭔데?” “김도윤 씨 기억나죠?” 로로가 눈썹을 살짝 올렸다. “김도윤?” 민지가 휴대폰 화면을 보여줬다. 로로는 사진을 보자마자 알아봤다. “아. 걔.” 하랑의 귀가 쫑긋했다. “누구예요?” 민지가 웃으며 말했다. “예전에 우리 팀장님이 소개팅했던 분이요.” “소개팅이요?” 하랑의 눈이 커졌다. 로로가 팔짱을 꼈다. “뭐야. 갑자기 얘 사진은 왜 보여줘?” “아직 솔로래요.” “그래서?” “하랑 씨 소개해주면 어떨까 해서요.” “나를요?” 하랑이 자기 가슴을 가리켰다. “네.” 민지가 휴대폰을 내밀었다. “괜찮은 사람이에요. 로로 팀장님도 세 번 정도 만났었고.” 하랑이 사진을 들여다봤다. “세 번이나 만났어요?” “응.” 로로가 대수롭지 않게 대답했다. “서로 아닌 것 같아서 그냥 끝났어.” “아.” 하랑은 다시 사진을 봤다. 잠시 후 솔직한 감상이 나왔다. “잘생겼다.” 민지의 얼굴이 밝아졌다. “그렇죠?” “네. 진짜 잘생겼는데요?” 기태가 보고 있던 서류를 한 장 넘겼다. “성격도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1화. 원래 저랬나

    오후 두 시.2팀 사무실은 평소보다 조용했다.기태는 오전에 올라온 수정안을 확인하고 있었고, 하랑은 맞은편에서 다음 시안 작업에 집중하고 있었다.“팀장님.”“왜요.”“이거 한번 봐주세요.”기태가 고개를 들었다.하랑이 모니터를 가리키고 있었다.“여기 연결 부분이요. 어제 말씀하신 대로 수치 다시 잡아봤거든요.”기태가 자리에서 일어났다.하랑의 옆으로 가 화면을 확인했다.“이쪽은요?”“체크했어요.”“두께는?”“그것도요.”하랑이 책상 한쪽에 붙여놓은 메모를 가리켰다.작은 포스트잇에 확인할 항목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기태가 하나씩 확인했다.어제 틀렸던 부분에는 별표까지 쳐져 있었다.“됐습니다.”하랑이 고개를 돌렸다.“진짜요?”“네.”“오늘은 안 틀렸죠?”“네.”“저 잘했죠?”기태가 하랑을 내려다봤다.“어제 한 실수 두 번 안 했네요.”하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제가 뭐랬어요. 똑같은 실수 두 번 하는 거 싫어한다고 했죠?”“넘어지는 것만 빼고요.”“팀장님.”“왜요.”“그건 이제 잊어주세요.”“최근 일이라 아직 어렵습니다.”하랑이 입술을 삐죽였다.기태의 시선이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내려갔다.“또 나왔습니다.”하랑이 얼른 입술을 집어넣었다.“이건 집중한 것도 아닌데.”

  • 네 이름을 부르는 사이   20화. 공동 프로젝트

    오전부터 하랑의 표정이 심각했다.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보던 입술은 평소보다 더 앞으로 나와 있었다. 마우스를 움직였다가 멈추고. 다시 숫자를 확인했다가 멈추고. 결국 하랑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팀장님.” “왜요.” “저 사고 친 것 같아요.” 기태가 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요?” 하랑이 모니터를 가리켰다. “여기요.” 수정 도면의 치수 하나가 잘못 입력돼 있었다. 기태는 화면을 확인한 뒤 물었다. “이거 넘겼습니까?” “아직이요.” “생산은요?” “안 들어갔어요.” 하랑이 조심스럽게 기태를 올려다봤다. “많이 큰 거예요?” “아직 생산 안 들어갔으니까 수정하면 됩니다.” “그래도 제가 틀렸잖아요.” “네. 틀렸습니다.” 단호한 대답에 하랑의 어깨가 축 처졌다. 기태가 화면을 짚었다. “이 수치는 기본적으로 확인했어야 합니다.” “……네.” “수정하고 다시 확인하세요. 다음부터는 체크리스트 만들어서 두 번 확인하고요.” “네.” “이하랑 씨.” “네?” “실수한 건 맞는데 아직 바로잡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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