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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어제까지 백수였는데 나라가 맡겨졌다

Penulis: 갱구네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19 19:31:37

“해외 정상급 인사가 실종됐습니다!”

로비 전체가 얼어붙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기자들의 플래시와 질문으로 시끄럽던 공간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누군가는 숨을 삼켰고, 누군가는 급히 이어폰에 손을 가져갔다.

강시온은 멍한 얼굴로 주변을 바라봤다.

아직도 정신이 없었다.

눈 떠보니 대통령이 된 것도 충격인데, 이제는 국제 실종 사건까지 터졌다.

“…잠깐만요.”

시온이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경찰에 신고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순간 모두의 시선이 그에게 꽂혔다.

그 눈빛은 마치 초등학생이 핵발전소 운영법을 물어보는 사람을 보는 듯했다.

시온은 괜히 눈치를 봤다.

“아… 아닌가?”

한채린이 차갑게 입을 열었다.

“실종자는 프랑시아 대통령의 외동딸, 엘리아나입니다.”

“…누구요?”

“세계 3위 국가인 프랑시아의 차기 유력 후계자입니다.”

“…아.”

“오늘 대한민국 방문 직후 사라졌습니다.”

“…아아.”

“24시간 안에 찾지 못하면 외교 분쟁으로 번집니다.”

“…아아아.”

이제야 상황이 이해됐다.

단순 실종이 아니었다.

나라가 흔들릴 수도 있는 사건이었다.

시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대통령이라는 직업, 생각보다 훨씬 망한 직업일지도 모른다고.

한채린은 곧바로 몸을 돌렸다.

“차량 준비하세요. 이동합니다.”

“어디로요?”

“집무실입니다.”

“아니, 저는 아직 마음의 준비가—”

“국가 위기는 기다려주지 않습니다.”

“제 멘탈은 좀 기다려줬으면 좋겠는데요.”

아무도 웃지 않았다.

시온만 머쓱하게 입을 다물었다.

그렇게 그는 반강제로 이동하게 됐다.

궁궐 외부 광장.

밖으로 나오자 차가운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동시에 엄청난 광경이 펼쳐졌다.

수십 명의 경호 인력이 광장 곳곳에 배치되어 있었고, 검은 방탄 차량 행렬이 줄지어 대기 중이었다.

차량마다 태극기와 대통령 휘장이 달려 있었다.

멀리 헬기장에서는 회전 날개 소리까지 들렸다.

완전히 영화였다.

아니, 영화보다 더 비현실적이었다.

시온은 넋 놓고 중얼거렸다.

“와… 이거 제 차예요?”

“대통령 전용 의전 차량입니다.”

“한 번만 사진 찍으면 안 돼요?”

“안 됩니다.”

“왜요?”

“위치가 노출됩니다.”

“…아.”

순간 현실감이 확 들었다.

이건 진짜였다.

그때 차량 옆에 서 있던 남자가 앞으로 나왔다.

짧게 정리된 머리.

단단한 체격.

흔들림 없는 눈빛.

한눈에 봐도 보통 사람이 아니었다.

“경호팀장 임태건입니다.”

목소리까지 묵직했다.

시온은 반갑게 손을 내밀었다.

“아, 안녕하세요!”

태건은 잠시 그 손을 바라보다가 천천히 악수했다.

손이 엄청 컸다.

“오늘부터 각하의 생명은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제 생명, 저도 잘 못 챙기는데 감사합니다.”

임태건은 미동도 없었다.

농담이 통하지 않는 스타일이었다.

그 옆에서 또 다른 남자가 허둥지둥 뛰어왔다.

서류뭉치은 반쯤 떨어질 듯 흔들렸고, 안경은 비뚤어져 있었으며, 넥타이는 완전히 돌아가 있었다.

“가, 각하! 죄송합니다! 자료를 가져오다가 계단에서… 아, USB가!”

그는 바닥에 떨어진 USB를 찾다가 다시 서류를 우수수 쏟았다.

시온은 본능적으로 허리를 숙였다.

“괜찮아요?”

“죄, 죄송합니다!”

“아니, USB 밟겠어요.”

둘은 동시에 바닥에 엎드려 서류와 USB를 줍기 시작했다.

남자는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저는 수행 비서관 오민석입니다! 살면서 대통령이랑 같이 바닥 기어본 건 처음입니다!”

“저도 처음이에요.”

한채린이 싸늘하게 말했다.

“두 분 다 일어나시죠.”

순간 주변 공기가 약간 차가워졌다.

시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이 사람은 진짜 얼음 인간인가?

잠시 후.

시온은 대통령 전용 차량에 탑승했다.

문이 닫히자 외부 소음이 완전히 차단됐다.

내부는 거의 고급 라운지 수준이었다.

부드러운 가죽 시트.

작은 냉장고.

대형 화면.

회의용 테이블.

심지어 공기에서 좋은 향까지 났다.

시온은 두리번거리며 감탄했다.

“와… 여기서 살아도 되겠는데요?”

“안 됩니다.”

“한 실장님은 농담도 안 하시네요.”

“업무 시간입니다.”

“그럼 퇴근 후엔 하세요?”

한채린은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창밖을 바라봤다.

시온은 속으로 생각했다.

저 사람 웃는 얼굴 한 번 보면 나라가 평화로워질 것 같은데.

차량 행렬이 출발했다.

경호 차량들이 앞뒤를 둘러싼 채 도로를 질주했다.

신호는 자동으로 통제됐고, 일반 차량들은 자연스럽게 길을 비켰다.

시온은 창밖을 내다봤다.

서울은 익숙하면서도 낯설었다.

초고층 빌딩마다 한글 간판이 세계적인 브랜드처럼 걸려 있었고, 거리 전광판에서는 한국 기업 광고가 흘러나왔다.

외국인 관광객들도 엄청 많았다.

“진짜 한국이 세계 1위구나…”

“지금 감탄하실 때가 아닙니다.”

한채린은 태블릿 화면을 넘기며 말했다.

“엘리아나의 마지막 위치는 공항 이동 구간입니다. 경호 인력은 전원 제압당했습니다.”

“다쳤어요?”

“중상자는 없습니다.”

시온은 작게 안도했다.

다행이었다.

한채린은 그런 시온을 잠시 바라봤다.

“…남 걱정부터 하시네요.”

“네?”

“아닙니다.”

그 순간.

임태건의 무전기가 울렸다.

“이상 움직임 포착. 고가도로 상단!”

태건의 눈빛이 순식간에 바뀌었다.

“전원 대비!”

탕!

엄청난 폭음과 함께 차량 유리가 흔들렸다.

“으아악!”

시온은 본능적으로 몸을 숙였다.

“뭐예요?!”

“저격입니다.”

“뭐가 이렇게 담담해요?!”

탕! 탕! 탕!

연속 사격이 이어졌다.

앞 차량이 급회전하며 방패처럼 진로를 막았다.

타이어 마찰음이 귀를 찢듯 울렸다.

경호원들의 고함.

무전기 소리.

브레이크 소리.

모든 게 뒤섞였다.

오민석은 거의 울먹이며 좌석 밑으로 기어들어갔다.

“저 오늘 연차 쓰고 싶습니다…”

“저도요!”

시온도 거의 울고 싶었다.

한채린은 흔들림 없이 상황판을 확인했다.

“공격 방향 2시. 도주 차량 추적 시작하세요.”

시온은 믿기지 않는 얼굴로 그녀를 봤다.

“이 상황에서도 침착하세요?”

“익숙합니다.”

“전 안 익숙해요!”

차량이 급정거했다.

임태건이 문을 열며 외쳤다.

“각하, 이동하셔야 합니다!”

“어디로요?!”

“안전 지점입니다!”

“차 안이 더 안전한 거 아니에요?!”

대답 대신 태건은 시온을 거의 들어 올리듯 끌어냈다.

“잠깐만요! 저 운동 안 하는—”

시온은 비명을 지르며 뛰기 시작했다.

총성이 멀리서 계속 울렸다.

심장이 미친 듯 뛰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몸을 숨긴 곳은 지하 연결 통로 입구였다.

시온은 벽에 기대 숨을 몰아쉬었다.

“대통령 출근길이 원래 이래요?”

오민석이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아뇨… 오늘이 유독 심합니다…”

한채린은 냉정하게 주변을 살폈다.

“단순 테러가 아닙니다.”

“네?”

“저희의 이동을 지연시키려는 목적입니다.”

시온의 얼굴이 굳었다.

“그럼…”

“엘리아나 실종 사건과 연결됐을 가능성이 큽니다.”

침묵이 흘렀다.

처음엔 꿈이라고 생각했다.

다음엔 몰래카메라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 알았다.

이곳은 진짜 현실이었다.

그리고 누군가는 이 나라를 흔들고 있었다.

임태건이 이어폰을 누르며 말했다.

“적 차량 하나를 확보했습니다. 도주 경로 확인됐습니다.”

“어딥니까?” 한채린이 물었다.

“서해 항만 구역, 폐창고 단지입니다.”

한채린의 시선이 시온에게 향했다.

“각하, 선택하십시오.”

“뭘요?”

“집무실로 돌아가 안전하게 지휘하시겠습니까.”

잠시 정적.

“아니면 직접 현장으로 가시겠습니까.”

오민석이 경악했다.

“현장은 안 됩니다! 총 쏘는 사람들 있습니다!”

시온도 무서웠다.

당연히 무서웠다.

다리가 아직도 떨렸다.

하지만 머릿속엔 한 가지 생각만 맴돌았다.

누군가는 지금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그리고 자신은 대통령이었다.

진짜든 가짜든.

시온은 천천히 숨을 들이켰다.

“…가죠.”

“각하!”

“제가 대통령이라면서요.”

그는 떨리는 손을 꽉 쥐었다.

“그럼 도망만 다닐 순 없잖아요.”

한채린은 잠시 시온을 바라봤다.

아주 잠깐.

그 차가운 눈빛이 미세하게 흔들렸다.

“차량 재정비하세요. 항만으로 이동합니다.”

임태건은 짧게 고개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오민석은 거의 울상이었다.

“저 진짜 공무원 시험 다시 볼래요…”

다시 차량에 오른 시온은 창밖을 바라봤다.

멀어지는 도심.

다가오는 바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기다리고 있을, 납치된 누군가.

강시온의 첫 출근은 끝났다.

대신 그의 첫 전쟁이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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